도봉산(2009-19)

토요일과광복절.

전날밤에전철시간을알아보고인쇄까지해놓았다.토요일에도봉산역을지나가는첫전철은5시41분.마을버스도다니지않는이른시간이라20분전에집을나섰다.

토요일은일요일새벽보다는거리에사람이많은편이다.골목길에들어섰는데앞에가는젊은남녀는가면서연신키스를하느라정신이없다.인기척을느꼈는지힐끔쳐다보더니나와는다른골목길로들어선다.남녀간에는서로가특별하다고느끼는시간이필요한데요즘은그런시간을너무일찍,그리고짧게지내버리는것은아닌지.

5시35분에역에들어서벽에걸려있는전철상황을보니성북행이서울역에있다는표시하나만보인다.

“이상하다.고장이났나?”혼잣말을하고는계단을내려가는데한사람이나를보더니역구내에매달려있는전광판을가리키면서한마디한다.

“너무연착되는거아니에요?”

“글쎄요.”한마디건네고서는플랫폼에들어섰는데많은사람들이보인다.등산객들도여럿보이는데전광판을보면서한마디씩한다.

“전철이너무늦네.”

이말에누군가한마디한다.

“오늘광복절이에요.토요일이지만공휴일이라고요.”

옆을지나면서그소리에아차싶었다.토요일시간표만생각했지공휴일이라는생각은하지못한것이다.어제밤뉴스에광복절전야제로행사가있었다는내용을봐놓고도오늘이공휴일이라는생각을하지못한것이다.일상생활이날짜중심이아니라요일중심으로지내다보니생긴일이다.더군다나평일이아니고근무가없는날광복절이다보니구분이되지않았다.

공휴일은6시16분전철이도봉산역을지나는첫전철인데5시35분부터나와있는것을보니나만그런것이아니고역구내에있는많은사람들이그리생각한모양이다.중학생쯤되어보이는아들과함께등산에나선부자도전철을기다리기지루한지앉아있지못하고계속서성거린다.

안개가낄것이라는예보와는달리시야가좋다.오늘은가보지않은곳으로올라갈생각으로녹야원입구를지나쳤다.용어천계곡방향으로들어서니낮시간대와는달리계곡에한사람도보이지않는다.물도맑고수요일까지온비탓인지수량도꽤된다.오늘도폭염이라니낮시간에는계곡이사람들로미어질것이다.올라가다가관음암을지나는코스로들어서게되었다.가다보니그리된것인데산에서드문일은아니다.한참을올라가니고추며호박을심어놓은조그마한밭이보인다.누가이높은곳에밭을일구었는지모를일이다.관음암은지도에서많이보았지만실제처음보게되었다.상당히높은곳에있는데선인봉이옆으로보이는것으로보아선인봉바로밑의석굴암보다도높은곳이다.이곳에는오백나한전이있고향을피워놓을수있게되어있다.관음암을지나한참을올라가보니도봉의주능선과만나게된다.주능선을지나다보면220여개의계단이있는지점이있는데이지점에서합류하게되어있다.주능선을타면서도이곳에관음암을지나는등산로가있는지모르고지났던곳이다.

기온은점차올라가햇살이따가운데얼려간물은바로녹지않아조금녹을때마다목을축일수밖에없었다.우이암까지간다음그곳에서하산코스로들어섰다.무더위에도불구하고올라오는등산객들은늘어만간다.거의다내려갔을무렵젊은여자세명이비닐봉지에먹거리를담아들고나보다앞서지나가는등산객에게물어본다.

“이곳으로올라가면계곡이있나요?”

“이곳은계곡이없어요.잘못올라왔어요.”

이곳은도봉산중에서도올라가면서바로능선을타고가는곳이라계곡이라고는전혀없는등산코스인데모르고여기까지올라온것이다.도봉산입구들어서자마자좌측으로계곡을가로지르는다리를지나는코스라계곡을타는것으로오해한모양이다.

산입구에는쓰레기를버리지말자는캠패인에참가한학생들이수십명이줄지어서있고,한목소리로외친다.

“산에서는쓰레기를버리지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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