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2009-22)

느지막이일어나밖을보니구름은잔뜩끼어있는데다행히비는오지않는다.얼른장비를챙기고역으로나가니동두천행급행이들어온다.급행이무슨의미인지모르고탔는데중간중간역을서지않고지나는전철이다.도봉산역까지는중간에두개의역을그냥지나니시간이조금단축되었다.도봉산역에서내리니달릴때는몰랐는데비가꽤내린다.등산객여러명이역에서기다리는모습이다.전철에서내린등산객들중몇명은망설임없이우산을꺼내들거나우비를입고산으로향하는이들도보인다.빗길로나서지않는등산객들도바로돌아갈의사는없어보여우산이나우비를준비하지못해비가잠잠하기를기다리는눈치다.

도봉산에그리많이다녔어도젖을정도로비가올때산행을해본적이없는지라망설여진다.한참을역에서서성이다가비올때다른정취가있겠지하는생각에항상배낭에넣어둔우비를꺼내입었다.우비를입었어도무릎밑으로는무방비여서등산화며바지가젖어든다.등산로에들어서는사람마다우산을들었거나비옷차림이다.그냥맞기에는적지않은비다.목에디카까지걸고비옷을입었더니배부분이불룩하다.산에들어서니나뭇잎들이비를가려주어중간중간디카를꺼내들고사진몇장을얻는데는문제가없어다행이다.녹야원입구에있는물봉선은아직한창이다.비에젖은물봉선은마른하늘아래보는모습과는또달리보여명칭대로물에젖은모습이제모습이라는생각이든다.등산로중간중간에숨어있는버섯들도비에젖은모습이멋있게보인다.망설이기는했지만잘왔다는생각이든다.가끔은등산로에밤송이들이보이는데대부분은까진껍질뿐이지만밤새떨어진몇개는새것이다.궁금해서까보면먹을수있는제대로된것은거의없는편이다.등산로한편에도토리가수북히쌓여있는것이보여보니모든빈껍질뿐이다.다람쥐가그랬을리는없고,누군가도토리껍질까지벗겨가져간모양이다.등산로에떨어져등산화밑에서부서지는도토리도많은편이기는하지만가져가지말라는안내문은소용이없다.

내가오르는코스가산중턱까지는등산객이많지않은편인데다비까지오니그야말로무인지경이다.비오면당연히산에안가는것으로아는아내가이리비맞고오르는줄알면뭐라했을것이다.다행히오르면서비는많이그치고가끔이지만햇살도비친다.선조대에오르니선인봉암벽이구름에가려보였다안보였다한다.바람에빠르게움직이는구름사이로보이는도봉산의암벽은그야말로절경이다.이곳에서보는도봉산의모습이가장멋있는데다른코스에비해서는등산객들이가장적게다니는것이이상할따름이다.나에게는다행이지만한편으로는아쉬운생각이든다.나도도봉산에다니면서처음두해동안은이코스를모르고있었다.이곳에서조금더올라가면다락능선과만나게되고그위에다른전망이좋은곳이있는데이곳은잘알려져있어항상등산객들이많은편이다.빠르게움직이는구름과그사이에보이는도봉산.보는등산객들마다감탄사를토한다.차가운바람에방풍재킷위에하나더입었더니몸이둔하다.다른사람들은아직반팔차림이많지만갑작스러운체온변화에가끔몸살기운을느낀적이있어덥더라도한번입은옷은안벗고산행을마치는편이다.

만월암방향으로내려오는데등산객들이드문드문올라온다.산입구도한산한느낌이고,평소족발을쌓아놓고팔던가게도준비해놓은것이몇개되지않는다.전철로돌아오는데내리니또비가내린다.마을버스에서내려배낭에넣어둔우비를다시꺼내어뒤집어쓰고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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