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맞아각언론기관에서올해의도서를선정하여발표하고있다.아래에소개하는도서들은3개신문사(조선,동아,중앙일보)와한방송사(KBS1TV)가발표한올해의도서들이다.인터넷에서그외두세군데신문에접속하여보았는데이와같은형태의도서추천은보이지않는다.각기관에서발표한도서는중복되는것이많지않아빼지않고정리해보았다.
4개의기관에서추천한도서는모두34권(10,10,2,12)이다.그외로추천한도서도있지만주추천도서34권을보면대부분중복되지않는다.발표할때마다내가올한해동안읽은책들이있는가싶어목록을보곤하는데올해는거의없다.매년전반6개월정도는그전해에발표한‘올해의책’들을찾아읽느라시간을보내고소설류의경우출간후1년이넘어도대출기회가쉽지않은점도있다.
각기관마다발표한자료가거의중복되지않는것을보면추천도서의의미가무엇인지다시생각하게한다.한해에출간되는수많은도서를모두읽는것이가능하지않은만큼그중에서추천도서를선정한다는것은어려운일이다.상황이그러니많은도서가겹쳐도이상하게보일것이다.
[추천도서]는[베스트셀러]와는다르다고생각한다.몇년간추천도서에관심을갖고읽으면서[베스트셀러]와는거리가먼도서들을많이보아왔고,나름대로도서선정에도움을받고있다.정보가없는상태에서읽을책을고르는일은쉽지않은일이다.책의내용과쪽수에따라서는많은시간을필요로한다.지식이나교양을위해서읽을수도있고,아니면재미있게시간을보내기위해서책을읽을때목적에맞는책을고르는일은중요하다.책을읽다가중간에그만두어야겠다는생각이들거나,실제그만두면시간이상당히아깝다.이런점에서[추천도서]는일단검증된의미가있어많은도움이된다.그러나가끔은[추천도서]를읽고나서왜이런도서를추천했는지의아하게생각든적도있다.
해가갈수록책읽는시간을내기가쉽지않다.이런이야기를하면시간나면책을읽는것이아니라책읽는시간을정해놓고읽어야한다고할것이나말처럼쉽지않은것도현실이다.그렇지만책읽는즐거움을알기에시간이많지않더라도내곁에는항상책이있을것이다.
[조선일보선정도서,10권]
◇엄마를부탁해
신경숙장편소설창비|320쪽|1만원
<엄마를부탁해>는2009년독서계에가장높이솟은봉우리다.지난해11월출간이후전국적인‘엄마신드롬’을일으키며순수문학작품으로는최단기간인10개월만에100만부를돌파하는기록을세웠다.부산·김해·청주·용인·포항·서산등6개도시가‘한도시한책읽기’운동도서로선정해도시단위로책을사서읽었다.출간직후인지난해말조선일보를비롯한여러신문과서점에서‘2008년도올해의책’으로뽑힌데이어,동일작품으로2년연속‘올해의책’에선정되는기록도함께세웠다.
무엇이이런성공을가능케했을까.문단과출판계에서는신경숙씨의높은인지도와작품의완결미가경제불황과그로인한심리적고통을위로받고싶어하는사회분위기와맞물려시너지효과를낸것으로분석한다.순수소설의미학적품격을유지하면서도연극무대를연상케하는등장인물의내러티브와사라진엄마를추적하는추리소설기법을활용해읽는재미를높인것도주효했다.
<엄마를부탁해>는미국·영국·독일·프랑스등15개국에판권이팔렸고,해외인세수입만5억원에이른다.“이작품을검토하기위해초벌번역본을읽다가눈물을흘렸다”는영국W&N출판사아르주타신편집장의말은신경숙이창조한‘엄마이미지’가한국을넘어세계의독자들이공감할문학적보편성을획득하는데도성공했음을말해준다.
◇1Q84(전2권)
무라카미하루키장편소설
양윤옥옮김|문학동네1권656쪽,2권597쪽|각권1만4800원
무라카미하루키는신경숙과함께올해한국을강타한‘소설열풍’의강력한진앙이었다.
가와바타야스나리,오에겐자부로이후일본에세번째노벨문학상을안겨줄가장유력한후보로해마다거론되는하루키의이신작소설은일본에서지난5월출간돼석달만에200만부를돌파했고,한국독자들에게도전폭적인사랑을받으며지금까지60만부가넘게팔렸다.
작품의무대는1984년의도쿄(東京)다.살인청부업자인아오마메(靑豆)는가정폭력을휘두르는남자를살해하기위해그가머무는호텔로가는길이다.고가도로가꽉막혀초조해하는그녀에게택시기사가지상으로통하는비상계단을알려준다.그런데지상에내려온그녀는고가도로아래의세상이오늘아침집에서출발전까지살았던일본과는다른또하나의세계임을깨닫는다.아오마메는그세계를1984년과함께존재하는또하나의세계,즉‘1Q84’로이름붙인다.
‘세상어딘가에또하나의세계가존재한다’는낯익은판타지적상상력은하루키를만나현대문명에대한반성과대안적삶의가능성에대한성찰로확장된다.그것은그를세계적인작가의반열에올려놓은《상실의시대》이후그가지속적으로펼쳐온‘개인적상처와극복’의서사와는다른,문명을주제로한거대담론을펼치는새로운하루키를읽는즐거움을듬뿍선사한다.
◇넛지
리처드탈러·캐스선스타인지음
안진환옮김|리더스북|426쪽|1만5500원
책의운명은‘타이밍’에있다.‘인간은끊임없이실수하고오판(誤判)한다’는대표적행동경제학저서인이책은세계경제위기때문에큰관심을받았다.경제주체들의비합리성이얽혀결국전세계적인경제난을유발했다는분석이설득력을얻으면서,동시에행동경제학이유용한분석틀로등장한것이다.삼성경제연구소역시이책을‘CEO가읽을만한추천도서’에올렸다.
<넛지>는‘팔꿈치로슬쩍찌르다’는뜻으로,이책에서는사람들의행동을변화시키는사소하고작은요소를가리키는말로쓰였다.사람들은완벽한선택을하는합리적인존재가아닐뿐더러,종종선택자체를기피하기때문에부드러운개입만으로도더나은선택을유도할수있다는것이다.급식반찬의배치변경으로비만아동의수를줄이는것도‘넛지’의한예이다.
이책은많은부분을‘사회적넛지’에할애한다.약간의제도적변화만으로도사람들의삶의질이높아지고사회가발전할수있다는것이다.책에는장기기증을활성화하고이혼율을떨어뜨리며환경을살릴수있는‘넛지’아이디어가실렸다.이런이유때문인지이명박대통령은올여름청와대직원들에게이책을선물했고,미국의오바마정권역시넛지정책을수용했다고알려지면서책은국내에서20만부가넘게팔려나갔다.《넛지》의성공이후,국내에서는행동경제학서적출간붐이일었다.
◇아웃라이어
말콤글래드웰지음
노정태옮김|김영사|352쪽|1만3000원
‘1만시간의법칙’.올한해성공의법칙을이처럼간단하게요약한책이있을까.《티핑포인트》등으로이미스타의반열에오른말콤글래드웰은‘아웃라이어’즉한분야의최정상이되려면1만시간의연습과훈련이필요하다고주장한다.저자는대표적인1만시간성공의예로비틀스와빌게이츠등을든다.
저자는시야를넓혀‘1만시간의법칙’을가능하게한사회환경에주목한다.빌게이츠는부모의지원과사회적환경덕에학창시절부터1만시간을컴퓨터에몰두할수있었다.인류역사상가장부유한75명중20%가19세기중반의미국,즉모든산업이역사상가장역동적인변화를겪던시기에태어났다는사실도우연이아니다.따라서누구나자신이가진재능을꽃피울수있도록사회적여건을마련해야한다는것이글래드웰의생각이다.알고보면당연한얘기지만,읽는내내무릎치게하는글래드웰식통찰이빛난다.
◇고민하는힘
강상중지음
이경덕옮김|사계절|184쪽|9500원
“고민하는것이사는것이며,고민하는힘은살아가는힘이다.”
재일한국인최초로도쿄대교수가된정치학자강상중의인생론이다.정체성의혼돈을느끼며청춘을보낸강교수가일본의국민작가나쓰메소세키와사회학자막스베버를나침반삼아젊은날의방황을헤쳐나온지적체험을녹였다.‘나는누구인가’같은존재론적고민부터‘돈이세계의전부인가’‘무엇을위해일을하는가’‘왜죽어서는안되는것일까’등젊은세대가관심가질만한주제를풀어낸다.‘늙어서최강이되라’는마지막장에선예순살이될때까지‘대형이륜차’면허를따서할리데이비슨을타고오키나와에서홋카이도까지일본종단여행을하고,한반도종단여행을하고싶다는꿈을밝혔다.‘뻔뻔함’을상징하는할리데이비슨위에걸터앉아김정일의머리에알밤이라도먹이고싶다는얘기까지,도발적이다.
◇아이의사생활
EBS제작팀지음
지식채널|432쪽|1만6800원
2008년2월EBS에서방송되어화제를모은다큐멘터리를바탕으로엮은책이다.해외사례가아닌우리나라의실험적인양육법을소개한드문사례로꼽힌다.1년간의취재,4200명설문조사,참여어린이500명,국내외전문가70여명의조언과자문,철학·심리학·교육학·과학을아우르는40여회의실험등이결과한탐구의결실을책에오롯이담는데성공했다.
대부분의부모에게대표적인고통으로꼽히는육아와관련해남자아이와여자아이의차이,다중지능과감정지능등에대한다양한실험과그증명을통해아이의‘다름’을이해함으로써여유와사랑이가득한육아를할수있도록도움을준다.부모가아이의유형을직접진단하여그에따른자녀양육법을펼칠수있도록여러실질적인팁을실었다.다각적인관점으로자녀양육법을고찰한책으로“체계적인분석이주는깨달음의기쁨과휴먼터치의감동을함께전달하고있다”는평가다.
◇살아온기적살아갈기적
장영희지음
샘터|236쪽|1만1000원
‘글은이렇게쓰는것이다’를보여주는고(故)장영희교수의유고작.《내생애단한번》이후9년만에내놓은순수에세이집이다.2001년처음암에걸렸고,방사선치료로완치판정을받았으나,이후두차례척추·간으로전이돼오랜투병생활을지속해야했던개인사가서려있다.생전에그는자신이‘암환자’장영희로비치는것을원하지않았다.자신의삶을‘천형(天刑)같은삶’이라고말하는사람에게그는도리어자신의삶은누가뭐래도‘천혜(天惠)의삶’이라고말한다.
자칫암울해지기쉬운소재를유머와위트,긍정의힘으로승화시키며다름아닌그녀의삶자체가기적이었음을보여준다.“아무리운명이뒤통수를쳐서살을다깎아먹고뼈만남는다해도울지마라.기본만있으면다시일어날수있다.살이아프다고징징거리는시간에차라리뼈나제대로추려라.그게살길이다.”
◇거대한전환
칼폴라니지음
홍기빈옮김|길|657쪽|3만8000원
60여년전초판이나온저작이올해국내에새로번역되면서새삼주목을받은것은미국발(發)금융위기에서비롯된시장경제의문제점과신자유주의적자본주의의한계에대한고민때문일것이다.
저자칼폴라니(KarlPolanyi·1886~1964)는19세기부터20세기초까지번영을누리던자본주의유럽이어떤이유에서세계대전과경제적파탄으로이어지게되는지엄밀하게분석한다.그는인간의노동을단순히이윤의극대화라는동기로환원할수없으며,시장경제란도달할수없는유토피아적망상이라고주장한다.시장이모든것을해결해준다는시장경제낙관론은결국인간의자유와이상을파괴하는실패로귀결될수밖에없다는것이다.
폴라니의견해에찬성하든아니든도전할만한경제학분야의손꼽히는고전임이틀림없다.
◇세계의끝여자친구
김연수소설집
문학동네|318쪽|1만원
소설가김연수의소설집《세계의끝여자친구》는지난9월출간,이례적으로4만부이상팔린문학적사건을일으켰다.은인자중하던문학마니아들이순식간에일으킨거사였다.2000년대이후동인문학상등유명문학상을휩쓴작가답게평론가들의찬사도한몸에받았다.
김연수는인문주의자의지성과서정시인의음성을동시에갖춘소설가다.그의소설은한개인의삶에서서로톱니바퀴처럼물고물리는순간의생성과소멸의과정에서빚어지는작은아름다움을섬세하게그려낸다.그의소설은삶에대한아포리즘의조합이이뤄낸다.모든개인의삶은덧없이사라지면서한편의이야기를남기지만,그이야기는어떻게쓰느냐에따라서끝없이갈라지는길의연속이라고김연수소설은말한다.그길위에서인간은자신의삶을이야기하면서삶의순간을재배치하고,세계의끝을온몸으로한없이밀어낸다.
◇코드그린
토머스프리드먼지음
이영민최정임옮김|21세기북스|592쪽|2만9800
18일폐막한덴마크코펜하겐제15차유엔기후변화협약회의는지구환경을살리는문제를놓고선진국과개발도상국간의입장차가얼마나큰지를명확하게보여주었다.뉴욕타임스의세계적인칼럼니스트인저자는이책에서미국의책임이가장크다는점을다양한자료와시각을통해보여준다.
일단그는지구의이상기온현상,세계화의확산등이지구를뜨겁고평평하고붐비는지구로만들고있다고진단한다.미국이지금당장환경문제와에너지부족사태에대해본질적이면서도실행가능한대안을만들어내는데주도적인역할을하지않을경우몇년가지않아환경및에너지문제는해결불가능한지경에빠질것이라고지적하며미국의책임과역할을무엇보다강조한다.더불어저자는클린에너지,에너지효율성,자연보호전략등을‘코드그린’이라부르며미래의녹색혁명을위해인류가힘을모아‘코드그린’을실행해야할것이라고역설한다.
[동아일보선정도서10권]
◇기후변화의정치학
앤서니기든스·에코리브르
‘제3의길’로유명한영국사회학자앤서니기든스가오늘날지구촌의핫이슈인기후변화를정면으로다룬책이다.그는기후변화와환경문제는정치적으로다뤄야한다면서국가(state)의역할을강조했다.덴마크코펜하겐에서열린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맞춰나와특히공감을자아내며사람들의이목을끌었다.
◇내면기행
심경호·이가서
1200∼1900년대지식인들이남긴자만(自輓·스스로의죽음을사색하며지은글)과자명(自銘·자신의무덤에묻거나무덤앞에세울비명을미리지은것)을통해삶과죽음의의미를찾았다.백원근한국출판연구소책임연구원은“죽음에대한선인들의통찰과달관,빛나는예지가엿보인다”고평가했다.
◇넛지
리처드탈러,캐스선스타인·리더스북
올여름이명박대통령이휴가철읽기좋은책으로청와대직원들에게선물했다는사실이알려지면서더욱주목받은책.‘팔꿈치로쿡쿡찌르다’는뜻의‘넛지’를‘타인의선택을유도하는부드러운개입’으로해석했다.저자들은실수를반복하는인간들을부드럽게‘넛지’함으로써현명한선택을이끌어낼수있다고주장한다.
◇도가니
공지영·창비
광주의한사립청각장애인학교에서실제로벌어졌던성폭력사건을토대로쓴소설.저자는“야만적폭력과그것을눈감아주는지배계층들의교묘한결탁을고딕적인분위기로다뤘다”고밝혔다.정은숙마음산책대표는“진실과거짓,선과악이란보편적주제를생생하게살려낸작품”이라고말했다.
◇살아온기적,살아갈기적
장영희·샘터
암투병끝에5월세상을떠난장영희서강대영문과교수의유작수필집.사람들은이책에서희망을발견했다.장대익동덕여대교수는“희망을수혈받는에세이”라며,조영희에코의서재대표는“암투병중에써내려간한편한편의글이한줄기빛처럼삶에희망과용기를준다”며이책을추천했다.
◇상처받지않을권리
강신주·프로네시스
“무게감있는인문학적인주제를신선한구성으로풀어냈다”(임진택삼성경제연구소출판팀장).동서고금의문학가와철학자를짝지어그들의작품에등장하는자본주의를분석하는독특한글쓰기를선보인작품.‘돈’이라는소재를반복해서사용한소설가이상과돈의지배를받는인간의내면세계를탐구한독일철학자게오르크짐멜을짝짓는식이다.
◇아웃라이어
말콤글래드웰·김영사
저자는‘보통사람의범주를뛰어넘은사람’을아웃라이어로부르며성공비밀을파헤쳤다.특별한기회나문화적유산의혜택을받은사람이아니더라도한분야에서1만시간동안노력한다면아웃라이어가될수있다고저자는말한다.이명옥사비나미술관장은“성공은무서운집중력과반복된학습의산물이라는것을깨닫게된다”고평가했다.
◇우리문화재나무답사기
박상진·왕의서재
천연기념물나무들에얽힌역사와전설을소개한책.저자는“고목(古木)에눈을감고등을기대면나무가과거의현장으로안내할것”이라고말한다.그저서있는나무를관심을갖고보면역사의편린을발견할수있다는것.안대회성균관대교수는“한그루의나무에도수백년역사가담겼다는사실을실감하게하는책”이라고말한다.
◇종교전쟁
신재식김윤성장대익·사이언스북스
신학종교학과학철학등전공과관점이다른세소장학자가‘과학과종교’를주제로기독교근본주의와이슬람근본주의의갈등,인간정신의본질등에대해대화를나눴다.송기원연세대교수는“종교와과학이라는,소통되고있지못한문화의두중심화두에대한우리신진학자들의진솔하고열린마음을느낄수있는책”으로평가했다.
◇1Q84
무라카미하루키·문학동네
저자의이름값과거액의선인세로출간전부터화제를뿌리며‘하루키신드롬’을일으켰던책.집중된이목에걸맞게출간되자마자서점가의반응도뜨거웠다.문학평론가강유정씨는“1980년대를당대적사건과현대적시각으로재현하고고찰하는문제적서사”라고말했다.
[중앙일보선정도서2권]
◇자본주의를의심하는이들을위한경제학
조지프히스지음,노시내옮김,마티,395쪽,1만6000원요즘우리사회에사실(fact)은없고주장만있는듯하다.보수건진보건모두자신의울타리에갇혀있다.세종시와4대강이단적이다.진보진영은행정부처이전비용은애써무시한다.대신균형발전등의편익만강조한다.4대강은정반대로비용만강조하고홍수예방등의편익은무시한다.보수진영의행태역시마찬가지다.이런사람들에게는이책이딱이다.중요한건이념이아니라사실이라는걸강조하는책이라서다.우선진보진영의맹목적인이념에칼날을들이댄다.좌파는지구온난화걱정을많이한다.하지만온난화문제를해결하려면전기값을올리는게맞다.그래야소비를줄여전기생산에드는화석에너지의사용량을줄일수있기때문이다.그런데도좌파는전기값인상에결사반대다.저소득층이피해를본다는이유에서다.지은이는여기에사실의잣대를갖다댄다.전기요금을30%올리면소득하위20%의저소득층이추가로내는전기요금은2억5000만달러.하지만최상위20%가내야할요금은그두배가넘는5억5600만달러다.저소득층을지원한다는이유로전기요금인상을반대하지만실은부유층을더많이지원한다는설명이다.이때문에지은이는“전기요금을올려라,대신빈곤층에게는따로소득이전을해줘라”라는해법을제시한다.보수진영의허황된주장도가차없이비판한다.보수는늘세금을맹목적으로증오한다.우파단체들은매년‘세금없는날’을선포한다.그날만큼은“정부를위해일하지말고자기자신을위해일하라”고강조한다.물론정부가세금을낭비하는경우는허다하다.하지만지은이는비판해야할것은정부의낭비적행태지세금자체가아니라고한다.세금이본질적으로사악한건아니라는이유에서다.가령헬쓰클럽에회비를내면시설을‘무료로’즐기는것과똑같이국민으로서세금을내면정부가제공하는재화를‘무료로’즐기는것이라는얘기다.이책을통해합리적인주장이란과연어떤것인지를깨치는사람들이많아졌으면싶다.
◇종교전쟁
장대익외지음사이언스북스647쪽,2만2000원“종교의유통기한은이제끝나지않았을까요?종교가독점해왔던가치와의미의영역마저과학에넘겨주고있는것아닐까요?”과학철학자장대익교수(동덕여대)의질문으로시작되는이책은입장이다른세학자가주고받은과학과종교를주제로한편지와좌담내용을담고있다.다른두학자는호남신학대신학과교수이자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목사신재식교수와한신대종교문화학과김윤성교수.장교수는오늘날의과학이마음,언어와상징,인간행동등을속속해명하고있기때문에종교가권위를지닐여지는더이상없어보인다고말한다.이에대해신교수는과학의일방주의를경계한다.지동설,진화론,정신분석학,뇌과학,인지과학의도전이기독교를뒤흔들어왔지만,과학이종교의영역을모두해명할수있다는생각은,이성을신앙의시녀로삼았던중세기독교의오만을떠올리게한다는것.오히려과학의거센도전을받아내며보다겸손해진기독교가그고유의영역을지켜나갈수있다는신교수의지적에이어김윤성교수는이렇게말한다.“우리삶에는서로구분되지만그렇다고완전히분리되지는않는복잡하고모호한중첩지대가무수히많고,과학과종교는그러한중첩지대어디쯤엔가놓여있을것이다.”모든것을과학으로환원시키려는오만한과학과,과학을이해하지못하는몽매한종교를모두비판하는셈이다.제목과달리세학자들사이에전쟁은없었다.다만우리시대의보기드문미덕인지적(知的)대화가있었다.논쟁적주제인데다가현대과학의다양한성과를넘나들기때문에자칫난해해지기쉽지만,대화체편지문장에글말이아닌입말로전개되기때문에독자들도이전쟁아닌전쟁에어렵지않게참여할수있다.소통이우리시대의중요한키워드라한다면이책은단연지적,학문적소통의모범이다.더구나그소통을관전하는독자들에게도열려있는소통,즉학문과대중의소통까지성취하고있다.표정훈(출판평론가)
[KBS1TV’책읽는밤’선정도서,12권]
‘올해의책’은올해국내에서발간된저작물중우리사회의문화변동을주도한저서를추천과선정회의를거쳐뽑았다.선정분야는총4개다.
첫째,새로운시선:새로운시각이돋보이는대중적인책
둘째,눈부신역작:오랜시간에걸친저자의노력과공이돋보이는책
셋째,우리시대의논점:한국사회의변화를고민하고공감대를이끌어낸책
넷째,재미있는수작:재미있게읽히면서나름의의미를갖춘책
1.새로운시선
◇서사철학
김용석.휴머니스트새로운시선수상작
문화이론에철학적깊이를부여해왔고,이를통해개념의예술가로자리매김한철학자김용석교수의신작.이제철학은이야기의창조를위해서이야기의탐구를시작한다.
◇번역의탄생
이희재.교양인
한국어의논리보다외국어의논리를맹목적으로추종하는한국번역의현실.이를통해해방후두세대가지나도록주체적이고독립적으로생각하고행동하지못하는한국인들의언어세계의현주소를날카롭게비판하는책.
◇씩씩한남자만들기
박노자.푸른역사
1800년대후반부터1900년대초에이르는역사속한국의남성상을들추어봄으로써한국의이상적남성성이어떻게만들어졌고,어떤과정을거쳐오늘에이르게됐는지살펴보는책.
2.눈부신역작
◇로쟈의인문학서재
이현우.산책자눈부신역작수상작
모든지식분야를넘나들고통합하고자하는박식한저자이현우의문학과영화,예술,철학에대한진지한에세이와지젝읽기,그리고번역비평에관한주요글들을망라한책.
◇몰락의에티카
신형철.문학동네
시인과소설가들이인정하는젊고발랄한비평가“제2의김현”신형철.그는이책에서시와소설,근대와현대,작품과장르를넘나들며우리가한국문학과소통할수있는접점들을곳곳에마련하여저자가문학에걸고있는희망과애정,의미를권하고있다.
◇계단,문명을오르다
임석재.휴머니스트
권위있는건축사학자임석재교수(이화여대건축학과).그가계단의역사,시대의사상,건축가의시각,우리주변의생활이야기등을인문사회학적시각을바탕으로문명사의관점으로풀어쓴책.
3.우리시대의논점
◇불멸의신성가족
김두식.창작과비평우리시대의논점수상작
법조계의이단아가살펴보는대한민국사법계의진솔한풍경을담은책.저자는서울지검서부지청검사를지냈으나,검사직을사임함으로써전형적인법조인의길에서이탈한김두식교수다.이책을통해현실세계의법조를가감없이살펴본다.
◇고민하는힘
강상중.사계절
엄밀하고탄탄한학문적작업과사회적인발언으로일본사회과학계와언론에서큰주목을받는비판적지식인강상중.저자가인생의선배이자조언자로서삶에대해이야기하고있는책.
◇교실이돌아왔다
조한혜정.또하나의문화
이책은조한혜정교수가대학생들과함께,‘신자유주의’로설명되는우리시대의‘겉도는제도,헛도는삶’을어떻게극복할지를궁리해보는생생한수업의기록이다.
4.재미있는수작
◇내인생의만화책
황민호.가람기획
20세기한국만화를대표하는캐릭터의총집합.특히1940년대부터90년대까지한국만화역사의전성기시절화려하게빛났던캐릭터들이한권의책으로재탄생했다.
◇죽은왕녀를위한파반느
박민규.예담☜재미있는수작수상작
대한민국마이너리티들의영원한히어로박민규의소설.80년대중반의서울을배경으로하고있다.못생긴여자와못생긴여자를사랑했던한남자의이야기를성장소설의형식으로그린책.
◇파리를생각한다
정수복.문학과지성사
유럽근대성의수도‘파리’를통해도시공간에숨겨져있는역사와철학,문학과예술,삶의환희와비애의흔적을찾아나서는책.
[기타추천도서]
《겸재정선》(최완수·현암사)은미술사를통해조선후기의사상·정치·경제등제반분야를살핀다.
《공무도하》(김훈·문학동네)는작가가되기전30년가까이기자로뛴경험을되짚어지금이곳의이야기로돌아온작품이다.
《나는아내와의결혼을후회한다》(김정운·쌤앤파커스)는우리들이오랫동안생각해왔던,그러나어느누구도큰소리로말하지않았던,늙어감의아름다움과비루함에대해쉬운언어로설명한다.
《디지털네이티브》(돈댑스콧·비즈니스북스)는다가올시대의주요소비자이자경제주체가될디지털네이티브에대한상세보고서이고,주경철서울대교수의《문명과바다》(산처럼)는부박(浮薄)한문명론이나조악한문명비교론의함정에빠지지않고탄탄한학문적축적을바탕으로’구체적’문명사를펼치고있다.
《불멸의신성가족》(김두식·창비)은내부논리에충실한사람들만이살아남아공고히다져온우리법조계의이면을마구헤집었다.
《서사철학》(김용석·휴머니스트)은’이야기’에대한철학적접근을시도한책으로’철학부재’의시대에철학의힘이죽지않았음을잘보여준다.
《성공과좌절》(노무현·학고재)은노전대통령이’살기위한몸부림’으로서거전까지써내려간구술기록이다.
《세상에너를소리쳐》(빅뱅·쌤앤파커스)는’연예인책’에대한편견을깨고’10대를위한자기계발서’로포지셔닝함으로써출판인의고정관념에충격을가하며새로운가능성을보여준책이라는평가를받았다.
《야성적충동》(조지애커로프외·랜덤하우스)은인간의비경제적본성인공정성·자신감·부패와악의·두려움등을통해자유시장경제패러다임을넘어서는경제학적화두를던지고있다.
《일의기쁨과슬픔》(알랭드보통·이레)은현대자본주의사회속에서살아가고있는우리에게일과노동의의미를특유의진지하면서도유쾌한문체로전하는책이고,
《트와일라잇》(스테프니메이어·북폴리오)시리즈는음지의’하이틴로맨스’가진화해독서계중심을점령한특이한사례를보여준다.
◆가슴뭉클한책=파킨슨병에걸린80대어머니를7년간돌본50대후반의딸이기록한『어머니를돌보며』(버지니아스템오언스지음,부키)가꼽혔다.치매에걸린모친을돌보는자식으로서느끼는감정과고통을감정의과잉없이풀어나간점이돋보였다.또부모와자식간의관계는물론,망가져가는어머니의모습을통해삶과죽음에대해생각해볼기회를제공한다는점에서깊은울림을주는책이다.
◆시간을잊게하는책=이야기의재미를소설의으뜸가는미덕이라여기는독자라면『1Q841,2』(무라카미하루키지음,문학동네)를빠뜨릴수없다.스포츠센터강사이면서구제불능남편에대한청부살인을받는미녀킬러아오마메와작가지망생인덴고가주인공.SF적요소에노골적성애묘사가어우러지면서사이비광신도집단,가정폭력등일본사회의병리현상들을건드린이소설은‘하루키종합선물세트’란평을얻었다.
◆곱씹어볼책=우리법조계의문제점을발가벗긴『불멸의신성가족』(김두식지음,창비)은제목처럼‘불멸’은아닐지라도두고두고음미해볼책이다.법조계의이단아로불리는지은이가법조인은물론브로커,법원공무원,경찰,기자,마담뚜까지인터뷰해우리사법현실을고발했다.부조리한시스템,뒤틀린특권의식에절로탄식이나오지만지은이특유의풍자가곁들여져읽는재미도만만치않다.
◆내공이돋보이는책=기원전부터현대까지동아시아의국제관계를천착한『동아시아의전쟁과평화1,2』(이삼성지음,한길사)가인문학계의올해수확으로꼽혔다.중국과그주변국의관계를지배-종속이아닌전쟁과평화를규율하기위해창안해낸국제적규범과제도였다는시각으로풀어간이저작은세계화시대에도여전한생명력을가졌다는평가다.서울대박희병교수가18세기조선의천재시인이언진의작품세계를조명한『저항과아만』(돌베개)도주목받았다.
◆눈이즐거운책=고대그리스에서중세이슬람,중화제국을거쳐현대프렌치퀴진까지맛난음식과요리사·미식가들의이야기를다룬『미각의역사』(폴프리드먼지음,21세기북스)는생생한예술작품을삽화로곁들여읽는동안군침이돌게할정도다.색다른이야기거리가풍성할뿐아니라문명사적고찰까지더해진책은이분야의완결판으로불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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