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상)

작가의역작인[로마인이야기]마지막권(제15권)을읽고소감을적어놓은것이2007년4월22일이다(http://homenote.uasis.com).몇년간[로마인이야기]를기다리는일도즐거움중의하나였는데기다릴일이없어져약간은섭섭한기분이들었다.

몇달전저자의로마멸망이후에대한책이출간되었다는것을신문을통해알게되었는데다른책들과는달리도서관에목록이오른것은얼마되지않았다.대부분의책은소개되고오래지않아들어오는데유독다른책들에비해많이늦었다.

사실11월말시카고학회참석하기전날,이책을가져가읽고싶은생각에모처럼구입할생각을하였다.그며칠전확인하여책이아직들어오지않았다는것을알고있었지만마지막으로확인할생각에도서관홈페이지를방문하여검색하였더니[상권]만이지만책이들어와있는것이아닌가.도서관들를시간은지난터라이책은여행다녀온후읽기로하고다른책을들고갔었는데내용이그리마음에들지않아다읽지못하고아직도진행중이다.

다른사람들은어떻게생각하는지모르지만저자의책은사람의마음을이끄는매력이있다.특히[로마인이야기]가그랬다.[로마인이야기]읽는중간에저자의다른책도몇권읽었지만[로마인이야기]와는또느낌이달랐다.이런느낌이드는것이저자의힘인지,아니면역자의힘인지는잘모르겠지만적지않은분량의저자의책을읽는데는많은도움이되었다.

[로마인이야기]마지막권을읽고난후에도많은책들을읽었지만책을읽기시작하면서내가책을잘골랐다는생각과함께흐름이자연스러워책읽는것이부담스럽지않은느낌은오랜만이다.

이책은중세의일부,특히전기를다룬책이다.로마멸망이후지중해를중심으로둘러싸고있는세계는어떤상황이었을까?

저자는목차가나오기도전에지면을할애하여‘해적’에대해설명하고있다.왜서두부터‘해적’에대해설명을하는가싶었는데이책은말그대로해적에관한이야기이다.중세전기지중해는해적을빼놓으면남는것이없어보인다.

동로마제국의황제유스티니아누스시대에이탈리아반도를포함하여북아프리카를다시탈환하여전같지는않지만세력을확장하였다.그러나오래지않아이탈리아반도에랑고바르드족이남하하여이탈리아반도는두세력이누더기처럼나눠갖는형태를보인다.그러는사이서기570년에아라비아반도의메카에서무함마드가태어나고포교를시작한613년부터632년에죽을때까지아라비아반도의절반이이슬람화된다.이슬람교는급속도로세력을확장하여북아프리카의로마제국영토를차지하고이베리아반도까지차지한다.

북아프리카를차지한후차분하게경작하는체질이아닌이슬람교도인사라센인들은지중해북쪽을차지하는이탈리아,특히서남부및프랑크왕국의남쪽을대상으로해적질을주업으로삼게된다.사라센인들로서는자신들의종교인이슬람교를위해서도적들인기독교도들을살상하는것이정당화되어있었기때문에아무거리낌이없었을뿐아니라갈수록직업화되어많은사람들이해적과연관된일을하게된다.그러나지중해북쪽해안에살고있는기독교도들은제국으로부터세금만내면서해적들로부터적절한보호를받지도못하는불쌍한신세가된다.재물을약탈당하는것뿐아니라납치되어평생을노예로사는경우가늘어나게된다.즉로마제국이멸망한뒤지중해를사이에두고기독교와이슬람교라는일신교들이맞서게되지만기독교측에서는이슬람교도들에의한해적질에수백년동안무방비로노출된셈이다.할수있는일이라고는망루를세워해적들이오는지여부를조금이라도빨리알아내어도망치는방법말고는없었다.해적들은점차세력을넓혀이탈리아반도밑에있는시칠리아를정복하며이를근거지로삼아이탈리아반도의서안전체를대상으로해적질을하게된다.

교황이살고있는로마근처까지도침범하게되나맞설수있는군사력을갖고있지못한교황으로서도대책이없다.프랑크왕국이나비잔티움왕국에도움을요청하지만실질적인도움을받지못한다.일부도시들의교역이발전하면서해군력을키우지만필요에따라서는사라센인들과협상을맺고해적질을하지않는대가로거액을건네기도한다.로마교황이나비잔티움왕국마저도거액을건네고일정기간해적질을하지않도록협정을맺기도한다.

당시아말피,피사,제노바,베네치아등해양도시국가들은북아프리카의이슬람교도들과교역을계속하였다고한다.교역품들을보면이슬람교도들의해적질에필요한품목들이포함되어있는것을알수있다.교역을통해도시국가들은돈을벌어,해적을막고노예를사오는돈을지불하고,사라센인들은돈을주고자재들을수입하여해적에필요한배를만들어노략질과사람들을납치를하고,노예들은돈을받고파는구조가된셈이다.이런상황은일부이기는하지만오늘날에도존재하는일이다.

책을읽다보면해적이닿을수있는곳에살아야만하는당시의서민들만죽을노릇이었을것같은생각이든다.바다를생활근거지로하며해안가에서어렵게사는사람들이주로납치가되었다고하며실제로납치되어노예로팔려간사람들중에이름이알려진이는거의없었다고한다.

수백년을두고이런상황이계속되는가운데해적질은기독교측의세력이세지거나이슬람교측의내부문제로가끔잠잠해지는경우를제외하고는계속되었다고한다.이러는사이이슬람교측과기독교측사이에해적이아닌해상에서군사적인충돌이있었기는하지만이슬람교측에서별로승산이없어보이자정식군사적인충돌보다는치고빠지는해적질에주력하게된다.그사이에는십자군전쟁이진행되고,또수도회와기사단중심의노예구출을위한운동이전개된다.

일부수도회와기사단은노예를구출하기위해군사를동원하는것이아니라돈을마련하여이슬람교도들로부터돈을주고기독교인들을사오는식이었다.사라센인들이해적질로사람들은납치하면기독교인들이돈을주고찾아오는식이다.이런방식으로상당한수의노예들이돌아올수있었다고한다.그러나해적들에게는사람들을납치하면돈을벌수있다는생각을심어주게되어악순환의연속이된부분도있다.노예를구해오는일이한두번에그친것이아니라수백번씩진행되면서자금이부족한경우에는수도회의수사나기사단의기사들이자청해서노예대신인질로잡혀있겠다고청하고이슬람측에서도허락했다는것을보면돈주고노예를구해오는일이꽤사업화된느낌을받았다.노예를구출해오는일이서기1779년까지이루어졌다고하니꽤오랜세월납치가계속된셈이다.

이책에부제가붙어있지는않지만붙이자면‘해적’이될것이다.

책의맨뒷장에책내용일부가적혀있다.

“사라센해적은검은바탕에하얀해골을물들인깃발을돛대에높이내걸고습격해오는것도아니고,이슬람교도의배라는것을보여주는초록바탕에하얀반달이그려진깃발을내걸지도않았다.망원경도없는시대,접근해오는선박의실체를한시라도빨리알아내려고망루위에서필사적으로눈을부릅뜨는파수꾼의심경을동정하지않을수없다.중세전기,즉서기1000년이전에살았던지중해서부의서민들은해적에게납치되어평생을이슬람교도의노예로살고싶지않으면스스로자위책을강구해야했지만,그들이의지할수있는자위책이란이정도가고작이었다.‘암흑의중세’라고후세의역사가들은말한다.한편으로는중세가암흑시대는아니었다고주장하는학자들도있다.하지만적어도이탈리아반도와시칠리아사람들에게그들이살았던‘중세’는암흑그자체였다.”

이책의마지막부분에는해적들에게주로피해를입은이탈리아반도의서부지역의망루사진들이포함되어있다.지금이야멋있는고대의건축물로보이지만당시해안가에살던사람들로서는해적에대한유일한대비책인셈이다.이망루를‘사라센의탑’이라부른다고한다.

137쪽중에서

수도원은어디나표적이되었지만,남이탈리아에서가장유명한수도원은성베네딕투스가창설한몬테카시노수도원이다.산위에있어서충분히방위할수있지않았을까싶은이수도원도금화3천냥이라는막대한돈을치르고불타는것을면했다.하지만한번돈을내면또다시표적이된다.중세전기는수도원의시대라고해도좋을만큼지방마다대규모수도원이있었는데,사라센해적에게공격당하는일이거듭되면서수도원도요새같은구조로바뀌어갔다.기도하는곳이어야할건물이점점군사적인외관을띠게된것이다.

147쪽중에서

교황의필사적인요청과설득도모든방면에서성과를거두지못했다.그동안에도사라센해적의만행은계속되었다.교황은종교를우선하여신자들의고통을방치할것인가,아니면우선신자들을구하기위해예수그리스도에게잠시고개를옆으로돌려달라고부탁할것인가,둘중하나를택해야했다.

교황은후자를선택했다.1년동안이탈리아반도서해안을약탈하지않는다는조건으로사라센해적들에게교황청에서주조한은화를2만5천냥이나지불한것이다.

356쪽중에서

(납치된)유일한유명인사는[돈키호테]를쓴세르반테스다.이사람은서기1571년에‘레판토해전’에참전했다가한쪽팔을쓸수없게되었지만,고향인에스파냐로돌아가는길에해적에게붙잡혀알제의‘목욕장’에서2년동안노예생활을하게된다.아직스물여덟살이었던세르반테스는한번탈출을시도했지만실패하고,두손과두발이모두쇠사슬로묶인요주의죄수가되어버린다.그래도자유를되찾을수있었던것은‘구출수도회’가되산노예들가운데하나였기때문이다.[돈키호테]는그후씌어졌으니까,세계문학사를장식하는세르반테스도당시에는무명의가련한사람에불과했다.즉수도회와기사단이구출대상으로삼고있었던서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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