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부부의한국신혼여행1904:저널리스트차벨,러일전쟁과한국을기록하다
루돌프차벨지음
이상희옮김
[러일전쟁중에떠난나의한국신혼여행]이원제인이책은1904년독일출신의언론인인루돌프차벨이러일전쟁을취재차신혼여행을겸해대한제국을방문하여쓴기행문이다.그는종군기자직을청탁받고일본군진영에서러일전쟁을취재할예정으로일본으로향하게된다.종군기자직이매력적이라기보다전쟁과같은상황속에서한나라의정치경제적실상이훨씬적나라하게드러난다는점,마찬가지로평시보다는전시에그국민성을쉽게간파할수있다는점등이그를일본으로향하게한다.차벨부부는유럽을떠나페낭-싱가포르-홍콩-요코하마에도착한다.
종군기자로서일본에도착하였지만일본정부는전선으로쉽게보내주지않아많은기자들이무작정대기하고있는상태에서저자는호텔이아닌다른거주지에서생활하기위한준비를한다.이번이세번째일본방문인그는일반서구인들이가진일본에대한환상보다는실상을어느정도이해한터이다.
“두눈을똑바로뜨고,무엇보다규방이야기로독자들을즐겁게해주는책이나공손하게굽실되는사내들로득실거리는책들일랑저멀리던져버리자.거기서일본민족고유의사상과정서를배우기란절대불가능한일이다.이같은부드러운맛에한참을길들여진데다동아시아문제에있어너무오래영국의뒤꽁무니만쫓아다닌결과,정작우리자신은손해를입게된것이다.”85쪽
차벨부부는언제출발할지불분명한상태에서계속호텔생활하는것이부담스러운차에요코하마외곽의집을한채얻어뒤늦은신혼생활을시작한다.그는종군기자명단에자신의이름을올리기위해도쿄의독일공사를방문하지만늦게도착한그로서는여의치않다.자신에대한독일공사의비우호적인대우에대해매우불쾌한감정을기술하고있다.또한일본이독일로부터많은것을받아들였으면서도독일에대해특별한대우가없는것에대해서도불만이고,독일제국에대한자부심이대단해보이는저자는일본에대한독일의저자세가못마땅하여이곳저곳에불만을기술하고있다.저자의성격이매사에깐깐하다는느낌을주기에충분하다.
챠벨부부는기다리는동안조선여행을하기로하고원산으로가기를원했으나배편이마땅치않아부산을거치게된다.조선을처음방문한차벨의눈에조선은이미일본인이주인행세를하는것으로비쳐진다.
저자는중간중간조선을가운데두고일본과러시아의이해관계에대해기술하고있다.러일전쟁은일본이러시아로하여금전쟁을불가피하게일으키도록한것이라는것이저자의설명이다.동북아를여행한경험에언론가다운시각이보태져동북아정세에대해나름대로판단을하고있는것이다.다른책들과마찬가지로이책에서도조선은주인공이아니다.
“일본인의공손함이란늘미묘한사안이었다.일본인은굳이필요를못느낄경우,특히자신보다아래여서무시해도좋다고판단된이방인에대해서는무례하기로첫째가는사람들이었다.한국인들에게는아직도훌륭한중국식교육의흔적이엿보였다.형식적으로굽실대는일본인의공손함에비하면중국에서접하는공손함이란훨씬진솔했다.”191쪽
차벨은부산에서원산으로가는배편이없어기다리다가경부선이뚫려있는곳까지기차를타고내륙으로들어간본다.경부선철도를서울과부산에서각각시공을하여중간에서만나도록설계한것이다.당시70km를2시간30분에달렸다고하니시속30km쯤된다.요즘은서울서부산까지갈수있는시간이다.낙동강골짜기에있는마을을방문한차벨은이곳에서아낙네들의옷차림에대해기술하고있는데젖가슴을훤히내놓은사진이함께실려있다.전에신문에서이와같은옷차림에대한기사를본적이있다.일본인들이기생들에게돈을주어젖가슴을내놓고찍도록하여우리를비하하려고한것이라는의견이었다.그러나전부그런것은아닌모양이다.아낙네들이외출할때장옷으로전신을가리기도하지만일반백성들은자유로운의상에노출도가능한일이었는지모를일이다.
마침내차벨부부는부산에서배편을구해동해안을따라원산으로향한다.배에대한묘사는배를앞에놓고보고있는듯하다.주방과선실이너무지저분하고같이동승한일본인들의무례,그리고거친바다로인해즐겁지않은항해가된다.
원산에도착해차벨부부는바가지를씌우려는호텔을피해집한채를하루1불에빌려머문다.원산도부산과마찬가지로일본인거류지가분리되어있었다.한국인의원산에대한기술이다.
“흙먼지로가득한데다비까지오면진창으로범벅되는곳!잿빛갈대로지붕을인낮은초가집,먼지때에가려그은피부가아주살짝드러나보일뿐인벌거숭이아이들,추한아낙네,지게를맨지저분한짐꾼들,새끼줄로어깨에메는이지게란것은걸려넘어지기라도하면등에상처를입히는무기로돌변했는데,이들을넘어뜨리기위해서는그저뚫어지게쳐다보는것만으로도충분했다.”239쪽
원산에서서울까지육로여행을떠나기위해준비를하던중원산만한편에살던영국인을모자를만나게된다.하는일은분명하지않지만유럽식으로꾸미고귀족같은생활을하는데초대받아잠시나마고국에머문느낌을받는다.또한원산에거주하고있던유일한독일인이며한국말을할줄아는만하이머씨의도움을받는다.유대계독일인인만하이머씨는30여년전한국해안으로표류해온이후줄곧여기머무르며해관에근무하다결국원산의항만장을맡아일하고있었다.
원산에서차벨부부는두명의일본인의감시를받는다.러시아와의전쟁중이어서그런것인지,아니면통상적인것인지분명하지않다.차벨부부는어렵게일꾼과조랑말,당나귀등을구해원산을떠나서울로향하게된다.중간중간멈춰서는짐꾼들을다그쳐첫날저녁안변에도착한다.이곳주막에서바닥이뜨거운온돌을처음경험한다.만하이머씨는러시아의침범에대비해부인을안변근처의석왕사라는절에머물게하고있었다.만하이머씨의연락으로첫날만찬을준비해놓았지만결국석왕사에못미쳐첫날밤을지낸셈이다.
원산에서차벨부부를감시하던일본인두명은여행에도따라나서그들을감시한다.내내짐꾼들의게으름에일정을맞추기가어렵다.이시기의다른책에서도짐꾼이나일꾼에대한불평들이있는것을볼수있는데비슷한내용들이다.그러나이들중젊은편인3명의짐꾼은차벨의마음에들어서울까지동행하게되고,나머지통역과짐꾼세명은중도에계약을파기하고돌려보내게된다.여행하면서거친곳은평강,철원등이다.차벨이한국사람들에대해칭찬한곳이드물기는하지만몇군데서보인다.
“개울물을이용해논에물을대는이마을주민들의솜씨는실로대단했다.감탄할만한관개시설이아닐수없었으니한국농부들의부지런함이엿보이는대목이었다.솔직히해안지역의한국인들은유약하고게으르고미덥지못한인상을주었지만,이곳내륙지방에서는그같은판단을여러모로수정하지않을수없었다.잊지말아야할점은한국에서는농민들이나라살림의근간을이루고있으며가뜩이나재정이열악한이나라의주세금원이라는사실이다.”390쪽
차벨부부는양주의불국산(불곡산)옆을지나면서산사진을남겼는데내가전에도봉산에서찍은불곡산과비슷하면서도약간다른모습이다.9일간의여행끝에서울에도착한다.그러나며칠되지않아차벨은이질에걸리고서울에서의계획한일을취소하고서는제물포에서배편으로부산-일본을거쳐귀국한다.
위의사진은책에나온불곡산(불국산),아래사진은지난도봉산행시정상에서찍은불곡산전경이다.
산의앞뒤가틀릴수있으나전체적인느낌은비슷하다.
이책의마지막장은“12.한국‘독립’의역사”이다.이장에서는러일전쟁전에러시아와일본이한국을두고조약을맺기위해오간내용들이소개되고있다.저자의의견도포함되어있다.러일전쟁개전2주지난1904년2월23일한일양국이서울에서맺은한일의정서도소개하고있다.
한일의정서
대일본제국황제폐하의특명전권공사하야시와대한제국황제폐하의외부대신임시서리인육군참장이지용은각각필요한권한을위임을받아다음조항을협정한다.
제1조.한일양제국간에항구불역의친교를유지하고동양평화를확립하기위해대한제국정부는대일본제국정부를확신하고시정개선에관해그충고를수용한다.
제2조.대일본제국정부는대한제국황실을확실한친의로써안전강녕케한다.
제3조.대일본제국정부는대한제국의독립과영토보전을확실히보증한다.
제4조.제3국의침해나내란으로인해대한제국황실의안녕혹은영토보전에위험이있을경우대일본제국정부는속히필요한조치를취하고,대한제국정부는이러한대일본제국정부의행동이용이하도록충분한편의를제공한다.대일본제국정부는전항의목적을이루기위해전략상필요한지점을언제나수용할수있다.
제5조.대한제국정부와대일본제국정부는상호승인없이는본협정의취지에반하는협약을제3국과체결하지않는다.
제6조.본협정에관계된미비한세목은일본제국대표자와대한제국외부대신간에임기하여협정한다.
경술국치6년전이미대한제국은허울만남은셈이되었다.
차벨은한국‘독립’의과정을다음과같이적고있다.
1단계.한국은청과조공관계에있다.
2단계.청에자문을구해한국내정에대한책임을거부한다는사실을확인한일본은청의관여없이한국의독립을인정하는조약을직접한국과체결한다.
3단계.청일양국은상호협정을통해한국에서분란이발생할경우군사적으로개입할권리,또이를위해상대국과같은수의병력을동원할권리를확보한다.
4단계.전쟁에서승리한일본은시모노세키강화를통해청에게한국의독립을인정하도록한다.
5단계.한국에서러시아의영향력이커질것을우려한일본은러시아와수차례협정을맺음으로써양국이한국에서동등한영향력을갖게끔노력한다.
6단계.일본은한국의독립과영토보전,또한국에대한일본의우월적이익을인정하고,한국이러시아의이익범위밖임을선언하도록러시아에게요구한다.
7단계.일본은한국을군사기지로이용하고,무기력한한국정부에게합병이나다름없는조약에서명하도록한다.하지만한국의독립과영토보전이유지되는것처럼교묘히포장함으로써,국제법상두자주국사이의조약이그합법성을부여받은것처럼,일본이한국정부의업무를인수하는것또한합법적임을주장할구실을마련한다.
8단계.일본은한국정부가조약을통해다른열강과의외교업무를일본에양도했다는이유를내세워,열강들에게한국에서공관을철수할것과앞으로한국과관련한외교업무를도쿄주재공관을통해직접일본과처리할것을요구한다.이는서울공관을철수시킴으로써한일간조약에명시된양국의새관계를조약열강들도인정했다는주장을하려는속셈이다.
당시한국을방문한여러사람들은우리산하를여행하면서대개비슷비슷한느낌을남기고있다.게으른백성들에대한이야기,그러나기회가주어지면충분히근면히일할수있는민족이라는생각을적고있다.오랜세월양반의등쌀에일그러진삶을살아온탓이라는것도알고있는듯하다.우리를방문한그들은어느정도정치에눈뜬사람들이어서나름대로당시의정세에대한의견을적고있는데차벨은종군기자이면서여러기행문들을남긴사람답게마지막장에당시의흐름을나름대로정리해놓았다.8단계로일본의야욕을정리해놓은것을보면정치를보는눈도꽤밝은듯하다.
문제는한여행가가9일간한국을여행하면서남길책마지막에당시의정치상황을나름대로정리하고있고,그전에도“그들이본우리”시리즈에서여러사람들이꽤정확하게정세를분석하고있다.그렇다면우리는그많은인재들이왜이런일들을예측하지못했을까?항상느끼는이야기지만내가주로읽고있는1890년대상황만으로는이해하기어렵다는것이내생각이다.그보다3-40년전,아니면1800년대초부터대외상황과연계하여공부해야이해가확실히될것같다.이책의의미는다른책들과다르지않은여행기보다는마지막장에있는정세에대한분석인셈이다.
갈수록책읽는일이쉽지않다.제일큰원인은주위환경때문이다.인터넷,TV등이책읽는데제일방해된다.주말마다하는산행도한이유라면이유이다.도서관에서대출받은지오래되었는데차일피일미루다반납일이가까워져밀려읽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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