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의 눈보라(2010-33)

유난히밖이어두워보니구름이가득하다.밖을나서니생각보다날씨가그리춥지는않다.전철역에는나말고는다른등산객이보이지않는다.전철안에도유난히승객이적은편이고도봉산역에내려일부러둘러보아도등산객이두세명뿐이다.

도봉산역밖을나설때까지는몰랐는데밤사이눈이조금내렸는지사람발길이뜸한곳은하얗게눈이쌓여있다.그동안은등산전날날씨를한번확인하곤했는데오늘날씨는확인하지않았다는생각이떠오른다.날씨확인하였더라도별차이는없었지싶다.

산입구에들어서는데조금씩눈이날린다.그렇지만싸락눈이라어두운날씨에눈에잘보이지는않고등산로주위에가득쌓여있는낙엽위로소리만요란하다.

지난주낮등반시의복잡한것과는정반대로한사람보이지않는다.올라갈수록싸락눈은오락가락하더니선조대에오를때즈음에함박눈으로바뀌어선인봉이잘안보일정도로눈발이날린다.움직이지못하고한동안서있는데잠깐사이에등산로에는눈이쌓인다.등산로가미끄러워도올라가는것은비교적어렵지않지만내려가는것은전혀다른일이다.아이젠을준비하지못했다는생각이들자내려가야겠다는생각이든다.

잠시사이에눈발은다시잠잠해져선인봉너머북한산의백운대도뚜렷하게보인다.긴시간은아니었지만등산로는눈으로하얗게포장해놓은것처럼보인다.주로바위로되어있는등산로는여간미끄러운것이아니어서조심스럽다.많지않은눈이지만기대치않게제대로된눈을맞은셈이다.그것도도봉산선조대에서앞이잘안보일정도로눈발이날리는것을보는것은쉽지않은일이다.눈길을확인해가며조심스럽게내려가는데거의다내려가도록한사람보이지않는다.긴시간은아니지만도봉산을혼자머물다나가는셈이다.소리라고는가끔내리는싸락눈에놀란낙엽들,그리고이름모르는산새들뿐이다.웬만해서는나무에봄이오도록매달려있는단풍잎중에서일부는내리는눈을품고있다.싸락눈이라작은구슬을담아놓은듯하다.

산입구로갈수록등산객이조금씩늘어난다.이날씨에신선대밑에서막걸리를파는아저씨는항상그렇듯이맨발에검정고무신차림으로들어서는것이보인다.안면이있는가게주인이한마디하는소리가들린다.“오늘도맨발에고무신이요?”막걸리아저씨는대답은없이미소를짓고는산으로들어간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