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의 독일인 의사 분쉬

리하르트분쉬지음

김종대옮김

(2005년1월에정리)

한국베링거인겔하임(제약회사)은대한의학회와공동으로1990년부터“분쉬의학상”을제정해시상하고있다.이회사의홈페이지에소개되어있는분쉬박사의소개를보면‘구한말,고종황제의시의(주치의)로내한하여당시의료수준이열악했던이땅에서양의학을전파한국내최초의독일인의사리하르트분쉬(RichardWunsch)박사의업적을기리는뜻에서명명되었다.’라고적혀있다.

현재내가알기로는국내에서매우권위있는의학상으로인정받고있으며작년에는개인적으로아는교수님께서이상을수상하여수상식에참가한적도있었다.그당시분쉬박사가언제,어떻게우리나라와인연을맺은분인가궁금했었는데마침병원도서관에이책이있어읽어보았다.책의구성은분쉬박사가가족이나친지에게보낸편지,일기등을정리한것으로되어있다.

분쉬박사가국내에오게된동기는지극히개인적인것으로서조선에대한애정과사전지식을가지고온것은아니었다.책의처음에서분쉬박사는여자친구에게보낸편지에서조선에가게된동기를다음과같이적고있다.

‘아무튼거기서한국어를배워야할테고,시의로서공적인활동외에도개인자격으로개업을할수있다고합니다.한국인,일본인,그리고한국에와있는유럽인이나미국인들이제게치료를받을수있겠지요.여기서는금전적으로쪼들리는데다일은어렵고진급도느려고생이지만,한국에가면적어도생계는해결되리라생각해서궁리끝에그렇게결정내렸습니다.’(15쪽)

지위는고종황제의시의라고되어있으나책의내용으로보아고종황제를알현하는것도자유롭지않았으며진료에적극적으로임하지못한채국내를떠난것으로되어있다.이러한관계인데도왜분쉬박사를시의로초청했는지가궁금해지는데이에대한구체적인설명은없다.생각으로는당시에고종황제주위에많은외국인자문관이있었는데시의도한명필요하다고건의한결과들어왔으나고종황제도외국의의학에대한내용을모르고,궁내의여러정치적인,제도적인문제가분쉬박사를겉돌게한것이아닌가싶다.

전체적인내용으로볼때분쉬박사가한국에대한개인적인애정이많았다는내용은보이지않는다.유럽에서온의사의눈으로는미개한동양의한나라로비친것으로보이며일본,일본인과비교해서도여러차례비하하는표현을쓰고있다.또한국내에머문지도4년여밖에되지않는다.물론분쉬박사는여러여건이제공되면여기에서진료를계속할마음은있었지만국내사정이그리되지않았다.

개인적으로이책에서기대한것은역사책으로는볼수없는당시우리선조들의의학에대한상황을조금알수있지않을까했는데분쉬박사의개인적인일상사가내용의대부분을차지하고있다.아래에기술한것은책내용중일부(우리의옛날사회상)이다.

‘공식역관을한사람배정받았는데,이양반이풍기는배추냄새는지독했지만(반쯤상한듯한채소류를이곳사람들은아주맛있어하며많이들먹고있습니다)이냄새에어느정도익숙해졌고–’(35쪽)아마김치를말하는것같다.

‘요즈음길에서는참외를무더기로내놓고파는데,한국사람들은참외를마구먹어누구를막론하고설사를합니다.길도처에서설사하는광경을볼때엔식욕이싹가십니다.’(74쪽)다른곳에서도아무데서나배설한다는표현을본적이있는데배설물을큰길에서도흔히볼수있었던것같다.

‘한국인의사6-7명이날마다황제를치료하고있습니다.이의사들은황제의양팔을매우진지하게진맥하는데,진맥이끝나면1/4리터나되는괴상한약을마시게하는것으로진료를마칩니다.’(79쪽)아마도조선말한의사들이진료하는것을보고설명한것으로보인다.

‘이번에는천연두가꽤많이퍼졌습니다.위생주의조치에는아랑곳하지않고천연두환자들이길에나돌아다니는것을볼수있습니다.아이들이한꺼번에죽어가는데,미신때문에시체를매장하지않고짚과광목으로싸서성문앞에있는나무에걸어둡니다.’(81쪽)분쉬박사는여러차례에걸쳐위생관념이전무(병의파급원인등에대한)한것에대해이야기를하고있다.

‘제가차린진료소는잘되고있습니다.환자가매일서른명이상찾아오고있으며그들에게약을지어줍니다.그러고도백치처럼무지한한국정부는보조금을한푼도주지않습니다.찾아오는환자들대부분은약값을치를돈조차없는지경이랍니다.이런저런사람들을돕는마음또한값진것이겠지요.’(134쪽)당시사람들이진료를받고돈을내지않는다는것을여러차례지적하고있는데아마돈이없거나당시선교사들이돈을받지않고진료해주었던것이습관화된것으로보인다.

‘어제저녁에황태자비가원인이밝혀지지않은수종(水腫)으로사망했다.70여명의의사들이그녀를치료했는데그가운데어느정도지식을갖춘사람은단한사람뿐이었다.그런데그사람의말을듣지않아그런결과를낳고말았다.의사들은황태자비가임신했다고주장하면서황태자비와황실에아부만한것이다.’(226쪽)

저자는황제의시의로서직접황실사람들을치료할기회를자주갖지는못했지만그당시황실과밀접한유럽및미국인들과친분이있어황실내에서일어나는일들에대해비교적많이알고있었던것으로보인다.황제(고종)와황실,조정의일에대해서는매우부정적인생각을가졌던것으로보인다.우리나라가망해가는시기여서분쉬박사의질책이나비판이마음에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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