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 그 사이의 한국

앙드레슈미드지음

정여울옮김

우리역사에서가장암울한시기중일부인19세기말20세기초.조선왕조의힘이빠지면서백성들의구심점이없어지고일제의식민시대로접어드는무렵우리는어떻게민족의식을가지게되었는가?

19세기말,그시대에대한의학적인상황에대한궁금증으로여러책들을읽었지만주로는당시우리나라를방문한외국인들이쓴여행기들이다.백성들의삶을그대로볼수있는자료가되기도하거니와특히의학적인인식이어떠하였는지는알수가있었던좋은경험이었다.

왕조시대의백성에서민족의식을가진시민으로전환하는과정을그린이책은당시상황을이해하는데좋은기회를제공해준다.그런데이책도지난번에읽은‘한글의탄생’처럼외국인이저자이다.이책을읽은후전에소개한<국화와칼>이라는책생각이났다.일본을한번도방문해보지않았던저자가일본에대해깊은지식을담아낸것에놀랐는데우리의근대사에대해이렇게깊이있는내용을외국인이쓴저서로읽게되니비슷한느낌이들었다.

세계적인관점에서보면백성이아닌국민,또는시민의관점에서무지한부분을어떻게계몽해야하는가?

우리는어떻게일본이나서구를쫓아갈수있을까?

국가를잃어가는시절,국가를앞세울수없는상황에서어떻게우리를하나로만들어야할까?

당시시대를앞서간지식인들은수많은고민을했을것이다.특히신채호의깊은고민을보여준다.

책내용중에는이블로그에소개한이사벨라버드비숍여사의여행기<조선과그이웃나라들>이야기가나온다.책내용중에소개한시베리아에이주한이주민들에대한비숍여사의평에대한것이다.짧은내용이기는하지만당시사람들도이내용에주목한대목이나온다.시대는달라도느낌은같이가지고있다는것을느끼게해준다.

이책에대한평을제대로할수있는능력은없고,다만읽은내용중에서메모해놓은부분을소개하고자한다.

책내용중에서

민족주의와식민주의는서로모순되는정치적목적을가지고있음에도불구하고,근대자본주의를승인한다는점에서민족문화에대한역사적이해와접근에서많은공통점을가지고있다.일본이생산한한국관련지식은대부분한국지식인들이민족을사유하며사용한바로그단어,‘문명화’라는틀속에서형성되었다.

1905년을사조약이체결되기이전10년동안명목뿐인독립을유지하면서,한국의저술가들은일본전문가의권위를빌리지않고도자신의논점을강화할수있는효과적인방편으로일본에서생산된지식을사용했다.이러한지식의교류가사전공모속에서일본의이해관계와얽혀있었던것같지는않다.다만한국으로서는‘계몽과문명화’에대해일본과동일한약속을공유하는것이주권을공고히하는것처럼보였던것이다.그러나일본에서생산된지식이한국의판단처럼악의없는것만은아니었다는것이곧밝혀지게되었다.

72쪽중에서

한국사에대한일본측의영향력으로인해더더욱한국의역사가들은‘문명과계몽’이라는미궁에서벗어날수있는민족의새로운구심점을개발하게되었다.이러한관점에서<대한매일신보>의사설을담당한신채호의작업이중요하다.5장에서설명하는바와같이,1908년신채호는이런문제들에대한해법을제공하는새로운역사해설을내놓았다.신채호는민족에대한국가중심적정의에서벗어나종족적인정의를채택했다.이것이‘민족’개념의등장이다.또한조선왕조에서시용한부계중심의가계도와유사한방식으로대대로내려오는역사를창조하기위해단군신화를강조했다.—중략—신채호는민족을역사의핵심에놓음으로써의도적으로왕실중심의유교적사관에서거리를두었다.이렇게함으로써그는한민족의역사를중국과무관하게만들었고,민족의독자적인행동을유일한기준으로삼아민족을자주적인주체로창조했다.이것이중화주의해체의마지막단계가되었다.77쪽중에서

한국의각신문은향촌방방곡곡에서일어나는이러한의병전투들을주시하면서독자들에게수많은의병관련기사를제공했다.비록편집자들이의병지도자들의애국심을향해어느정도의연민을보이기는했지만,그들은기본적으로의병의전략에대해비난하는태도를유지했다.왜냐하면의병지도자들이폭력을사용하는것은편집자들의문명화전략,즉교육을최고의수단으로삼아민족을구원하는미래상과충돌하는것이었기때문이다.135쪽중에서

을지문덕에대한매우긴위인전을쓴신채호는을지문덕을소개하면서자신이고구려의장군인을지문덕에대해알게되었을때의체험이일종의영적인현현(epiphany)과비슷했다고고백하고있다.역사학자이자언론인이기도했던신채호는,자신이을지문덕의행적을듣기전에는한국사는오직끊임없는외세의침입으로점철되어있을뿐이라고생각했다고한다.중국이한마디만해도조선의위축된왕실은꼼짝없이그명령을받아들여야했던것이다.신채호의표현에따르면,조선의역사는조선인의심성자체가본래‘열등하고나약한’것으로서술되었다는것이다.그러나을지문덕을알고나서,그의생각은이렇게바뀐다.

나의영혼이동요하며나의용기가용솟음쳤다.하늘을향해얼굴을들어올리며,나는외쳤다.“바로이것!이것이우리민족의본성이다!그런것이다!과거에도현재에도이토록위대한성격과행적을우리와겨룰만한나라는없었다.이렇게강하고용감한것이바로우리민족의본성이다!”

176쪽중에서

<독립신문>은역경이나태극도설에기대고있는전통적지식의신봉자들이한국고유의창조성을질식시켰다는죄목으로혹평했다.<독립신문>은이러한경전의지식들이한국을불확실하고타율적인정치상황속으로몰아갔다며비판하기도했다.—중략—신문필진의눈에는‘사서삼경’과같은경전은그저‘중국의지식’에지나지않았던것이다.그러나그들이간과한점이있었다.그들이국가의상징으로선택한태극과사괘역시그들이그토록‘쓸모없다’고탄핵했던중국의지식과밀접하게연루되어있었다는점이다.그러나그들은이사실에대해서는침묵한채태극기의힌바탕과함께태극문양과사괘문양이새로운한국을상징하고있음을강조했다.

214쪽중에서

이렇게일본을대놓고폄하하고서양과직접접촉하라고강조하는한국의기자들은자신들이보편적이라고가정한서양문명을접하는데일본이중요한중개자가되고있다는사실을숨겼다.미국으로유학을간최초의한국인유학생유길준은매사추세츠주살렘외곽에있는거버너더머아카데미(GovernorDummerAcademy)에서1년남짓시간을보낸후한국으로돌아와그유명한<서유견문>을집필하고1895년에출간했다.—중략—하지만이책과유길준의전스승인후쿠자와유키치가저술한일본저서,<서유사정>과의관계에대해서만큼은명확한언급을하지않았다.<서유견문>에서미국과프랑스,독일등의나라에관한부분은유길준이여행하며직접관찰하고서술한것으로보이나.세계의인종이나환율의기본,서양종교의역사,박람회와전시의형태에관한좀더포괄적인정보를다루고있는이책의처음5분의4에해당하는부분은거의후쿠자와의저서에서도움을받은것으로보인다.이두저작을면밀히비교한이광린은<서유견문>의주요부분에해당하는두장의약50퍼센트가량이약간의부연설명과세부사항을제외하고는<서유사정>을거의그대로베낀것이라고언급했다.271-273쪽중에서

그는(하타다다카시)한국의외세에대한의존을두가지측면에서논한다.즉한국은처음에는일본에,그리고19세기말까지는중국에의존했다는것이다.—중략—다시한번양반을내세우면서식민주의자와민족주의자는모두‘의존’에대해비슷한얘기를했다.민족주의언론의초창기부터‘의존’은한국의주권과민족문화와의관계를설명하는핵심개념으로등장했다.그러나1905년경이되자,이개념이일본의한국침략을정당화하는데사용된다는것이분명해졌다.이제민족주의자들이맞닥뜨린문제는식민화를주도하는국가와그지지자들역시비슷한개념을사용하는상황에서그개념을과연어느선까지유지할것인가였다.일본인들이공사를막론하고그러한개념을사용하는바람에한국인들은같은개념을전혀다른목적,즉개혁과주권의추구라는목적을위해적용하는일이힘들어졌다.바로이부분이일본의한국에관한식민주의적지식생산이지닌가장강력한영향가운데하나다.308-310쪽중에서

문명개화에대한민족주의자들의해석은자강의프로그램을보강하는것이었다.곧개혁만이민족의살길이고‘개화된’외국으로부터동등한대우를받을수있는길이라는논리였다.그러나문명개화의이중적속성으로인해그것은식민화의수용을촉진하는것으로이용될수도있었던것이다.그식민화라는것이영원히독립의기회를박탈당하는것이든,또는독립을무한히미래로연기시키는것이든간에말이다.자연법칙에따르면결국강한자가약한자를지배하며,역사의진보관에따르면덜문명화된국가는결국더욱문명화된국가의지도를필요로한다는것을증명했다는것이다.이러한결론에대항하는것은곧자연법칙에저항하는것이며역사가증명한진실을외면하는것이다.한국의많은민족주의자들이위와같은관점을고수하려고한반면,<매일신보>의한국인필진들은식민주의사상과민족주의사상의공통점을발견하려고했다.식민주의통치의구속하에서계속일하기위한정당한구실을찾기위해서말이다.그리하여그들은결국자본주의적근대성에복무하게되었다.그자본주의적근대성이란한국의주권을획득하기위해서라기보다는식민지체제하에편입되는것을통해얻을수있는것이었다.322-323쪽중에서

1905년10월,<대한매일신보>에한통의독자편지가도착했다.그것은시데하라히로시의학부정책에대한교사와학생들의반대의견을표명한항의서한이었다.시데하라히로시는학부에2년동안근무한일본인고문으로,그는일본의교과서를한국인학생의교과과정에서채택해야한다고주장했다.당시학부대신(지금의교육부장관정도에해당하는자리-옮긴이)이었던이완용은시데하라히로시의제안에반대하지않았다.바로이행동때문에이완용은<대한매일신보>에의해민족의‘반역자’로낙인찍히기시작했다.이완용에대한장문의비판사설을처음실은것도<대한매일신보>였다.337-338쪽중에서

<런던데일리신문>의특파원으로러일전쟁관련기사를보도하기위해일본에다녀왔던어니스트베델은이후<대한매일신보>의사장이되어한국어판과영문판으로신문을발행하기로결정한다.당시일본의관료들은<대한매일신보>의논조를친일적인입장으로만들것을독려했다.그러나처음에는일본의한국정책에대해열광하던베델이점차일본의식민지정책에환멸을느끼지시작했다.—중략—이당시에는아시아에서의모든영국언론인의활동이영국의회의내각에의해통제되었다.—중략—영국측의우유부단함때문에일본식민당국은1906년에이르러두번째전략을구상하게된다.일본식민당국은베델의<코리아데일리뉴스>에대항하는경쟁신문,즉<서울프레스>를창간하기에이른것이다.맥켄지가비꼬는말투로말했듯이,“백인이100명도되지않는서울이라는도시에서영자로된신문이두개난발간되는기현상이벌어졌다.언론사에서매우특기할만한상황이다.”상업적인문제는제쳐두고,<서울프레스>는<코리아데일리뉴스>의명성을깎아내리는데주력했다.386-390쪽중에서

당시<독립신문>은이사벨라버드여사가쓴기행문의복사본을입수하면서민족성의쟁점을탐색하던중이었다.빅토리아시대유명한여행가였던이사벨라버드는스스로를‘숙련된노새꾼’으로묘사했는데,그녀는1894년한반도와만주,럿아를여행하게된다.그녀는북방지역을여행하는동안시베리아에거주하고있는한국인들을만났는데,그녀는그들의교육이성공한것,그들의성실성,그리고그들의“독립성과신사다운매너”를묘사하고있다.그녀는나이에걸맞지않게모호한표현으로한국인의이훌륭한심성이“아시아적이라기보다는영국적(ratherBritishthanAsiatic)"이라고표현한다.<독립신문>은이책을비평하면서,버드여사가동양을경시하는다른많은의견에대해서는전혀언급하거나반발하지않는대신,그녀가머나먼이국의한인해외동포를칭찬한짧은단락에유난히주목한다.한국인에대한버드여사의짧은묘사에서,그들은‘새로운시민(newcitizen)’의긍정적인특징을유감없이보여주는한국인집단을발견한것이다.이새로운시민근성은그동안<독립신문>이독자들에게끊임없이강조해온덕목이었던것이다.<독립신문>편집자는버드여사의논의를확장시켜한국인의우월한심성을증명해준시베리아거주한국인들의능력과업적을강조하면서,한국인들이조선땅안에서게으르게살아가는것은한국인의본질적인심성이아니라환경의산물임을입증하려고한다.한국인들이한국정부의통제범위에서벗어나는순간에야비로소자신들의잠재성을깨닫게되었다고지적한것이다.시베리아에정착한한국인들은정부의속박을벗어나서야그들의진정한한국인의본성을증명할수있게되었다는논리다.이런식의추론은민족성자체는비판받지못하도록면죄부를주고,오직책임의소재는국가의상황에입음을주장하는것인데,이것은한국의상층관료사회를비판하기위한또다른관점을제공했다.549-550쪽중에서

남한측이역사적합법성을얻기위해애국계몽운동을한국사에적극적으로포함시킨반면,북한측은달랐다.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즉북한측관제민족사는애국계몽운동에헌신한초기민족주의자들의공로를무시했다.이들초기민족주의자들은부르주아지식인으로분류되어일본의식민화정책에저항하는데효과적인노력을기울이지못했다는이유로비난받았다.3·1운동은외세가민중의데모에우호적으로반응할것이라는순진한믿음으로인해실패한것으로폄하되었다.이러한부정적인평가는상해임시정부의외교활동에도유사하게적용되었다.애국계몽운동,3·1운동,상해임시정부의가치를폄하함으로써,북한측은남한측의역사적합법성을얻기위해적극적으로의미부여한애국계몽운동의혈통을거부했다.북한측은자신들의목적을위해항일운동의급진적혁명전통에호소했다.항일운동의혈통은외관상앞의초기민족주의지식인들에의해오염되지않은것으로보였던것이다.만주에서전투를벌인항일운동가들은이러한북한측의내러티브의중심무대를차지하고있다.이내러티브속에서김일성의개인적업적이민족사로만들어졌다.이렇듯서로가역사적합법성을얻기위해과거의역사를이용한결과,너무나다른두개의이질적인역사가창조되었다.남측과북측의역사는서로양립할수없는것이었고,각각은애국계몽운동에대한서로다른평가로인해각자의길을걷게된셈이었다.579-580쪽중에서

한국을중화주의적관념에서분리해내는수단으로서,그리고일본의침략에맞서국가의정체성을유지하는수단으로서민족이라는개념은20세기초반부터한반도의재통합을위한근원적인이론적근거를제공하고있었다.이것은20세기초반에생산된민족적지식의유연성을보여주는좋은사례이기도하다.또한이것은민족과관련된개념들의담론적위력을보여주는것이기도하다.변화하는지역적질서와투쟁하는과정속에서,개별국가로이루어진전지구적자본주의체제속에한반도를통합시키고참여시키는과정에서,이러한민족주의문필가들은오늘날에도여전히의미있는역사적개념과기준들을만들어갔으며-그것은받아들여지건그렇지않건간에-한국민족을둘러싼수많은논쟁들은여전히남북한양측모두에서진행되고있다.619-620쪽중에서

저자소개:앙드레슈미드

미국콜롬비아대학역사학과교수를지냈으며,현재캐나다토론토대학동아시아연구분과의부교수.그의관심은20세기초한국의민족주의운동뿐아니라한국전쟁이후한국사회의사회문화적지형에이르기까지폭넓게뻗어있다.《제국그사이의한국1895~1919(KoreaBetweenEmpires1895~1919》은19세기말20세기초한국의역사에초점을맞추면서어떻게근대적지식의개념과상징이창조되었는지,나아가어떻게근대초기의지식이민족적정체성,네이션-스테이트,그리고민족주의에대한한국인의근원적인식을창조하는기획으로통합되었는지를탐구한다.《제국그사이의한국1895~1919(KoreaBetweenEmpires1895~1919)》(ColumbiaUniversityPress)은아시아연구연합회의존휘트니홀상(theAssociationofAsianStudies’JohnWhitneyHallaward)을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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