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山

김훈지음

[칼의노래?],[현의노래,2004],[자전거여행,2005],[남한산성,2007]을읽은이후오랜만에김훈작가의책을접하게되었다.지난연말올해의책으로소개되어알게된책이다.조선후기천주교가박해를받던시절.정약전은흑산도로유배를떠나고조카사위황사영은소년급제하였으나천주교에귀의후탄압을피해은둔생활을하면서의일상을담고있다.천주교도들과배신,그리고체포후고문으로인한실토,이어지는박해,참수가담담하게그려진다.

그동안몇권의책을통해작가의필체는비교적익숙한편이다.이책에서도그느낌은계속된다.다른점이있다면더깊이가느껴진다.공백이많이줄어든느낌이다.전에는무언가폼으로남겨놓은공백이거슬렸다면이책은그런느낌이줄어들었다.작가가말하고자하는바도지난번책들과달리피부에와닿는다.작가가변한것이아니라내가더익숙해져그런느낌이드는것은아닌가하는생각도든다.

작가의책들이역사적사실에근거에사실을두고있고,결과가해피엔딩이아닌내용들만담고있는것도특징이다.소설이기는하지만역사적사실을거스르지는않기때문에반전은없다.이책도다아는바와같이조선후기천주교의박해,결과는아는바그대로이다.작가의다른책들과달리책마지막장을넘기면서무언가아리한느낌이남는다.해피엔딩이아닌영화를보고나면남는그런감정이다.그러나아쉬운점은별로없다.특히[남한산성]은읽고나서여러아쉬움이있었는데이책은그렇지않다.

책내용중에서

정약현은아직혼례를치르지않은사윗감을후학이며객으로대했다.부인과딸정명련은사랑에얼굴을보이지않았고,늙은행랑어멈이탁주에날오이와육포를차려왔다.정약현의사랑에서는가까운강물소리가들렸고,강바람이신록의향기를실어왔다.황사영은두손을포개서내밀며정약현의술을받았다.정약현은비단으로싸맨황사영의오른손을바라보며미소지었다.

-어수御手를모신손이구먼.내들었네.

정약현의어조는건조했다.황사영은얼굴을붉히며왼손으로오른손을가렸다.정약현이물었다.

-그것은드러냄인가?

황사영은말을더듬었다.

-감추어······간직하려는것입니다.

-싸개가내용을감출수있겠는가?오히려드러나고있네.내눈엔말일세.

황사영은대답하지못했다.정약현은잔을들어서천천히마셨다.다시무슨말을들을는지,황사영은숨을죽였다.정약현은혼잣말로중얼거렸다.

-소년등고로구먼.

마재에서돌아온저녁에황사영은오른손의비단을풀어버렸다.황사영은인편에글월을올려싸개를풀어버린전말을정약현에게고했다.정약현은말을알아듣는어린사위의총명에웃음지었다.66-67쪽중에서

교인들은줄줄이잡혀갔고형틀에묶인교인들은주문모의행방을추궁받으며곤장을맞고주리를틀렸다.모르는자는매에못이겨허위로실토했다가맞아죽었고아는자는알고있는것을참느라고맞아죽었다.아는것과모르는것이모두죽음으로가는길이었다.329쪽중에서

정약전은창대를불러앉히고그두려움을말하려는데,말은잘이어지지않았다.

-나는흑산을자산玆山으로바꾸어살려한다.

정약전은종이에검을자玆를써서창대에게보여주었다.창대가고개를들었다.

-같은뜻일터인데······.

-같지않다.자는흐리고어둡고깊다는뜻이다.흑은너무캄캄하다.자는또,지금,이제,여기라는뜻도있으니좋지않으냐.너와내가지금여기에서사는섬이자산이다.

-바꾸시는뜻을잘모르겠습니다.

-흑은무섭다.흑산은여기가유배지라는걸끊임없이깨우친다.자玆속에는희미하지만빛이있다.여기를향해서다가오는빛이다.그렇게느껴진다.이바다의물고기는모두자산의물고기다.나는그렇게여긴다.

-그쪽이편안하시겠습니까?

창대는더이상묻지않았다.정약전은자산바다의물고기들의종류와생김새와사는꼴을글로적어나갔다.글이물고기를몰아가지못했고,물고기가글을끌고나갔다.끌려가던글이물고기와나란히갔다.337-338쪽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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