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필요한 시간

강신주지음

프롤로그서두에다음과같은글이있다.

나는내가존재하지않는곳에서생각한다.

그러므로나는내가생각하지않는곳에서존재한다.

-라캉,[정신분석의다른측면]

이글을읽는순간이책이만만치않겠구나하는생각이들었다.프롤로그안에이글에대한설명이있기는하지만설명하는글도위의글과크게다르지않다.

이책에는이와같은내용의글48가지로구성되어있다.구성에대해저자는다음과같이설명하고있다.

나는이책에서참다운인문정신,그리고그솔직한목소리를모으려고노력했다.모아보니48가지의목소리가되었다.그가운데애써미봉했던여러분의상처를다시후벼파는목소리가있을수도있다.또한여러분이감당할수없기때문에눈을돌리고말았던살풍경을다시응시하도록만드는목소리도있을것이다.어느것하나도편하게여러분의삶을위로하지않을것이다.독자들이읽기편하도록48가지의목소리를크게세부분으로나누어보았다.첫번째는나자신의삶과내면과관련된것들이고,두번째는나와타자의관계와관련된것이며,마지막세번째는나와타자를둘러싸고있는구조,혹은환경과관련된것들이다.16-17쪽프롤로그중에서

이책은2011년도올해의책으로선정된책중의하나이다.철학에는문외한이어서건너뛸생각도했었지만책두께가그리부담스럽지않아읽기시작하였다.책을2/3쯤읽다가이대로다읽어버려서는안되겠다는생각이들어책을내려놓았는데그러다가한참을보냈다.이런생각을한까닭은한번읽어서는무슨소리인지이해가되지않았고기억에남지도않아,수도없이앞으로왔다갔다하면서읽었는데,그것도잠시뿐이어서한챕터씩정리해가면서읽어야겠다는생각이들어서이다.다른한편으로는정리를해야겠다는생각이들만큼마음속에와닿는이야기들이줄을이은탓도있다.정리한다고내의견을넣을만한주제는되지못해단지기억에남는부분만을발췌하는것으로그쳤다.아래정리한것도많지만더많은부분들이마음에와닿았으나그러다보면책한권을그대로옮기게될것같아자제를하였다.저자가프롤로그에서“상처를후벼파고,살풍경을응시하게만들고”하는부분이괜히한말이아니다.

거의대부분을도서관에서대출받아책을읽는터라읽는데로반납을하는데아쉬움이남는책이가끔있다.한번읽었지만사서가지고있다가생각나면다시읽어봐야겠다는느낌이드는책들이다.이책이바로그런책이다.옆에두었다가마음이허전할때열어보면좋겠다는생각이든다.한챕터씩읽으면서정리를하자니은근히시간이걸린다.

48개의모든챕터에서마음에들어오는구절들을정리했지만너무양이많아일부는제목만남긴다.정리하고한참지나다시읽어보니언제읽었나싶게새롭다.철학이갖는힘이다.

1.잃어버린나를찾아서

(1)후회하지않는삶은가능한가-니체,[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

자유를꿈꾸며사는사람만이자신을옥죄고있는담벼락과조우할수있을뿐이다.자유로운것같지만갇혀있다는사실,제한된것만을하도록허락된자유,자유정신이어떻게이런허구적인자유를긍정할수있겠는가?살아있는동안자신이할수있는모든역량을시험해보고싶은것이자유정신의본능이기때문이다.21쪽중에서

모든것은가며,모든것은되돌아온다.존재의바퀴는영원히돌고돈다.모든것은시들어가며,모든것은다시피어난다.존재의해는영원히흐른다.모든것은부러지며,모든것은다시이어진다.똑같은존재의집이영원히지어진다.(……)나는더없이큰것에서나더없이작은것에서나같은,그리고동일한생명으로영원히돌아오는것이다.또다시만물에게영원회귀를가르치기위해서말이다.22쪽중에서

영원회귀를주장한니체는얼마나용의주도하고영민한가?우리는자신이과거10만년전에무엇을했는지,혹은앞으로10만년뒤에무엇을할지전혀모른다.단지지금무엇인가를의지하고실행하려는순간,우리는그것이10만년전에도반복되었고,그리고10만년뒤에도영원히반복될것이라는것만을안다.그러니까온갖억압과고통을극복하여현재자신의삶을긍정적으로영위해야만한다.자신의삶을수단으로삼아서는안된다.지금노예의굴종과비겁을감내한다면우리는영원히노예로살기를결정한셈이고,지금주인의당당함과자유를쟁취한다면우리는영원히주인으로살기를결정한셈이다.마침내우리는자신을가두어길들이는담벼락을무너뜨릴수있게된것이다.자유롭고싶은가?그렇다면니체의말에귀를기울여야만한다.“지금인생을다시한번완전히똑같이살아도좋다는마음으로살아라!”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25-26쪽중에서

(2)나의욕망은나의것인가-라캉,[에크리]

금지된쾌락은잃어버린쾌락으로서영원히우리를따라다닌다.그래서젖꼭지를금지당한유아는볼펜이나인형을입으로빨거나,자라서는이성에게키스를하려고하는것이다.볼펜이나인형,혹은이성이입술은금지된젖꼭지,즉대상의아우라를가지고있기때문이다.이처럼우리가현재욕망하는것은과거부모나사회로부터금지된쾌락대상의아우라를가진것뿐이다.현재작동하는우리의욕망은모두과거금지의흔적을가지고있다는것,이것이바로라캉이인간에대해내린결론이다.30쪽중에서

(3)페르소나와맨얼굴-에픽테토스,[엥케이리디온]

(4)개처럼살지않는방법-이지,[분서]

(5)자유인의당당한삶-임제,[임제어록]

이미일어난생각은이어지지않도록하고아직일어나지않은생각은일어나지않도록하면그대들이10년동안행각하는것보다좋을것이다.나의생각에는불법佛法에는복잡한것이없다.단지평상시에옷입고밥먹으며일없이시간을보내는것이다.[임제어록]

‘이미일어난생각’이기억된과거를,그리고‘아직일어나지않는생각’은기대되거나염려되는미래를의미한다.임제는과거에대한집착이나미래에대한염려를모두제거해야한다고가르친다.과거에대한집착이나미래에대한염려는‘지금그리고여기’펼쳐지는현재의삶을보지못하게만들고,당연히현재의행복을불가능하게만들기때문이다.47-48쪽중에서

(6)쇄락의경지-이통[연평답문]

쇄락灑落,이는한여름무더위에텁텁하기만한마당에물을뿌렸을때면누구나느끼게되는상쾌함과시원함을의미한다.

이통에게‘쇄락’은딱딱하게막혀정체된‘고체固滯’의상태와대립되는마음상태를묘사하는개념이다.그의머릿속을지배하고있던근원적인비유는‘얼음’과‘물’이다.—중략—어떻게해야이네모난얼음이둥근그릇과소통할수있겠는가?이얼음이네모남이란고착된자의식을버려야만,그래서그릇의둥긂을수용할수있을때에만소통은가능할것이다.—중략—가장중요한것은‘얼음’과‘물’이상이한두가지실체가아니라하나의실체가가지는두양태에지나지않는다는사실이다.그래서‘얼음’과‘물’사이의변화는실체의변화가아니라양태의변화라고할수있다.이것은무엇을말하는가?얼음과같은마음이나물과같은마음은모두우리마음의두가지양태에불과한것이다.결국치열한자기수양에의해우리는성인도될수있고,아니면평범한사람으로남을수도있다는것이다.54-55쪽중에서

(7)공이란무엇인가-나가르주나,[중론]

(8)해탈의지혜-혜능,[육조단경]

이몸이바로보리수.

마음은맑은거울.

날마다힘써깨끗이닦아야하리라!

먼지가앉지않도록.-신수-

보리는본래나무가아니며.

맑은거울에는(거울의)틀이없다.

본래아무것도없는데,

어디에먼지가모이겠는가!-혜능-

신수가마음을자족적인실체로이해하고있는것과는달리혜능은마음을실체적인것으로인정하고있지않다.—중략—신수는그저맑은거울과같은마음에만집착하고있을뿐이다.왜우리가마음을닦아야만하는지신수는알지못한다.신수의이런착각은어디서부터기원하는것일까?그것은그가마음을실체로이해했기때문이다.66-67쪽중에서

(9)신이란바로나의생명력이다-최시형,[해월신사법설]

인간이자신이할수있는모든일을다하고겸허하게그결과를초월자에게내맡긴다면,종교적정신은충분히인문적정신과양립가능하다.그렇지만종교적정신은치열한성찰과불굴의노력을하지않으려는나약한정신으로흐를가능성이매우높다.어차피최종결과는초월자가결정한다고믿기쉽기때문이다.서양의문물이들어오기전,옛사람들은‘진인사대천명’이란선비정신을견지하고있었다.이는초월자에게기대기보다는자신스스로할수있는모든것을하겠다는비범한인문적정신이었다.그렇지만그결과에대해서는‘대천명’이란말그대로초연했다.기독교가서학이란이름으로들어왔을때,최제우는서학이인문정신에반한다는사실을직감했다.그가동학이란종교를창시한것도이런이유에서다.70쪽중에서

(10)습관의집요함-라베송,[습관에대하여]

(11)생각의발생-하이데거,[존재와시간]

아내는남편에대해,혹은남편은아내에대해부단히자신을새롭게가꾸어야만하는이유도바로여기에있다.자신이상대방에대해낯섦,혹은사건으로드러나지않는다면,상대방은자신에대해별다른생각이나긴장감도가지지않을것이기때문이다.물론이경우대가가필요하다.더이상친숙한상태로상대방을만날수없을것이고,당연히정서적안정도심하게훼손될것이다.그렇지만[가구]라는시에서도종환이말했던가구와같은관계를벗어나려면,이것은불가피한일이다.“본래가구들끼리는말을하지않는다/그저아내는방에놓여있고/나는내자리에서내그림자와함께/육중하게어두워지고있을뿐이다.”무서운일아닌가?없을때는찾게되고있을때는서로무관심한관계,즉가구와같은관계라면말이다.85-86쪽중에서

(12)지적인통찰뒤에남는것-지눌,[보조법어]

(13)관점주의의진실-마투라나,[있음에서함으로]

(14)언어너머의맥락-비트겐슈타인,[철학적탐구]

(15)마음을다한후에천명을생각하다-맹자,[맹자]

동양의사유전통에서이상적인인격,즉‘군자’이든‘진인’이든모두생사에초탈했던이유는다른데있었던것이아니다.그들은모두자신이할수있는것을극한에이를때까지최선을다해수행했던사람들이었다.그한계상황에서불행히도죽음이자신을반기게되더라도그들은그것을기꺼이받아들였던것이다.아니받아들일수밖에없었을것이다.그렇기때문에그들은죽음을앞두고도당당할수있었다.그들은삶에더이상미련이남아있지않았기때문이다.무든것을다해본사람이어떻게자신의삶에미련을가질수있단말인가?이런비극적당당함이요약된구절이바로‘진인사대천명’이란짧은구절이다.자신이할수있는모든것을하고난뒤,조용히그결과를기다리는태도,어떤결과가나오든기꺼이수용하는태도!이것이바로맹자이후동양의지혜로운이들이‘진인사대천명’이란구절로우리에게말하고자했던것이다.종교에맹신하는분위기가지배적인오늘,우리가깊게되새겨볼가르침이다.110쪽중에서

(16)죽음을두려워하지말라!-에피쿠로스,[메노이케우스에게보내는편지]

가장두려운악인죽음은우리에게아무것도아니다.왜냐하면우리가존재하는한죽음은우리와함께있지않으며,죽음이오면이미우리는존재하지않기때문이다.그렇다면죽음은산사람이나죽은사람모두와아무런상관이없다.왜냐하면산사람에게아직죽음이오지않았고,죽은사람은이미존재하지않기때문이다.[메노이케우스에게보내는편지]

현자는살아있다면죽음을두려워할필요가없으며,죽었다면죽음은어떤고통도줄수없다는것을잘알고있기때문이다.사실영원히살수없다는점에서우리는누구나시한부인생을살아가고있는것아닐까?그렇기때문에살아있는동안죽음을두려워하지말아야한다.오직그럴때에만즐겁고행복한삶을영위할수있는가능성이주어지기때문이다.언젠가떨어질수밖에없다는두려움으로아름다운자태와향내에소홀한꽃을본적이있는가?인간이이름모를꽃보다어리석어서는안될일이다.116-117쪽중에서

2.나와너의사이

(17)자유가없다면책임도없다-칸트,[실천이성비판]

(18)집단이조화로부터주체의책임으로-레비나스,[시간과타자]

(19)자유와사랑의이율배반-사르트르,[존재와무]

사랑에빠진우리가진정으로원하는것은자신이사랑하고있는타자가자유롭게나를선택하는상황일것이다.내가사랑하면상대방이나를무조건사랑하게되는경우보다더큰희열을줄수있기때문이다.물론여기서사르트르는하나의중요한단서를달고있다.타자의선택은절대적인선책이어야한다는것이다.이것은물론이루어질수없는소망일것이다.‘선택’은타자의자유를함축하는말이지만,‘절대적’이라는말은상대방이한번만나를선택하고다른선택을하지않는다는의미이기때문이다.한마디로말해우리는자신이사랑하는타자가어떤조건에얽매여서가아니라어느조건에처하더라도반드시나를선택하기를원한다는것이다.“만나본사람중에상대적으로잘생겨서.”“만나본사람중에서상대적으로경제적여유가있어서.”상대방이무심결에던진이런말은사랑에대한우리의열망을충족시켜주기어려울뿐만아니라,도리어우리에게깊은상처를줄것이다.그런데왜이런말들이우리를그토록화나게만드는것일까?그것은상대방이언제든지나에대한사랑을철회할가능성을가지고있다는점을드러내보이기때문이다.137쪽중에서

(20)타인에대한배려-공자,[논어]

공자가태묘에들어갔을때일일이물어보았다.어떤사람이말했다.“누가저런추인의아들이예를안다고했는가?태묘에들어가서일일이묻고있다니!”공자가이말을듣고말했다.“이렇게하는것이바로예다.”[논어,팔일]

자공이물었다.“평생동안실천할만한한마디말이있습니까?”

공자가말했다.“바로서恕다!자기가바라지않는일은남에게행하지말아야한다.[논어,위령공]

공자에게예절은중요한것이다.그는꿈에서나마예를만들었던주공을만나기를기대했을정도였다.그렇지만그에게있어타인에대한섬세한배려가없다면,예절은아무런쓸모가없는것이었다.바로이런통찰때문에공자는예절의맹목적인추종자가아니라,최초의동양철학자로남을수있었다.이런공자가노약자지정석이란제도를기계적으로따르고있는우리의모습을보면어떤생각을할까?아마그는서글픈마음을금치못할것이다.142-143쪽중에서

(21)수양에서실천으로의전회-정약용,[맹자요의]

(22)사유의의무-아렌트,[예루살렘의아이히만]

아이히만은유대인학살에핵심적으로관여했던인물로서당시히틀러치하에서유대인이주국을총괄했던관료였다.—중략—

(아이히만은)자신의개인적인발전을도모하는데각별히근면한것을제외하고는아이히만은어떤동기도갖고있지않았다.그리고이런근면성자체는결코범죄적인것이아니다.그는상관을죽여그의자리를차지하려고살인을범하려하지는않았을것이다.이문제를흔히하는말로하면그는단지자기가무엇을하고있는지결코깨닫지못한것이다.(……)그는어리석지않았다.그로하여금그시대의엄청난범죄자들가운데한사람이되게한것은(결코어리석음과동일한것이아닌)순전한무사유sheerthoughtlessness였다.(……)이처럼현실로부터멀리떨어져있다는것과이러한무사유가인간속에아마도존재하는모든악을합친것보다더많은대파멸을가져올수있다는것,이것이사실상예루살렘에서배울수있는교훈이었다.[예루살렘의아이히만]

—중략—스스로책임이없다고주장하는아이히만에게그녀는‘순전한무사유sheerthoughtlessness’의책임을부과한다.아이히만은자신에게부여되었던상부의명령이유대인에게어떤영향을미칠지,그리고유대인의입장에서자신이수행할임무가어떤의미로다가올지성찰하지못했다는것이다.아렌트는더불어살아가는삶에서’사유‘란하지않아도상관이없는’권리‘가아니라반드시수행해야만할’의무‘라고강조한다.154-155쪽중에서

(23)기쁨의윤리학-스피노자,[에티카]

(24)선물의가능성-데리다,[주어진시간]

(25)살아있는모든것에대한감수성-정호,[이정집]

(26)섬세한정신의철학적기초-라이프니츠,[신인간오성론]

(27)여성적감수성의사회를위해-이리가라이,[나,너,우리]

이리가라이는여성이남성과는구별되는존재라는확실한입장을견지한다.물론과거와비교해볼때,여성의법적인지위가향상되어남녀평등이어느정도실현된것은사실이다.그렇지만이리가라이는평등이란단어가함축하고있는폭력성에주목한다.이것은남성과여성사이의존재론적차이를부정하는논리를숨기고있기때문이다.다시말해이리가라이에따르면남녀평등이념속에서평등이란잣대는여전히남성적일수밖에없다는것이다.여성이남성중심적사회에서요구하는기준에맞추어자신을만들어가게되면,여성으로서의정체성을버리고남성적정체성을내면화할수밖에없기때문이다.그래서이리가라이는남성과여성의성적차이가희미해지는상황을우려의눈으로바라본다.왜이런판단을하게되었을까?그녀의말을직접들어보자.

여성의몸은병이나거부반응,생체조직의죽음을유발하지않고자기안에생명이자라도록관용하는특수성을지닌다.불행히도문화는타자를존중하는이구조의의미를거의뒤바꾸어놓았다.문화는모자관계를종교적우상으로까지맹목적으로숭배했으나,이관계가나타내는자기안에서타자를관용하는모델에대해서는전혀이해하지못했다.(……)남성위주의문화는다른성이가져온것을사회에서배제해버린다.여성의몸은차이를존중하는반면,가부장제사회라는거대한몸은차이를배제하고계급서열상으로구성되어있다.[나,너,우리:차이의문화를위하여]183-184쪽중에서

보통여성은남성보다수다스럽고,혹은잔소리를많이한다는통념이있다.옳은지적이다.그렇지만이것은여성들이자신들의언어를가지고있지않기때문에벌어진현상이라고할수있다.남성의언어로자신의경험을표현하다보면,여성은언어의부적절함을통감하게된다.그러니다시혹은자세하게자신의말을다듬어표현할수밖에없는것이다.더군다나타자와차이를포용하는감수성을가지고있기때문에,여성은상대방이제대로자신의감정을이해하지못했다는느낌이들면반복적으로새로운표현을찾을수밖에없다.이것이남성의시선에서는여성의언어적표현이수다스러움이나잔소리로보이는원인이라고할수있다.188쪽중에서

(28)사랑의지혜-장자,[장자]

너는들어보지못했느냐?옛날바닷새가노나라서울밖에날아와앉았다.노나라임금은이새를친히종묘안으로데리고와술을권하고,아름다운궁궐의음악을연주해주고,소와돼지,양을잡아대접하였다.그러나새는어리둥절해하고슬퍼하기만할뿐,고기한점먹지않고술도한잔마시기않은채사흘만에결국죽어버리고말았다.이것은자기와같은사람을기르는방법으로새를기른것이지,새를기르는방법으로새를기른것이아니다.[장자,지락]191쪽중에서

누군가를사랑하기에앞서,그가누구이며그리고무엇을원하는지를알아야한다.그렇지만불행히도누군가를알아서사랑하는것이아니라,사랑하기때문에그를알려고하는존재이다.우리가‘타자란무엇인가’라는문제를숙고해야만하는이유도바로여기에있다.철학적으로말한다면,타자란우선나와는다른삶의규칙을가진존재를의미한다.노나라임금에게바닷새는바로타자였다.어떻게하면노나라임금은바닷새의속내를독해할수있을까?장자의대답은‘허虛’나‘망忘’이란표현에응축되어있다.여기서‘허’가비운다는뜻이면,‘망’은잊는다는의미이다.이것은모두우리의마음을사로잡고있는타자에대한선입견이나편견을비우거나잊어버려야한다는것을말한다.193쪽중에서

(29)누구도사랑하지않아서누구나사랑할수있다는역설-원효,[대승기신론소.별기]

(30)설득의기술-한비자,[한비자]

군주에게간언하고유세하며합당한논의를설명하려는지식인은애증을가진군주를살핀뒤에유세하지않을수없는것이다.무릇용이란짐승은길들여서탈수있다.그렇지만용의목아래에는지금이한척정도되는거꾸로배열된비늘,즉역린이있다.만일사람이그것을건드리면반드시용은그사람을죽이고만다.군주에게도마찬가지로역린이란것이있다.설득하는자가능히군주의역린을건드리지않는다면그설득을기대할만하다.[한비자,세난]

방금읽은구절은‘유세說의어려움難’을토로하면서한비자가했던말이다.용을길들이려는사람은용의목에있는거꾸로된비늘,즉역린을건드리지말아야한다.역린을자극받는순간,용은고개를돌려자신을타고있는사람을물어죽일것이기때문이다.정치적이념을군주에게설득하려고했을때,군주의의식적인이성이아니라무의식적인정서를건드리지않아야한다는것이다.물론한비자는유세하는사람이자신이가진정치적이념을군주의입맛에맞게변질시켜야한다고이야기하는것이아니다.중요한것은군주의무의식적인정서를건드리지않아야군주가유세자의정치적이념을받아들일수있다는것이다.한비자의통찰은매우단순하다.아무리논리적인주장이라고할지라도,수사학적노력이실패하면그주장은채택될수없다는것이다.207-208쪽중에서

표면적으로상대방은나의이야기를의식적으로옳다고인정할수는있다.그것은누가보아도타당한주장,즉논리적으로옳은주장이기때문이다.그렇지만그것만으로상대방을실제로움직이도록할수없는이유는,나의이야기가그의역린을건드렸기때문일것이다.비판적이고논리적으로사유하는능력은상대방의역린을읽을수있는수사학적감수성이없다면빛을발할수없는법이다.208쪽중에서

(31)논리적사유의비밀-아리스토텔레스,[분석론전서]

3.나,너,우리를위한철학

(32)웃음이가진혁명성-베르그송,[웃음]

(33)아우라상실의시대-벤야민,[기술복제시대의예술작품]

(34)새로움이란강박증-리오타르,[포스트모던의조건]

(35)자본주의의진정한동력-좀바르트,[사치와자본주의]

(36)유쾌한소비의길-바타유,[저주의몫]

(37)여가를빼앗긴불행한삶-드보르,[스펙터클의사회]

지금까지우리는여가시간을노동으로부터벗어난자유로운시간이라고착각했다.그렇지만여가시간은노동으로부터“해방된”시간이결코아니다.대중매체가제공하는볼거리들에사로잡히거나아니면상품을구매하는것으로대부분의여가시간을낭비하고있기때문이다.결국여가시간은자유로운창조의시간이나여유로운휴식의시간이아니라,자신이만든상품들로부터유혹당하도록고안된시간인셈이다.자신이만든상품들로부터유혹당하도록고안된시간인셈이다.그렇기때문에기드보르는여가시간동안우리가노동의결과에대해“굴복”하고있다고말했던것이다.253쪽중에서

(38)운명은존재하는가-왕충,[논형]

(39)미꾸라지의즐거움-왕간,[왕심재전집]

(40)덕,통치의논리-노자,[도덕경]

유비에게는조운,즉조자룡이라는유명한장수가있었다.한번도패한적이없다던천하무적의장수였다.관우나장비는도원결의를통해의형제를맺었기때문에,유비에대한그들의충성심은의심의여지가없었다.이와달리조자룡은잠시유비의곁에의탁하고있었던장군이다.유비는조자룡을탐냈지만,그렇다고해서다시도원결의를할수도없는일이었다.때를기다리던유비에게마침내기회가온다.조조의백만대군이유비를압박했을때,그는조자룡에게두명의부인과자신의아들,아두의안위를부탁한다.불행히도조자룡은난전중에유비의부인한명을지키지못하고간신히유비의아들만보호하는데성공한다.조자룡으로서는목숨이몇개가있어도모자랄판이었다.조자룡은갑옷에서새근새근자고있던유비의아들을건네주며자신의죄를청했다.바로이때기막힌반전이일어난다.유비는아들을건네받자마자땅바닥에던져버리는것아닌가?

“이까짓어린자식하나때문에하마터면나의큰장수를잃을뻔했구나!”

조자룡은황망히허리를굽히고팽개쳐져우는아두를끌어안고서눈물을흘리며절규했다.

“제가이제간뇌도지肝腦塗地하더라도주공의은혜에보답할수없을것입니다.”

조자룡으로서는정신을차릴수없을정도로충격적인사건이었다.

—중략—한비자는“덕德은득得이다”라고규정하고있다.다시말해덕은단순히도덕적인품성을가리키는것이아니라,무엇인가를얻을수있는능력을의미한다는것이다.물론여기서얻는대상은사람이다.통치자의덕이라면그것은탁월한신하를얻을수있는능력이라고할수있다.267-268쪽중에서

빼앗으려고한다면반드시먼저주어야만한다.이것을‘은미한밝음’이라고말한다.유연하고약한것이강한것을이기는법이다.물고기는연못을벗어나게해서는안되고,국가의이로운도구는사람들에게보여서는안된다.[도덕경,36장]269쪽중에서

(41)사랑,그험난한길-묵자,[묵자]

(42)약자를위한철학-베유,[중력과은총]

개신교교회에서는헌금의액수에대해서는침묵해야한다.그렇지만상황판이나회보를통해개신교측은신도와헌금액수를공개적으로밝히고있다.개신교는경쟁을유도하는자본주의논리를따르고있는셈이다.과거가톨릭교단의면죄부논리를비판할자격을개신교는스스로벗어던진것이다.이제예수의정신은개신교측에의해다시‘희극’으로변한셈이다.구원을받기위해서반드시자신의교회에다녀야한다고설교하는개신교목사의모습은어떤가?과거가톨릭교단에서교황을정점으로하는가톨릭교회를거쳐야만하느님을만날수있다고역설했던모습과별다른차이가없어보인다.희극도이런희극은다시는없을듯하다.279쪽중에서

그리스도를위해서가아니라그리스도에의하여이웃을도와야한다.나의자아가사라지고우리의몸과영혼을매개로하여그리스도가이웃을돕게되기를!불행한사람에게도움을주라고주인이보낸노예가될것.주인으로부터오는도움은노예를향한것이아니라불행한사람을향한것이다.그리스도는하늘의아버지를위하여고초를당한것이아니라신의뜻에의하여인간들을위하여고초를당한것이다.노예는주인을섬기면서주인을위해어떤일을한다고말하지않는다.노예는아무일도하지않는다.불행한사람에게가기위하여맨발로못위를걸어간다해도,그것은고초를겪는것이기는하지만,결국엔아무것도하지않는것이다.그는노예이기때문이다.[중력과은총]281쪽중에서

(43)주체로사는것의어려움-바디우,[윤리학]

(44)결혼은미친짓이다-헤겔,[법철학]

많은사람들이착각하는것이하나있다.우리는고독하기때문에누군가를사랑하고,나아가그사람과가족을이루고싶어한다는생각이다.그렇지만고독하기때문에누군가를사랑하는것인가?자세히생각해보면,그반대가진실이라는것을어렵지않게확인할수있다.누군가를사랑할때에만고독해질수있기때문이다.내가사랑하는누군가가불행히도나의마음을받아주지않을때버려졌다는느낌이들기마련이다.바로이것이고독의실체이다.그래서홀로술을마신다든가,아니면자신의방에서외롭게칩거하면서힘들어하는것이다.그렇다면이런고독으로부터어떻게탈출할수있는가?당연히그것은사랑하는사람이나에게손을내밀때이다.바로이것이사랑의숙명이다.290쪽중에서

부부사이에서의사랑의관계는아직객관적이지않다.왜냐하면비록사랑의감정이실체적통일을이룬다고는하지만이통일은아직아무런객관성도지나지않기때문이다.결국부모는자녀를통해비로소이런객관성을갖게되며또한바로이들자녀를통해결합의전체를목도하는것이다.어머니는자녀를통해남편을사랑하고남편은자녀를통해아내를사랑하는가운데,마침내두사람은자녀에게서다름아닌그자신들의사랑을직감하는것이다.[법철학강요]

(45)우발성의존재론을위하여-들뢰즈,[천개의고원]

(46)잃어버린놀이를찾아서-하위징아,[호모루덴스]

(47)치안으로부터정치로-랑시에르,[정치에관한열가지테제]

(48)진정한진보란무엇일까-마르크스,[포이어바흐에관한테제]

지금우리는진보라는말이귀를어지럽히는시대에살고있다.‘진보적정당’,‘진보적지식인’,‘진보적사상’등등.그렇지만어쩐지진보라는말은이제‘죽은개’취급을받고있는것처럼보인다.그건현재정권을반대하는사람대부분이‘진보’라는화장을얼굴에진하게바르고있기때문이다.그러나단순히현정권을반대한다고해서진보일수는없다.말을하지못하는가난한이웃이나앞으로태어날후손들을위해그들대신말하지않고그들대신실천하지않는다면,그누구도진보라는이름을가질수없는것아닐까?이점에서진정한진보는지금여기에살고있는우리만이아니라앞으로여기에살게될후손들에대한관심이있느냐의여부로결정될수있다.자본과권력에맞서인간의자유를가능하게하는공동체를꿈꾸었던마르크스는누구보다이점을잘알고있었던철학자였다.

인간이환경과교육의산물이며,따라서변화된인간은다른환경과변화된교육의산물이라는유물론적학설은환경을변화시키는것이바로인간이며교육자자신도교육되어야한다는사실을잊고있다.그렇기때문에이학설은필연적으로사회를두가지부분-이가운데어느한부분은사회를초월해있다-으로나눌수밖에없게된다.[포이어바흐에관한테제]316쪽중에서

에필로그

독서라는여행을위하여

여행을통해아무것도얻지못했던사람이

있었다는말을듣고소크라테스는말했다.

“아마도그는자기자신을짊어지고갔다온모양일세.”

몽테뉴,[수상록]

진정한여행을떠난사람은자신이도착한낯선곳에익숙해질때까지그곳에머물러야한다.같은말이지만자신이떠나온일상생활이까마득한옛이야기처럼느껴져야한다.그렇지않다면여행을했어도하지않는것과마찬가지일것이다.그래서여행은차이의경험이라고할수있다.낯선여행지와익숙한일상사이의차이,혹은이제는익숙해진여행지와낯설게느껴지는일상사이의차이.이두가지차이를동시에겪어내야만,여행을했다고말할수있을것이다.책을읽는다는것은여러모로여행을가는일과유사하다.여행과마찬가지로독서를통해이중적인배움이가능하기때문이다.처음에는책의내용과저자의속내가어렵고낯설게느껴질것이다.차츰책과저자에게충분히익숙해진다면,우리는자신의삶을돌아볼수있는차이에대한감각을얻게될것이다.321-322쪽중에서

지금까지48가지의목소리를여러분에게들려주었다.물론내가여러분에게들려준목소리들은나의강렬한독서경험의흔적이라고말할수있다.당연히이48가지의목소리에들어가야하는데빠진것도있을수있다.내가별다른감응을하지못했거나,아니면아예접하지도못했던책들이기때문이다.어떻게가보지도않았던곳,혹은가보았다고하더라도별다른감응을느끼지못했던곳을소개할수있겠는가?그렇지만우리삶을낯설게성찰하기에충분한중요한목소리는어는정도담아냈다고생각한다.48가지의목소리들중여러분의삶을뒤흔들어놓은한두가지목소리가분명있었을것이다.아니있었으면좋겠다.그목소리가여러분이마음에울리는순간이여러분이자신의삶을새롭게성찰하고새롭게시작하는순간이기때문이다.325쪽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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