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BY t2star ON 1. 6, 2013
성석제지음
지난연말조선일보의북스란에“아깝다,이책!…이대로묻힐순없어”라는제목하에다독가4인이뽑은책4권이소개되었다.‘슬픔의위안’,‘김수영을위하여’,‘위풍당당’,그리고‘도서관산책자’이다.
이중에서지금읽고있는책이진도가잘나가지않아머리를식힐겸선택한책이‘위풍당당’이다.제호가장난스럽기는하지만특별히연말에소개한책이기도하고,작가의이름이익숙한느낌이들었다.혹시전에성작가의책을읽은적이있는가싶어읽은도서목록을보니처음이다.
매년출간되는수많은책들중에좋은책을소개받는다는것은매우어려운일이다.전공분야가달라책을주제로이야기하는기회는거의없어주말에소개되는일간지의‘북스’를주로참고하여읽을책을고르게된다.서평을보고골랐지만간혹읽다가아니다싶어중도에포기하는경우도생긴다.책을읽는다는것은긴시간집중해야하기때문에읽고난후아깝다는생각이들지않도록책선정에신경을쓰는편이다.투자하는시간으로볼때,두시간정도상영하는영화한편보고시간과돈이아깝다고생각하는것과는비교가되지않는다.
가끔읽는소설의장점은역시막힘이없는것이다.‘위풍당당’,이책도대출받은지만하루가지나기전에마지막장을넘길수있었다.
무대는드라마사극세트장이설치되었다가폐허처럼변한곳.그한편에있는지천벽이라는절벽과그위에있는암자,밑에있는용소다.그용소에서물고기를잡는여산과영필,그리고이들과피는나누지않았지만가족같은관계를갖고같이사는4명등모두여섯이같이살고있다.그리고절벽위에있는암자에사는스님까지.
안주인같은역할을하는소희,이령,마지막에합류한젊은새미와준호남매등이다.어느날새미는떨어져버린생리대를사러면에나갔다가돌아오는길에차편이없어걸어오는데뒤를천천히따라오는검은색벤츠가있다.인근에서사업계획구상한다고합숙하고있는조폭들중식사차나온두목과일부들이다.두목인양정묵이걸어가는새미를보고천천히뒤를따라가는중이다.
여자는갸름한얼굴에턱이약간짧고피부는희다.시골처럼넓고산만한환경에서는눈썹이제일안보이는법인데,여자의눈썹은손을댄흔적이전혀없이희미하지도짙지도않게적당히잘보였다.코는약간짧지만끝이도톰해귀여워보였으며입술은알맞은크기에붉은빛깔이선명했다.가슴은크지도작지도않았고엉덩이는탄탄하게올라붙었다.적당한키이면서도부분부분이다흠잡을데없고전체적으로도조화를이루고있다.어디선가많이본것같기도했지만TV나잡지에서는본적이없는인상이기도했다.어쨌든예뻤다.기가막히게.28쪽중에서
차가쫒아오는상황을피하기위해새미는길한쪽밑으로몸을숨기고,양정묵의부하둘이차에서내려찾아나서는데그중한명이용변을보다가숨어있는새미를찾아내고딴마음이생겨새미와시간을끄는사이마중을나왔던정신연령이낮은동생준호가휘두르는박달나무몽둥이에크게상처를입고벼랑아래로떨어지게된다.양정묵은부하의복수를위해몇명을보내나이들가족들의지략에임시용변통으로만들어놓은곳에떨어져갇히고,양정묵이부하들을데리고직접나선다.합숙훈련을나온조폭들과가족같지않은한가족이사생결단의한판대결을벌이게된다.
이과정에서이들구성원들의사연들이하나씩소개된다.3장에서는스님이,4장에서는소희가,5장에서는영필이,8장에서는이령이,그리고마지막으로새미와준호다.모두가가족이나친인척들로부터배신당하거나,학대당한과거를가지고있는사람들이다.이들이조폭들과맞서면서서로간의갈등이해소되고,어느가족보다도더가족같은유대감을갖게된다.서로간섭하지않으면서,한편으로는아픔을같이느끼려하고어루만져주는그런사랑을느끼게해준다.
이책의마지막에는“[싸움의철학]성석제장편읽기”라는제목으로차미령문학평론가가쓴생각보다긴해설이달려있다.소설을읽자마자그뒤에달려있는해설은소설의맛을조금떨어지게만드는것이라는생각이든다.시험을치르자마자정답풀이하는것처럼작가가이렇게쓴것은이런뜻이요,저렇게쓴것은저런뜻이라고전문가가이야기하는것이적절한가싶다.책을읽고나서느끼는것은읽은사람각자의판단에맡기는것이자연스럽고,소설답다는생각이다.그렇지만도움이되는부분도있다특히각장마다서두에있는제목들이다.책을읽으면서매장마다읽기는했지만무슨의미인가싶었는데친절하게도해설편에서설명을해주고있다.
이소설을이루는25개장의소제목들을눈여겨보아주길바란다.마침성석제는책의끄트머리에소제목의출처를옮겨두었는데,그것들대부분은잘알려진가곡과서정적인올드팝들이다.하지만가곡,오페라,외국민요,팝송의아름다운선율과가사가,작중의인물이처한상황과만나면,웃음(과눈물)의강도는여지없이중복된다.‘차용과전유란이런것이다’를체감하게한다고나할까.새미를찾아나선세동의뒤를쫓다,정묵이“양으로봐서세동의것이틀림없”는똥을밟는것으로시작하는5장‘나는무덤속에누워서기다리리,대포와말발굽소리가땅을울릴때까지’를예로들어보자.결국그“쉬발새키”가“똥누다가”도대체한“뭔짓”의사연이두사람중한명의척탄병의말로가된다.그불운한척탄병은프랑스땅을밟기를기원하는나폴레옹군대의착탄병마냥,보스정목의명을기다리며죽음의공포와싸우게되는것이다.236쪽중에서
다음은책내용중일부이다.
재두(정묵의부하중한명)는대외용으로키운‘인간돼지’다.밀린빚을받아내거나경매현장에갈때처럼바깥일을할때에는누가봐도겁을먹을덩치가필요하다.일본의스모선수가몸무게를급속하게불릴때와마찬가지로사료와비계를섞어서솥에푹끓인음식을,화학조미료와설탕을듬뿍쳐서하루다섯끼씩먹이고계속자게한다.두어달쯤만지나면몸무게백이십킬로그램이상의돼지로만들수있다.실상돼지를실전에서는써먹기가힘들다.근육이아닌물상이어서힘이없고느린데다가덩치가커서데리고다니면과녁이된다.한마디로소모품이다.82쪽중에서
스님이젊던시절,그러니까반세기전에스승인큰스님을모시고동안거를하던중자신의성기를잘라버린도반이있었다.그때가위로잘랐던가,칼로,아니면낫?하여튼큰스님으로부터엄중한질책을받고용맹정진의대열에서떨려나게되었다.동정을받기는했을지언정결국헛고생만한셈이었다.세속으로돌아갈수도없게된그는결국수행자들의뒷바라지를하는심부름꾼이되었다.
‘욕념을맞는것도공부요,이기는것도공부다.삿된생각이깨달음으로가는방편이되느니라.그걸잘라버리면문제가사라지기라도한다더냐.현실도피이고외면일뿐이다.’48쪽중에서
시간이아깝지않다.한번읽어볼만한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