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석원의 서울연가

사석원의서울연가

기억속서울의풍경과사람을말하고그리다.

이책을서가에서본것은여러달전이다.무엇보다도저자가익숙하다.2005년초에‘화가사석원의황홀한쿠바’라는책을읽은적이있다.그때의느낌이좋았다.저자는화가이지만나에게는화가로서의사석원보다글쓰는작가의이미지가강한셈이다.글을쓴다는것은쉽지않은일이다.여러해전부터책을읽고난뒤나산행후에간단하게글을쓰고있지만쓰면쓸수록쉽지않다.전에도그런생각이들었지만이책을읽으면서도화가사석원은글쓰는작가로서어색하지않다.

올들어이책이다섯권째.마지막책을읽은것이3월중순이다.많이읽을때는한해에50권도넘게읽은것에비하면십분의일도안되는데벌써올해는후반기로넘어섰다.몇달동안책한권못읽었지만그사이에도여러권이내책상위에놓여있었다.그중일부는읽다가반납하고,일부는아직가지고있는데대출기간이다되어가는것도있어그것도반납할생각이다.책을읽으면서신이나야하는데무슨숙제하는느낌이들다보니진도는나가지않고다시볼생각도나지않아시간만보낸셈이다.

이책을도서관서가에서뽑은이유는꼭읽어야겠다는것보다는간편하게책한권읽어보자는생각이었다.그렇지만읽다보니그게아니다.저자의나이가나와비슷하다보니기억속에남아있는사건들이익숙하다.그렇지만책속의음식점들은한군데도가본적이없는곳들이다.한편으로는다행이다싶다.앞으로가볼음식점들리스트가생긴셈이다.친절하게도책마지막에는저자의‘서울단골맛집십선’이라는제목하에간략하게설명을해놓았다.

작가와살아온공간이다르다보니가본곳,인연을맺은사람들은다르지만모두정겹게느껴진다.한편으로는젊은이들이이책을읽으면낯선느낌이들것같다는생각이들었다.78년도대학1학년때서류가필요해강남으로이사간학교를방문했을때삼성동의COEX주위가모두허허벌판이었던광경,60년대후반,한남동과강남신사동을연결하는제3한강교(한남대교)의교각을세우던모습,지금은없어진삼각지로타리를세우는모습,전철타고소풍가던기억들이한컷사진처럼남아있다.서울에서나서50년넘게서울에살다보니기억속에남아있는자연스런일상들을책속에서발견하다보니새삼스레무슨의미있는기록처럼여겨진다.

어렸을때겨울이면손등이터지는것이당연하고,콧물이줄줄흘러가슴에손수건을매달고다니고,포장이안된곳이맞아장마철에는얇은고무신을뚫고들어오는못에다치는경우도흔했다.먼지를날리며달려가는미군지프차를따라가면서‘초코렛기브미’를외치던모습도생생하다.이책을읽으면서작가의생활에빠져든것이아니라나의서울생활이하나둘씩떠오른다.작가와연배가비슷한독자들은이책을읽으면서각자의생활을한번씩떠올리는기회가될것같다.

다른책과는달리책내용일부를따로메모해놓지않았다.딱히기억에둘만한표현이없기때문이다.그것이이책의매력이기도하다.나에게는‘화가사석원의황홀한쿠바’에이어연속안타인셈이다.책군데군데작가의삽화가들어있는데그림에는워낙문외한이라작가의본업인그림에대한언급을하지못해유감이다.

아래글은2005년2월4일쓴‘화가사석원의황홀한쿠바’에대한글이다.

‘사쿠라가지다젊음도지다’를읽고나서마음이편치않았는데이책을읽고나니한결편하다.초기에소개한‘책한권을들고파리가다’같이읽고나서마음이가벼워지는책이다.저자의가식이없는솔직한기술과함께내가가도그랬을거라는생각이겹치면서실제다녀온것같은생각이든다.기행문이란읽고나면다녀온것과같은여운이남아야한다고생각했었는데이책에서그런기분을느낄수있어반가웠다.

어떻게보면한일이없어보이기도하나이런것이실제여행이란생각이든다.유명관광지에들러남는건사진밖에없어라는말을되뇌이며사진몇장찍고바쁘게이동하고돌아와서는사진속의나를쳐다보며그때좋았지라고기억을새기는것이여행이라할수있을까?그때사진찍던곳에,그옆에누가있었는지도기억못하는사진은사진의의미도퇴색하지않나싶다.

저자는화가이다.<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이란다큐멘터리영화를보면서한낡은승용차한대가하바나의방파제를따라달려오고,카리브해의하얀파도가방파제를넘어자동차를덮치는장면에반해쿠바여행을결심하게된다.그로부터일년후실제저자는여행을하게되고그곳에서찍은사진과저자의그림이잘어우러져분위기를잘표현하고있다.솔직히쿠바에실제가보고싶은생각은별로없으나덕분에실제방문한것같은여운이남는다.

저자는마지막에서‘쿠바는약이고또독이다.독은독인데황홀한독이다’라고적었다.황홀한쿠바.책내용으로볼때모든것이낡고부족하지만그안에있는사람들,바다,파도,방파제,그리고일상을벗어난자유등이황홀한쿠바를느끼게하지않았나싶다.

이책을읽은후얼마지나지않아식사중에큰아이가체게바라에대해물어보는것이아닌가?요즘체게바라에대한책선전이많더니눈에띠였나보다.이전에는체게바라에대한아는것이라곤단지쿠바의혁명가라는것이었는데이책의후반부에체게바라에대해약간의언급이있어짧은내용이지만설명을해줄수있었다.

<2005년2월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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