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공자

이한우지음

조선일보블로그‘올리뷰’에서시행한이벤트인<조쿠슬러쉬메이커>에당첨된후두번째로응모해본것이<슬픈공자>이벤트다.이책의제목이공자에게잘어울린다고생각했다.당시의시대상황으로볼때지극히이상주의자적인행보와정치의꿈을제대로펼치지못한것을잘표현했다는생각이들었다.그리고저자도내가좋아하는조선일보의주말세션을담당하는기자라는것이내가응모하게된동기다.그렇지만결과는탈락.그리고잊어가던차에우연히도서관에서구입후정리중인책을발견하였다.신청을하고며칠지나구입한지처음으로받아볼수있었다.

결론부터말하면탈락한것이다행이다싶다.책은좋았지만리뷰를써야하는입장에서는쉽지않은책이란생각이들었다.공자가하신말씀에대해뭐라고할것인가?지금시점에서보면이해하기어려운부분도있지만이천년넘게내려온사상을주제넘게이야기하기도어렵다.책을주로도서관에서빌려읽는터라굳이소장하고안하고는별의미가없기도하다.

이책을읽고나서생각해보면전에단편적으로접했던공자와크게다를바는없다.내가보기는공자는이론가이지실천가는아니라고보는데평생정치에참여하려고노력한것을보면의아한생각이든다.물론세운이론을실천하는것이당연한것처럼생각되지만이론이실천되기위해서는중간에무언가있어야되는것아닌가?책내용중에서공자는여러가지이유로제왕의신하들의반대에부딪혀몇차례관직에뽑히지못하게되는데내가그런신하의입장이었으면어떠했을까하는생각을해본다.추천할수있었을까?

책의<들어가는말>부분에책제목에대한설명이있다.처음[슬픈공자]라는책제목을보았을때들었던생각과유사한다.그리고책내용중에‘不惑’과‘中庸’에대한설명이있다.이책내용대로라면내가잘못이해하고있었다.책에대한독후감보다는책내용중몇군데옮기는것으로이책을소개하고자한다.

<들어가는말>

[논어]를읽고슬펐다는사람은없다.그러나공자의생애와[논어]의구절들이만나는순간곳곳에서슬픔이생겨났다.제자들을가르쳤지만그들은제대로이해하지못했다.이해한제자중에서도오랫동안실천하는이는거의없었다.군자와정계의실력자들에게정도를가르쳤지만,그때뿐이었다.정도를걷겠다는의지가없었고,의지가있더라도제대로행하지않았다.그런식이다.[논어]에는말만있지만,공자의삶에는실제가있다.슬픔은다름아닌말과실제의갭에서생겨났다.말이행해지지않는것이야말로참으로서글픈일이다.말이말이아닌것이되기때문이다.

6쪽중에서

공자는주공周公의사당인대묘에가게되면매사每事를캐물었다.이때사당관계자가말했다.“과연누가당신같은(별볼일없는)추땅의자식에게예를안다고말하는가?(당신이그렇게예를잘안다면)대묘에들어와왜매사를꼬치꼬치묻는가?”

공자가이말을듣고서말했다.“그렇게따져묻는것이바로예다.”

59쪽중에서

[논어]에등장하는다음과같은구절들은훈계임과동시에젊은시절중니가스스로에게불어넣었던삶의지침이었다고하겠다.

공자는말했다.“사람들이자신을알아주지않는것을걱정하지말고,오히려자신이남을제대로알지못하는것,혹은남을제대로알아주지(평가해주지)못하는것을걱정하라!”([학이]16장)61-62쪽중에서

공자의20대는치열한자기와의싸움을통해조금씩조금씩앞으로나아가는삶을지향하는것이었다.먼훗날한말이지만,그내용은공자스스로자신의젊은시절을되돌아보는것이다.젊은제자들을보며자신의젊은시절과비교하는<공야장>26장이다.

공자는말했다.“다끝나버렸구나!나는아직(나만큼)자기허물을발견하여마음속으로송사를하듯이맹렬하게하는자를보지못했다.”

바로그랬다.공자는자기허물을스스로찾아내어송사하듯이그허물의허물됨을밝혀냈다.그렇게함으로써욕심덩어리개인으로부터조금씩벗어나선비를향해나아갔고,이같은발걸음을멈출줄몰랐다.선비의단계에이른20대중니의새로운과제는떳떳한마음,즉항심恒心을가진사람이되는것이었다.

66-67쪽중에서

공자는다음세가지가운데어느것이자신에게있는지묻는다.실은세가지다갖춰져있었다고할수있지만,공자는겸양을갖춰묻는다.그것은우회적으로제자들로하여금이세가지를갖추도록권면하고있는것이다.

첫째,묵이지지(黙而識之)는말없이옛학문(고학,고도)을익혀마음속에간직하고내세우지않는것을말한다.識는알다,지식등의뜻일때는‘식’으로,기록(하다),표시(하다),적다등의뜻일때는‘지’로,깃발의뜻일때는‘치’로읽는다.여기서는말없이(默)마음속에만적어둔다는뜻이므로‘지’로읽는다.[논어]첫머리의‘남들이알아주지않더라도서운해하지않는것(人不知而不慍)’과통한다.

둘째,학이불염(學而不厭)은배움에싫증을내지않는다는것이니,학이시습(學而時習)과통한다.사실배운다는것은누구에게나지루하고싫증나는일이다.그러나그런지루함과싫증을이겨내고올바른배움을갖췄을때그공효(功效)는새로운사람을만들어주는것이니공자는배우는것을꺼리지않았던것이다.

셋째,남을일깨워가르치는것(誨人)을게을리하지않는것(不倦)이다.이는<위정>11장의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과통한다.

72쪽중에서

여기서우리는공자의중요한발언하나에주목할필요가있다.그는자신의70생애를요약하면서“마흔살에혹하지않게됐다(不惑)”고말한다.이말은마흔이될때까지는혹하는일들이종종있었다는뜻이다.우선공자가말하는혹(惑)이무슨뜻인지알아야불혹(不惑)하게됐다는정확한의미도알수있다.이는30대후반중니의가장큰고민이무엇이었는지를알게되는단서라는점에서도대단히중요하다.일단유혹에흔들리지않게됐다는통상적인해석은잊어주기바란다.

아무리뛰어난재상이라하더라도자신의출세를방해한안영에대한감정이좋을리없었다.경공에게까지서운한마음이들지않았던가?[논어]에는딱한번안영에대한언급이나온다.<공야장>16장이다.

공자는말했다.“안평중은사람들과잘사귀었다.사이가오래되어도공경하는마음을잃지않았기때문이다.”

상당한극찬이다.이는곧자신의출세를막은안평중,즉안영의행위를공자는크게염두에두지않았다는의미가된다.그럼에도그가받은마음의상처는클수밖에없다.분노가치밀어올랐을것이다.[논어]에등장하는화다스리기나감정조절의문제는대부분이무렵중니가비교적많이고민했던주제중하나였음이분명하다.그리고마침내그것을극복하고서그는“마흔살에혹하지않게됐다(不惑)”고말한것이다.

106-107쪽중에서

세상에는그럴듯한말,또그런말만골라서하는사람들이차고넘쳤다.공자도젊어서이런저런말과그런저런사람에게솔깃해서시간을허비했던적이여러번있었을것이다.특히다움(德)이란치열한자기싸움과열렬한자기노력이있어야조금씩쌓을수있는것인데,단번에그같은다움을가질수있는양유혹하고떠들어대는말과사람들이있었다.불교식으로말하면돈오(頓悟)나돈수(頓修)를일컫는것이겠다.반면공자는그런순간적깨달음을믿지않았다.점오(점오)요점수(점수)였다.다행히[논어]에는이에관한공자자신의고백이나온다.<위령공>30장이다.

공자는말했다.“내가일찍이낮에는밥도먹지않고밤에는밤새도록잠도자지않고생각만해보았으나얻는것이없었다.배우는것만못하다.”

즉공자도단번에득도(得道)할요량으로생각만해봤으나별무소득이었다는말이다.그래서공자는생각과배움이함께어우러져야만다움을향한전진이가능하다는결론을내리게된다.

152-153쪽중에서

공자는세상경험의차이때문인지,나이차때문인지,아니면젊은제자들의과욕(過慾)이나과신(過信),과용(過勇)때문인지자신의가르침을제대로전수하는것이점점어려워지는상황에봉착한다.

사실공자에대한오해는21세기의지금도우리학계에서계속되고있다.중용이라고하면명사로보아‘치우치지않음’정도로풀이하는것이다.한문에대한깊이있는이해가결여된부끄러운오독의결과다.단적으로말해중용은적중하다(中)와지속하다(庸)라는동사다.온열정을다해도나인에이른다음거기서다시벗어나지않도록다시온힘을다하는것이바로중(中)하고용(庸)하는것이다.이미[논어]에는이같은풀이를보여주는구절이두군데나나온다.먼저앞서살펴본바있는<태백>17장이다.

공자는말했다.“배움은마치내가(거기에)못미치면어떡하나하는마음으로해야하고,또(그것에미쳤을때는)혹시그것을잃으면어떡하나두려워하는마음으로해야한다.”

이문장의전반부가중하는것이고,후반부가용하는것이다.

280쪽중에서

자신을알아주던제자들은세상을떠났고,말년의공자는홀로죽음앞에섰다.그는정치인으로는실패했지만,요순과주나라의문치(文治)를제자들에게가르쳤고기록으로남겼다.현실과이론의간극은그를슬프게했을것이다.그래서그의말년은결코행복할수없었다.

세상은막굴러가고있었고,극소수제자들을제외하면실은제잇속만차리려는제자들이훨씬많았다.돌이켜보면,공자가누구인지도모르고이용한하려는군주들이있었는가하면,공자의가치를알면서도현실적제약이두려워제대로쓰지못하는군주들도있었다.이런와중에공자의삶은기댈곳없는나그네처럼돼버렸다.

공자의최후를가장가까이에서지킨제자는자공이다.많은애정을쏟았으나안회나증삼의경지에는오르지못한지자(知者)자공이공자의마지막을목격한것이다.공자가병이들자자공이문안을겸해찾아왔다.마침지팡이에의지해문앞에있던공자가자공을보고던지는말이애잔하다.

“사야!너는왜이렇게늦게왔느냐?”

그리고이런노래를불렀다고한다.

태산이무너지는가!

들보와기둥이무너지는가!

철인(哲人)이시드는가!

그러면서공자의눈에서는눈물이흘렀다.물론자공도눈시울이뜨거워졌을것이다.그리고유언처럼이렇게말한다.

“천하에도가없어진지오래됐구나!아무도나의도를믿지않는다.하나라사람들은장사를치를때유해를동쪽계단에모셨고,주나라사람들은서쪽계단에모셨고,은나라사람들은두기둥사이에모셨다.어젯밤에나는두기둥사이에놓여사람들의제사를받는꿈을꾸었다.내조상은원래은나라사람이었다.”

그리고이틀후인류의영원한스승공자는눈을감았다.기원전479년(애공16년)주력(周歷)4월11일이었다.숨진공자는노나라도성북쪽의사수(泗水)근처에묻혔다.

404-405쪽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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