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엮음

올해8월17일(토)자신문‘Books’란에실린[10년이지난도펄떡이는녀석들]이라는제목으로소개된책10권중안읽어본책4권을읽어볼생각으로맨처음고른책이’그리스인조르바‘이다.그렇지만앞부분을조금읽어보다가포기하였다.외국소설을읽을때마다느끼는어려운점들(이름이생소하고상황에대한설명이잘이해되지않는것)이집중을방해하여진도가나가지를않는다.책을반납하면서그다음고른책이’지금알고있는걸그때도알았더라면‘이라는시집이다.

지금까지시집을접해보지않은것은아니지만처음부터끝까지읽어본시집은이책이처음이지싶다.제목위에‘잠언시집’이라는표현이있어찾아보니‘잠언’이란구약성서의지혜문학에속하는책이라한다.

류시화엮음과‘잠언시집’이라는표현대로책안에는다양한시인의시가실려있고,그중에는무명씨의시들도있다.내용은살아가면서도움이될만한글들이다.

그중에서도다음에적은두편의시가계속머릿속을맴돈다.이시집의제목인<지금알고있는걸그때도알았더라면,킴벌리커버거>와<어느17세기수녀의기도>이다.첫번째시가언제적인지는모르지만두번째는17세기인데수백년의시간을초월하고있다.그수녀가우리와같은세대인것같은느낌이다.환경은천지개벽수준으로바뀌었지만사람의생각은그때나지금이나매한가지인셈이다.

<지금알고있는걸그때도알았더라면>,이시는가정법의제목을가지고있다.현실적으로는불가능한일이다.설령알았더라도얼마나달라질수있을까?가끔TV에서과거젊은시절로돌아갈수있다면돌아가겠느냐는질문에대부분은싫다고대답하는것을보았다.젊음,좋지만또고민이많았던시절이기도하기때문에싫다는것이다.지금의정신을가지고젊은시절로간다고해도고민이줄어들기보다는오히려늘것같은생각이든다.

실제돌아갈수없는현실에서가정해보는그것만으로도충분하기때문에가슴에남는다.과거로돌아가서그리하라는것이아니라앞으로남은삶을그리하라는의미이니까.

<지금알고있는걸그때도알았더라면>

지금알고있는걸그때도알았더라면

내가슴이말하는것에더자주귀기울였으리라.

더즐겁게살고,덜고민했으리라.

금방학교를졸업하고머지않아직업을가져야한다는걸깨달았으리라.

아니,그런것들은잊어버렸으리라.

다른사람들이나에대해말하는것에는신경쓰지않았으리라.

그대신내가가진생명력과단단한피부를더가치있게여겼으리라.

더많이놀고,덜초조해했으리라.

진정한아름다움은자신의인생을사랑하는데있음을기억했으리라.

부모가날얼마나사랑하는가를알고

또한그들이내게최선을다하고있음을믿었으리라.

사랑에더열중하고

그결말에대해선덜걱정했으리라.

설령그것이실패로끝난다해도

더좋은어떤것이기다리고있음을믿었으리라.

아,나는어린아이처럼행동하는걸두려워하지않았으리라.

더많은용기를가졌으리라.

모든사람에게서좋은면을발견하고

그것들을그들과함께나눴으리라.

지금알고있는걸그때도알았더라면

나는분명코춤추는법을배웠으리라.

내육체를있는그대로좋아했으리라.

내가만나는사람을신뢰하고

나역시누군가에게신뢰할만한사람이되었으리라.

입맞춤을즐겼으리라.

정말로자주입을맞췄으리라.

분명코더감사하고,

더많이행복해했으리라.

지금내가알고있는걸그때도알았더라면.

킴벌리커버거

<어느17세기수녀의기도>

주님주님께서는제가늙어가고있고

언젠가는정말로늙어버릴것을

저보다도잘알고계십니다.

저로하여금말많은늙은이가되지않게하시고

특히아무때나무엇에나한마디해야한다고나서는

치명적인버릇에걸리지않게하소서.

모든사람의삶을바로잡고자하는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하소서.

저를사려깊으나시무룩한사람이되지않게하시고

남에게도움을주되참견하기를좋아하는

그런사람이되지않게하소서.

제가가진크나큰지혜의창고를다이용하지못하는건

참으로애석한일이지만

저도결국엔친구가몇명남아있어야하겠지요.

끝없이이얘기저얘기떠들지않고

곧장요점으로날아가는날개를주소서.

내팔다리머리허리의고통에대해서는

아예입을막아주소서.

내신체의고통은해마다늘어나고

그것들에대해위로받고싶은마음은

나날이커지고있습니다.

다른사람들의아픔에대한얘기를기꺼이들어줄

은혜야어찌바라겠습니까만

적어도인내심을갖고참아줄수있도록도와주소서.

제기억력을좋게해주십사고감히청할순없사오나

제게겸손된마음을주시어

제기억이다른사람의기억과부딪칠때

혹시나하는마음이조금이나마들게하소서.

나도가끔틀릴수있다는영광된가르침을주소서.

적당히착하게해주소서.저는

성인까지되고싶진않습니다만….

어떤성인들은더불어살기가너무어려우니까요…

그렇더라도심술궂은늙은이는그저

마귀의자랑거리가될뿐입니다.

제가눈이점점어두워지는건어쩔수없겠지만

저로하여금뜻하지않은곳에서선한것을보고

뜻밖의사람에게서좋은재능을발견하는

능력을주소서.

그리고그들에게그것을선뜻말해줄수있는

아름다운마음을주소서.

아멘.

작가미상(17세기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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