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냥년

화냥년(花娘女)

역사소설병자호란

유하령지음

“우리는반겨줄고향도받아줄고향도없다.포로로잡힌조선땅과끌려온청의심양땅.

그원한의땅으로부터떨어진이곳이이제우리의고향인것이다.그래서‘화냥년’이라는상말이우리의이런처지를환기시키기에오히려편안하기까지하다.매순간엄습하는죽음의공포를짊어진몇개월의행군을당해본사람들은포로이전의사람으로돌아갈수가없다.살아가면살아갈수록무너진정신은회복하기어렵고행동은더욱짓눌린다.예전으로돌아가는해결책은단한가지.예전같지않은삶을마감하고죽음으로예전의삶을선택하는것이다.“

이번주말은유하령작가의‘화냥년(花娘女)’과함께했다.위의글은책의겉표지에있는글이다.사전에서‘화냥년’을찾아보았더니‘화냥’을비속하게이르는말이라하고‘화냥’은‘서방질을하는여자’라고되어있다.책의마지막에있는‘작가의말’에책제목을‘화냥년(花娘女)’으로한이유를다음과같이설명하고있다.

“‘화냥(花娘)’이라는용어는성종때쓰인기록이있지만,임진왜란을맞아조선여자와명군의접촉이잦아지면서부터유행했을것으로유추한다.왜란시기많을때는10만명이넘는명군이8년3개월동안조선에주둔했다.명군이철수한뒤조선조정은1602년명군과통정했던여자들을한성부10리바깥으로쫓아내는조처를취한다.이여자들이‘몸파는여자’라는뜻의중국어‘화냥’에서비롯된‘화냥년’으로손가락질당했으리라는것은의심할여지가없다.

성종때에는이득을취하기위해간음하는것을‘화냥’으로불렀다면임진왜란이후에는여자들의명군과의접촉을모두‘화냥’으로부르는풍조가생겨난것이다.따라서‘환향녀’는역사적사실과관계없이후대에편의적으로붙여진용어이며,‘화냥년’은임진왜란당시명군과관계한여자들에게붙여져서병자호란의피해자인여자들에게까지붙여진것으로생각한다.

이소설에서‘화냥년’은청나라에끌려가살아남은조선인포로남녀모두를가리킨다.당시는포로가되어살아남았다는것,청의앞잡이가되어명군과의전쟁터로나갔다는것,청에서살아남아돌아왔다는것이모두절개를잃은‘화냥질’이돼버린상황이었다.‘화냥년’이된조선인포로들에게돌아갈‘조국’은없었다.강과선(소설의주인공)의삶이그랬다.소설을제목을‘화냥년’으로붙인까닭이다.“380-381쪽중에서

이책은신문에서한명기교수의‘역사평설병자호란’이라는책소개를보다가알게되었다.한명기교수와유하령작가는부부다.남편은병자호란에대한역사평설을,아내는병자호란으로청에끌려간포로들에대한소설을내놓았다.‘화냥년’의부제는‘역사소설병자호란’이다.읽더라고‘역사평설병자호란’을먼저읽고싶었지만도서관에아직들어오지않았고,소설‘화냥년’은있어이책을먼저읽게되었다.도서관에서대출받는데책제목이약간민망하다.내용을모르는채제목만보면19금책같은느낌도들지만느낌과는전혀다른책이다.책내용은전체적으로슬프다.

‘병자호란’과관련된소설로는김훈작가의‘남한산성’을읽은적이있다.2007년이다.‘남한산성’은청군에의해포위된남한산성내의이야기를그린것이고,‘화냥년’은패전하면서포로로끌려온‘남한산성’밖의이야기다.

‘병자호란’.조선의왕인조가삼전도(三田渡)에마련된수항단(受降檀)에올라청태종홍타이지에게세번절하고아홉번머리를조아리는치욕의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을당한역사적사건을먼저기억하게되는데이책은개인적으로는훨씬치욕적인상황에빠진수만(많게는50만)의포로들에대한이야기로1637년봄심양에서시작한다.

심양으로끌려온수많은포로들중에‘강’과‘선’이있다‘선’의오빠인‘윤노’는‘강’의친구로모두양반자제들이다.‘윤노’를지키느라대신잡혀포로가된‘강’은‘선’을남장시켜심양까지보호자역할을한다.청은포로들을돈을받고조선으로속환시키는데남녀의속환의의미는다르다.남자와달리여자들의경우는가문의부끄러운일을숨기기위한것이다.속환되어온여자들이죽음을강요하는가족과사회적인요구에맞서기란쉽지않았을것이다.그렇지만속환도어느정도먹고살만한사람들에국한된일이고그마저장만하지못한수많은사람들은다양한방법으로청에남아어려운삶을이어가게된다.‘강’은청의장군‘주란타이’의눈에들어여러번죽임을당할사건에서살아나게된다.‘주란타이’는‘강’에게청의군대에서큰역할을하면자유를주겠다는약속을한다.

‘선’의부친호조판서‘조경호’는상황판단에빠르다.남은대신들이도망친포로들을다시잡아보내라는청의요구를반대하는데반해청의편에서서아들‘윤노’의송환요구를막으면서한편포로들을잡아청으로송환하고,잡혀간포로들을싼값에송환하여가족에게비싸게넘기는일들을주도하면서정국을주도한다.‘선’은속환되어조선으로돌아가지만결국조선에서살지못하고다시청으로와몽골장군과같이살면서아이를갖게되고,‘강’은조선으로와자신의부모를죽인‘윤노’에게복수를하고,‘선’을구하지만결국조선에서는살지못한다.

요동벌판초입의산간마을.사람들이포로마을이라고부르는곳에서‘강’과‘선’그리고포로로끌려왔던사람들이마을을이루고산다.지나가는사신행렬은이마을을‘화냥년마을’이라고불렀다.

책제목만보았을때는주로포로로끌려간여자들의수난에대한이야기를그렸는가싶었는데저자가마지막에밝혔듯이청으로끌려간포로중에살아남은사람들모두에관한이야기를담고있다.다양한형태로삶을이어가는포로들.실제로는이책의내용보다훨씬혹독했고이들을끌어안을수없는당시의시대상황이이들을더욱어렵게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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