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7년,근대의탄생
르네상스와한책사냥꾼이야기
스티븐그린블랫지음
이혜원옮김
조선일보에서올해의책으로선정한10권중한권(400쪽,참고문헌포함)이다.[어제까지의세계,재레드다이아몬드지음,744쪽]와같이대출을받았는데두께가조금얇다는이유만으로먼저읽은책이다.보통책들과비교해겉장이특이하다.색상하며그림이촌스런느낌을주지만내용은왜올해의책으로선정되었는지수긍이되는책이다.이책을읽으면서이런책을쓰는사람은어떤사람인가궁금해진다.특별한재능이다.
유럽이암흑의중세를거치면서근대를시작하는시점에서루크레티우스의철학서사시『사물의본성에관하여』가중요한역할을하였으며기원전50년경작성된책이어떻게중세로연결되었는지를설명하고있다.이과정에는필사가인’포조브라촐리니‘가중요한역할을한다.이필사가의행적을뒤따르면서당시의시대상과함께어떻게근대의씨앗이발아되었는지를알려준다.’포조브라촐리니‘가이모든것을기획하고장차이한권의책이어떤의미를가졌는가를다알지는못했지만,중요한역할을한것만은분명하다.
책의내용중에서『사물의본성에관하여』에대한내용을요약해소개하고있는데이런내용이과연기원전50년경작성되었다는것이경이롭기까지하다.저자가기원후기독교를경험한다음이라면과연책의내용이어떻게달라졌을까궁금해진다.책앞장과뒷장의안쪽에이책의요약이길게적혀있다.나같은아마추어는이런요약을할수없다는것을알기에옮겨본다.
책요약
1417년겨울,30대후반의한남자가남부독일의한수도원의먼지덮인서가에서옛필사본한권을발견한다.르네상스당대에뛰어난역량을발휘한필사가,고대전적의발견자,고전의라틴어번역자,대화체와서간체저작의작가,고대유물의수집가로서탁월한인문주의자였던포조브라촐리니였다.그때는포조가섬기던교황요한네스23세가콘스탄츠공의회에서퇴위가결정되고구금되어있을때였다.교황의권위가붕괴되는역사의전환점에서포조는잃어버린고대의문헌을찾아책사냥을떠난것이었다.역사에서가장유명한책사냥꾼(book-hunter)포조가포획한그필사본은천년이상잊혀져있던고대로마의시인루크레티우스의철학서사시『사물의본성에관하여』였다.
『사물의본성에관하여』는당시로서는가장위험한사상들이숨어있는장시(長詩)였다.그시속에는우주는신의도움없이도움직이고,사후세계에경험하게된다는종교적공포는인간생활의적이며,쾌락과미덕은대립적인것이아니라서로뒤엉켜있다는불온한생각이흘러넘쳤다.그리고루크레티우스의사상의배경이된고대그리스의철학자에피쿠로스의원자론(原子論)에의하면,더이상분할될수없는무수한원자들이무한한우주공간에서영속적으로서로충돌하고결합하여“일탈한”결과로서물질들을구성한다는것이다.“일탈(swerve)”은자유의지의원천이다.이와같은논리적배경을가졌던원자론은중세천년동안금압되었던이단의사상으로서망각의강제에서이제“부활하고”해방되었다.
포조가16세연상의작업동반자였던니콜리에게필사하게함으로써세상에유포,보급된『사물의본성에관하여』는그후세계사의진행을바꾸게되었다.가톨릭교회는얀후스와조르다노브루노를이단으로처형함으로써그들을침묵시킬수있었지만,재발견된『사물의본성에관하여』를침묵시키지는못했다.그시의세계관은먼저예술에스며들어보티첼리와다빈치에게영감을주었다.바티칸에소장중인『사물의본성에관하여』필사본은마키아벨리가직접필사한것으로밝혀졌다.몽테뉴는이책의여백에자신의생각을적어놓음으로써이시에심취했음을증명했다.뿐만아니라이시는갈릴레오,프로이트,다윈,아인슈타인에게큰영향력을미쳤고,토머스제퍼슨의미국독립선언서에서도그자취를발견할수있다.저자그린블랫에따르면,이책의발견은기독교의교리에의해서인간의사상과자유가속박당했던,그리고교회와봉건적지배에의해서인민이착취당했던“암흑”의중세를마감하고“재생”의르네상스태동의계기가되었다.
그린블랫은포조가험난한이국원정까지해야하는책사냥꾼으로서,아름다운글자를만들고그글자로필사하는서법가(書法家)와필사가로서,그리고교황청관리로서보낸생애를추적한다.위대한인문주의자포조의생애를밟아가는과정에서그린블랫은포조가유능한필사가니콜로니콜리와나눈우애에감동하게되고,거대한관료기구로서의교황청의위선과타락과정쟁을목격하게된다.특히저자는르네상스가근대의토대가되었다는사실을증명하는가운데에서도일방적으로르네상스를찬양하지않고당대의퇴폐와오염을극한종교와지배계급과사회를비판함으로써자신이단순한근대주의자가아닌것을보여준다.르네상스의화려하지만퇴폐의악취가만연한시대적인이면을적나라하게파노라마적으로펼치는그린블랫의설득력있는묘사는독자들에게이책이주는또다른유혹적인선물이다.
셰익스피어연구의권위자인21세기의그린블랫은이한권의책에서기원전4세기의에피쿠로스와기원전1세기의루크레티우스와15세기의포조브라촐리니의불가사의한만남을섬세하게추적함으로써르네상스의태동과전개를역동적인필력으로규명하고있다.그것은역사의저깊은심연에서“근대의탄생”을확인하는지문(指紋)을발견하는위대한여정이었다.
역사학과문학에서의미있는작업을성공적으로수행한이책은2012년도퓰리처상논픽션부문과2011년도전미국도서상논픽션부문의수상작이되었다.곁들여「뉴욕타임스」등의베스트셀러로등재되어상업적인성공도거두었다.
책내용중에서
르네상스의탄생과오늘날우리가살아가는세계를형성해온힘의해방을단하나의원인을들어설명할수는없다.그러나나는이책에서많이알려져있지않지만,르네상스를특징적으로보여줄수있는한이야기를소개하려고한다.바로포조브라촐리니라는인물이[사물의본성에관하여]를재발견하게되는이야기이다.그재발견을둘러싼이야기는우리가근대적삶과사상의근원에대한문화적전환을가리키기위해서흔히사용하는용어인‘르네상스(renaissance)’,즉고대의재생(再生,rebirth)과진실로잘들어맞는다.물론,한편의시가그자체로서모든지적,도덕적,사회적전환을가져왔다고는말할수없을것이다.그어떤작품도그럴수는없다.하물며수세기동안이나위험을무릅쓰지않고는공공연히자유롭게입에올릴수도없던책이라면더더욱그럴것이다.하지만이특정한한권의고대서적이갑자기사람들의품으로돌아옴으로써분명히어떤변화가일어난것은사실이다.—중략—지금으로부터약600년전에문제의변화가일어났을때,결정적인순간은한외딴장소의벽뒤에처박혀가만히숨죽인채거의눈에띄지도않게지나갔다.어떤영웅적인행위도,이위대한변화의현장을후세에증언해줄영민한관찰자도없었다.천지개벽할변화의순간이면으레나타나는기적도일어나지않았다.어느날상냥하지만약삭빠르고기민해보이는인상의한30대후반의덩치가작은사내가한도서관의서가를둘러보았다.그는그곳에서매우오래된필사본하나를발견하고꺼내들었다.책을살펴보고그는매우흥분해서다른사람에게그책을필사하도록지시했다.이것이전부였다.그러나이것으로충분했다.19-20쪽중에서
책은희소하고귀한것이었다.책을소장하는것은수도원의명성을높여주는일이었으므로수도사들은이귀중품이자신들의시야에서벗어나는것을허용하지않았다.특히손버릇나쁜이탈리아출신의인문주의자를이미겪어본경우라면더더욱그러했다.때때로수도원은그들의소중한책을안전하게지키기위해서저주의글을책에담기도했다.한필사본에는다음과같은글이적혀있다.
<소유자로부터이책을도둑질하거나빌려서반환하지않으려고하는자에게고하노니,그자의수중에서책이독사로변하여그를갈가리찢게하라.그이몸을마비시키고그와함께하는모든자들에게도파탄을안겨라.그가자비를크게부르짖으며헤어날수없는고통에신음하게하라.그리고그가스스로파멸을노래할때까지그의고통에멈춤이없게하라.가책의증거로서책벌레가그의내장을파먹게하리니,마침내때가되어그가최후의형벌을받을때가오면지옥불로하여금그를영원히집어삼키게하라.>42-43쪽중에서
파피루스는이집트나일강하류의델타습지에서자라는키가큰갈대이다.파피루스로종이를만들기위해서는먼저다자란파피루스를채집해서줄기를자른뒤속을열어안쪽의섬유를아주얇고가느다란조각으로벗겨낸다.그런다음벗겨낸파피루스조각을서로조금씩겹치게나란히놓아한면크기가되도록만들고그위에아래놓인것과직각이되게다시파피루스를같은방식으로깐다.그런뒤에나무망치로파피루스표면을부드럽게두들겨파피루스섬유끼리서로잘들러붙게하는천연수액이빠져나오게한다.이렇게완성된낱장을여러장모아풀칠로길게연결하여두루마리형태의책을만든다.73쪽중에서
4세기초에이루어진조사에따르면,당시로마에는28개의공공도서관이있었다.여기에집계되지않은귀족의개인도서관도있었을것이다.4세기말이가까워지자,역사가암미아누스마르켈리누스는진지한독서가로마인의관심사밖으로밀려나고있다며걱정을늘어놓았다.암미아누스가탄식했던현상은야만족의급습이나기독교극단주의에대한것이아니었다.그현상의배경에는틀림없이그런야만족이나기독교의영향도깔려있었을것이나정작그가주목했던것은다른것이었다.그는제국이천천히붕괴되어감에따라서문화적중심의상실과시시한것들에열광하는문화수준의하락을목격했다.“철학자의자리에가수가불려가고,연설자의자리는무대연출선생이차지한다.도서관은무덤처럼영원히폐쇄되어무덤이되어가고,사람들은수압오르간이나마차만큼큰리라따위나만드는데열을올린다.”그가신랄하게덧붙인바에의하면,사람들은붐비는도로위에서도미친듯이빠른속도로마차를몰곤했다.119쪽중에서
포조는아대화체형식의글에서‘포조’라는자신의이름그대로등장하여이렇게주장한다.그래도위선이최소한공공연한형태의폭력보다는더낫다고.그러나그의친구인수도원장알리오티는오히려위선이더나쁘다고대답한다.명백히드러난강간범이나살인범의끔찍함은누구나쉽게알아볼수있지만위선자가취하는교활한속임수로부터자신을지키기는훨씬더어렵다는것이다.그렇다면어떻게그위선자들을가려낼수있을까?그들이흉내내기에능하다면진실로성인과사기꾼을가려내는것은매우어려운일이될것이다.글은상대가위선자임을경고하는징표들을나열한다.당신은이런사람을보면의심을품어야한다.
과도하게정결한삶을사노라고드러내는자
맨발로거리를거니며더러운얼굴과누더기옷을내보이는자
대중앞에서공공연히돈에대한경멸을드러내는자
항상입에예수그리스도의이름을달고다니는자
선하다고칭해지기를원하나정작어떤특별한선행도하지않는자
자신의소원을충족시키고자여자들을끌어들이는자
수도원밖을이곳저곳쏘다니면서명예와명성을구하는자
금식을비롯한각종금욕적수행의현장을남에게표내는자
자신을위해서다른이들을조종해뭔가를얻고자꼬드기는자
신뢰로주어진것을받았다고인정하거나돌려주기를거절하는자
포조에따르면,실질적으로교황청사무국에있는모든사제와수도사들은전부위선자였다.그곳에서는종교가이루고자하는숭고한목적을달성하는것이불가능하기때문이었다.그러니만약교황청사무국에서혹시라도특별히자신을낮추는겸손한자를마주친다면주의할지어다.그자는흔히볼수있는위선자가아니라가장악질에속하는위선자이다.대체로너무완벽해보이는사람들은경계할필요가있다.기억하라.“선하다는것은실로어려운일이니(Difficileestbonumesse)."186-187쪽중에서
루크레티우스가생각하기에는신들이정말로인간의운명에신경을쓰거나혹은그들이바치는여러종교제의에관심을기울인다고상상하는것은정말이지천박한신성모독이었다.신이라는존재의행복이우리가웅얼거리는몇마디말이나반듯한행동거지에달려있기라도한다는말인가?그러나사실이런신성모독도따지고보면전혀문제될것이없다.신들은인간이던지는모욕따위는신경도쓰지않을것이기때문이다.우리가할수있는(혹은할수없는)그무엇도신들의흥미를끌수는없다.그러므로진정심각한문제는인간스스로에게해를끼치는잘못된믿음과의식이다.231-232쪽중에서
루크레티우스의『사물의본성에관하여』중일부,기원전50년경작성한것이다.
모든체계화된종교는미신적인망상이다.이망상의근원은깊게뿌리박힌인간의염원과공포,그리고무지에있다.인간은소유하고싶은권력과아름다움,완벽한안전에대한이미지를투영하여그에따라신들의이미지를만들고그렇게함으로써인간은스스로의꿈에노예가되고만다.
우리는누구나이런꿈을꾸게만드는감정의지배를받고있다.하늘의별을올려다보며헤아릴수없는힘을가진존재에대해서상상할때나우주에한계가있을까궁금해질때,또는만물에존재하는절묘한질서를보고경탄을금치못할때,그리고앞선예와는달리조금덜내키는경우이기는하지만,알수없는불운의힘에조종당하면서혹시자신이벌을받고있는것은아닐까두려워질때나자연의파괴적인면모를보게될때면,이를신이라는존재로설명하고싶은느낌이덮쳐오는것이다.번개나지진같은현상은자연법칙으로완벽하게설명이되지만-루크레티우스는시에서이를자세히설명했다-겁에질린인간은무의식적으로종교적인공포에사로잡혀기도부터하기시작한다.242쪽중에서
책을읽고나면서가에꽂아두고싶은생각이나는경우가있는데이책이그중하나다.중간중간지루한부분이없는것은아니지만다시읽고싶은책이기도하다.이책이유럽의근대로의전환을다설명하지는못하지만그작은씨앗을보여주는것은분명하다.종교적인부패가만연하고개개인의삶이어려운시기이기는하지만당시의시대상은분명여러면에서근대의형태를만들어가고있었고,루크레티우스의철학서사시『사물의본성에관하여』는커다란일조를한셈이다.
기원전에작성되었다는이책의내용을보면그오랜과거에쓰여졌다는것이이해하기어렵다.과거와현재의다른점은모든점은아니더라도일부에서는단지껍데기뿐만일수도있겠다는생각을해본다.
지금도읽고있는책이있기는하지만블로그에는이책이올해의마지막책인셈이다.산이뜸하니책이는다.주말에한나절산에다녀오면그날은책읽기가쉽지않다.남은휴일은볼일도봐야하고.이블로그의타이틀이‘산과책그리고’이지만실은‘산또는책’인셈이다.
이곳을방문하여주신분들에게감사드리며갑오년을맞아건강한한해보내시기를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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