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평설병자호란
한명기지음
지난주말은감기몸살로꼼짝하지못하고지냈다.일년넘게감기한번앓지않았는데무엇이잘못되었는지제대로앓았다.토요일제자결혼식에잠깐다녀온뒤로는집에서쉰덕분에지난주에빌렸던[역사평설병자호란]두권을읽을수있었다.
일주일전에읽었던[병자호란47일의굴욕]으로병자호란은한동안잊으려했는데의료원도서관에이책이들어온것이눈에띄었다.2013년올해의책으로도선정되었기에읽어보고싶었던차에잘되었다싶었다.
[병자호란47일의굴욕]과의차이점은인조반정의계기와정묘호란및병자호란이일어난이유,그리고그와관련된일본과의관계등이더자세하게기술되어있다.지금까지읽었던‘병자호란’과관련된내용의종합편이라할만하다.많은자료를조사한것을느낄수있다.다좋은데조금아쉬운점이있다면책의제목‘병자호란’앞에조그만글씨로붙어있는‘역사평설’에걸맞게저자의비판적인의견이곳곳에드러내고있다.잘못된것을잘못되었다고하는것이당연한일이기는하지만필체가강하다는느낌을받는다.역사에대한평가에대해개인적인감정이너무드러나보인다.저자의이런태도는지금의상황에대한나름대로긴박하다는생각의반영인것으로보인다.
지난주[병자호란47일의굴욕]을읽고적은것처럼당시에정책결정이나의견을제시할수있는입장에있었다면어떤태도를보였을까?지금처럼모든결과를알고난뒤라아닌사회분위기속에서과연올바른결정을할수있었을까?몇사람이올바른결정을한다고당시의사회가그렇게움직였을까?저자는이책을쓴이유를책의시작에서,그리고책의겉장에다음과같이적어놓았다.
떠오르는거대중국에제대로대응하지못하면우리의미래는피곤하다.‘기존의제국’이쇠퇴하고‘새로운제국’이떠오르는전환기마다한반도는늘위기를맞았다.지혜롭게대응하지않는다면‘G2시대’또한예외일수없다.어떻게해야할까?병자호란무렵부터국제질서의판이바뀌던시기,우리선조들이보였던대응의실상을찬찬히돌아보는것이중요하다.강대국들의파워게임에일방적으로휘둘리지않기위해,나아가‘선택의기로’로내몰리지않으려면무엇이필요한지를성찰하기위해서말이다.필자가이책을쓴까닭이다.병자호란은‘과거’가아니다.어쩌면지금도서서히진행되고있는‘현재’일수있으며,결코‘오래된미래’가되지않도록우리가반추해야할‘G2시대의비망록’이다.
저자의말대로이책을읽다보면현재의상황과유사한점이있다는것을느끼게된다.그렇다면우리가병자호란을바라보듯이약400년후역사가현재의우리를보기에올바른판단은무엇인가?사회어디에선가역사적으로올바른판단을하는그룹이있다고하더라도그런의견이현재반영되고있는것인가?예전에역사를배우는것은단지과거를알자는것이아니라앞으로올바른판단을하자는것이라는이야기를들은적이있다.그렇지만역사는반복된다는말이있듯이역사의오류를재연하지않는것이과연가능한것인가?생각은깊어져가지만답은오리무중이다.
책의내용중에서
명은이렇게1623년3월부터1625년5월까지‘인조책봉’이라는카드를움켜쥐고조선을길들이려고부심했다.장장2년2개월동안이나시간을끌면서“우리는조선의정변이‘찬탈’임에도불구하고새정권이책봉을간청하고후금과싸우겠다고다짐했으므로인조을책봉하기로결단을내렸다.”라는언설을만들어냈다.즉‘정당성없는’인조정권에책봉이라는‘은혜’를베풀었음을강조했다.그리고그과정에서모문룡을‘은혜를베푼주역’으로부각시켰다.이제인조정권은명이베푼책봉의‘은혜’에도보답해야했다.본래부터있던‘재조지은再造至恩’에‘봉전지은封典至恩’이추가되었다.‘봉전지은’이란제후국의임금으로책봉해준‘은혜’를가리킨다.1권51쪽중에서
조선은바짝긴장했다.1625년2월,호조는책봉사접대에필요한은과인삼의수량을각각10만냥과수천근으로추산했다.그리고그것을마련하기위해각도의토지에서매4결마다베1필씩을거둔다는대책을내놓았다.백성들에게커다란고통이돌아가는조처였지만,그것만으로는부족했다.호조는모문룡에게은3-4만냥을빌리되나중에미곡과인삼으로상환한다는계획을마련했다.명사신접대를위해명장수에게서은을빌려야하는황당한상황이빚어졌다.그밖에조정의신료,도성의주민,부자들에게도은을거둔다는대책을제시했다.1권86쪽중에서
표방과실천이서로괴리되는모습을보였던인조의행태에대해1630년3월,가평군수유백증兪伯曾은직격탄을날린다.
아,오늘날할말이많은데나라의흥망은전적으로군덕君德의득실에달려있습니다.전하께서는지나치게자신하여남을따르는점이부족하고,의심이많으면서이기기를좋아하는단점이있으며,인자함은충분하나위엄과과단성이부족하고,근심하고애쓰는것은간절하나실덕實德은드러나지않습니다……안으로는주석柱石처럼의지할만한신하가없고,밖으로는외적을막는데간성干城처럼맡길만한인물이없습니다.인심이원망하고등을돌려역변이잇따라일어나고공안貢案이고쳐지지않아부역이불평등하기만합니다.호령을내리는것도조변석개朝變夕改라은혜와믿음은백성에게미치지못하고,이익만따르고공도公道가무너져벼슬길이혼탁해져뇌물꾸러미가조정에횡행하고있습니다.나라가위급한것이마치끊어지려는실끈과같은데,신은광해光海가아직죽기전에종사가먼저망해천고의웃음거리가될까두렵기만합니다.
‘광해가죽기전에인조의종사가먼저망할까봐두렵다’.정묘호란이후인조정권이직면했던난맥상에대한유백증의비판과경고는섬뜩한것이었다.1권208-209쪽중에서
홍타이지는향후조선이준수해야할조건들을제시했다.맨먼저명나라와의모든관계를끊으라고요구했다.명황제가준고명誥命과책인冊印을반납하고,명의숭정연호대신자신들의숭덕연호를사용하라고했다.조선의‘상국’을바꾸라는요구였다.이어소현세자와봉림대군뿐아니라여러대신들의아들이나동생들을인질로보낼것을요구했다.인질들을붙잡아놓음으로써조선의‘변심’을견제하겠다는속셈이었다.
홍타이지는또한향후자신이명을정벌할때조선도군대를동원하여원조해야한다고했다.당장자신이항복을받고돌아갈때가도를공격할계획임을밝히고,조선이전함50척과수군을보내동참해야한다고못박았다.상대적으로취약한수군과화기수를조선으로부터지원받아명을공격하겠다는심산이었다.
요구는계속이어졌다.성절聖節,정조正朝,동지冬至,중궁천추절中宮千秋節,태자천추절太子千秋節등주요기념일마다대신을파견하여예물을바치라고요구했다.심양으로오는사신이지참하는외교문서의형식,조선에오는청사신에대한의전과접대절차등은한결같이과거명나라에행했던구례를따르라고요구했다.
특기할것은포로들과관련된조건이었다.홍타이지는‘아군에게사로잡힌포로들이압록강을건너청영토로들어온뒤,조선으로도망쳐오면반드시체포하여청의주인에게돌려보내라’고요구했다.그는포로를‘우리군사가죽음을각오하고싸워얻은성과’라고규정한뒤포로들을데려오고싶으면정당한가격을치르라고강요했다.포로와관련된이조항은훗날조선사회에엄청난파장을남기게된다.2권217-218쪽중에서
인조는‘반정’을통해추대된임금이라훈신들의입김에밀려왕권이위축될수밖에없는한계를애초부터안고있었다.실제로1629년7월,인조는“조정신하들에게압제를받고있다”며자조했을정도였다.그러다가병자호란이후확달라졌다.왕좌를유지하기위해친정파로변신했다.하지만‘변신’이후에도청이입조론과왕위교체론을흘리며압박해오자권력을지키기위해폭주기관차처럼내달렸다.소현세자의급사,왕세자의교체,원손지위의박탈,강빈의사사등이그과정에서일어났다.그것은인조와소현세자를이간시켜‘충성경쟁’을부추겼던청의획책이빚어낸비극이었다.나아가병자호란이,역설적이지만,인조가‘추대된임금’이라는정치적굴레를벗어던질수있는결정적인계기가되었음을보여주는것이기도하다.2권281쪽중에서
박지원(1737-1805)은청을바라보는태도에따라당시의조선지식인들을상중하세등급으로분류했다.그러면서상등과중등선비에대해이렇게평했다.
상등선비는“청에는아무것도볼만한것이없다.황제부터백성들까지머리를깎고변발을했으니모두되놈인것이다.되놈은개돼지같은짐승이니그들에게무슨볼만한것이있겠는가?”라고외친다.중등선비는“명이망한뒤중국에서는노린내가나고사용하는말과글조차야만인의것이되고말았다.십만대군을얻을수만있다면산해관으로쳐들어가중국천지를말끔히씻어내고싶다”고호기를부린다.
박지원이보기에상등과중등선비는청에항복한지100년이더지난당시까지도청을여전히‘되놈(오랑캐)’이자정벌해야할대상으로생각하고있었다.상대를사람이아닌‘오랑캐’로여기니그들의문물이아무리뛰어나도그것을있는그대로보려는마음이생길리없다.
박지원은하등선비로자처했다.그러니청을바라보는태도가사뭇다를수밖에없다.‘치자治者는백성과나라를이롭게할수있다면그법이비록오랑캐에게서나왔다하더라도배워야한다.오랑캐를물리치려면중국의법제를모조리배워우리의고루하고거친풍습부터바꿔야한다.’박지원이보기에는청이오랑캐가아니었다.입만열면청을치자고외치면서도현실에서는수레조차변변히사용하지못한채낙후되어있던조선이야말로진짜‘오랑캐’였던것이다.
바야흐로‘청을배워야한다’는북학北學이시작되는순간이었다.병자호란을겪은뒤‘청을정벌해야한다’는북벌北伐이등장한뒤로부터북학으로전환하기까지는100년이상이걸렸다.그것은너무긴시간이었다.2권355-356쪽중에서
그동안병자호란에대해궁금했던점이많이해소되었다.병자호란으로인조가청황제홍타이지에게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세번절하고아홉번머리를조아리는의식)을했다는사실만알고,치욕적인일을당했다는생각만했었는데왜이런일이생겼는지,남한산성에서는무슨일이있었는지,병자호란후에는어떤일이일어났으며청으로끌려간피로인被擄人들은어떤생을살았는지등등.
정통역사서가아닌,평설,소설[남한산성(김훈지음)],[화냥년(유하령지음)],[병자호란47일의굴욕(윤용철지음),[역사평설병자호란(한명기지음)]등을통해얻은내용이지만궁금증이해소되었다.병자호란이란커다란사건에대해시간을내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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