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과그의시대
이덕일지음
이책은저자의다른책들하고는다르다.다른이유를서문시작에다음과같이적어놓았다.
“이책은저의첫번째강연집입니다.지금으로부터1년전쯤KBS의대하사극팀에서정도전鄭道傳에대한사극을준비한다면서자문요청을해와집중세미나형태로강연을했는데,그때의강연내용이중심입니다.”그사극이요즘방송되고있는‘정도전’인모양이다.드라마를가끔보지만‘정도전’은아직한편도보지않아어떤내용으로전개되고있는지는알지못한다.역사를다룬사극은부담스럽다.
최근들어역사속의인물인‘정도전’이다시거론되고있다.드라마의영향력이큰탓이다.이성계를도와조선을열었지만그의아들이방원에의해살해당한드라마같은인생을산인물이다.어렴풋이예전에역사공부하면서정도전의토지개혁에대한이야기를들어본것같은느낌만가지고있다가이책을읽으면서그내용을조금알게되었다.1300년대에악화되어가는토지집중문제를토지개혁이라는혁명적인내용으로개선할계획을세웠다는것이얼마나큰일이었는지상상이되지않는다.
책의내용중에는저자가바라보는현재의역사학계에대한부정적인이야기도나온다.저자의다른책에서도그런시각을느낀적이있다.그렇지만문제로부각되었다는내용은들어본기억이없다.전공이달라관심이적어그런것인지,아니면주류에의해논의자체가차단된것인지알지못한다.어느편을들려는것이아니라필요한것은진실이다.
‘정도전’이란역사적인물에대해제대로아는바가없어평가할수는없고,읽으면서표시해놓은부분을소개하는것으로대신하고자한다.책의내용이저자의강연내용을정리한것이라역사적사실에대한해석은저자의주관적인부분이느껴질정도로포함되어있음을감안해야할것같다.
저자의여러책들을읽은경험을말하자면전체적으로는좋아하지만부분적으로주장이강해부담스러울때도있다.
책내용중에서
고려왕실문제와토지개혁문제에서의견이갈리면서정도전은스승이색과다른길을걷게됩니다.토지문제에대한이색의해결책은주인이여러명으로중복된땅을지주들이합리적으로재분배하자는것이었습니다.결국지주들,즉지배층의시각에서토지문제를바라본것입니다.하지만정도전의생각은달랐습니다.정도전이구상했던토지개혁안은모든토지를국가가몰수하여공전公田으로만든다음,이를모든백성에게나누어주는혁명적인개혁안이었습니다.이를백성의입을계산해서밭을나누어준다는뜻에서‘계구수전計口授田’,또는백성의숫자를계산해서밭을나누어준다는뜻에서‘계민수전計民授田’이라고도합니다.53쪽중에서
정도전의인생은크게네시기로나눌수있습니다.첫번째시기는그가벼슬에나왔다가유배형에처해지던시기입니다.우왕1년(1375)의일로,그의나이만서른세살때의일입니다.두번째시기는유배시기입니다.유배형에처해진지만8년후인우왕9년(1383),정도전은이성계의막료가되어서함주로가게됩니다.이때이성계와정도전두사람이혁명을꿈꾸게됩니다.세번째시기는이때부터조선이개창되던1392년까지입니다.정도전이이성계를만난것은만으로마흔한살때였고,조선을개창한것은만쉰살때입니다.정도전이이성계를만난지햇수로정확히10년만에고려474년의역사가목동들의피리소리속으로사라지고새나라의역사가시작되는것입니다.마지막네번째시기는조선개국후정도전이북벌을꿈꾸다이방원에게살해되는태조7년(1398)입니다.그의나이만쉰여섯살때의일이었죠.그야말로파란만장하다고밖에는할수없는생애였습니다.55쪽중에서
정도전은<조선경국전>에서“사람위에있는자는법으로다스려서다투는자를평화롭게하고싸우는자를화합하게한연후에야민생이편안해진다.그러나이는농사를지으면서할수없기에백성은10분의1을내어서윗사람을기르는것이다”라고말합니다.벼슬아치가백성을기르는것이아니라백성이벼슬아치를기른다.곧먹여살린다는말입니다.그래서정도전은“벼슬아치가백성에게받는것이큰만큼자기를기르는백성에대한보답이중요하다”라고말합니다.
벼슬아치가백성위에군림하는것을당연하게여기던때,너도나도백성을뜯어먹을대상으로밖에보지않던때에벼슬아치를기르는존재가백성이라고말한것입니다.벼슬아치가백성이기르기때문에존재할수있다고주장한것입니다.이는사람들이자연상태에서벗어나기위해계약을맺고정부를세운다는존로크JohnLocke(1632-1704)의사회계약설보다무려300여년이나빠른것이었습니다.104쪽중에서
공자가편찬한<춘추>해설서에<춘추곡량전春秋穀梁傳>이란책이있습니다.공자와동시대사람이었던좌구명左丘明이쓴<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공양公羊씨집안에서쓴<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과함께춘추삼전이라고불리는데,곡량적穀梁赤이라는사람이썼기에<춘추곡량전>이라고불립니다.
<춘추곡량전><선공宣公15년조>에“옛날에는300보를1리로삼아서정전이라고이름지었다.정전은900무이며,그안에공전이하나있었다”라고전해집니다.정사각형토지안에‘우물정’자를쓰면모두사각형모양의밭이아홉개생깁니다.이중여덟개는백성이골고루나누어농사를짓는땅이고,가운데한개는공동으로농사지어서국가에세금으로바치는땅입니다.가운데땅이국가소유의공전이고,나머지여덟개의땅이백성이나누어경작하는사전이었습니다.이것이동양유교사회에서이상으로삼았던정전제였습니다.
정도전이백성의수를헤아려토지를나누어주겠다는계민수전을구상한것은‘옛날’의이런이상적인토지제도를다시실현하겠다는뜻이었습니다.그런데토지를나누어주려면토지를독점하고있는구가세족들로부터토지를몰수하는수밖에없었습니다.그런데이들이토지를순순히내놓을리만무하죠.결국이는격렬한충돌을부를수밖에없었습니다.이는구체제,즉고려왕조를존속시킨채실현하기는불가능했습니다.정도전이새로운나라를개창하는쪽으로가야한다고생각했던것은바로이때문입니다.104-105쪽중에서
이성계또한북방에서성장해서그누구보다도북방기마민족에대해잘알고있는인물입니다우왕때는요동정벌에반대했던이성계가정도전의요동정벌에는찬성했던것은이길자신이있었기때문입니다.그러나그직전제1차왕자의난으로이방원에의해정도전이죽게되면서이과제는미완으로끝나게됩니다.역사는그렇게미완의과제를남김으로써후손에게할일을남겨줍니다.
정도전은이렇게마지막목표를달성하지못하고죽고말았습니다.그러나그의인생은우리사회에많은교훈을줍니다.정도전한개인이잘나서고려왕조를무너뜨리고조선을개창한것이아닙니다.고려는토지개혁이라는시대의요구를외면했기때문에무너졌던것입니다.토지개혁을단행했다면고려왕조는한동안더유지되었을것입니다.정도전이라는한지식인,한사상가의전략으로고려가무너졌다는것은그만큼체제내에문제가많았다는반증에불과합니다.바로그런문제가비등점을향해달려갈때체제교체의기운이싹트는것입니다.219-220쪽중에서
최근에‘정도전’을주제로한역사소설‘혁명,광활한인간정도전’1,2권이발간되어대출받아놓았다.이책을통해일부얻은내용을바탕으로읽어볼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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