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카잔차키스지음

이윤기옮김

외부에회의가있어전철을타고가면서무료하여휴대폰으로전자도서관에들어가보았다.읽을만한책이있나찾아보는데그리스인조르바가눈에들어온다.명작추천도서에빠지지않아책제목은익숙하지만아직읽어보지않은터라대출을받았다.기한이5일밖에되지않아조금읽다가자동반납되고말았다.제대로읽어볼생각으로도서관에서대출을받았다.

외국소설을읽으면서항상느끼는점이지만처음에몰입하기가쉽지않다.낯선풍경,그리고쉽지않은이름들이어렵게느껴진다.이책도마찬가지.‘인버질과조르바가만나같이떠나는곳까지가기도쉽지않다.그렇지만읽으면서이책이왜명작으로추천받는지를느낄수있는책이다.

이책은그저소설이아니라는생각이들었다.조르바가실존인물이라고하는데책에서저자는젊은지식인인와조르바의대화를통해저자가하고싶은이야기들을풀어나가고있다.소설이라는형식을빌렸을뿐철학서같은느낌을받게하는책이다.조르바는교육을제대로받지못한사람답게다소거친표현으로이야기하지만온갖풍파를거치면서매사에도의경지에이른사상을말하고있다.마음가는대로생각하고행동하는모습에지식인인는존경심을갖게된다.책의모든구도가와조르바의대화를위한설정으로보인다.

책전편을통해저자는조르바의입을통해진정한자유를이야기하지만는공감을하면서도실천하지못한다.마음에서우러나는대로,움직이는대로살고싶은생각은누구나꿈꾸겠지만조르바가아닌사람들은그리할수없다는점때문에이책이계속읽히는것이아닌가싶다.하다못해하루저녁친구들과술자리갖는것도아내에게보고를해야하는환경에서조르바는영원한이상으로남을수밖에.

책속의도조르바옆에서조르바같은생각을꿈꾸지만단한번과부와의하룻밤으로일탈을끝내고만다.모두가조르바와같이생각하고행동한다면이책은그저평범한책에그쳤을것이다.우연히읽기시작했지만좋은책을만났을때의기쁨을느낄수있는책이다.강추!

글을옮긴분도평소좋아하던작가여서더좋았다.책읽다가표시해놓은곳을다소길지만소개한다.

책중에서

안믿지요.아무것도안믿어요.몇번이나얘기해야알아듣겠소?나는아무도,아무것도믿지않아요.오직조르바만믿지.조르바가딴것들보다나아서가아니오.나을거라고는눈곱만큼도없어요.조르바역시딴놈들과마찬가지로짐승이오!그러나내가조르바를믿는건,내가아는것중에서아직내마음대로할수있는게조르바뿐이기때문이오.나머지는모조리허깨비들이오.나는이눈으로보고이귀로듣고이내장으로삭여내어요.나머지는몽땅허깨비지.내가죽으면만사가죽는거요.조르바가죽으면세계전부가나락으로떨어질게요.”

저런이기주의!”내가빈정거리는투로말했다.

어쩔수없어요,두목,사실이그러니까.내가콩을먹으면콩을말해요.내가조르바니까조르바같이말하는거요.”

나는아무말도하지않았다.조르바의말이채찍이되어날아들었다.강인했기때문에그토록인간을경멸하면서도동시에그들과함께살고일하려는그를나는존경했다.나라면그런사람들과함께살아가려면금욕주의자가되었거나그들을가짜깃털로꾸며놓을수밖에없었을것같았다.82-83쪽중에서

이런생각이들었다…….조르바는학교문앞에도가보지못했고그머리는지식의세례를받은일이없다.하지만그는만고풍상을다겪은사람이다.그래서그마음은열려있고가슴은원시적인배짱으로고스란히잔뜩부풀어있다.우리가복잡하고난해하다고생각하는문제를조르바는칼로자르듯,알렉산드로스대왕이고르디아스의매듭을자르듯이풀어낸다.온몸의체중을실어두발로대지를밟고있는이조르바의겨냥이빗나갈리없다.아프리카인들이왜뱀을섬기는가?뱀이온몸을땅에붙이고있어서대지의비밀을더잘알것이라고믿기때문이다.그렇다.뱀은배로,꼬리로,그리고머리로대지의비밀을안다.뱀은늘어머니대지와접촉하고동거한다.조르바의경우도이와같다.우리들교육받은자들이오히려공중을나는새들처럼골이빈것들인뿐……95쪽중에서

먹은음식으로뭘하는가를가르쳐주면,당신이어떤사람인지나는말해줄수있어요.혹자는먹은음식으로비계와똥을만들고,혹자는일과좋은유머에쓰고,내가듣기로는혹자는하느님께돌린다고합디다.그러니인간에게세가지부류가있을수밖에요.두목,나는최악의인간도최선의인간도아니오.중간쯤에들겠지요.나는내가먹는걸일과좋은유머에쓴답니다.과히나쁠것도없겠지요!”

그는장난기있는얼굴로나로바라보면서웃음을터뜨렸다.

“……두목,당신은말이오……당신은당신나름대로먹는것하느님께돌리려고애를쓰는것같소만그게잘되지않으니까괴로운거예요.까마귀에게일어났던일이당신에게도일어나고있는겁니다.”

까마귀에게일어난일이라니,그게뭡니까,조르바?”

말씀드리지요.원래까마귀는까마귀답게점잖고당당하게걸을줄알았어요.그런데어느날이까마귀에게비둘기처럼거들먹거려보겠다는생각이난거지요.그날로이가엾은까마귀는제보법을몽땅까먹어버렸다지뭡니까,뒤죽박죽이된거예요.기껏해야어기적거릴수밖에없었으니까말이오.”100-101쪽중에서

하느님이시여,우리할배의뼈를거룩하게하사이다.우리할배는여자에관한한뭘좀아시는분이었지요.할배는여자를꽤나좋아하던분이니까……그러니까,불쌍도하시지.여자들이할배한평생을괴롭혔으니.내게는이렇게말씀하셨지요.<얘알렉시스야,내가너에게해줄덕담이많다만,뭐니뭐니해도여자를조심할일이다.하느님이아담의갈비뼈를뽑아여자를만드시려는순간(그순간에저주가있으라!)악마가뱀으로화신하여수슛,그만갈비뼈를가로채어달아나지않았겠니?하느님이쫓아가뱀을붙잡았지만악마인뱀은하느님손가락사이로빠져나갔어.하느님손에남은것은악마의뿔뿐이었단다.하느님말씀하시기를,살림잘하는여자는숟가락으로바느질도하거니,오냐,내악마의뿔로여자를만들어보리라!그리고만드셨지!얘알렉시스야,그래서악마가우리를못살게구는거란다.여자의어디를만지든,너는악마의뿔을만지는셈이란다.그러니까,얘야,여자를조심해라.여자는에덴동산에서사과를훔쳐보디스에넣고다녔단다.여자가슴이불룩한건그때문인데요새는보란듯이흔들고다니는구나.염병할것들이말이다!어느쪽도안된다.사과를먹으면골로가는것이야.먹지마라.그래야제정신으로살수가있다.내가이것밖에또무슨말을해줄수가있겠느냐.나머지는네가알아서하거라!>이게바로우리할배가내게준교훈이랍니다.그러나내가어떻게얌전하게자랄수있었겠어요?나는할배가하시던대로했지요.악마에게곧장달려간겁니다!”193-194쪽중에서

깜박잠이들었다가깨어보니조르바는벌써나가고없었다.추워서일어날엄두가나지않았다.나는머리위로손을뻗치고서가에서좋아서갖고다니던책한권을뽑아내었다.말라르메의시집이었다.천천히마음내키는대로읽었다.읽다가책을닫았다가다시펼쳤다.그러다나는결국그책을놓고말았다.그의시는핏기도없고냄새도없고인간의본질을비켜가고있는것같았다.처음경험한느낌이었다.그의시가창백한진공속의공허한언어로보였던것이다.박테리아한마리없는완벽한증류수였지만영양분역시하나없는물같은것,요컨대생명이없는것으로느껴졌다.

창조의섬광을상실한종교에서제신은결국인간의고독과벽면을치장하는시적모티프나예배용품으로전락했다.말라르메의시에서도비슷한현상이일어나고있었다.대지와씨앗을품은심장의열화같은호흡이완벽한지적놀음,교묘하면서도덧없는구조물이되어버린것이었다.

나는다시시집을열고읽어보았다.이런시들이어째서그토록오랫동안나를사로잡았던것일까!순수시!인생은한방울의피도방해할수없는밝고투명한놀음이되어있었다.인간본질은야만스럽고,거칠며불순한것이다.인간의본질은사랑과육체와불만의호소로이루어진것이다.이것을추상적인관념으로승화시켜보라.정신의도가니속에서연금술의과정을좇아순화시키고증발시켜보라.197-198쪽중에서

조르바의침묵때문에,영원한것이지만필경은역시하릴없을터인질문이다시한번내내부에서고개를내밀었다.다시한번내가슴은고뇌로가득했다.세계란무엇일까?나는궁금했다.세상의목적은무엇이며우리한순간의목숨이어떻게하여세상의목적을이룰수있을까?조르바에의하면,인간이나사물의목적은쾌락을창조하는것이었다.혹자는정신을창출하는것이라고하겠지만한차원을높여서보면똑같은말에지나지않았다.하지만왜?무슨목적으로?육체가와해되어버린뒤에도우리가영혼이라고부르는것의잔재가남아있을수있을까?아무것도남지않는다면영원불멸을그리는우리의끝없는염원은우리가영원불멸하다는사실에서유래한것이아니라짧디짧은우리인생에서무엇인가영원불멸한것을섬기는데서유래하는것은아닐까?392-393쪽중에서

조르바가고개를가로저었다.

아니요,당신은자유롭지않아요.당신이묶인줄은다른사람들이묶인줄과다를지모릅니다.그것뿐이오.두목,당신은긴줄끝에있어요.당신은오고가고,그리고그걸자유라고생각하겠지요.그러나당신은그줄을잘라버리지못해요.그런줄은자르지않으면‥‥‥

언젠가는자를거요.”내가오기를부렸다.조르바의말이정통으로내상처를건드려놓았기때문이었다.

두목,어려워요,아주어렵습니다.그러려면바보가되어야합니다.바보,아시겠어요?모든걸도박에다걸어야합니다.하지만당신에게좋은머리가있으니까잘은해나가겠지요.인간의머리란식료품상점과같은거예요.계속계산합니다.얼마를지불했고얼마를벌었으니까이익은얼마고손해는얼마다!머리란좀상스러운가게주인이지요.가진걸다걸어볼생각은않고꼭예비금을남겨두니까.이러니줄을자를수없지요.아니,아니야!더붙잡아맬뿐이지‥‥‥.이잡것이!줄을놓쳐버리면머리라는이병신은그만허둥지둥합니다.그러면끝나는거지.그러나인간이이줄을자르지않을바에야살맛이뭐나겠어요?노란카밀레맛이지.멀건카밀레차말이오.럼주같은맛이아니오.잘라야인생을제대로보게되는데!”그는묵묵히술을더마시고나서또말을계속했다.

‥‥‥두목,날용서해주셔야겠소.나는시커먼촌놈이오.말은내구두에묻은진흙처럼자꾸잇새에걸립니다.나는아름다운문장이나인사치레같은게안돼요.할수가없어요.하지만내는알아요.당신은이해할거라는걸!”432-433쪽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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