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가라앉은자와구조된자

프리모레비지음

이소영옮김

아우슈비츠의생존작가가쓴책이라는소개에한번읽어봐야지했는데세월호가연상되는책제목이걸린다.

이차세계대전당시독일수용소의대표격인아우슈비츠의실상을담았을것이라는세속적인생각과는달리철학서적같은진행에다소당황스러운느낌이들었다.화학자인저자는수용소생활을거치면서철학자로다시태어난듯하다.세세한수용소의생활에대한소개보다는가해자와피해자들의정신분석에가까운내용이진도를더디게한다.그래도두껍지않아포기하지않고마지막까지읽을수있었다.읽는재미보다는가장밑바닥까지가라앉은사람들의의식을더듬고있어다소불편하기도하지만그렇다고외면할수없는내용들이다.

저자는독일인들의유대인박해가히틀러와친위대등일부의만행이라는시각을단호히배격하고있다.이를적극적이든,아니면소극적이든받아들인독일인전체의문제라는인식을바탕에담고있다.책의마지막에서혹시이를읽는독자가저자의뜻을이해하지못했을까우려해서인지확실하게정리하고있다.,독일인들의행동을이해는하지만용서하지는않는다고.진정으로반성하고예전과다르다는것을증명하면용서할수있다고하였지만,조건을붙여놓은것으로보아쉽게용서하고싶은생각은없는듯하다.

책을읽으면서자연스럽게우리의상황이겹치는것을느꼈다.일제의만행을학교나방송에서본적은있지만이와같은형태의책을읽은적이없다는것에생각이미치자한번찾아봐야겠다는생각이든다.우리나라에서책초판이올해여서발간된지얼마되지않은줄알았는데1986년발간된책으로거의30년이다되어가는책이다.

책의내용이단순하지않아쉽게책을정리하기는어려워책내용을길게옮긴다.

책내용중에서

라거(수용소)의악행을알고있던수많은잠재적민간인증인들역시의도적인무지와두려움으로침묵했다.특히전쟁마지막몇해동안라거들은복합적이고확장된,지역사회의일상생활속으로깊숙이스며든체계를구축했다.사람들이수용소세계라고부른데는다그만한이유가있었지만,실제그곳은폐쇄적인사회가아니었다.크고작은공산품기업과농산품회사,군수공장들이수용소가공급하는공짜나다름없는노동력으로부터이윤을뽑아갔다.몇몇기업은SS의비인간적인(그리고어리석기도한)원칙,곧포로들한명한명이지니는가치는다똑같으며따라서한명이과로로죽으면즉각대체될수있다는원칙을받아들여포로들은무자비하게착취했다.소수의다른기업들은조심스럽게포로들의고통을경감시키려고노력했다.

15쪽중에서

여기서우리는다른현상들에서와마찬가지로희생자와압제자사이에놓인역설적인유사성에주목하게된다.좀더분명하게말하자면양자는같은덫에걸려있는것이다.물론그덫을준비하고또튀어오르게만든사람은오직압제자자신이다.따라서압제자가괴로워한다면그건당연한일이겠지만희생자가괴로움을겪는것은지극히부당하다.그러나실제로는어떤가?수십년이지나도록희생자는고통속에괴로워한다.그리고슬프게도다시한번그상처는치유불가능하다는사실을확인하게된다.상처의시간은연장되며복수의여신어리니에스는우리는그존재를믿을수밖에없는데-(인간의형벌에도움을받아서든아니든간에)가해자만괴롭히는것이아니라그들의일을영구화하기위해피해자에게도평화를주지않는다.오스트리아철학자장아메리는벨기에레지스탕스운동을하다유대인이라는이유로

아우슈비츠로이송되어게슈타포에게고문당한인물이다.그가남긴글은우리를경악에빠뜨린다.

고문당한사람은고문에시달리는채로남는다.(…)고문당한사람은더이상세상에적응할수없을것이다.철저하게그를무로만들어버린데서오는혐오감은절대로사라지지않는다.인간에대한신뢰는첫따귀로이미금이가고,이어지는고문으로더이상회복되지않는다.’

25쪽중에서

수용소체계는그기원(독일에서나치즘이권좌에등극한것과때를같이하는데)에서부터상대의저항능력을분쇄하려는주된목표를가지고있었음을기억할필요가있다.수용소관리를위해서는,새로입소한사람은그에게붙은딱지가무엇이든간에정의상적수였고,하나의사례나또는조직된저항의싹이되지않도록당장에무너뜨려야했다.이점에대해서SS군은명확한생각을가지고있었다.자주얼굴에가해지던즉각적인주먹질과발길질,정말로화가나서든화난척해서든간에분노를쏟아내며미친듯이내지르는명령소리,입소자들을완전히벌거숭이로만드는것,털이란털은모조리깎는것,누더기를입히는것등,라거별로서로다르지만본질적으로는같은,수용소입소시에수반되었던모든불길한의식들은이러한과점에서해석되어야한다.이모든세세한일들이몇몇전문가에의해계획되었는지아니면경험을바탕으로해서방법론적으로완벽하게다듬어졌는지알기란어렵다.그렇지만확실한것은우연이아니라의도적인것이었다는점이다.연출이있었다.그것도너무나명백한.

42쪽중에서

해방후(종종해방된직후에)일어난자살의많은경우들은이와같이몸을돌려위험한물을바라보는데서기인했다고나는믿고있다.해방은어쨌든,반성과우울함이라는해일과함께찾아온위기의순간이었다.이와는대조적으로소비에트수용소들을포함해서라거를연구하는많은역사학자들은,포로생활도중에자살이일어난경우는드물다는사실에동일하게주목했다.이러한사실에대해서는여러가지해석이시도되었다.나는세가지해석을제시하는데,이해석들이상호배타적인것은아니다.

첫째,자살은동물의행위가아니라인간의행위라는점이다.,심사숙고한행위이고,자연스럽지도않고충동적이지도않은하나의선택이다.라거에서는선택의기회가별로없었고노예가된동물들처럼살았다.동물들은종종죽음을거부하지않고받아들이기는해도자살하지는않는다.둘째,흔히말하듯이,“생각할다른일이있었다는점이다.하루일과는빡빡했다.허기를채우고,어떤식으로든피로와추위를피하고구타를피할생각을해야했다.늘코앞에닥쳐온죽음때문에죽음에대한생각에집중할시간이없었다.[제노의의식]에서스베보의고찰은거친진실을담고있다.이작품에서그는아버지의임조d을무자비하게그리고있다.“사람이죽을때는죽음을생각하는것말고전혀다른할일이있지.유기체인그의온몸은호흡에전념하고있었지.”셋째,대부분의경우,자살은어떤형벌도덜어주지못한죄책감에서생겨난다는점이다.이처럼포로생활의힘겨움은형벌로인시되었고죄책감은(형벌이있다면죄가있다는것이므로)해방후에다시나타나기위해제2선으로밀려나있었다.다른말로하자면어떤죄(진짜죄든추정적인죄든간에)로인해매일고통당함으로써이미속죄를하고있는마당에자살로자기자신을벌줄필요가없었던것이다.

88-89쪽중에서

사실이것은서막에불과했다.앞으로이어나가야할삶에서,라거의일상적리듬속에서적어도초기에는,기본적인인간성에대한침해가총체적고통의중요한부분을차지했다.거대한공동화장실,의무적으로정해진짧은시간,차례를기다리는다른사람들앞에서익숙해지는일은결코쉽지않았고적지않은고통을안겨주었다.서서,참을성없이,때로는애원하며,또때로는윽박지르면서10초마다하스트두게마흐트”Hastdugemacht(아직멀었어?)라고물어온다.그럼에도몇주안에불편함은줄어들더니결국사라졌고,그자리에익숙함이(모두가그런것은아니고!)찾아왔다.이는인간에서동물로의변화가순조롭게진행되고있음을말해주는자비로운방식이었다.

135쪽중에서

젊은이들은그시대가멀어질수록더욱더자주,그리고더욱더집요하게우리에게우리의고문자는누구였으며어떤사람들이었는지질문한다.‘고문자라는용어는우리의전감시자들과SS대원들을암시하는데,내생각으로는적합하지않은말이다.팔자가사납게태어났고악마적이고태생적결함을가진뒤틀린개인들을떠오르게하기때문이다.반면에그들은우리와똑같은사람들이었다.그들은평균적인간이었고,평균적지능을가졌으며,평균적으로악한사람들이었다.예외적경우를제외하면그들은괴물이아니었으며우리와같은얼굴을한사람들이었다.그러나그들은잘못된교육을받았다.그들대부분은거칠고부지런한관리들이었고추종자들이었다.일부는나치의신조를광신적으로믿었고,많은이들이그것에무관심하거나처벌을두려워하거나출세를바라거나지나치게복종하는사람들이었다.그들모두는히틀러와그의협력자들이원하는대로세워졌고,그후SS의훈련으로완성된학교가제공하고부과한,끔찍하게잘못된교육을받았다.많은사람들이SS친위대에가입했는데,이는그것이주는위신이나그전능함때문이었으며,또는단지가정의어려움에서벗어나기위해서이기도했다.사실몇몇극소수의사람들은생각을바꾸어최전방으로의진출을요구하기도했고,포로들에게조심스런도움을주거나자살을택하기도했다.모두가크든작든책임이있었다는것은분명한사실이다.그러나마찬가지로분명히해둘것이있다.독일국민들대다수는정신적나태함때문에,근시안적타산때문에,어리석음때문에,국민적자부심때문에애초에히틀러대장의아름다운말들을받아들였다.히틀러에게행운이따른동안에그를추종했고아무런가책도없이그를지지했다.그러다히틀러의파멸이그들을휩쓸어버렸고,그들은죽임과비참함,회환으로괴로워하다가몇년뒤부도덕한정치놀음의결과로재활했다.바로그런독일국민들대다수의책임도있었다는사실은분명히해두어야할것이다.

251-252쪽중에서

[가라앉은자와구조된자]에는두개의동사가끈질기게반복된다.때로는부정적인의미로사용되는이해하다용서하다가바로그것이다.이것은이책을읽기위한두개의올바른열쇠인가?

이해하다는네,맞습니다.40년전부터저는독일인들을이해하기위해헤매고있지요.어떻게그런일이일어날수있어는지를이해하는것이제게는하나의삶의목표입니다.하지만좀더넓은의미에서본다면,저는다른사람을이해하는것에관심이있지때문이지요.저는화학자입니다.제주위의세계를이해하고싶죠.

그렇다면용서한다는것은?

용서한다는것은제말이아닙니다.제게짐지워진말이지요.왜냐하면제가받는모든편지들은,특히젊은독자들과가톨릭신자들에게서오는편지들은용서라는주제를담고있기때문입니다.그들은제가용서를했는지묻지요.저는제가제나름의기준에서올바른사람이라고믿습니다.제가어떤사람을용서할수도있고,또어떤사람은용서하지않을수도있어요.저는경우에따라판단을내리고싶습니다.만약제앞에아이히만이있었다면저는그에게사형판결을내렸을거예요.제게물어오는것처럼무조건적인용서는,저는하고싶지않습니다.독일인들이누구입니까?저는신앙심을가진사람이아니에요.“네죄를사하노라라는말은제게는구체적인의미가없는말이죠.저는그누구도,사제조차도단죄하고용서하는힘을가지고있다고믿지않습니다.범죄를저지른사람은그대가를치러야합니다.뉘우치지않는다면말이죠.그러나말로만뉘우치는것은안됩니다.저는말로하는뉘우침으로는만족하지않아요.팩트로써자신이더이상예전의사람이아니라는것을증명하는사람이라면,저는용서할준비가되어있어요.물론너무늦지않게중명해야겠지만말이죠.

257-258쪽중에서

국내초판이2014년이라얼마되지않은책일줄알았는데1986년에발간된책이다.우리나라에늦게소개되었다.다른곳에서는올해의책10권에포함되기도하였다.

저자는1986년이책을출간하고,그다음해저자는자살로생을마감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