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에서자본론을굽다
천연균과마르크스에서찾은진정한삶의가치와노동의의미
와타나베이타루지음
정문주옮김
“부패와순환이일어나지않는돈이,자본주의의모순을낳았다.”
일본변방의작은시골빵집주인이일으킨소리없는경제혁명
도서관홈페이지에서징비록을예약한지2주만에책을대출받으라는연락이왔다.잠시시간을내도서관에가책을대출받은후인기도서서가를둘러보는데책한권이눈에들어온다.“시골빵집에서자본론을굽다”2014년조선일보10대도서로선정된책이다.대출이계속되어예약이밀려있고,인기도서라대출기간이짧아한동안잊고있던책이다.2주간의대출기간이신경쓰이기는하지만읽고싶은욕심에이책도징비록과함께대출받았다.
고등학교를졸업하고아르바이트로7년을보낸후대학에입학한책의저자.그는작은회사에입사하지만회사내의불합리와부조리에그만두게된다.하지만그는그후그의아내가되는같은신입인마리를회사에서만나게된다.회사를그만두었지만무엇을할지방향을잡지못하고지내던중잠결에생전에뵌적이없는할아버지로부터빵을만들어보라는목소리를듣게된다.2002년12월회사생활을마치고마리와살림을차린후빵집네군데를옮겨다니며제빵기술을배운다.빵집을개점하려는시기에터진2008년의서브프라임론에의한세계금융위기에빵집개점이어려워진시기.그때학자인아버지에게다음과같은이야기를듣는다.
“이타루,너마르크스를읽어보지그러니?”
“예?우리가아는그마르크스말씀이세요?”
부모님댁에서연말연시를보내던나는아버지와술잔을기울이면서불황의직격탄에개전직후악전고투중이며이상황을어떻게극복할지고민중이라는말을털어놓았다.33쪽중에서
마르크스의[자본론]을읽은저자는우리가직면하고있는많은경제문제가값싼노동력착취에있으며이를해결하기위해서는제대로된제품을만들고,정당한가격을받으면노동자에게적절한임금을주는빵집을운영해보겠다는다짐을하고천연균과제대로된재료를이용하기위해작은시골마을에빵집을열게된다.목,금,토,일은가게를열고,수요일은재료준비일,그리고월,화는휴일로문을닫는형태로가게를운영하면서이윤은남기지않는다는원칙을세운다.
이책을읽으면서,그리고읽고나서다양한생각이떠오른다.세상의불합리와부조리에적응하지않고자신나름대로의경영철학을가지고운영하는빵집이라는점에서신선하다는생각이들었다.이를실천하기위해노력하는저자와그의가족,그리고그의가게를지원하는인근소상인들모두가소영웅으로보인다.그렇지만‘점’으로시작하여이를확산시켜전체를변화시켜보겠다는계획은미약해보이기도하고무모해보인다.
현대경제는어떤의미에서든지노동력을착취한다고생각할수있지만,저자의빵집처럼가족과일하는몇명의노동자만을수용하고있을때그나머지사람들은누가고용할것인지?모두가저자와같은소상인이되자고하지만자급자족하던시대에서나가능한일이아닌지?저자의말대로자신의뜻대로운영하는소상인이제한된범위에서는가능하지만원하는사람마다소상인의형태가될수도없고되어서도안되는현실을고려할때지극히개인적인생각이라는느낌도든다.
하지만개인적인소상인의역할에중점을둔다면의미있는활동을하고있다고볼수있을것같다.하루가멀다하고수많은소상인들이개업하고폐업하는현대에서저자의노력은오랫동안생존할수있는하나의이정표가될수있을것같다.
자본론이라는관점에서는그저그렇지만시골빵집이라는관점에서그의노력은읽어볼만하다.
올들어읽은몇권안되는책들중빵과관련된것이두번째이다.빵을아주좋아하지는않지만맛있는빵을만들어보고싶다는생각은있었는데빵에대한책을읽어보니여느전문적인일과마찬가지로쉬운일이아니다.
책내용중에서
우리가게의경영이념은이윤을남기지않기다.
처음부터그럴생각은아니었지만,빵을만드는데없어서는안되는균의목소리에귀를기울이다보니어느새그런희한한빵집이되어있었다.그과정에서나는그균들이들려주는목소리가지금으로부터150년전의인물인마르크스의목소리와닮았다는사실을깨닫기시작했다.
‘썩는다’‘부패한다’라는것은자연의섭리다.따라서‘부패하지않는다’는것은자연의섭리에반한현상이다.그런데도절대부패하지않고오히려점점늘어나는것이돈이다.돈의그같은부자연스러움이‘작아도진짜인것’으로부터우리를멀어지게한다.
이런진리를깨달은우리부부는돈도‘부패’하게하고,경제도‘부패’하게하면서지역사회와함께살아가는중이다.이런움직임이소리없이확산되고있다.언젠가는지역사회를,국가를,나아가세계를변화시킬지도모른다.150년의시간이흐른지금,일본의변두리작은시골마을에서소리없는혁명이일어나고있다.6-7쪽중에서(프롤로그)
내가처음들어간빵집이그랬다.면접을보러가게를찾아갔을때제일오랜기간일했던근속2개월짜리직원은내가들어가는대신가게를나갔다.남은사람이래봐야고작근속일주일짜리S군과근속사흘짜리여직원,그리고내가전부였다(T군은아르바이트였다).
노동환경이열악하니직원의정착률은놀랄만큼낮았다.그래도노동이단순했기때문에가게는어떻게든돌아갔다.요컨대사장입장에서는누라와서일해도큰차이가없었다.하지만노동자입장에서는해고당하는순간생계가위협을받는다.그래서우리는혹사당했음에도불평한마디할수없었다.
직원들이하나,둘그만두는열악한노동환경과그속에서일하는기술자들의불안한기술수준은노동이단순해졌기때문에나타난결과로결코분리해서생각할수없는문제다.68쪽중에서
자연계에존재하는모든물질은시간과함께모습을바꾸고,언젠가는흙으로돌아간다.‘발효’와‘부패’를통해서다.그리고이두가지현상은균의작용에의해일어난다.
원래천연균은리트머스시험지처럼재료를부패시킬지발효시킬지,그것의좋고나쁨을구분하는역할을한다.—중략—넓은의미에서보면발효도부패에포함되며,이두가지모두미생물에의한유기물의분해현상이지만,인간에게유용한경우에는발효라고하고그렇지못한경우에는부패라고부른다.—중략—첨가물과농약같은식품가공분야의기술혁신도마찬가지작용을일으킨다.시간과함께변화하기를거부하고자연의섭리에반해부패하지않는음식을만들어낸다.
이같은부패하지않는음식이먹거리의가격을낮추고일자리를값싸게만든다.나아가싸구려먹거리는먹거리의안전을희생시키고사용가치를위장함으로써먹거리를만드는사람에게귀속되어야할기술과존엄을빼앗아간다.실상은지금까지본그대로다
시간에의한변화의섭리로부터벗어나있는것이하나더있다.돈이다.돈은시간이지나도흙으로돌아가지않는다.영원히‘부패하지않는다’는말이다.부패는커녕오히려투자를통해얻는이윤과대금업을통해발생하는이자로인해끝없이불어나는성질마저있다.곰곰이따져보면참이상하지않는가?
바로부패하지않는돈이자본주의의모순을낳았다는내용이내가이책에서말하고싶은내용의절반을차지한다.79-80쪽중에서
마르크스는이렇게말했다.“자본주의경제의모순은생산수단을가지지못한노동자가자신의노동력을팔수밖에없는구조에서발생한다.”그래서마르크스는노동자가모두생산수단을공유하는공산주의(사회주의)를지향한것이다.그런데미안한말이지만그방법이잘돌아갈것이라고는생각지않는다.오히려이시대는한사람한사람이각자의생산수단을가지는길이효과적인해결책이될거라고본다.
그의미를잘표현한것이‘소상인’이라는단어다.—중략—“노동자가자신의생산수단을사적으로소유하는것이소경영의기초이며,소경영은사회적생산과노동자자신의자유로운개성을발전시키기위한하나의필요조건이다.”([자본론]1권7편24장)—중략—하지만역사적으로소상인은불우한시대를맞는다.마르크스가살던당시에도이미세계최고의자본주의국가영국과자본주의신흥국미국에서는압도적대자본이정부와손을잡고있었으니소상인들은숨이간당간당한상태였다.185-186쪽중에서
마르크스가밝힌자본주의의매커니즘을다시한번떠올려보자.
상품의가격을떨어뜨리면노동력이값싸지고노동력이값싸지면상품가격도떨어진다.그끝없는반복속에서상품과노동력의질이갈수록떨어지는것이자본주의의구조적인숙명이었다.그런의미에서는인플레이션과디플레이션도부패하지않는돈이만들어낸병리현상이다.자본주의와한뿌리에서나왔음은두말할나위도없다.
우리는자본주의의모순이빚어내는악순환의고리를끊고싶다.그러려면정반대로행동할필요가있다.상품과노동력의교환가치를높게유지하는것이다.
기술자는기술과감성을연마하여노동력의교환가치를높게유지하면된다.그리고기술자이자생산자가만든높은교환가치의재료(상품)를구입하면된다.그렇게상품하나하나를정성껏만들고상품의교환가치를높게유지해야소상인이소상인으로서살아남을수있다.—중략—이윤을내지않겠다는것은그누구도착취하지않겠다는의미,즉그누구에게도상처를주지않겠다는의미다.우리는종업원,생산자,자연,소비자그누구도착취하지않을것이다.그러기위해필요한돈을필요한것에필요한만큼올바르게쓰고,상품을정당하게‘비싼’가격에팔것이다.착취없는경영이야말로돈이새끼를치지않는부패하는경제를만들수있다.195-196쪽중에서
육체적으로고된일이라몸의휴식이필요하다는것은우리에게휴일이많은여러이유중하나에불과하다.굳이설명하자면지금보다빵을더잘만들기위해빵을안만드는시간이필요하다고생각해서다.
빵에대해더파고들고기술력을높이는것도좋지만,빵만보이고세상이안보이게되면어떤빵을만들어제공해야할지를모르게된다.음식이나술,공예품,음악등다른모든분야에서자극을받아빵을만드는데필요한아이디어를얻고,지금보다나은재료가없을지안테나를높이세워야한다고나는생각한다.또여러사름을만나고많은곳을찾아가고,다양한책을읽을시간도필요하다.
그처럼빵이외의것들과만나는시간은기술을부리는사람으로서의감성을연마하고,삶의폭과깊이를더하며,견문을풍부하게하고,사회의움직임을느끼는눈을기를수있게해준다.시대가원하는빵을계속만들기위해서,일과생활이하나가된삶에도휴식의시간이필요하다.224쪽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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