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보니 저 멀리 보이는 롯데 타워가 흐릿하다. 예년보다 푸근할 것이라는 일기예보. 그러나 미세먼지는 내내 나쁨이라는 소식에 30여분 넘게 망설였다. 그렇지만 봄을 맞아 피어난 야생화는 때가 있는지라 먼지 좀 마실 생각하고 집을 나섰다. 자전거를 가지고 전철을 메운 사람들이나 등산객들도 미세먼지 고민을 했는지 안했는지 모르지만 전철은 봄날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운길산역에서 내려 세정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작년에 이곳을 방문한 것이 4월 12일. 작년보다 열흘 일찍 온 셈인데 금낭화는 아직 아기 모습이다. 봄이 일찍 온 것 같아도 금낭화는 때를 아는 모양이다. 이곳은 두 번째 왔는데 세정사 계곡으로 가면서 보이는 풍경이 하나 둘 기억이 난다. 가면서 보았던 광대나물꽃도 그 자리에 피어있다. 월출산에서 처음 보았을 때 기억이 생생하다. 예쁘고 희한한 꽃모습에 흥분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흥분은 없지만 예쁘고 사랑스러운 꽃이다.
광대나물꽃
금낭화
금낭화 외에도 복사꽃이 한창이다. 길가에는 제비꽃도 군락을 이루어 피어있다.
현호색
세정사 계곡이 가까워지면서 길옆으로 현호색 군락이 보인다. 조금 지나니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고, 얼마 전 내 옆을 지난 차에서 내린 사람도 카메라를 챙기는 모습이다. 작년에 올랐던 계곡을 들어서 올라가는데 초입은 야생화가 별로 보이지 않아 시간이 일러 그런가 싶었는데 조금 올라가면서 줄을 잇는다. 특히 ‘앉은부채꽃’이 여기저기 보인다. 생긴 모양이 특이한 꽃이다. 피나물꽃도 여러 송이 피어있다. 노란색이 햇빛을 받아 강렬하게 보인다. 꽃에 비해 이름이 이상한 미치광이풀도 여기저기 모습을 보인다.
앉은부채
미치광이풀
‘금괭이눈’은 특유의 금색으로 시선을 끈다. ‘꿩의바람꽃’도 올라가면서 많이 보이더니 바로 ‘얼레지’ 군락이 시작된다. 아직 봉우리가 터지지 않은 것도 있지만 즐기기에 충분한 개체가 활짝 꽃잎을 제쳤다. 그 중 하나는 잎 한 장만 펼쳐져 차 태워 달라고 손 든 모습이 생각난다. 그 많은 ‘얼레지’ 중에서 혹시 ‘흰얼레지’가 있나 싶어 둘러보지만 한 송이도 없다. ‘큰괭이꽃’도 여럿 보인다. ‘큰괭이꽃’은 꽃이 아래로 향하고 있어 활짝 피어도 안을 보기가 쉽지 않다.
얼레지
금괭이눈
꿩의바람꽃
큰괭이눈
계곡을 계속 오르면 임도를 만난다. 차를 이용하여 세정사 계곡의 야생화를 찾은 사람들은 대개 이 임도에 닿기 전에 돌아 내려간다. 임도를 조금 올라가면 우측으로 다시 계곡으로 들어가는 길이 보인다. 그렇지만 익숙하지 않으면 임도를 따라 계속 걸을 수도 있다. 이곳은 주로 ‘얼레지’와 ‘꿩의바람꽃’이 군락을 이루는 곳이다. 이곳까지 올라온 이들은 몇 명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대부분 등산할 사람들은 아니다. 길인지 아닌지 잘 구별되지 않는 계곡을 계속 오르면 다시 임도를 만난다. 이곳부터는 임도를 꽤 걸어 두 번째 다리까지 가야 한다. 다리라고 해야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을 관리하기 위한 짧은 시멘트 포장이다. 두 번째 다리 있는 곳에서 좌측에 예봉산 능선으로 오르는 사이길이 있다. 이곳 역시 경험이 없으면 들어서기 쉽지 않다. 임도를 오르면서 트럭 두 대가 옆을 지나 오르는데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장비를 가득 실은 채 임도로 올라간다. 숲 사이로 다람쥐 한 마리가 보이는데 가까이 가려니 바로 자리를 피한다.
계곡을 들어서면서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는데 작년에 보았던 ‘흰얼레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노루귀’가 가득하다. 흰 것 말고도 ‘청노루귀’도 지천이다. 그 옆으로는 ‘만주바람꽃’도 여기저기 보인다. 한참 둘러보고 있는데 두 진사님이 계곡에 들어선다. 그 중 한 분이 묻는다. ‘얼레지’를 보았냐고. 이 질문은 당연히 ‘흰얼레지’를 묻는 것이라 생각하고 올해는 못 보았다고 하였다. 야생화에 대해서는 꽤 전문적인 분인 듯하다. ‘갈퀴현호색’을 알려준다. 꽃통 옆에 갈퀴 같은 것이 달려있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일반 ‘현호색’과 구별이 되지 않는다. ‘노루귀’외에도 이미 철이 지난 듯한 ‘복수초’도 보인다.
청색노루귀
만주바람꽃
갈퀴현호색
이곳에서 예봉산 능선으로 오르는데 길을 잃어 말 그대로 가파른 경사를 올라 능선에 오르니 헬기장이다. 이곳에서 예봉산 정상까지는 가깝다. 정상에 오르니 패러글라이딩 여러 개가 하늘을 수놓고 있다.
이곳에서 예봉산 입구까지는 진달래가 한창이다. 올해는 진달래를 예봉산에서 본다. 등산로를 벗어나 팔당역으로 가면서 전철 앱을 보니 다음 전철 시간이 10분 남았다. 이 차 놓치면 30분 기다려야 하니 무거운 다리로 뛰어 역에 도착하였다. 잠시 후 전철이 들어온다.
데레사
2016년 4월 3일 at 1:23 오전
사진으로 야생화구경 잘했습니다.
어느새 야생화들도 많이 피었네요.
위블에서 다시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비풍초
2016년 4월 18일 at 1:56 오전
뷰티풀… 애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