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에서 가르치는 창업가 정신이란
창업가 정신이란 무엇인가

창업가 정신이란 무엇인가

이 글은 2014년 11월15자 C4 면에 실렸던 기사 ‘하버드大 창업 백서 : 創業의 가장 큰 오해는 혁신 제일주의’를 확대 보완한 것이다.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새파란 천재 소년. 마크 주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래리 페이지·세르게이 브린(구글) 등 실리콘밸리를 주름잡은 창업가들을 떠올릴 때 나타나는 모습이다.

그런데 창업가란 다 이런 모습일까. 차고에 컴퓨터를 놓고 식은 피자를 씹으며 잠도 못 잔 충혈된 눈(cold pizza, no sleep, red eye)으로 개발에 몰두하는 광경이 전부일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창업가 정신(Entreprenuership)’ 강좌를 11년간 담당했던 다니엘 아이젠버그 밥슨 칼리지 교수는 이런 통념을 바로잡기 위해 30여년간 미국을 비롯, 아이슬란드,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전 세계에서 다양한 창업 성공 사례를 모았다. 밥슨 칼리지는 창업 교육에 중점을 둔 실용형 대학으로 학부와 대학원에 3200명 학생이 다니고 있다.

그의 결론은 “창업가가 꼭 혁신적일 필요는 없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상관없고, 젊지 않아도 창업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역설적이고 반론을 위한 반론같이 들리지만 그는 “누구나 창업 신화를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건 소질이나 요령(skill)이 아니라 선택과 헌신, 열망과 태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아이젠버그는 이런 주장과 사례를 담아 2013년 ‘하버드 창업가 바이블(worthless, impossible and stupid)’이란  책을 펴냈다. 원제는 쓸데없고(worthless), 불가능하고(imposible), 어리석어 보이는(stupid) 일에 도전하는 창업가 정신을 상징하는 말이다. 하버드대에서 4㎞ 가량 떨어진 보스턴시 워터타운에서 살고 있는 아이젠버그 교수는 인터뷰에서 “창업 지망생들이 지겹도록 하는 얘기는 거의 애플 아니면 구글이다. 세상에 널린 게 창업 신화고 실리콘밸리 말고도 창업가 정신을 구현한 인물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왜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만 쳐다보는지 답답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아이젠버그가 관심을 갖고 관찰한 곳 중 하나는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복제약 회사 악타비스(Actavis). 지난해 매출액 87억달러로 동종업계 5위에 달하는 이 회사가 비약적인 성장을 구가한 건 1999년 운송회사에 다니던 아이슬란드인 로버트 웨스만이 인수하면서부터다. 그는 전형적인 아이슬란드의 중산층 출신이었고, 동창생들의 기억에 따르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다.

로버트 웨스만 전 액타비스 CEO

로버트 웨스만 전 액타비스 CEO

복제약 분야는 사실 혁신이 필요 없다. 혁신과 가장 거리가 먼 분야일 것이다. 단지 관건은 더 싼 가격에 얼마나 더 빨리 특허가 끝난 약을 시장에 공급하느냐에 달렸다. 웨스만은 자신의 판단을 믿고 은행에서 140억원을 빌려 회사에 쏟아부었다. 포트폴리오와 공급망 확대를 위해 9년간 30여개 제약업체를 인수해 덩치를 키우고 물량 공세를 통해 기업을 키워나갔다. 그 결과, 악타비스는 웨스만이 인수한 뒤 8년 동안 매출 규모가 100배 넘게 성장할 수 있었다. 웨스만은 2008년 새로운 도전을 위해 CEO 자리에서 내려와 또다른 제약업체 알보젠을 세웠다. 아이젠버그는 “웨스만은 새로운 걸 한 게 아니다. 그냥 하고 있는 일을 남들보다 저 잘 한 것이다. 놀라운 실행자(executor)이자 리더(leader)였다”고 평가했다.

 ─평범한 사람도 창업가가 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메시지인데 그러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요. 

“성공한 창업가들은 언제나 놀라움을 줍니다. 창업에 무슨 공식이 있을 것 같은데 이들은 때때로 정반대로 나아가 성공합니다. 이게 가장 수수께끼같으면서도 매력적인 창업가정신입니다. 예측 불가능하고 놀랍죠. 놀랍지 않으면 창업가 정신이 아닙니다. 머리를 갸우뚱하며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었단 말이야?’라고 묻게 만듭니다. 나중에 알 수 있지만 창업가들이 이런 일을 벌이는 동안에는 하나같이 미친 것처럼 보입니다. 획기적인 혁신들은 혁신으로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주변에서 미쳤다고 손가락질합니다. 밋업(Meet up) 창업자는 ‘비평가들은 우리가 망할 거라고 세 번이나 예상했다’고 고백합니다.(밋업은 SNS를 통해 오프라인 모임을 주선해주는 곳으로 지난해 현재 1340만명 가입자를 확보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도 처음엔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이스라엘에서 1997년 한 검색 엔진회사에 투자를 했습니다. 그 때 구글은 아직 없었고 이 회사는 구글보다 더 좋은 기술이 있었죠. 그러나 그 때는 검색 엔진 회사가 많이 생기기 전이였고, 때가 아직 일렀습니다. 결국 그 회사는 문을 닫았고, 그 때 회사의 설립자는 현재 구글 연구 부분 부회장입니다. 그런데 왜 구글은 성공했고 이 회사는 성공하지 못했죠?

제자 중 하나가 남편이 하버드대 출신인데 1998년 페이스북과 비슷한 웹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하지 않고 다른 곳에 팔아버렸죠. 페이스북처럼 될 수도 있었는데 결국 다른 길을 갔습니다. 창업가 정신은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합니다. 예측 가능하면 모든 사람이 하고 있겠죠.  100% 성공할 아이디어를 안다면 모든 사람이 하겠죠. 그러나 모든 사람이 하지 않는 이유는 하는 사람만이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법률 소송 절차를 대행하는 클러치그룹은 기업들이 질 높은 법률 서비스를 저렴하게 아웃소싱할 수 있는 회사로, 변호사 400여명이 프리랜서로 일한다. 이 회사의 창업자 아비 샤 씨는 법률을 공부하지 않았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마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연히 변호사 친구들과 가진 저녁 식사 자리에서 대형 로펌들이 얼마나 변호사들을 장시간 중노동으로 혹사시키는지를 들었다. 반대로 기업 법무팀 친구와 만난 자리에서는 로펌 변호사들 시간당 수수료가 너무 높다(보통 300~1000달러)는 불평을 접했다. 그는 양측의 공백을 메울 비즈니스 아이디어로 창업했다. 클러치그룹은 2006년 설립 후 6년 만에 매출 2500만달러를 돌파했다.

 ─창업가에게는 열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열정 보다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는 창업가들도 있습니다. 열정이나 혁신, 또는 가치 파괴 이런 요소가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닙니다. 굳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을 든다면 역발상(contrarian)을 통해 남다른 가치(extraordinary value)를 발견하는 능력이라고 할까요. 창업가 정신을 추출하는 공식 같은 게 있다면 누구나 부자가 되겠죠.”

 어떤 가난한 나라를 다녀와서 두 명의 신발 영업 사원이 전하는 얘기는 다를 수 있다. 한 사람은 “그 곳은 시장이 없어요. 사람들이 모두 맨발로 다니거든요”라고 하지만, 다른 사원은 “엄청나게 큰 시장입니다. 모두 맨발로 다니거든요”라고 말한다.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기회는 기회가 아닐 수도 있고, 기회일 수도 있는 법이다.

 ─자신이 창업가가 될 자질이 있는지 점검하는 항목 20개를 공개한 적이 있으시죠. 저는 그 중 11개만 해당하던데요. 이런 저도 창업해도 될까요.

“오, 아주 정직하군요. 사실 그 목록은 농반진반입니다. 재밌게 읽어보라는 거죠. 창업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참고하라는 정도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해 좋은 리더이고, 세일즈를 잘하고, 다른 사람 설득을 잘 하고, 객관적인 자세를 가졌다면 창업가 자질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좀 광범위한 개념이긴 합니다.”

아이젠버그가 공개한 창업가 자격 테스트는 다음과 같다.

1.나보다 능력 없는 사람들로부터 해야 할 일에 대해 듣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2.스스로에게 도전하길 좋아한다
3.이기는 걸 좋아한다
4.누구의 지시도 받고 싶지 않다
5.일을 하기 위해 새롭고 더 나은 방법을 항상 찾는다
6.관습적인 지혜에 의문을 제기하길 좋아한다
7.무슨 일을 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으는 걸 좋아한다
8.사람들이 내 아이디어에 열광한다
9.거의 만족하는 법이 없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
10.가만히 앉아있지 못한다
11.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끝까지 노력해 타개할 수 있다
12.다른 사람 일을 성공하게 하기 보다 나 자신 일을 실패하는 게 낫다
13.문제가 생기면 바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다
14.늙은 개도 새로운 재주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15.가족 중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다
16.사업을 하는 친구가 있다
17.뭔가 팔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18.결과를 달성하면 아주 신난다
19.어렸을 때 방과 후나 방학을 이용해 돈을 번 적이 있다
20.이 테스트 항목보다 더 좋은 항목을 만들어낼 수 있다

※17개 이상에서 ‘그렇다’고 나오면 당장 창업을 생각해 보라

─그래도 창업에 부적합한 부류가 있을 것 같은데요.

“모두가 창업하려는 욕구나 관심이 있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1000명이 있는 회사를 창업한다고 칩시다. 그 중 창업자를 제외한 999명은 창업가가 아닙니다. 언젠가는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 때는 아니라는 겁니다. 설립자 외에는 창업가가 아니죠. 사회적으로도 모둔 사람이 창업가가 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창업가들도 같이 일할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고 실패할 확률은 높죠. 혹은 실패하진 않더라도 성공적이지 않을 확률은 높죠. 성공적이지 않았던 사람들은 다시 노동 인구로 돌아가 다른 일을 하죠.”

프린스턴대를 나온 톰 샤키는 지렁이에서 비범한 가치를 발견해 지렁이 배설물로 비료를 만드는 회사 테라사이클을 차렸다. 션 디민이란 사람은 13세 때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난 트리니다드 섬의 어시장에 잔뜩 쌓인 썩어가는 물고기에서 비범한 가치를 발견했다. 그는 물고기를 잡아 올리자마자 ‘놀랍도록 신선한 생선’이란 프리미엄 가격을 받고 뉴욕의 최고급 레스토랑에 직접 배송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리고 뒤에 카리브해의 물고기를 전세기로 24시간 내에 배송하는 씨투테이블(Sea to Tabel)이란 회사를 창업했다. 그는 “물고기를 잡자 마자 내장을 제거하고 얼음 안에 저장한 다음 어획량을 문자 메시지로 보내달라”고 어부들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회고한다. 뉴욕의 최고급 레스토랑을 설득하는 일은 오히려 쉬웠다. 요리사들은 ‘엄청나게 신선한 생선’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를 열렬하게 희망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일했던 게 더 나은 창업가가 되는데 도움이 될까요?

“그렇습니다.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죠. 그 연구에 따르면 보통 입사 후 6~15년 사이 경험을 쌓고 회사를 차리면, 더 잘하고 더 빨리 성장하고 더 많은 돈을 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그렇다는 거지 이런 경향에서 벗어나는 사례도 많습니다. 적잖은 창업가들은 직장 경험을 쌓고 독립합니다. 없는 사람도 있지만 직장 경험이 창업에 도움이 되면 됐지 걸림돌은 아닙니다.”

─누구나 창업가가 될 수 있다고 희망을 주는 게 좋은 걸까요.

“삶의 진실은 잎사귀를 들여다보는 생물학자나 우주를 탐구하는 천체물리학자나 누구나  깨달을 수 있습니다. 자기가 관심있는 것에 몰두한다면 그 너머에 있는 진실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저는 단지 창업의 매력에 빠져 창업의 장점을 설명하는 것일 뿐입니다. 과학자나 미술가처럼 창업가도 자기 활동을 통해 진리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거죠. 창업은 하나의 경험입니다. 미술, 음악, 문학, 연극처럼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경험이죠. 이런 창업의 진가를 사람들이 좀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이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다만 미술의 진가를 안다고 해서 누구나 피카소가 될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창업가 중에서도 누가 그렇게 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이긴 합니다. 다만 이 쪽 길에서도 그런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다니엘 아이젠버그 교수

다니엘 아이젠버그 교수

─혁신과 창업을 확실하게 구분해놓은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따라서 혁신적이지 않은 사람도 성공적인 창업가가 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렇습니다. 많은 성공적인 창업가들은 사실 혁신적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설명하자면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이어야 합니다. 혁신적이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언론사에도 혁신적인 지점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렇지 않고서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콘텐츠 자체나 마케팅, 또는 판매 전략 등 어딘가 숨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창업가 정신과 혁신은 다른 개념입니다. 다르게 생각해야 합니다. 스티브 잡스를 보더라도 사실 인생 후반부(아이팟 아이폰 등을 잇따라 성공시켰을 때)를 혁신적으로 분류하는 게 맞겠죠. 창업가란 개념에는 애플사를 설립할 때가 적합하겠네요. 빌 게이츠는 어떻습니까. 일생에서 단 한번,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들었을 때 창업가였습니다.”

멕시코에 시네멕스라는 멀티플렉스 영화관 체인을 세운 미구엘 다빌라는 “우리가 도입했던 유일한 혁신은 버터 대신 칠리소스와 라임주스를 팝콘에 끼얹은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이란 비즈니스 모델은 너무나 흔해 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남달랐던 점은, 낡아빠진 영화관 일색이고, 티켓값은 터무니 없이 싸고, 정부 규제의 벽은 높은 멕시코에 그것을 도입해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인 창업가 정신을 가졌다는 점이었다. 멕시코 정부가 최악의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페소화 가치를 달러화 대비 절반으로 내린 것도, 그래서 모든 경쟁사들이 멀티플렉스 영화관 프로젝트를 철회한 것도, 멕시코 영화관 노동조합이 영화관 로비에 모여 “시네맥스는 물러가라!”고 외친 것도 그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그럼 창업가정신을 어떻게 정의해야 합니까.

“책의 부제가 이를 잘 나타낸다고 봅니다. 역발상으로 남들이 보지 못한 가치를 창조하는 것(Contrarian entrepreneurs create and capture extraordinary value). 창업가 정신은 누구나 바라거나 예측하는 것을 뛰어넘는다는 뜻입니다. 이런 예상할 수 없는 경제적 가치를 단지 스타트업에 국한시킬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다 부서져 가는 빌딩을 보고 이걸 공원이나 식당, 콘도, 회사, 영화관으로 재건축하면 근사하겠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는 그냥 투자가치 없는 흉물로 볼 수 있습니다. 리스크는 새로운 비전을 보는 사람이 집니다. 창업가들은 이런 비전을 믿고 돈을 투자한 뒤 시간이 흐른 다음 새로운 가치를 걷어들입니다. 스타트업만은 아니죠. 망해가는 회사를 사서 새롭게 변모시키는 것도 창업가 정신을 발휘한 겁니다.”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고 지적하셨는데요.

“창업가 정신이 번성할 때는 많은 변화가 따릅니다. 보스턴이든 실리콘 밸리든, 헬싱키, 르완다…지역은 무관합니다. 이 변화의 파도에서 정부는 교육기관, 은행, 언론, 기업 등이 각자 역할이 있습니다. 한 사회의 문화가 창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 창업가 정신은 꽃을 피웁니다. 창업은 연구 기관과 경제를 활성화하고 은행이 이를 통해 원동력을 얻고 이런 이해관계가 선순환으로 돌아갈 때 전체적인 사회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잘 확립된 곳이 이스라엘입니다.”

─이스라엘 말고도 아이슬란드를 예로 들었는데 두 나라 사이에 공통점이 있었나요?

“두 나라 모두 노력과 역경을 담은 문화와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가난한 나라였죠. 50년 전 아이슬란드인들은 다른 사람한테 의존해서는 안되며 스스로 열심히 일해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이스라엘이야 두 말 할 필요 없죠.”

아이슬란드는 덴마크로부터 1944년 완전 독립을 쟁취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긴 했지만 아직 1인당 GDP가 4만달러를 넘는 나라다.

─나이와 창업은 별 연관성이 없다고 강조했는데.

“연관성이 없다기 보다 젊다는 게 창업가가 되기 위해 유리한 여건이란 선입견을 거부하는 겁니다. 현실 세계에서 찾아보면 나이 많은 창업가들이 더 많습니다. 창업가에 대한 흔한 고정 관념은 청바지를 입은 20대 젊은이지만 이들이 나이 많은 사람들보다 가능성이 크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예를 들어 제약업이니 의료기기 사업은 경험이 유용합니다. 저는 50대에 시작해 성공한 사례를 많이 알고 있습니다. 이들은 경험 뿐만 아니라 지적 재산, 기술, 경영 등에서 젊은이보다 유리하면 유리했지 절대 불리하지 않습니다.”

도쿄은행에서 퇴직한 아츠마사 도치사코가 빈곤국 해외 이주민이 본국에 저렴한 수수료로 송금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MFIC를 2004년 창업했을 때 나이는 52세였다. MFIC는 2012년 매출 1000만달러를 돌파했다. 커널 샌더스가 KFC를 처음 시작한 건 62세였고, 레이 크록이 소규모 레스토랑 체인에만 만족하던 맥도날드를 본격적인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육성하기 위해 매입을 결심한 나이는 59세였다. 미디어 업계 문외한이던 아리아나 허핑턴은 55세에 허핑턴포스트를 창간했다. 창업가 정신을 육성하는 비영리재단 카우프만재단 조사에 따르면 미국내 창업자들(2013년 기준) 중 연령대별로 나눴을 때 가장 많은 집단은 45~54세(30%)였고, 다음이 35~44세(24%), 55~64세(23.4%), 20~34세(22.6%) 순이었다.

 ─불가능해보이는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분할 수 있을까요.

“엘런 머스크(테슬라 CEO)를 봅시다. 10년 전 그가 우주에 민간 로켓을 보내는 스페이스엑스를 창업했을 때 정말 많은 사람들이 허황된 아이디어라고 비웃었지만 그는 성공했습니다. 테슬라도 마찬가지고. 반면 베터플레이스(이스라엘 전기차업체)는 파산했습니다. 지나고보면 그들이 왜 실패했는지 분석이 가능하지만 앞을 바라볼 때는 성공할 수 있을 지 솔직히 알기 어렵습니다. 경험이 풍부한 투자자들도 자주 실수를 저지릅니다. 단지 불가능해보인다고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

─과학과 비즈니스가 비슷하다고 강조했는데 어떤 의미입니까.

“과학과 창업가 정신은 둘 다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흡사합니다. 첫째, 과학에선 많은 연구를 하지만 연구결과들이 뜻하던 바로 나오지 않습니다. 자연의 법칙이죠. 둘째로, 과학과 창업가정신 둘 다 굉장히 실험적입니다. 실험해 보고, 결과를 지켜봅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과학자 집안에서 자랐는데, 과학자는 앉아서 생각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행동을 하면서 생각합니다. 내가 이 걸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창업가들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실험해봅니다.

좋은 창업가들은 과학자들이 대상에 접근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차용하기도 합니다. 진리에 대한 정의는 두 분야에서 각각 다르지만, 모두 진리를 찾으려고 한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창업가들에게 진리는 시장을 창출하고 수익을 걷어들였나를 입증하는 겁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아무도 사지 않았다면 가치가 없습니다. 과학자 역시 뭔가를 증명하지 못했다면 그는 틀린 이론에 머물러 있던 겁니다. 과학은 결국 지식과 관찰 결과를 이용해 어떤 명제를 제대로 증명했는지 보려는 겁니다. 창업은 그게 수익인 셈이죠.”

 ─창업 지망생들이 비즈니스 서적을 읽는 건 시간낭비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럼 뭘 읽어야할까요.

“비즈니스 책들 중 상당수는 너무 당연하고 뻔한 얘기를 반복합니다. 거기서 뭘 배우겠습니까. 매뉴얼이 아니라 통찰을 얻으려면 현실을 알아야 합니다. 제 수업은 주로 사례 연구로 진행합니다. 비즈니스 책을 읽는 것 보다 역사책을 읽는 게 낫습니다. 아니면 자서전을 보든지요. 사례 연구도 사실 역사를 배우는 거죠. 실제 사례를 알아야 현실을 알 수 있는 법입니다. 이론으로 된 사례는 죽은 지식이나 다름 없습니다. 사례를 연구하면서 스스로 통찰력을 깨우치는 게 가장 좋은 학습입니다. ”

 ─사회심리학 박사를 받았는데 창업가 정신 교육에 도움이 됩니까.

“사회심리학은 인간의 상호 작용을 공부합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팀이 되어 같이 일하는 과정에 대해 좀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돕습니다. 창업가들에게 필요한 지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심리학를 공부하면서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분석하는 습성도 길렀습니다. 역시 창업가들에게 필요한 덕목이죠”

 ─ 창업가들은 어떻게 실패에 관한 두려움을 극복합니까.

“우선 실패와 실수를 구분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두 가지 개념을 혼동합니다. 실수는 이를테면 결과가 원하는대로 나오지 않은 실험을 해본 겁니다. 시장이나 고객에 대한 이론이 틀렸다고 나오면, 거기서 배울 수 있고 나름대로 가치가 있습니다. 창업가들에게 실패는 한심한 상사 밑에서 일하면서 재능을 낭비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도박사는 아니고, 투자와 학습, 리스크 감수 등을 최적화해서 결정을 내립니다. 고산 등반을 하긴 하지만 안전 장비를 갖추고 오르는 거죠. 물론 결과는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비슷합니다. 창업가들도 마찬가지고. 다만 이들은 장애물을 넘어서는 걸 당연하다고 받아들입니다. 역경과 창업가 정신은 동반하는 것입니다. 다만 창업가들은 역경 속에서 이 역경이 어디서 오는지 알고 이를 통해 결단력과 인내력, 문제 해결력을 길러 나갑니다. 창업은 포커 게임과 비슷합니다. 할 수 있는 한 리스크를 최적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기억나는 조언이 있다면.

“아버지는 노력은 스스로 배우는 것이고 항상 독립적으로 생각하라고 가르쳤습니다다. 굳이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일본에 가기 전 가본 친구가 해준 말인데 침묵에 익숙해지고, 원래 자신이 행동하는대로 행동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이란 나라 문화적 특성을 감안해서 한 말이지만 어디에서나 적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worthless (1)하버드창업 (2)

 

 

폴 엘뤼아르와 김현, U2를 좋아하고 저널리즘에 대해 성찰하는 자세를 유지하려 합니다. 사회학자가 되려다 어쩌다 기자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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