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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이 어떻게 이기심을 이기는가 : 펭귄과 리바이어던

이 글은 조선일보 2014년 5월24일자 C3 면에 실린 ‘펭귄의 협력(대가없는 협력을 통해 탄생한 리눅스의 마스코트)’이 경쟁보다 낫다… 동기 부여 패러다임을 바꿔라’를 확대 보완하고, 출판사 반비 홈페이지에 있는 인터뷰 http://banbi.tistory.com/286 내용을 일부 인용한 것이다.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에 재직하는 요차이 벤클러(51) 교수는 “인센티브나 처벌, 통제가 아닌 협력에 의지한 시스템이 더 성공적이다”는 시사점을 끌어낸 책 ‘펭귄과 리바이어던(The Penguin and the Leviathan)’을 2011년 펴냈다.(국내에는 2013년 번역됐다) “이타심과 선의라는 인간의 본질적 동기를 이끌어내는 협력 체계를 발전시키면 사회 제도를 개혁하고, 범죄를 줄이며, 과학을 발전시키고, 비즈니스까지 개선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이코노미스트가 그의 책을 다뤘고, 포드 재단은 그에게 ‘예지자 상(Visionaries Award)’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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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쓴 ‘펭귄’이란 대가 없는 협력을 통해 탄생한 컴퓨터 운영체제(OS) 리눅스의 마스코트이다. 또 ‘리바이어던’은 성서에 등장하는 거대한 괴물이자 17세기 정치철학자 토마스 홉스가 쓴 책 이름이기도 한데, 홉스는 인간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 매몰된 이기적 존재이기 때문에 이들을 통제하는 방법은 리바이어던으로 은유되는 절대 권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벤클러 교수는 ‘이기적’ ‘이타적’이란 단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이기적이란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는 것을 말하며, 이것이 곧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말하는 인간형이다. 이타적이란, 자신에게 해가 되는 상황에서도 타인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이런 의미의 이타적이라는 개념이 이기적이라는 개념의 반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타적’은 ‘이기적’에 반대되는 수많은 행동들 중 일부일 뿐이다. 이타적이라는 것은 자신이 피해를 입으면서도 상대방의 이익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지만, 예를 들어, 우리는 도덕적 의무에 의해서도 같은 일을 한다. 그런 경우를 이타적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또 우리는 은혜를 갚기 위해 상대방을 위한 일을 하기도 하고,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들을 위해서도 선의를 베푼다.

사람들은 이기적 인간이라는 가정 하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행동을 실제 사회에서는 하고 있으며, 그 이유를 생물학적, 사회적으로 설명했다. 이타적이라는 개념은 그런 행동 중 일부만을 지칭하는 것이다.”

1976년 생물학자 리차드 도킨스는 저서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우리는 이기적(selfish)으로 태어났다”면서 “적어도 생물학적으로 인간에게 협동을 기대하지는 마라”고 다소 과격하게 단언했다.

경제학은 여기서 출발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self-interest)을 먼저 추구한다는 가설은 경제학을 지탱하는 기둥이었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이런 전제를 통해 시장 경제를 설명했다. 근대 정치철학에서 중요한 저작 중 하나로 꼽히는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본성이 자만·교만으로 이뤄져 서로 협력해 질서 있는 사회생활을 꾸려나가는 게 불가능한 피조물이기 때문에 거대한 권력을 가진 정부(리바이어던)가 이를 조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전제에 반기(反旗)를 드는 지적 흐름이 금융위기 이후 점차 세력을 넓히고 있다. 하버드대 마틴 노왁 교수의 ‘초협력자(Supercooperators)’, 독일 생물학자 요하임 바우어의 ‘협력하는 유전자’ 등이 이를 대변한다. ‘초협력자’는 버트란드 러셀의 경구 “인간을 구원하는 유일한 요소는 협력이다”로 시작한다.

1982년 도요타가 GM(제너럴 모터스)으로부터 경영권을 위탁 받은 미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누미(NUMMI) 공장은 미국 경제계에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노사 갈등과 생산성 저하, 품질 불량 등으로 폐쇄됐던 공장을 도요타가 맡은 뒤 2년 만에 생산성과 직무 만족도를 50% 이상 끌어올렸다. GM이 도요타와 50대 50으로 합작했지만, 경영은 도요타에 일임했고, 직원들은 그대로였다. 당시 도요타가 주력했던 지점은 공장 문화 개선이었다. 경쟁과 관리, 감시와 명령으로 움직이던 직원들에게 자율과 협력, 신뢰와 창의성을 불어넣었다.

GM 시절 시간대 별로 직원들 근무 태도를 감시하고 생산량을 점검하던 전통을 바꿔 팀 별로 자유롭게 작업 방식을 시험하는 재량을 주고, 정해진 시간 안에만 주어진 업무를 완수하도록 했다. 생산된 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작업자 스스로 라인을 멈출 수 있는 권한도 줬다. GM 시절에는 ‘작업자가 쉬기 위해 일부러 멈출 수 있다’는 가정 아래 관리자만 독점했던 권한이다. 납품업체 선정 기준은 저가 경쟁 입찰에서 장기 협력 관계 유지 여부로 바뀌었고, 관리자 전용 주차장은 사라졌으며, 임원 연봉은 노동자들보다 최고 200배 높았던 것이 10배 이하로 낮아졌다. (누미공장은 2010년 테슬라가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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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턱수염을 길러 유대교 랍비를 연상시키는 벤클러 교수를 하버드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자기 이익을 강조하는 사회체계 속에서 인간은 잘못된 방향으로 교육 받고 있다”면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대인인 그는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법학과와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을 나온 뒤 뉴욕대, 예일대를 거쳐 2007년부터 하버드대에서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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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아담 스미스 이래 경제학은 인간의 이기심을 기초로 현실을 분석했다. 그런데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이런 전제에 대해 심각한 반성이 일었다. 이타심과 협동 정신을 강조하는 당신의 주장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인가.

“영향을 받긴 했다. 원래는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세계에서 나타나는 행동 양식에 깔린 심리적 사회적 기원을 연구하다가 착안했다. 혁신이 일어나는 사이버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현실 세계와 다른 ‘문법’이 있다. 순수한 협동정신에 기반을 둔 위키피디아나 오픈소스 운동(프로그램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를 무료로 배포하는 것)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온라인에서는 이미 뿌리를 내렸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뭘 말해줄까.

인간 본성이 협동을 추구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면, 어떻게 이전과 다른 동기 부여 시스템을 설계해야 하는가가 중요해진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는 기존 시스템에 대해서 성찰하는 기회를 줬다. 이기심에만 토대를 둔 시스템은 실패하고 붕괴한다는 것이다. 2008년 10월 미 연방 상원 청문회에서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40년 동안 의존했던 믿음이 무너졌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개개인의 이기심에 기초한 ‘보이지 않는 손’이 결국 자유 시장 경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이란 믿음이었다.”

2008년 10월 미 연방 상원 청문회. 월스트리트의 탐욕이 초래한 세계 금융위기를 두고 의원들이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을 몰아붙였다. 그린스펀은 “금융기관들이 주주들 이익을 보호하리라 믿었는데 충격입니다”고 털어놓았다. 헨리 왝스맨 상원의원은 “말하자면 당신의 세계관은 틀렸고 작동을 하지 않았다는 거죠”라고 추궁했다. 이에 그린스펀은 “40년 동안 의존했던 믿음이 무너졌다”고 털어놓았다.

– 애덤 그랜트의 책 ‘기브 앤 테이크’도 그렇고 인간의 이타심을 강조하는 책들이 유행이다. 이런 주장이 힘을 얻어가는 건 왜 그렇다고 보나. 과잉 경쟁과 승자독식 사회에 사람들이 서서히 질려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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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주장이 새로운 건 아니다. 과학적 이기심(scientific selfishness)이나 자기이익(self-interest) 같은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1950년대였다. 게임이론이나 합리적 기대 가설이 공감을 얻고, 비즈니스나 범죄, 심지어 가족까지 다양한 사회 문제를 이런 렌즈를 통해 바라본 것이다. 레이건과 대처의 시대였던 1980년대 중반까지 이런 흐름은 지속됐다. 그런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엘리노어 오스트롬 교수가 지적한 ‘공유지의 비극’이나 진화생물학자 데이빗 슬론 윌슨, 그리고 여러 행동경제학자들의 연구 업적이 부각되면서 협력에 기반한 새로운 경제 체계에 주목하는 거대한 지적 변화)가 태동했다.

금융위기 이전에도 1980년대부터 이에 대해 수많은 연구가 나오고 있었다. 다만  학계에서 일어난 변화보다 실제 정치적 변화가 20년 더 늦게 온 셈이다. 어쨌든 각국 정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고 나서 이기심에 기반한 신자유주의 모델을 되돌아보게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 도요타나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사례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업 세계에서 협력이 이기심을 이기는 경우를 찾기 쉽지 않다.

“도요타나 사우스웨스트 사례를 인용한 것은 그 분야에서 성공한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그 분야(자동차, 항공) 기업들은 옛날식 성장 모델을 고수했다. 그런데 두 회사가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 성장한 이후에는 성공 공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혁신을 중요시하는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서비스 기업에서 두드러진다. 이들은 학계와 풍토가 흡사하다. 학자들은 시장의 논리에 얽매이지 않을 자유를 지니고 있다. 연구를 하면서 불확실성과 씨름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얼마든지 실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숱하게 실패한다. 이런 ‘값싼 실패’는  장기적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실험 비용이 비싸다면 쉽게 시도하지 못할 것이다.

모든 기업이 위키피디아(협력과 자발성을 중시하는)처럼 될 수는 없다. 유토피아를 만들자는 게 아니다. 다만 그동안 많은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센티브에만 의존해 왔다면, 이제는 다양한 선택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과제에 따라 인센티브나 최적화에 치중할 수도 있고, 실험이나 모험을 중시하는 기업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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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클러 교수 /반비 제공

– 기업은 아무래도 단기 실적을 올리기 위해 자발적 협력보다는 인센티브 제도를 선호할 것 같다.

“아마 기업에서는 관리나 금전적 보상 같은 수단 말고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몰입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갖고 있을 것이다. 매우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혁신은 어렵다. 과제도 불확실하고 직원을 어떤 식으로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좋은 건지 확실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일 수록 돈이나 승진 같은 보상을 통해 최적화나 효율화에 전념하기보다는, 직원들이 흥이 나서 일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고 통제를 느슨하게 해야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기존에 하던 뻔한 일을 할 때는 위계, 관리, 인센티브 같은 전통적 수단을 써도 잘할 수 있지만,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려면 직원들 스스로 창발성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대기업들은 흔히 ‘우리 일은 우리가 잘 알아’라고만 생각한다. 외부와 공동 작업을 할 때도 오랜 기간 굳어진 기존 시스템을 적용하려고 한다. 새로운 환경에 맞는 혁신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열린 혁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현대 경제의 특징 중 하나는 끊임없는 변화다. 그것도 드라마틱하고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빠르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사회나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10년 전 지금의 기술 발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앞으로 10년도 그런 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 기업이나 조직을 협력 중시 문화로 바꾸려면 아무래도 리더가 먼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리더십은 핵심이면서 어려운 과제다. 이미 위계질서가 꽉 짜인 조직에서 성장한 리더에게 새로운 변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리더에게 협력을 강조하는 조직을 맡기긴 어렵다. 설령 리더가 협력을 중시하더라도 부하 직원들이 이 협력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실천해야 조직 전체가 온전히 변화할 수 있다.

사실 내 주장이 마치 ‘인간은 원래 이타적’이라는 식으로 설파한다고 여기는 건 오해다. 그렇지 않다. 세상은 다양하다. 다양한 성질을 지닌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동기 부여를 하면서 살아간다. 권위적인 조직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돈을 많이 주면 잘 하고, 협력적인 분위기에서 잘 하는 사람이 섞여 있다.

리더십은 어떤 상황에서든 신뢰를 이끌어내고 조직을 역동적으로 만드는 능력이다. 리더십의 핵심 과제는 위계질서가 확고하게 자리잡은 조직이라도 변화를 추구하고 싶다면 각각 다른 직급 직원들 중 누가 협동심을 이끌어내고 조직을 협력 위주 분위기로 바꿀 수 있는지 개개인 속성을 면밀하게 파악해서 발탁하는 것이다. 어렵겠지만 중요하다.”

– 기업의 고위 임원들이 직원의 수십 배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 게 직원 사기를 꺾고 임원 스스로 동기 부여하는데도 별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는데, 그래도 인재를 영입하려면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버드대 맨큐 교수는 지난 2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능력 있는 최고경영자(CEO)가 창출하는 가치가 크기 때문에 높은 연봉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맨큐 교수 /하버드대 홈페이지

맨큐 교수 /하버드대 홈페이지

“미친 수준으로 높은 미국 기업 CEO 연봉이 생산성이나 주주 가치 제고와 상관 관계가 전혀 없다는 뛰어난 연구 결과들이 이미 있다. 많은 스톡옵션을 받은 CEO가 실적은 형편없고 주주 가치를 오히려 깎아 먹었다는 것이다. 이데올로기에 근거해서 얼마든지 하고 싶은 말은 할 수 있겠지만, 데이터는 다르다. 그런 점에서 맨큐는 틀렸다. 어떤 근거에서 그런 주장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그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없다. 높은 연봉이 높은 생산성을 낳는다는 데이터는 한국, 일본, 유럽, 미국 어디에도 없다.

1990년대 초 하버드대 젠슨 교수가 ‘주주 가치를 높이려면 CEO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에서 CEO 연봉이 미친 듯이 올라갔다. 그런데 10여년 뒤 이에 대해 연봉과 성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젠슨도 ‘어 우리가 틀렸네요’라고 인정했다.

과연 CEO들이 얼마나 많이 받아야 적절한 건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쾌한 데이터는 없다. 10배? 20배? 50배? 모른다. 기이한 건 차라리 수억달러를 버는 헤지펀드 매니저가 고연봉의 정당성에 대해서 주장하면, 물론 이것도 옳진 않지만 최소한 자신의 이해관계와 일관성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학자가 아무런 데이터도 없이 이런 주장을 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 공유경제(sharing economy)야말로 당신이 주장한 협력 시스템에 부합하는 영역이라고 보는데 최근 에어비앤비(AirBnB)나 우버(Uber)같은 회사들에서 볼 수 있듯 공유경제를 현실 속에 적용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에어비앤비는 숙박 공간을 저렴한 비용으로 공유하는 서비스이고, 우버는 자기 차를 택시처럼 쓸 수 있게 한 서비스이다.)

“공유경제라는 단어에는 아이러니가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엄밀하게 말하면 공유경제가 아니다. 에어비앤비는 탈중앙화된, 매우 효율적인 숙박체인업소이고 우버는 택시회사다. 사실 카우치서핑(현지인 도움을 받아 무료 숙박이나 가이드까지 받을 수 있는 비영리 커뮤니티) 같은 데가 공유경제 개념을 충실히 반영한다.

공유경제는 호혜성(reciprocity)이란 본질을 지닌 시스템 속에서 참가자들이 서로 가진 것을 나누는 일종의 짝짓기(matchmaking)다. 에어비앤비는 스스로 공유경제라고 선전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정교하게 설계한 시장경제체제다. 실제로는 비용이 적게 들면서 효율적인 시장경제 테두리 안에 있지만 소비자들은 공유한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10년전 로빈 체이스가 집카(zipcar·회원제 렌터카 공유 회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는 공유 윤리와 친환경적 이상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냥 수익을 올리는 단기 렌터카 회사로 성격이 바뀌었다.

자원이나 노력을 좀 더 쉽게 나눌 수 있게 하지만, 본질적으로 가격 체계로 돌아가는 비즈니스 모델을 다 공유경제라고 이름붙이는 건 조심해야 한다. 공유경제라면 적어도 기본적으로 교환의 사회성, 호혜성, 비공식적 규범 등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요즘은 공유경제를 돈을 벌기 위한 근사한 선전 도구로 남발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예전부터 있던 카풀을 생각해보자. 카풀은 상당수 지역에서 보편화되어 있지만, 이를 공유경제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런데 사실 카풀이야말로 진정한 공유경제다. 에어비엔비나 우버는 공유경제가 아니다.”

– 협력과 공공선을 추구하는 기업문화를 마케팅 수단으로 내세우는 건 바람직한가.

“왜 안되는가. 여기서 핵심은 진정성(authenticity)이다. 기업 문화가 진정으로 더 협력적이고 인간적이라면 고객들도 그런 데서 나온 제품을 사면서 기분이 좋아질 수 있지 않나. 다만 근로자들이 스스로 ‘우리는 정말 서로 돕고 존중하는 기업’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월마트보다 코스트코가 주창하는 기업문화와 가치 때문에 어떤 소비자는 코스트코에서 쇼핑하는 걸 더 즐겁게 느낀다. 이런 소비자들은 정의를 중시하는(taste for justice) 사람들인 셈이다. 수익성은 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그런 제품이 비싼 경우가 많은데 비싸게 주고 꼭 그런 걸 사야 하느냐?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유기농이나 공정 무역을 통해 생산된, 좀 비싸지만 좋은 목적(good cause)으로 만든 제품을 사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다.”

– 이런 협력 패러다임을 정치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정당들은 어떻게 협력할 수 있나.

“워싱턴DC에 정당간 협력을 꿈꾸는 정치인이 있다면, 아마 가장 좋은 방법은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2주에 1번씩 만나 저녁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면 소통에도 효과적이고, 같이 밥을 먹는 것이 옥시토신(친밀감을 증진시키는 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에 호혜성이 상승한다.

사실 뉴트 깅그리치(전 하원의장) 이후 공화당은 당 차원에서 의원들로 하여금 지역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독려했다. 지역 주민들과 접촉을 늘린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에 다른 당 의원들과 식사를 하며 대화하는 기회는 오히려 두드러지게 줄었다. 단지 저녁만 자주 먹어도 복잡한 정치 갈등을 풀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될 텐데… 이제는 점점 각 당이 부족 중심(tribalism)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티파티 같은 집단은 자기들끼리만 교류하면서 당을 점점 더 폐쇄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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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펭귄(협력)이 승리하는 사회를 만든다는 유토피아적 발상 같다.

“제대로 가동한다면 협력을 기반으로 한 사회는 충분히 효율적이면서도 도덕적이다. 몽상이 아니다.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의욕을 이끌어내고 동시에 생산성이 향상되는 그런 체제를 만들 수 있다. 도덕적,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방식으로 성장하는 사회는 오류라는 게 대세가 될 것이다.

이미 정해져 있다는 이유 만으로 사람들은 관습과 규범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관습과 규범을 협력을 통해 선을 이룬다는 내용으로 개편한다면 자연스레 사람들은 이를 따를 것이다. 자기 이익만 챙기고 도주하는 구성원이 생기면 어떡하냐고? 걱정할 필요 없다. 인맥과 평판이 중요한 사회에서 그런 인간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심리학, 경제학 등 수많은 실험 연구 결과는 희생이 따르더라도 무조건적으로 협력하고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물론 30%는 언제나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일부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법칙을 적용하기도 한다.

아마르티아 센 교수 /하버드대 홈페이지

아마르티아 센 교수 /하버드대 홈페이지

그러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이 저서 ‘합리적 바보’에서 지적했듯 사람들은 자신과 타인의 신념이나 가치에 대한 헌신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이를 고려한다. 이런 이들을 북돋을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자는 것이다.”

조지 버나드 쇼는 말했다. “우리는 모두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다. 지구 상의 모든 영혼은 그렇다.”

폴 엘뤼아르와 김현, U2를 좋아하고 저널리즘에 대해 성찰하는 자세를 유지하려 합니다. 사회학자가 되려다 어쩌다 기자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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