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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가 요동친다… 油價 하락의 정치경제학

[대한민국의 수출동력이 흔들린다]

과거 배럴 당 가격이 하락하면 수출기업은 어깨춤… 최근 들어서는 ‘매 순간이 위기’

油價 리스크는 물론 차이나 리스크도 관리해야 수출둔화 현상 막을 수 있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은 지난 9월 말 하루 75만 배럴 감축이란 총론에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회원국 중 산유량 2, 3위인 이란과 이라크 등 일부가 “우리는 감산에서 빼달라”고 예외 적용을 요구해 진통을 겪고 있다. 사우디는 2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란과 이라크가 감산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원하지만, 이들 나라는 자국의 산유량을 최대한 확보하려 하는 상황이다. OPEC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라크가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산유량 감산 물량을 결정하는 정례회의를 앞두고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감산합의가 어려운 이유는 죄수의 딜레마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산유량 감산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자국은 양보할 생각이 없고, 상대국은 믿지 못하는 것이다. 각국이 생산량을 줄이면 원유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유가 상승도 유도할 수 있지만 자국만 감산하고 상대방은 생산량을 유지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결국 자국의 이익만 고려하다가 결과적으로 더 나쁜 결과를 받아 들이게 될 수도 있다.

지난 2015년 세계적인 불황, 회원국 간의 마찰, 국가 간의 이해관계에 따른 과잉공급으로 감산합의에 실패한 상황에서 11월 30일 오스트리아 빈 정기총회에서 원유 감산 합의에 성공할 것인지에 대한 전 세계의 기대가 집중되었다. 그리고 30일(현지기준) 회원국들의 하루 최대생산량을 3250만 배럴로 120만 배럴로 줄이기로 합의하면서 큰 파장이 예상되었다.

<저유가(低油價)가 무역에 미치는 영향>

작년 2015년 한국 무역 증가율이 감소했다. 무역에 미치는 요인들은 다양하지만 油價 리스크는 그 중 핵심적이다. / 자료 = 12월 5일자 본지
작년 2015년 한국 무역 증가율이 감소했다. 무역에 미치는 요인들은 다양하지만 油價 리스크는 그 중 핵심적이다. / 자료 = 12월 5일자 본지

 

국제 유가의 상승은 한국 같은 자원수입국가의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물가상승률을 높인다. 반대로 저유가는 수입 경기에는 원유 수입 가격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개선, 국제수지 흑자가 확대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유가 급락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세계수요 부족이기 때문에 전술한 유가 하락의 긍정적인 영향이 일정 부분 상쇄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 시장경기를 살펴본다면 저유가는 전반적인 수출 단가 하락과 더불어 對 OPEC, 러시아 등 자원 생산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對 OPEC 지역 수출이 향후 부진한 가능성이 대두된다. 유가 하락은 OPEC의 재정수지 적자 심화로 이어지며 원유 수출에 따른 재정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해당 국가들의 경제 성장률 및 수입 수요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판매 수입이 감소함에 따라 對 산유국 수출 감소도 지속될 수 있다. 한국의 對OPEC 수출은 총수출의 5.2%를 차지하는데, 2015년 11.3% 감소했다. 특히 對OPEC 수출 비중이 높은 철강, 자동차, 가전의 경우 2015년 수출이 각각 9.6%, 10.8%, 19.7% 감소하는 등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향후 저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OPEC 국가를 포함한 산유국들의 구매력 약화로 인한 對산유국 수출 부진 장기화가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2월 1일 OPEC 감산합의는 저유가 기조를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이므로 중동과 러시아 등 자원 생산국의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경제 불확실성의 주 요인, CHINA INSIDE>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30년 전 중국경제가 개혁 개방을 한 이후 연 평균 10% 수준의 고도성장을 달성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한 자리 수 성장률에 그치는 등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었다. IMF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6% 중반을 기록한 후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신 고도성장" 개혁개방 이후 두 자리 수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경제는 최근 들어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산업구조 변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 자료 = 조선DB
“연신 고도성장” 개혁개방 이후 두 자리 수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경제는 최근 들어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산업구조 변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 자료 = 조선DB

 

중국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경제 구조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소재, 부품 등을 재가공 한 후 해외에 되파는 전통적인 제조업 수출 방식에서 벗어나 ‘차이나 인사이드’라는 전략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차이나 인사이드’ 전략은 해외 수입에 의존하던 부품이나 반제품들을 자국에서 생산 및 충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차이나 인사이드가 궤도에 오르면 중국의 수입량이 줄어들어 전 세계적인 무역 규모가 감소하게 된다.

지난 해 세계 10대 수출 국가 중 수출액이 증가한 나라는 단 한 국가도 없었다. 전통적 수출 강국인 독일(-11.1%)이나 일본(-9.4%) 모두 수출액이 10% 안팎으로 줄었고 그 외에도 홍콩(-2.6%), 중국(-2.9%), 미국(-7.1%), 한국(-8.0%) 등도 모두 수출액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중국의 세계 경제 성장률에 대한 기여율은 30%대 중반에 이르며 미국 기여( 12%)보다도 높은 수치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저유가와 더불어 중국의 수입수요 둔화는 세계 무역 규모 성장을 저해하고 자원수출국의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저유가, CHINA INSIDE의 함의>

저유가 기조와 차이나 인사이드가 한국경제에 주는 신호는 무엇일까?

저유가 기조는 수출을 경제동력으로 삼고 있는 한국경제에 결코 청신호는 아니다. / 자료제공 = 조선DB
저유가 기조는 수출을 경제동력으로 삼고 있는 한국경제에 결코 청신호는 아니다. / 자료제공 = 조선DB

 

그래프에 나와있듯 국제유가와 수출 물가 증가율은 항상 같은 추세(seasonality)를 따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비례에 가까울 정도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수출 물가 증가율도 하락하고 반대의 경우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국제유가-수출 물가 증가율 추세 사이에 일정한 연관성을 보이고 있다. 저유가 기조란 수출을 경제 원동력으로 삼고 있는 한국에게 결코 청신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한중일 3국 간 ‘기러기 편대’가 재편될 가능성도 크다. 기러기 편대란 일본은 원자재를 한국에, 다시 한국은 이를 가공한 중간재를 중국에, 중국은 중간재를 투입한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Global trade chain을 빗댄 말이다. 하지만 차이나 인사이드의 핵심은 중국이 중간재를 직접 생산하여 수입을 대체하는 것에 있다. 따라서 한중일의 무역 구조는 물론 세계 무역 구조의 지각 변동이 예고되는 동시에 진행 중이기도 하다. 수출에서 對중국이 갖는 비중과 중요성이 상당한 한국으로선 뼈아픈 변화인 셈이다. 결국 저유가, 차이나 인사이드는 결국 세계적 무역 둔화로 귀결된다. 과거와 달리 저유가 기조를 접했을 때 한국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배경이 바로 이것이다.

조선일보를 읽는 전경련EIC의 선택, 초익스

글 = 김석(고려대), 김도윤(서울과학기술대), 강혜진(연세대), 장형욱(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