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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시한폭탄’ 위기의 순간이 다가온다

[저금리의 유혹, 불어가는 가계부채]

국내 경기둔화로 인한 자금경색, 건설경기 활성화로 풀어내려는 부동산 만능주의

서민들도 돈 쓰도록 유도하는 정부정책… 실 수혜자는 서민 아닌 투자가들

생계형 대출은 늘어가는데 대책은 없어… 서민금융은 공염불이었나

올해 3분기 한국은 0.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한국 경제의 중추였던 수출과 소비가 부진하면서, 4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가계부채가 심상치 않다. 1200조원대 규모도 문제이지만 저소득·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빨라지고 있어 가계부채의 질(質)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그래픽 = 조선일보 디자인편집팀
가계부채가 심상치 않다. 1200조원대 규모도 문제이지만 저소득·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빨라지고 있어 가계부채의 질(質)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그래픽 = 조선일보 디자인편집팀

 

부동산과 건설 부문은 선전했다. 올 3분기 건설투자는 작년 동기 대비 11.9%나 늘었으며 GDP의 지출 부문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 현상을 마냥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그 이면에 가계부채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을 구매하는 수요자는 비용의 상당수를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부동산과 건설 주도의 성장은 부채의 증가를 뜻하기도 한다.

<생각보다 심각한 가계부채 현황>

분기를 거듭하며 주택담보대출과 은행권 집단대출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활황은 자본을 시장에 더욱 많이 풀어놓게 만들지만 그 스트레스는 가계가 부담한다. / 디자인 = 조선DB
분기를 거듭하며 주택담보대출과 은행권 집단대출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활황은 자본을 시장에 더욱 많이 풀어놓게 만들지만 그 스트레스는 가계가 부담한다. / 디자인 = 조선DB

 

  • 폭발 직전 가계부채, 100만원 벌면 빚 갚는데 24만원

IMF는 지난 8월 발표한 한국 보고서(2016 ARTICLE IV)에서 가계부채 문제를 한국 경제의 리스크로 지목했다.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올해 1~8월 가계부채 증가세가 예년의 2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공동 발표한 ‘2015년 가계 금융 복지 조사’에 따르면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중은 24.2%로 처음 조사를 시작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월급 통장에 100만원이 들어오면 이 중 24만 2000원을 빚 갚는데 썼다는 의미다.

  • 부채 보유자 4명 중 3명 “빚 부담 때문에 지출 줄여”

가계가 빚을 갚으나 허덕이면서 외형상으로는 흑자가 나지만 소비는 줄어드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번 가계 금융 복지 조사에서도 금융 부채를 보유한 10가구 중 7가구는 원리금 상환이 생계에 부담을 준다고 답했고 이 중 78%는 빚 부담 때문에 저축과 씀씀이를 줄였다고 했다.

  • ‘풍선효과’로 서민들의 생계만 힘들어져

3분기 가계부채의 급증세는 보험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이 이끌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3분기 가계대출 증가액은 11조1000억원으로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 2월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자 상대적으로 대출을 받기 쉬운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원인>

  •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011년 3.25%에서 2016년 10월 1.25%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는 대출에 대한 유인을 키워 가계의 차입비용을 감소시켰다.

  • 주택시장 활황 분위기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2015년 정점을 기록한 이후 급락했으나, 2016년 들어 다시 크게 오르고 있는 추세이다. 반면 주택 전세시장은 감소하고 있으며, 2015년에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2008년 이후 최대 수준을 보였다. 정부의 규제 완화도 주택시장 활황에 한 몫 했다. 2014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규제완화의 일환으로 LTV(Loan-to-Value ratio, 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Debt To Income, 총부채상환비율)를 지역과 관계 없이 각각 70%와 60%로 완화했다*(편집자 주 참고). 이 정책으로 인해 주택 매매에 대한 가계부채가 급증하게 되었다.

편집자 註 : DTI는 대출받은 사람의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통 이 비율을 50%로 규제합니다. 가령 1년 수입이 4천만원이라면 1년 동안 갚아야할 원금과 이자는 2천만원 미만으로 잡아야 합니다. 주택시장의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07년도 도입한 제도였지만, 최경환 전 부총리가 규제완화로 이 비율을 50%에서 60%로 완화한 것입니다.

LTV는 주택담보대출을 할 때 적용하는 담보대비 대출가능 한도입니다. LTV 또한 60%가 원안이었지만 10% 높인 70%까지 담보물 가치설정을 해준다고 한 것입니다. 즉 지금 시가 5억의 주택이 있다면 3억 5천만원까지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 가계소득의 부진

가계부채에서 생활비를 위한 대출의 비중도 크다. 최근 저성장 국면에서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생활비를 위한 신용대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 외에도 부채상환을 위한 신용대출 역시 증가하고 있다.

<주객전도된 부동산 대책, 서민금융은 空念佛이었나>

부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상환 가능성이 높은 건전한 부채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건설적인 투자를 촉진하고 경제에 선순환을 일으킨다. 문제는 현재 가계부채가 상환가능성이 낮은 ‘악성부채’라는 것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이 서민, 자영업자 위주의 생계형 부채이다. 비은행권 대출은 은행권 대출보다 금리가 두 배 가까이 높아 금리 인상기에 빚을 갚지 못할 위험이 큰데, 생계형 대출의 상당부분이 비은행권에서 자금을 차입하고 있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현 시점에서 변동금리대출 위주의 비은행권 대출은 위험부담이 더 커진다. 가계부채도 빈익빈 부익부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가계대출 통계에는 집계되지 않지만 자영업자의 대출의 위험성도 상당하다.  대출 규모 자체가 증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자영업 자체가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 많아 국내 경기 상황에 따라 부실화될 위험이 크다. 자영업자 생계형 대출이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 내수시장이 도미노처럼 붕괴될 가능성이 대두된다.

2015년 12월, 정부는 대출 규제 심사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다. 수도권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을 없애고 원리금부터 상환하게 했다. 올해 8월 25일에도 또 하나의 대책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수많은 대책들이 가계부채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지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부채는 양날의 검이다. 기존 시장에 돌던 통화량 이상으로 자본을 투하해 경기를 단기간에 활성화시킬 수도 있지만 부채를 잘못 통제했을 경우 경제를 이루는 계층이 허약 체질부터 붕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부동산 대책발표는 경기부양과 주택시장 활성화다. DTI와 LTV 비율을 높여 서민금융을 살리고 ‘내 집 장만’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문제는 정책의 취지와 현실 간의 괴리가 심하다는 점이다. 부동산대책의 실 수혜자는 서민층이 아닌 투자여력이 있는 중산층에 돌아가고 있다. 생계형 대출이 증가하는 것은 악성부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주택투자를 위해 자금을 융통하는 것이 아니라 주택을 담보로 생계자본을 차입하는 것이 목적이 되었다. 또 자영업자와 서민들은 은행권 대출을 거절당해 제2, 3금융권을 전전하며 고리에 자금을 차입한다.  빚을 견디다 못해 쓰러지는 서민층이 많아지면 경제 펀더멘탈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해결책은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한국경제는 부동산 ‘만성’ 의존형이다. 건설경기가 호황을 이뤄 약간의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면 분명 경기는 좋아진다. 하지만 그것이 만능주의, 만성에 젖어서는 안된다. 경제 펀더멘탈은 하위계층이 튼튼해야 대내외적 스트레스에 견딜 수 있는 법이다. 부동산 대책은 서민금융이 보다 자생할 수 있는 방안에서 접근해야 옳다. 그 전에 가계부채를 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제도적인 여건을 형성해줘야 함을 물론이다.

미래 먹거리 선점 싸움, 리튬이온전지 시장을 잡아라

[차세대 먹거리,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세계 각국서 뛰어드는 블루칩… R&D에 총력을 기울여 시장선점 싸움

스마트폰 성공신화로 도취된 한국기업… 선진기술 보유한 해외 기업과 어깨 나란히 하려면 배터리 부품과 기술 국산화가 先決돼야

 

배터리 사업이 세계적으로 신성장 동력으로 대두되고 있다. 2차 전지는 방전 후 충전을 통해 재사용이 가능한 전지로 적용 소재에 따라 납축전지, 리튬이온전지 등으로 나뉜다. 납축전지는 자동차용 배터리와 산업용 예비전원 용도로 이용되고 리튬이온전지는 스마트폰, pc, 전기차, ESS(energy storage system)에 사용된다.

리튬이온전지의 구성품은 양극전극, 음극전극, 분리막, 전해액으로 이루어져 있다. 리튬이온전지는 차세대 배터리 시장의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다. / 일러스트 = 조선DB
리튬이온전지의 구성품은 양극전극, 음극전극, 분리막, 전해액으로 이루어져 있다. 리튬이온전지는 차세대 배터리 시장의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다. / 일러스트 = 조선DB

특히 리튬이온전지 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는데 그 요인으로 전기차 시장의 확대,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도입 필요성의 확산 등이 꼽힌다. 리튬이온 부문의 시장규모는 2015년 230억 달러에서 2020년 1200억 달러로 28%정도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격하락 요인도 있다. 전기차와 ESS가  제품수명주기(product life cycle) 중 도입기에 위치하고 있어 중대형 리튬이온전지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은 신규 모델 출시와 가격 인하로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고 각국 정부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에너지 저장 시스템인 ESS도 에너지 효율 개선 요구 및 신재생 에너지 전략 안정화 수요가 꾸준하다. 결국 2차 전지는 휴대폰, 노트북 등 소형 IT기기 중심에서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 등 중대형으로 확대되고 시장규모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배터리 사업을 둘러싼 국내외 시장현황>

주요 국가와 기업 등 전 세계에서 배터리 사업을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5년 전기차에 들어가는 중대형 배터리 시장의 규모는 6조 4000억 원이었고 이 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사업에서 우위를 점해온 한국기업도 기술적 한계, 경쟁자의 진입에 대응하는 효율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대기아자동차, GM, 포드, 폭스바겐, 르노 등 20여 개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한 LG화학은 2014년 10월에 축구장 3배 크기인 중국 난징 공장을 완공했다. 그리고 10월 5일에 폴란드 남서부 브로츠와프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삼성SDI는 스마트폰 사업 위기의 돌파구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화학 사업을 롯데케미칼에 매각하며 조직을 배터리 사업 위주로 개편했다. 또 2015년 10월 중국 산시성 시안시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 준공식을 열고 현지 자동차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중이다. 삼성SDI는 향후 5년 간 2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삼성SDI에 이어 후발 주자로 전지사업에 진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설립을 위해 합작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배터리 인증을 위한 기준을 크게 강화하면서 올해 사업 추진은 사실상 어렵다는 관측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오랫동안 펼쳐온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 등을 감안할 때 중국은 반드시 빼놓을 수 없는 시장”이라며 “인증 기준에 맞추는 쪽으로 검토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상용화의 핵심은 배터리다. 1회 충전 시 최대한 많은 거리를 주행할 수 있어야 디젤 및 가솔린 차량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리튬이온전지 기술의 발전으로 전기차 경쟁력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 사진 = 조선DB
전기차 상용화의 핵심은 배터리다. 1회 충전 시 최대한 많은 거리를 주행할 수 있어야 디젤 및 가솔린 차량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리튬이온전지 기술의 발전으로 전기차 경쟁력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 사진 = 조선DB

배터리 사업의 해외사례에는 일본과 중국이 대표적이다. 특히 중국기업 비야디(BYD)는 1995년 설립된 후 배터리 제조 기업으로 세계 2위의 자리에까지 올라섰고, 배터리 분야 노하우를 접목해 전기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미국의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1위의 자리에 서게 되었는데 비야디가 전기차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배터리 기술 덕분이다.

비야디 배터리는 무겁고 비싸다. 그럼에도 높은 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는 비결은 독점 커스텀 기술로 만들어진 ‘LiFePO 4’ 배터리에 있다. BYD의 리튬 인산 철 배터리는 4,000회 이상 충전에도 70% 이상의 효율을 보장하며 과열로 인한 폭발에 대한 안전성도 뛰어나다.

<미래전망과 시사점>

한국 주요 기업의 문제는 배터리 부품의 국산화 비중이 심각하게 낮다는 점이다. 양극재조차도 중국의 참여로 공급과잉 조짐을 보인다. 소재 분야에서 일본은 앞선 기술력과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중국은 생산량을 대거 늘리고 있다. 완제품 가격은 하락하지만 원재료 가격 과 소재 기술 부가가치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해결책은 한국기업의 기술 국산화다. 최근 정부와 산업계는 지난 9월 배터리 소재와 고성능 제품 개발을 위해 ‘전기차-2차전지 융합 얼라이언스’를 구축했다. 목표는 1회 충전으로 400km 주행 가능한 고밀도 배터리 개발이다. 2020년까지 산업부 270억 원, 민간 160억 원 등 총 43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100%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가 제한적이다. 글로벌 업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은 테슬라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로 리튬이온 배터리 음극재 소재로 흑연 대신 실리콘을 섞는다고 밝혔다. 국내기업도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하여 배터리 산업에서의 경쟁우위를 구축해야한다. 리튬이온 전지 소재의 국산화, 대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면 국내 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선도해나갈 新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를 읽는 전경련EIC의 선택, 초익스

글 = 이근호(한국항공대), 한혜원(숙명여대), 김지혜(인천대), 오현우(경희대)

세계경제가 요동친다… 油價 하락의 정치경제학

[대한민국의 수출동력이 흔들린다]

과거 배럴 당 가격이 하락하면 수출기업은 어깨춤… 최근 들어서는 ‘매 순간이 위기’

油價 리스크는 물론 차이나 리스크도 관리해야 수출둔화 현상 막을 수 있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은 지난 9월 말 하루 75만 배럴 감축이란 총론에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회원국 중 산유량 2, 3위인 이란과 이라크 등 일부가 “우리는 감산에서 빼달라”고 예외 적용을 요구해 진통을 겪고 있다. 사우디는 2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란과 이라크가 감산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원하지만, 이들 나라는 자국의 산유량을 최대한 확보하려 하는 상황이다. OPEC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라크가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산유량 감산 물량을 결정하는 정례회의를 앞두고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감산합의가 어려운 이유는 죄수의 딜레마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산유량 감산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자국은 양보할 생각이 없고, 상대국은 믿지 못하는 것이다. 각국이 생산량을 줄이면 원유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유가 상승도 유도할 수 있지만 자국만 감산하고 상대방은 생산량을 유지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결국 자국의 이익만 고려하다가 결과적으로 더 나쁜 결과를 받아 들이게 될 수도 있다.

지난 2015년 세계적인 불황, 회원국 간의 마찰, 국가 간의 이해관계에 따른 과잉공급으로 감산합의에 실패한 상황에서 11월 30일 오스트리아 빈 정기총회에서 원유 감산 합의에 성공할 것인지에 대한 전 세계의 기대가 집중되었다. 그리고 30일(현지기준) 회원국들의 하루 최대생산량을 3250만 배럴로 120만 배럴로 줄이기로 합의하면서 큰 파장이 예상되었다.

<저유가(低油價)가 무역에 미치는 영향>

작년 2015년 한국 무역 증가율이 감소했다. 무역에 미치는 요인들은 다양하지만 油價 리스크는 그 중 핵심적이다. / 자료 = 12월 5일자 본지
작년 2015년 한국 무역 증가율이 감소했다. 무역에 미치는 요인들은 다양하지만 油價 리스크는 그 중 핵심적이다. / 자료 = 12월 5일자 본지

 

국제 유가의 상승은 한국 같은 자원수입국가의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물가상승률을 높인다. 반대로 저유가는 수입 경기에는 원유 수입 가격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개선, 국제수지 흑자가 확대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유가 급락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세계수요 부족이기 때문에 전술한 유가 하락의 긍정적인 영향이 일정 부분 상쇄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 시장경기를 살펴본다면 저유가는 전반적인 수출 단가 하락과 더불어 對 OPEC, 러시아 등 자원 생산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對 OPEC 지역 수출이 향후 부진한 가능성이 대두된다. 유가 하락은 OPEC의 재정수지 적자 심화로 이어지며 원유 수출에 따른 재정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해당 국가들의 경제 성장률 및 수입 수요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판매 수입이 감소함에 따라 對 산유국 수출 감소도 지속될 수 있다. 한국의 對OPEC 수출은 총수출의 5.2%를 차지하는데, 2015년 11.3% 감소했다. 특히 對OPEC 수출 비중이 높은 철강, 자동차, 가전의 경우 2015년 수출이 각각 9.6%, 10.8%, 19.7% 감소하는 등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향후 저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OPEC 국가를 포함한 산유국들의 구매력 약화로 인한 對산유국 수출 부진 장기화가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2월 1일 OPEC 감산합의는 저유가 기조를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이므로 중동과 러시아 등 자원 생산국의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경제 불확실성의 주 요인, CHINA INSIDE>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30년 전 중국경제가 개혁 개방을 한 이후 연 평균 10% 수준의 고도성장을 달성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한 자리 수 성장률에 그치는 등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었다. IMF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6% 중반을 기록한 후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신 고도성장" 개혁개방 이후 두 자리 수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경제는 최근 들어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산업구조 변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 자료 = 조선DB
“연신 고도성장” 개혁개방 이후 두 자리 수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경제는 최근 들어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산업구조 변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 자료 = 조선DB

 

중국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경제 구조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소재, 부품 등을 재가공 한 후 해외에 되파는 전통적인 제조업 수출 방식에서 벗어나 ‘차이나 인사이드’라는 전략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차이나 인사이드’ 전략은 해외 수입에 의존하던 부품이나 반제품들을 자국에서 생산 및 충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차이나 인사이드가 궤도에 오르면 중국의 수입량이 줄어들어 전 세계적인 무역 규모가 감소하게 된다.

지난 해 세계 10대 수출 국가 중 수출액이 증가한 나라는 단 한 국가도 없었다. 전통적 수출 강국인 독일(-11.1%)이나 일본(-9.4%) 모두 수출액이 10% 안팎으로 줄었고 그 외에도 홍콩(-2.6%), 중국(-2.9%), 미국(-7.1%), 한국(-8.0%) 등도 모두 수출액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중국의 세계 경제 성장률에 대한 기여율은 30%대 중반에 이르며 미국 기여( 12%)보다도 높은 수치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저유가와 더불어 중국의 수입수요 둔화는 세계 무역 규모 성장을 저해하고 자원수출국의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저유가, CHINA INSIDE의 함의>

저유가 기조와 차이나 인사이드가 한국경제에 주는 신호는 무엇일까?

저유가 기조는 수출을 경제동력으로 삼고 있는 한국경제에 결코 청신호는 아니다. / 자료제공 = 조선DB
저유가 기조는 수출을 경제동력으로 삼고 있는 한국경제에 결코 청신호는 아니다. / 자료제공 = 조선DB

 

그래프에 나와있듯 국제유가와 수출 물가 증가율은 항상 같은 추세(seasonality)를 따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비례에 가까울 정도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수출 물가 증가율도 하락하고 반대의 경우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국제유가-수출 물가 증가율 추세 사이에 일정한 연관성을 보이고 있다. 저유가 기조란 수출을 경제 원동력으로 삼고 있는 한국에게 결코 청신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한중일 3국 간 ‘기러기 편대’가 재편될 가능성도 크다. 기러기 편대란 일본은 원자재를 한국에, 다시 한국은 이를 가공한 중간재를 중국에, 중국은 중간재를 투입한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Global trade chain을 빗댄 말이다. 하지만 차이나 인사이드의 핵심은 중국이 중간재를 직접 생산하여 수입을 대체하는 것에 있다. 따라서 한중일의 무역 구조는 물론 세계 무역 구조의 지각 변동이 예고되는 동시에 진행 중이기도 하다. 수출에서 對중국이 갖는 비중과 중요성이 상당한 한국으로선 뼈아픈 변화인 셈이다. 결국 저유가, 차이나 인사이드는 결국 세계적 무역 둔화로 귀결된다. 과거와 달리 저유가 기조를 접했을 때 한국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배경이 바로 이것이다.

조선일보를 읽는 전경련EIC의 선택, 초익스

글 = 김석(고려대), 김도윤(서울과학기술대), 강혜진(연세대), 장형욱(중앙대)

‘키오스크’로 여는 세상, 도사리는 양면성

국내 키오스크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 키오스크는 IoT 기술의 집합체로 네트워크에 접속된 디스플레이 등의 전자적 표시 기구를 이용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무인 정보단말기다. 한국에서는 키오스크로 대중교통정보, 경로 안내, 예약 업무, 각종 전화번호 및 주소 안내, 행정절차나 상품정보, 시설물의 이용방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 적용범위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키오스크의 확산을 육안으로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영화관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영화관 대면채널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키오스크를 활용해 영화티켓을 발권하는 경험이 쌓일수록 티켓 판매채널은 점차 줄어들었다. 은행도 키오스크를 트렌드로 판단하고 있다. 과거 창구직원을 통해서만 은행업무를 처리했던 방식은 ATM으로도 대체가 가능하며, ATM이 제공하는 서비스 퀄리티도 창구직원의 그것과 같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따라서 은행권은 은행원을 대면해야 수행할 수 있었던 계좌개설, 카드발급, 대출, 예적금 등의 업무도 키오스크를 통한 무인시스템으로 교체 중이다.

출처 = 조선DB
출처 = 조선DB

키오스크의 용처가 다양해지고 보급이 확대되는 이유는 임금 등 높은 고정비용을 낮추기 위함이라는 견해가 제기된다. 장기적인 경기불황과 최저임금 인상문제 등 고용을 발생시키는 사업장에서는 늘어나는 인건비 지출에 부담을 느끼는 현실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임금인상이 있을 경우 사업자 중 3.6%가 피고용인을 줄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업종 특성 상 많은 피고용인이 필요한 요식업체와 자영업자들이 키오스크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실제로 키오스크는 패스트푸드 체인부터 마트, 그리고 소규모 사업장에까지 보급되어 고객들이 셀프서비스를 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고객들도 생활 도처에서 충분히 키오스크 활용법을 학습해왔기 때문에 별다른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다.

키오스크는 매장이나 창구직원이 처리했던 일들을 소비자가 직접 수행하게 한다. 소비자가 느끼는 효용도 분명하다. 복잡한 설명 필요 없이 화면에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바로 선택할 수 있기에 주문을 위한 대기시간(Lead Time)도 짧아진다. 또 덜어낸 인건비로 양질의 음식을 보다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사업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이 상승할 경우 알바생을 고용축소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비율은 전체 사업주 중 91.6%에 달한다. / 자료제공 = 알바천국
사업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이 상승할 경우 알바생을 고용축소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비율은 전체 사업주 중 91.6%에 달한다. / 자료제공 = 알바천국

반대급부도 도사리고 있다. 소비자는 소비행위를 할 때 편하다고 느끼는 감정의 크기의 대가만큼 소비자 본인의 노동력과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키오스크로 도입된 셀프 서비스는 결국 고객의 시간과 노동을 사업자의 인건비 절감에 사용하는 것이다. 이 현상은 자동화가 증가하면서 소비자의 보이지 않는 노동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반 일리치의  ‘그림자 노동’ 개념과 유사하다. 키오스크를 그림자 노동에 대입한다면, 키오스크는 소비 알고리즘 진행을 고객의 학습능력에 전적으로 맡긴다. 키오스크를 대하는 소비자는 자신이 직접 주문, 결제 등 노동력을 지불하면서 마치 ‘편리’하다고 느끼게 된다.

또 키오스크의 사용이 익숙지 않은 소비자도 존재하는 것도 숙제다. 결국 인건비 절감을 위해 키오스크를 도입하고도 키오스크 사용을 도와주는 직원을 따로 갖춘 사업장이 생겨나 고정비용이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할인마트에서 직원이 키오스크를 안내하고 있다. / 사진 = 조선닷컴
할인마트 직원이 키오스크를 안내하고 있다. 키오스크 화면을 터치하면 소비자의 집까지 구매한 물건을 보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 사진 = 조선닷컴

현재 키오스크 시스템은 과도기에 들어서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키오스크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학습효과가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  소비자가 키오스크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다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키오스크 한 대 평균가격은 1500만원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판매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것보다 키오스크 유지관리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비용효율성이 더 높다. 특히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생겨난 소규모 점포에서 많은 활용이 기대된다. 소비자는 복잡할 것 없이 조용하게 본인이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기만 하면 되고, 사업자는 주문과 계산인력을 쓰지 않고도 가게운영을 차질없이 할 수 있다.

IoT의 발전은 소비자의 생활패턴을 바꿔나가겠지만 고려해야할 문제도 남아있다. 소비자는 편리함을 얻기 위해 오히려 자신의 노동력을 지불해야하는 ‘그림자 노동’ 소요가 생겨나고, 구직자는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 비용절감과 편리성을 위해 개발된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현실이 오는 순간, 기술은 이미 인간을 좀먹고 있는 셈이 된다.

키오스크는 앞으로 다양한 산업에서 널리 사용될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기억해야 한다. 편리함이 삶의 질을 항상 높이는 것은 아니며 기술의 발달이 인류사회를 더 나은 길로 인도하지는 않는다. 無人이라는 산업의 의미가 변질되어 사람 자체가 필요 없는 산업이 되었을 때 어쩌면 우리 인류가 독이 든 성배를 들이켰던 것은 아닐까 반문할 때는 너무 늦다.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말이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서 정나라를 크게 이긴 진나라 왕 도공(悼公)은 항복의 표시로 받은 사례품을 위강(魏絳)이라는 충신에게 하사했다. 위강은 도리어 도공에게 아뢰길 “생활이 편안하면 위험을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준비를 갖추어야 화를 면할 수 있다”고 3번 사양하고 그 하사품을 받았다. 우리도 바로 지금 이것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조선일보를 읽는 전경련EIC의 선택, 초익스

글 = 강문혁(서울과학기술대), 문명애(중앙대), 홍성진(단국대), 김연각(중앙대)

핀테크 산업의 序幕, 로보어드바이저

2016년 3월.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다. 이 대국을 두고 로봇과 인간 중 누가 승리를 거둘 것인지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결과는 4대 1 알파고의 승리. 바둑과 같은 복잡한 사고게임은 인간이 우세할 것으로 보였지만 로봇인 알파고가 승리를 거뒀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우리 생활 다방면에 들어와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또한 그 중 하나이다.

출처 = 조선비즈 / 디자인 = 이진희 디자이너
출처 = 조선비즈 / 디자인 = 이진희 디자이너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란 로봇(robot)과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의미한다. 또 이것은 고객이 직접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관리한다.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과거부터 축적된 가격 정보 빅데이터를 분석, 포트폴리오 관리를 수행하는 것이다. 나아가 개인별 투자 성향에 따른 자산 배분 전략을 고려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이 범할 수 있는 주관적인 판단오류를 배제한다는 점과 낮은 수수료, 핀테크 열풍에 힘입어 향후 성장이 주목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관리 및 투자의 효율성 측면에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기존 투자자문과 자산관리가 고가의 서비스임을 감안했을 때 로보어드바이저는 금융서비스를 대중화시키는데 앞장서는 것뿐만 아니라 자본시장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등 선진 핀테크 시대를 열 것으로 각광받는다.

그래픽 = 조선비즈 송준영 기자
그래픽 = 조선비즈 송준영 기자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이 해온 방식보다 더 나은 투자성과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자산관리 서비스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문 및 자산관리 서비스의 대중화를 일으키는 촉매다. 바꿔 말하자면 1억원 이상 소모되는 투자자문서비스가 보다 포괄적인 공공 서비스로 자리잡게 된다는 것이다. 오토메이션 시스템이 값비싼 전문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반 개미투자자들도 소득분위 상위계층만 향유해왔던 금융관리 서비스를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게 되어 투자라고 하는 금융행위가 보다 대중화된다는 것이다. 즉 금융노동시장의 메인 스트림은 로보어드바이저로 인해 재편된다.

다음으로 자문보수의 경쟁시장화다. 투자자문가가 고객에게 자문서비스를 자주 제공할수록 한계비용(marginal cost)은 대폭 상승하게 된다. 자문을 5회 제공하는데 드는 비용이 1억이라고 가정을 해보자. 고정비용인 5회를 초과하는 서비스가 발생했을 때 드는 비용은 투자자문가가 느끼는 기회비용을 고려했을 때 기존 1회당 2천만원보다 더욱 많이 발생하게 된다. 한계비용은 재화나 서비스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했을 때 필요한 총 비용의 증가분이기 때문이다. 또 고객 입장에서의 한계효용체감(diminishing marginal benefit)도 무시할 수 없다. 값비싼 자문료를 계속 지불하면서 고객이 얻는 효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최초 고객이 생각한 자문비용 이상으로 비용이 발생한다면 차라리 그 비용으로 투자를 하는 편이 낫다고 여길 것이다. 낮은 자문보수가 기존 고객 유지와 신규 고객 증대에도 기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로보어드바이저는 양측의 한계비용 및 효용을 보다 낮춰 자문보수의 ‘탈 카르텔’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한 번 패배했듯이 로보어드바이저 또한 결점이 없는 시스템은 아니다. 앞서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을 배제하거나 최소화한다는 특징이 있음을 밝혔다. 정량적인 데이터만을 고수한다는 것은 안정성을 가치의 최우선으로 둔다는 의미나 진배없다. 시장에 존재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이 다양하더라도 포트폴리오 구성과 투자결정은 결과적으로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자금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에서 데이터 분석에 따른 직관의 영역을 어느 수준까지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증권사는 수익률 경쟁을 벌이며 시장점유율 싸움을 벌이는 반면 로보어드바이저는 철저히 낮은 수수료와 안정적인 수익률만 고수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면 전체 자본투자시장 수준이 하향 조정될 위험성도 도사린다.

로보어드바이저가 더욱 발전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로보어드바이저의 불완전함을 보완하기 위한 투자전문가의 개입이 앞으로도 필요하기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때는 사람이 개입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또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 브렉시트와 같은 금융시장 급변사태에 대해서도 대처가 가능한지 지속적으로 역량검증제를 시행한다면 로보어드바이저의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를 읽는 전경련 EIC의 선택, 초익스

글 =  김효신(숙명여대), 김병헌(명지대), 김태준(서강대), 김영진(인하대)

4차 산업혁명, 한국이 나아갈 방향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용어는 다보스 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포럼에서는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으며,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밝히며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내다봤다. 인류의 생산성은 1780년 이후 증기를 이용한 1차 산업혁명으로 기계화에 성공했다면, 그 후 1900년대에는 대량생산의 시대를 맞이했고, 1970년대에는 자동화를 통한 3차 산업혁명으로 급속히 발전해왔다. 오늘날 들어 대두된 4차 산업혁명은 IoT 등 융·복합산업이 인류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다는 것이다.

다보스 포럼의 현장 / GE Reports Korea 제공

 

4차 산업혁명이란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작업 경쟁력을 높이는 차세대 산업혁명이다. 예를 들어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봇, 나노기술, 3D 프린터 빅 데이터 등 신기술이 기존 제조업과 융합해 생산 능력과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3월 구글 딥마인드에서 제작한 인공지능 로봇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4대 1로 승리하면서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에 대해 화제가 일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 / kbs news 제공

 

4차 산업 사례

A.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은 산업 전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커넥티드카 혹은 스마트카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것은 카메라와 GPS가 장착되고 각종 센서를 통해 얻은 정보를 컴퓨터가 읽고 분석하고 직접 운전까지 하는 자동차로 소위 말해 ‘바퀴달린 컴퓨터’로 불리는 신세대 이동수단이다. 상용화까지의 과제는 아직 남아있다.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와 배터리, 전장부품 등 하드웨어 기술이 온전히 결합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국적 자동차 기업들은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를 위해 개발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요타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도요타 연구소’라는 자율주행 및 자동차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자회사를 설립했고, 현대기아차는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 분야 R&D에 집중,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을 공개했다.

삼성도 자율주행자동차 시장에 뛰어들 전망이다. 다만 전략을 바꿔 완성차 시장에 역량을 집중시키는 것보다는 전장부품 개발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자동차회사와 직접경쟁을 하는 것보다는 전장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신시장 먹거리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 측은 “완성차 개발 노하우와 인프라에 들이는 비용을 따져봤을 때 외부 유망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전략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하면서 “커넥티드카와 관련된 노하우를 가진 유망주를 발굴해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100년 전 포드(Ford)식 대량생산으로 말미암은 변화보다 훨씬 크고 빠를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완성차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위는 전기자동차, 인공지능, 자율주행, 차량공유서비스, 자동차 네트워크 등 최신기술로 중무장한 도전 앞에 서있다. 국내 기업 또한 해외인재영입은 물론 R&D강화와 감성융합연구, 기능 안전강화 등 다방면에서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율 주행자동차 / 나우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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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빅데이터 산업

빅데이터는 문자 그대로 풀이했을 때 일반적인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로는 관리하기 어려운 정도의 큰 규모의 대용량 데이터를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빅데이터는 대용량 데이터의 수집, 저장, 분석, 체계화를 위한 도구, 플랫폼, 분석기법 등을 포괄하는 용어로 변화했다. 또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닌(‘Big’) 방대한 데이터(‘Data’)에서 그 가치를 발굴하는 ‘data mining’ 등의 용어도 생겨나고 있다.

기업에서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있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도출, 트렌드 파악, 마케팅, 의사결정 등에 사용한다. 기업이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시작하자 소비자의 취향과 행동의 변화 감지 등 기존 마케팅조사방식으로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정보를 발굴하면서 산업구조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기존의 대용량 데이터 처리는 시간과 비용을 수반하는 ‘작업’이었다면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기술의 등장과 함께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방대한 데이터에 대한 관리와 활용이 가능해졌다. 초기에는 구글, IBM, HP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빅데이터 활용과 관리에 대해 주도적으로 솔루션을 제공해왔지만, 최근 들어 대부분의 기업은 소비자 마케팅을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아마존닷컴은 모든 고객들의 구매 내역을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하고 분석해 소비자의 소비 취향과 관심사를 파악한다. 나아가 아마존은 고객별로 ‘추천 상품(recommendation)’을 표시한다. 빅데이터의 활용분야는 정보통신, 교육, 의료, 금융 등 산업 어디든 접목이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한국

제4차 산업혁명의 대전환기에 있는 대한민국은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중대한 시점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고령화, 저출산, 저성장이라는 세 가지의 덫, 즉 트릴레마에 빠져 있는 형국이고 이와 더불어 몰려오는 4차 산업을 발판으로 삼아 선진 일류 국가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름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은 2가지로 정리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외교적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앞으로 10~20년 동안은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고 그 속도는 여타 다른 혁명과는 비교가 안될 것이다. 4차 산업이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데이터의 양은 틀림없이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미 다른 나라들은 이 부분에서 상당한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에 초라한 후발주자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뒤늦게나마 4차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선진국가들과 견줄만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에 정부는 해외인수합병 과정에서 벌어지는 각종 행정-외교적 불편함을 해소시킴으로써 외교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

두 번째는 내부 인프라 육성이다. 해외에서 끌어온 노하우와 역량이 있어도 국산화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세계시장에서 3위를 한다하더라도 여전히 핵심부품은 일본에서 조달받는다. 제조인더스트리는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수직계열화’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전히 베어링과 기타 전장부품은 일본 의존도가 높다.

부품 하나로도 제조 상 리스크가 생기는 상황인데, 새로운 먹거리이자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핵심 소프트웨어를 완전히 내재화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 리스크를 완전히 통제하기 위해 해외에서 계속 인재를 영입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즉, 시장이 형성되어 일자리가 늘어나도 시장의 판세를 가르는 것은 우리가 아닌 국가 간 외교논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내재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무역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 ‘남의 기술을 들여와 1차 가공에 그친’ 불완전한 시장지위만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내부 인프라 육성이 강조된다.

조선일보를 읽는 전경련 EIC의 선택, 초익스

글 =  조영준(인하대), 김홍기(동국대), 최기영(명지대), 문주영(숙명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