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키오스크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 키오스크는 IoT 기술의 집합체로 네트워크에 접속된 디스플레이 등의 전자적 표시 기구를 이용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무인 정보단말기다. 한국에서는 키오스크로 대중교통정보, 경로 안내, 예약 업무, 각종 전화번호 및 주소 안내, 행정절차나 상품정보, 시설물의 이용방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 적용범위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키오스크의 확산을 육안으로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영화관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영화관 대면채널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키오스크를 활용해 영화티켓을 발권하는 경험이 쌓일수록 티켓 판매채널은 점차 줄어들었다. 은행도 키오스크를 트렌드로 판단하고 있다. 과거 창구직원을 통해서만 은행업무를 처리했던 방식은 ATM으로도 대체가 가능하며, ATM이 제공하는 서비스 퀄리티도 창구직원의 그것과 같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따라서 은행권은 은행원을 대면해야 수행할 수 있었던 계좌개설, 카드발급, 대출, 예적금 등의 업무도 키오스크를 통한 무인시스템으로 교체 중이다.
키오스크의 용처가 다양해지고 보급이 확대되는 이유는 임금 등 높은 고정비용을 낮추기 위함이라는 견해가 제기된다. 장기적인 경기불황과 최저임금 인상문제 등 고용을 발생시키는 사업장에서는 늘어나는 인건비 지출에 부담을 느끼는 현실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임금인상이 있을 경우 사업자 중 3.6%가 피고용인을 줄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업종 특성 상 많은 피고용인이 필요한 요식업체와 자영업자들이 키오스크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실제로 키오스크는 패스트푸드 체인부터 마트, 그리고 소규모 사업장에까지 보급되어 고객들이 셀프서비스를 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고객들도 생활 도처에서 충분히 키오스크 활용법을 학습해왔기 때문에 별다른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다.
키오스크는 매장이나 창구직원이 처리했던 일들을 소비자가 직접 수행하게 한다. 소비자가 느끼는 효용도 분명하다. 복잡한 설명 필요 없이 화면에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바로 선택할 수 있기에 주문을 위한 대기시간(Lead Time)도 짧아진다. 또 덜어낸 인건비로 양질의 음식을 보다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반대급부도 도사리고 있다. 소비자는 소비행위를 할 때 편하다고 느끼는 감정의 크기의 대가만큼 소비자 본인의 노동력과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키오스크로 도입된 셀프 서비스는 결국 고객의 시간과 노동을 사업자의 인건비 절감에 사용하는 것이다. 이 현상은 자동화가 증가하면서 소비자의 보이지 않는 노동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반 일리치의 ‘그림자 노동’ 개념과 유사하다. 키오스크를 그림자 노동에 대입한다면, 키오스크는 소비 알고리즘 진행을 고객의 학습능력에 전적으로 맡긴다. 키오스크를 대하는 소비자는 자신이 직접 주문, 결제 등 노동력을 지불하면서 마치 ‘편리’하다고 느끼게 된다.
또 키오스크의 사용이 익숙지 않은 소비자도 존재하는 것도 숙제다. 결국 인건비 절감을 위해 키오스크를 도입하고도 키오스크 사용을 도와주는 직원을 따로 갖춘 사업장이 생겨나 고정비용이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현재 키오스크 시스템은 과도기에 들어서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키오스크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학습효과가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 소비자가 키오스크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다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키오스크 한 대 평균가격은 1500만원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판매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것보다 키오스크 유지관리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비용효율성이 더 높다. 특히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생겨난 소규모 점포에서 많은 활용이 기대된다. 소비자는 복잡할 것 없이 조용하게 본인이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기만 하면 되고, 사업자는 주문과 계산인력을 쓰지 않고도 가게운영을 차질없이 할 수 있다.
IoT의 발전은 소비자의 생활패턴을 바꿔나가겠지만 고려해야할 문제도 남아있다. 소비자는 편리함을 얻기 위해 오히려 자신의 노동력을 지불해야하는 ‘그림자 노동’ 소요가 생겨나고, 구직자는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 비용절감과 편리성을 위해 개발된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현실이 오는 순간, 기술은 이미 인간을 좀먹고 있는 셈이 된다.
키오스크는 앞으로 다양한 산업에서 널리 사용될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기억해야 한다. 편리함이 삶의 질을 항상 높이는 것은 아니며 기술의 발달이 인류사회를 더 나은 길로 인도하지는 않는다. 無人이라는 산업의 의미가 변질되어 사람 자체가 필요 없는 산업이 되었을 때 어쩌면 우리 인류가 독이 든 성배를 들이켰던 것은 아닐까 반문할 때는 너무 늦다.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말이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서 정나라를 크게 이긴 진나라 왕 도공(悼公)은 항복의 표시로 받은 사례품을 위강(魏絳)이라는 충신에게 하사했다. 위강은 도리어 도공에게 아뢰길 “생활이 편안하면 위험을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준비를 갖추어야 화를 면할 수 있다”고 3번 사양하고 그 하사품을 받았다. 우리도 바로 지금 이것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조선일보를 읽는 전경련EIC의 선택, 초익스
글 = 강문혁(서울과학기술대), 문명애(중앙대), 홍성진(단국대), 김연각(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