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잊지못할 6.25 피난길(종편)

뜨거운7월의햇살이우리의피난길을더욱힘들게했다.

하늘이라도검은색인듯싶으면생각하기를

시원한소나기라도한줄기쏟아져준다면

이렇게덥고짜증날때는얼마나고마울까?

그러나회인으로의내리막길은저고리와목사이로불어와마주치는바람이너무나

시원하게느껴졌다.

아버지가끄는구르마가너무빨라엄마는구르마에

타기는커녕줄을단단히잡고달리는구르마의속력을잡아줘야했다.

아버지는구르마를끄는것이아니고앞에서힘들게제동하여버티며방향만잡고있었다.

내입에서는신난다고흥얼흥얼노래가절로나왔다^^*

덜컹거리는구루마가너무빨라이불이며보따리와양은솥등이덩달아춤을추며

소리를맞춰주고있었다.

피난길내내구르마가이렇게가볍게달려본적이없었다.

엄마등에업혀있는동생도빠른구르마를쫓아뛰는엄마등에서

무엇이그리좋은지옹아리를하며까르륵대고웃는다.

(1993~1994년사이에포장되어잘관리되는피반령정상에서회인으로가는내리막길)

구르마가엄청빨랐지만아버지는아슬아슬한꾸부렁고갯길을요리조리운전을하며가볍게

덜컹거리며달려내려갔다.

그렇게10분쯤을쉬지않고달려나갔고,

엄마는뒤에서그냥왼발오른발을조금씩들기만해도자동으로뛰어졌기에지쳐감각이없던

두다리였지만가볍게고개아래까지내려왔다,

올라올때는철천지웬수같았던피발령고개가넘고나니이렇게쉽고편안할수가없었다.

보은군회인면,

할아버지와그위할아버지,또윗할아버지그리고아버지의고향회북(회인)면늡실(눌곡리)

마을이다.

아직은그곳이보이지는않지만,

한달음에그곳을향하여우리네식구가살림살이를실은구르마를끌고달려갔다.

면사무소를지나고시냇물을옆에끼고수리티재를통하여보은으로가는삼거리를지나

대전쪽으로한발한발쉬지않고앞으로걸어나갔다.

지붕이높은방앗간이왼쪽에보이고오른쪽에는커다란느티나무가우뚝서있는

아버지의고향늡실,

이난리통도아랑곳없이피난갈생각도안하는험준한산으로둘러싸인오지마을,

모두가먹고살기위하여잠시도쉬지못하고논과밭으로나가일을해야만살수있는곳

그곳에드디어도착을하였다.

얼마나긴여정이었던가?

얼마나힘들었던고생길이었던가?

얼마나몇번이나죽을고비를넘기며쉬지않고달려온피난길이었던가?

우리식구는이렇게무사하게난리를피해아버지의고향으로돌아왔다.

(2010,4,10현재회인면눌곡리마을입구;이곳이피난길최종목적지였다.60년전에

비해변한것은신작로가포장되었고토담울타리가블럭울타리로바뀌었을뿐이다)

아버지가골목의문간방대문앞에구르마를멈추고

나를내려주며할아버지에게인사하라고했다.

"문규야저기가할아버지집이다어서가서인사드려라"

"아버지여기가할아버지집이야?그럼할머니도있어?"

"그래할머니도계셔어서들어가인사드려"

"응알았어~"

"할아버지~~~"

그렇게할아버지를부르며문간방을향하여뛰어가할아버지와할머니를찾았다.

9일동안제대로씻지도못하고입지도못했던몰골로난리를피해내려온둘째아들내외와

손자둘을맨발로뛰어나와맞이하시던아버님의얼굴,

그얼굴에맺힌뜨거운눈물을보았고그리고한참을목을놓아

엉엉울고는아버지를방으로모시고들어가

"그동안무고하셨습니까?둘째아들이난리를피해피난왔노라고큰절을올렸다"

문규도따라그옆에서큰절을올리고….

할아버지는사촌간이신가운데할머니댁문간방에서기거하고계셨었다.

천성이농사일을못하시고학자로서체면때문에굶을지언정밭이나들로나가

삽자루한번안들고사시는책상다리양반이셨고,

슬하에는4남2녀6남매를두셨고아버지가차남이셨다.

큰아버지는해방전후인천의화수동(1940년대~1950화수목욕탕)에서이발관을하셨고

아버지밑으로큰고모(인천신포동鄭씨댁으로출가)와작은고모(공주延씨댁으로출가)

그리고큰삼촌(힘이좋고전국을돌아다님)과막내삼촌(나보다13살연상)등이계셨다.

큰아버지는방앗간옆에서이발업을하시며생계를유지하고있었고큰삼촌은집에없었고

작은삼촌은집안일을도우며할아버지와함께기거하고있었다.

(60년전이나지금이나변하지않은문간방,지붕이넓적한얇은돌너와로되어있다)

오늘도할머니는밭으로일을나가셨다가둘째병록(아버지)이가피난내려왔다는

소리를듣고하던일손멈추고부랴부랴집으로달려오셨다.

난리가터지고공산군이충청도까지밀고내려왔다고하건만인천에사는둘째아들이

무사한지소식을몰라오매불망하며하루한시간이한달처럼길고힘들게느껴지고아침에

눈뜨면문간방대문을열고내다보며

어머니~하며돌아오기를기다리며살아있기만바라고있었는데….

오늘에야온동네가

인천에서병록이네가피난왔어~라는소식이퍼져나갔다.

몇일간이나할아버지할머니와저문간방에서지냈을까?

드디어내오른쪽귀속이곪기(중이염)시작했다,

엄청난고통을호소하며밤마다울며보채는나에게할머니와엄마는안절부절하며

시커멓게바랜이불솜을뜯어성냥개피에말아귀속을후비며닦아줄수밖에없었다.

엄마가할수있는거라고는읍내에서사온엄청쓴깅기랍(항생제)을숟가락끝에조금

찍어김치에싸서입에넣고강제로삼키게했다.

그것만이최상의치료방법이었다.

읍내엔의원도없었고100여리이상떨어진대전으로나가야치료를받을수있었지만

이난리통에어디던지가거나움직일수없었다.

아버지와엄마,그리고나는우리들의피난길이

여기까지가끝인것으로알았었는데….

언제부터인가이시골에도갖은자와못갖은자,배운자와못배운자간의이념적

갈등의싹이암암리에생겨나고있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낯과밤을구분하여국군과인민군놈들이출몰하고동리인들의

무고한고발에피를말리는도피와굶주림의세월을보내게된것이다.

어머니와애엄마그리고문규와필규를업고병필이는나와지게로보따리몇개를

등에지고또다시으슥한밤을틈타또다시피난길을나섰다.

얼마동안머물었던문간방에는아버지만남아계시고우리식구는모두깊은산속으로

피해숨어야했다.

팔매실(회북면송평리:옛날高麗葬터)의밤길은정말험했다.

낮에는국군들이인민군에게부역한사람들을잡으러다녔고.

밤만되면다시인민군들이혈안이되어국군에게부역한사람들을잡으러다녔기에

마을의젊은청장년들은살아남기위하여피신을하느라한곳에머무를수가없었다.

밤에는인민군이,낮에는국군이교대로마을을뒤지고다니며쑥밭을만들며발고된

사람들을찾아잡아갔다.

피난오기전인천에서이런일이있었었다.

대한제분다닐때노동조합간부들이근로자모두에게조합에가입하라며

노조가입원서에손도장을받으며일장연설을하는데

"인민의적인파쇼부르조아악덕지주들을몰아내고노동자의해방을위하여

다같이단결하여노동자와인민의낙원을만들자"

는등반인륜적인연설을늘어놓을때많은참가자들과나도그자리에서있었다.

그일,

빨갱이연설을들었다는이유로여러사람들과함께빨갱이라고발고를당하였고

어느날변명한마디못한체발길로채이는등몰매를맞으며감옥까지끌려가서

보름간이나매를맞으며온갖고문을다당하고뼈를깍아내는고통을견디어냈고

결국은불온사상이없다고훈방으로풀려나온일이있었다.

그런데이제는피난온이곳에서도밤만되면인민군이나를찾는다는소문이었다.

그말을어르신들이미리귀뜀을해주었기알게되었고숨어살기로결정했다.

국방군에끌려갔다가살아왔으니분명히국방군의첩자이거나

반동분자임이틀림없을터붙잡히면인민재판을당할것이분명하였기

조심하라고하는말이었다.

인생살이….

참으로고되고살기가힘들었다,

이렇게사는것이인생이라면차라리태어나지말것을…

왜일본놈들한테서해방이되어나라가양분되고국방군과인민군으로나뉘어

서로무참하게죽이고잡아가고살육을자행하는가?

잔인하고더러운왜놈들치하에서도죽을고생을하면서살아오다면서

그토록꿈에도그리고원했던해방을맞아한동안얼마나기뻐했었는가?

이제우리힘으로우리말을쓰며우리끼리똘똘뭉쳐잘살자던

이승만대통령의연설이생각난다.

"뭉치면살고흩어지면죽습니다."

그런데왜뭉치지않고38선을갈라놓았는가?

해방이되고나니이제는또다른인간말종들이,일하기는싫지만

편안하게살면서배는부르고싶었기에조금배웠거나조금더있는자들이

저희들배불리고자무지한서민들을현혹하며감투싸움을시작했다.

지난500여년의조선역사에있었던반상,주종(양반과상놈)이없어지고

모처럼내땅을갖게되었으며힘들고고달프지만일만열심히하면내재산이모이고

저축을하며살수있는세상이왔는데그이상무엇이부족해나같은무지랭이가

뜻도잘모르는민주주의,공산주의사상을배우고따라야하는가?

세상에노동자가일하지않고편안하게지상낙원에서살수있는가?

어떤농민이밭갈고등짐지지않고편안하게낙원에서살수있단말인가?

노동자,농민이일안하고농사안지으면지금내앞에서잘난척하는

저정치모리배들과민중민주주의를부르짖는자들이일하고농사를지어

우리노동자농민을지싱낙원에서편하게놀고먹여줄것인가

따지고확인해봐야한다.

개나소나다지상낙원에서살게되면일은누가할것인지……

백성들의처지는생각치않고온갖감언이설로잘났다고편을갈라자기편만들고

무슨당,무슨연맹,무슨위원회를만들고서로헐뜯고피튀는싸움을벌리는가?

우리국민들이원하던것이이런자유민주주의는분명아니었다.

처음맛보는자유에너무순진한우리국민들이었다.

온갖좋은말로포장된호화스러운사상과이념,

잘난지식인이며배부른정치꾼양반들,

그들만의,그들만을위한자유민주주의라는것이

나에게는먹고살기가더고통스러울뿐인허울좋은개살구와같았다.

나는그저내의무를다하고내가땀흘려열심히일한만치벌어보리밥이라도먹고

따듯한방에서발쭉뻗고잠만잘수있으면그것으로만족할수있었다…

숲속의칡넝쿨과아카시아,온갖잡목들을헤치며안으로안으로들어가고있었다.

파리와모기가얼마나많은지그소리가마치비행기소리와같았다.

무척깊이들어왔는데도사람들이다닌흔적이있었다,여기저기구덩이가파져있었고

송장썩는냄새가진동하기시작했다.

(참살당했거나폭사당한주검들부패되어구더기가쓸고냄새가심했다:자료사진)

얼마를갔을까?

인적이닿지않는곳을찾아야한다며계속가고있는데설상가상으로

어머니등에업힌문규가얼마나고통스러운지자지러지게울어대고

그소리가유난히크게깊은숲속으로퍼져나가고있었다.

이리되니우리와같이가던사람들이우리를떼어놓으려고힐끔힐끔돌아보며

"그아픈아이때문에우리다죽겠오"

하며앞으로내달려나가고뒤에처진우리는아무리달래도울음을멈추지않는

문규를보며그저들키지않기만을애간장을태우며빌고또빌었다.

문규엄마의속은얼마나타고있을까?

저병약하고어린것이왜이리고통을당해야하는지이게다시대를잘못타고태어난

팔자때문이리라,못난애비에미를만나사서하는고생이리라…

죽을것인가?죽임을당할것인가,차라리이렇게고통스러운것이라면

(문규야이밤을넘기지말고조용히숨을거두거라)

그리하여너를뺀나머지식구들이라도살게해다오….

하며무정한짐승만도못한생각도몇번이나했었다,

애비로서무슨일이있어도생각해서는안될일이었다.

어머니가힘이드시다며잠시쉬어가자고털퍼덕주저앉고

그래서그곳에서걸음을잠시멈추고나와애엄마가문규를받아달래보았다.

귀에서는피고름이흐르고궁뎅이와종아리엔모기에물려여러곳이빨갛게부어있었다.

얼굴은계속울어눈물자국이얼룩져있고엄마가부르는것도아랑곳않고눈을감은체

고통을참느라신음을내고있는모습을보니조금전까지생각들이떠올라잠시나마

나의어리석었음을한탄하며미안한마음에울컥가슴이메어왔다.

눈물이주루룩쏟아진다.

(문규야미안하다잘못했다……)

애엄마가나와어머니를번갈아보며땅과내가슴을치며통곡을하는데

"어머니,문규아버지~이러다문규죽는것아니유?

아이구불쌍한내새끼~

문규아버지,어머니우리애좀살려줘요~네?"

처절하다,아니처절하다못해비통하다,우리의처지가너무처절비통하다.

어른들의마음을아는지얼마후부터는

문규가고통스러운신음만할뿐울음을멈췄기에우리의행군은다시계속되었다.

파리와모기가들끓는이곳산자락오솔길에언제파놓았는지구덩이마다빠짐없이

들어있는군마의시체와국군인지인민군인지모를빡빡머리송장들이썩는냄새를피우며

우리들발끝에자꾸채이고있어길을옆으로비껴가며산속으로계속올라가는중이었다.

그런데막내병필이가수상하다,

병필이도잡힐까불안한마음에문규를자꾸처다보며안절부절하는것이수상쩍었다.

아니나다를까?잠시앞만보고가는사이에어머니로부터문규를빼앗고는

"어치피문규는죽어요버리고가요그래야우리라도살아요!"

하며뒤로뛰어가더니송장들이들어있는구덩이에던지는중이었다,

순식간에일어난일이었다.

(부모를잃은피난길에버려진전쟁고아;자료사진)

애엄마가화들짝놀라필규를내려놓드니어느새달려가병필이를밀치고송장속에서

딩굴며꿈틀거리던문규를안고나오며막내에게큰소리로외치며욕을퍼붓는다.

"이나쁜놈아~네세끼냐?내새끼다,

죽여도내가죽이고살려도내가살린다~

이놈아이천하에벼락을맞을놈아~~~내새끼란말이다~~"

미물도제새끼를해꼬지하면날카로운독아를들어내고물불안가리고달려든다.

하물며사람일진데아무리병약하다고하며죽으라고버리는데

어떤어미가가만히참고있겠는가?

막내를죽일듯이떠밀쳐내던그힘이한밤의팔매실산을뒤흔드는것같았다……

문규엄마의외침이산을타고가메아리쳐돌아온다

"이천하에벼락맞을놈아~내새끼다~~내새끼다~~내새끼다~~~"

이일이있은후막내는형수에게떠밀칠때그등등한기세에주눅이들었었고이후

죽을죄를지었노라고골백번사죄하고이때부터형수말이라면무조건잘따랐다.

9월15일국방군과유엔군이인천과군산에상륙했다는소식과함께밤마다나타나던

인민군의행적이안보이기시작하였고패퇴하기시작하는것같았다.

우리식구의팔매실은둔생활에서서서히벗어나기시작하였고안보이던국방군들의

행렬이자주눈에띄어국방군의반격이날로거세지고있음을느끼게되었다.

문규는피난처에서썩은송장에서묻어온병균때문인지

부스럼병이온몸에퍼져매일피고름을짜내고귀속의고름도후벼내야했다.

흘린피고름닦은걸래를물에빨면냇물이피고름으로뿌옇게변하곤했었다.

귀와부스럼병을고치고자하나돈을구할수가없어서

피난올때갖어온미군담요를팔아치료비를마련하였고너무허약하다며

침을놓는데저를죽이는줄알고가슴터질듯이울어대며

"아버지살려주세요,엄마나좀살려주세요네?나안죽이면안돼요?"

살려달라며온방안을뒹굴며생똥을싸기를몇번인가?

시내에나가의사에게진찰을받고다이아찡을사다먹이며가루를내어

물로반죽해서붙이길몇차례치료하고서서서히딱지가생기고또말라붙고

아이가기운을차리기시작했다.

내아들문규,

총명하긴했지만워낙병약하여태어나백일도안되어귓병(중이염)에걸리고

그때부터오른쪽귀가반병신이되었으며먹성도안좋아가려먹는음식도많았다.

다행인지불행인지육류나생선류보다는채소와나물류를좋아해없는살림에

일부러고기를사먹일필요는없었다.

애가회복하고부터는동생을맡겨놓고품앗이를다녀와도될만큼잘견뎌주었다.

혼자서동생필규와잘놀며보고있었다.

내아들문규,

그험난했던피난길에서도우리만살기위하여매정하게버릴번했으나

버리지않았고,죽일번했으나죽이지않았고,

그리고끝까지살려낸것이얼마나잘한일이며다행인가?…………

아직도내귓가엔그날밤팔매실산중에서막내를향해울부짖던문규엄마의

처절했던절규가메아리로남아생생하게들려온다….

"내새끼다~~내새끼다~~내새끼란말이다~~"

#피난길이야기끝.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