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왓디삐마이-때늦은 태국의 새해맞이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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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저씨 !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 – 사왓디 삐 마이 ! 태국송크란축제 >

지난 주 제가 몸담고 있는 인천치과의사신협의 임원들과 태국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여행은 이사들의 팀웍을 다지는 단합대회의 성격도 있었지만, 신협이사회의 일을 맡아 가정에 소홀하게 되는 점이 없지 않기에 이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가족들을 동반하는 여행이 되었습니다. 어차피 이런 여행계획을 세우는 일들은 모두 제 몫이기에 마침 태국최대의 명절인 송크란축제기간을 맞이하여 지난 주 신협임원가족들과 함께 태국을 찾게 된 것입니다.

지금 우리들이 사용하는 태양력을 기준으로 일년의 1/3이 지났지만, 태국에서는 지금에서야 그들 고유의 새해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단 하루만 달력에 빨간 도장이 찍힌 국경일이 아니라 우리 나라의 설날과 같이 공식적으로만 4월13일부터 15일까지, 비공식적으로는 전국이 한 주일 동안 축제에 빠지게 되며 축제기간이 시작되면 대도시에 사는 시민들이 고향으로 가는 귀성인파의 행렬이 우리나라의 설날연휴와 똑 같은 것 같았습니다.

남의 나라 축제기간에 여행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방콕만 여행할 경우 큰 문제는 없지만 국내교통편을 이용한다는 것은 설날이나 추석기간에 외국인이 한국을 찾아 고속도로나 국내선항공편을 이용하여 제주나 경주 등의 관광지를 여행하는 것과 똑같은 어려움이 뒤따르는 것입니다. 한달 전부터 태국관광청홈페이지나 태국과 관련된 인터넷사이트에는 태국의 송크란축제를 알리는 글과 축제참가단을 모집하는 안내문이 떠 오를 정도로 국내에서도 송크란축제기간에 맞추어 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여행객들이 넘쳐서 국제선항공편 예약이 쉽지는 않았으며 특히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날이 송크란연휴기간의 마지막 날이라 치앙마이행 방콕발 비행기는 첫 비행편부터 마지막 비행편이 모두 일반석과 비지니스클래스를 막론하고 만석이었습니다. 다행히 우리 일행은 일찌감치 두 달 전에 예약을 마친터라 순조로운 여행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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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기간중 귀성객과 관광객으로 빈좌석이 없이 승객이 가득찬 매홍손-치앙마이 타이항공국내선 >

 

4월13일 목요일 각자 하루의 진료를 마치고 가족들과 함께 공항에 모여 인천공항을 출발한 시간은 밤 9시, 약 5시간30분의 비행끝에 방콕공항에 내려 시내로 들어서자 이미 길거리는 건기에도 불구하고 홍건히 적셔져 있었습니다. 스콜(비)이 내린것이 아니라 물의 축제인 송크란축제의 흔적인 것입니다.

송크란축제라는 말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 되었다고 하며 동남아시아에서도 인도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미얀마에서도 같은 축제가 있다고 합니다. 송크란축제의 의미는 태국국민들 나름대로의 전통에 따른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설날 색동옷을 입고 널을 뛰거나 제기를 차는 우리의 점잖은(?)풍습과는 달리 상하의 나라 송크란 축제는 외국인의 눈에는 과히 광란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물벼락세례를 주고 받는 풍습이 축제의 전부로 비쳐질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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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벼락을 맞는 사람들도 즐거운 표정이다. >

 

송크란축제에 서로 물을 뿌려 새해를 축하하는 것은 나름대로 묵은 때를 씻어내고 깨끗한 몸으로 신년을 맞아한다는 순수한 뜻에서 시작이 된 것이라고 합니다. 새해에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면 어른 들은 물 세례로 축복을 내리시는 것으로 그 물은 정화수의 성스런 의미가 깃들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태국의 전역에서 태국 국민들이 물벼락 축제에 참가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이런 고유의 축제에서 벗어나, 묵은 때를 씻어내기 보다는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물벼락세례는 정말 화끈하였습니다.

 

< 물세례에는 아군과 적군의 구별이 없습니다. 일행한테 물을 퍼붓는 모습 >

송크란축제의 물벼락세례는 남여노소, 그리고 국적까지 불문하고 태국국민들 뿐만 아니라 외국관광객들까지 참여하는 신바람이벤트였습니다. 어린아이들의 장남감 물총에서 부터 플라스틱 물바가지, 심지어는 살수차까지 동원되기도 하는 데에는 가히 벌려진 입이 다물어 지지를 않을 정도였습니다.

송크란축제는 북부태국에서 시작된 것이어서 치앙마이의 송크란축제가 가장 유명하지만 이번여행에서 치앙마이와 매홍손에서는 다른 일정이 잡혀져 있어서 이번에는 방콕에서 송크란축제를 지켜보기로 하였습니다. 방콕에서의 송크란축제는 왕궁 바로 앞에 있는 왕궁공원 Sanam Luang의 대로변과 외국인배낭족들이 많이 찾는 카오산로드에서 최대의 인파가 몰린다고 하여 우리 일행은 왕궁공원 바로 앞에 있는 Royal Hotel에 투숙하였습니다. 그런데 말로만 듣던 축제에 직접 참여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물벼락에 동원되는 물이 얼마나 깨끗한지도 걱정이 되었지만 그 보다는 카메라까지 물세례를 맞게되면 끝장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이 축제를 놓칠 수는 없는일 …… 저는 미리 준비한 여자들이 샤워할 때에 머리를 젖지 않도록 보호하는 비닐 샤워캡으로 렌즈만 제외하고는 카메라를 이중으로 감싸고 스카치테이프로 감아 단단히 준비하였습니다. 물벼락을 맞아도 비행기에 타기 전에 갈아 입을 옷을 미리 준비하고 거리의 인파에 끼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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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를 지내는 행렬에는 머리카락과 옷차림이 온전한 사람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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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거리의 물총과 진흙분장사가 즉석에서 축제에 참가하는 관광객을 상대로 호황 이다. >

 

송크란축제에 참가한 인파는 대부분 10대와 20대, 30대 미만이었지만 간혹 나이든 사람들도 보였습니다. 거리의 인파들 뿐만 아니라 도로를 메운 자동차들도 일반택시와 승용차, 버스만 창문을 꼭 닫고 있었으며 그 외는 모두 송크란축제를 즐기는 반트럭으로 방콕시내가 심한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있었습니다. 반트럭 뒤에는 커다란 물동이를 둘러싸고 손에는 물바가지와 호스 그리고 장난감 물총을 든 사람으로 넘쳐났습니다. 거리에는 모두 물뿌리기로 작정하고 나온 사람들과 기꺼이 물벼락을 맞을 용의가 있는 사람들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물세례 대상은 외국관광객이라고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어떨 때에는 나를 향하여 물세례를 쏟아부을 준비를 한 사람을 발견하고 카메라를 가리키며 봐달라고 사정하면 “태국풍습을 따르기 싫으면 너의 나라로 돌아가라!”며 봐주지를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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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이 치앙마이에서 매홍손의 카렌족마을을 여행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이 기간이 축제기간이라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고 운전기사들도 쉬는 사람들이 많아서 치앙마이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택시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은 치앙마이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쏭태우(반트럭으로 만든 합승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게 되었습니다. 일행들은 모두 옷차림이야 그저 그랬지만 디지탈카메라를 갖고 있었기에 거리의 물벼락이 걱정되었습니다. 쏭태우에는 유리창이 없기 때문입니다. 몇차례 가벼운 물세례 맞았지만 앞에는 중무장(?)한 사람들이 길목을 막고 있었습니다. 순간 긴장되었습니다. 쏭태우 기사는 속도를 줄이며 그들과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태국어로 뭐라고 떠들어 대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기사가 외국인이 타고 있으니 하지 말라는 뜻의 얘기를 하는 줄 알고 고마워 했습니다. 그러나 착각은 자유 ! 물벼락을 방어할 틈도 없이 등어리에 커다란 물방망이가 닥치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쏭태우 안은 물벼락이 되었고 길거리쪽 의자에 앉은 사람뿐만 아니라 마주앉은 일행들도 얼굴 정면으로 물벼락을 맞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카메라가방은 비닐봉지로 감싸서 방수처리를 하였기에 무사하였습니다만 우리 일행은 호텔에서 내리면서 그 기사가 길거리의 시민들한테 한 말에 대해 서로 해석을 달리하였습니다.

“뒤에 외국인이 타고 있으니 너무 심하게 하지 마세요 !” “그런게 어딨어요 !” “쏴악 …….”

아니면

“뒤에 외국인이 타고 있으니 화끈하게 물벼락을 퍼부세요 !” “알았어요” “쏴악 ……”

그들의 축제는 물세례에 그치지 않고 진흙을 개어 지나는 사람한테 발라주는 것도 있습니다. 미얀마를 여행할 때에 얼굴에 진흙을 바른 여인들을 본 적이 있지만 그것은 태양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려는 특유의 화장법으로 알고 있는데 송크란축제에서는 남녀 구분없이 지나는 사람의 얼굴을 비롯한 노출된 몸뚱아리에 진흙을 발라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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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콕시내 거리 곳곳에 진을 치고 있는 물탱크차 >

 

방콕의 송크란축제는 무차별이라 할 수 있지만, 북부태국지방의 조그만 마을인 매홍손의 물벼락축제는 한결 순수한 듯 보였습니다. 곳곳에 물동이에 물을 채우고 플라스틱 바가지로 지나가는 행인과 오토바이및 차량행렬에 물을 뿌리며 “사와디삐마이”를 외치는 어린이 들의 장난기 어린 모습과 이를 기꺼이 맞아주는 어른들의 모습에서 송크란축제의 진의를 엿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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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홍손의 어린이들이 꺼꾸로 지나는 차량으로 부터 물벼락을 맞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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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홍손거리에서 만난 소년들 – 카메라를 의식하며 포즈를 취해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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