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석 엘리자베스콩쿨수상기념음반

정경화와 김영욱이 국제무대에서 한창 이름을 날리고 있을때, 1976년 또 한 명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이 벨기에의 엘리자베스콩쿨을 통해 배출되었다. 강동석은 이미 국내에서는 어린시절부터 동아콩쿨을 통해 잘 알려진 신동이었고, 중학교 2학년때 유학길에 올라 잠시 동안이었지만 나와 같은 학교를 다닌 중학교 동문이라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던 터라 그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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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석 1976년 엘리자베스콩쿨 수상기념음반, 성음사 라이센스 1976년11월 발매 (SEL-RG 164) >  

강동석이 수상한 해는 엘리자베스여왕의 탄생 100주년이며, 서거한지 10주년이 되는 해여서 더욱 현지의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특히 1937년 콩쿨이 시작된 이래 동양권 음악가가 3등 이내에 입상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22세의 젊은 한국인 음악가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였을 것이다. 수상기념음반의 뒷면에 소개된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Yehudi Menuhin의 평을 그대로 옮기면

“나는 지난 5월 브뤼셀에서 열린 엘리자베스콩쿨에서 심사위원자격으로 강동석의 연주를 처음 들었다. 그는 첫 연주자였으며 닷새 후 12명의 다른 연주자를 듣고 난 후에도 그의 소리의 섬세함과 우아함은 우리의 귀와 마음을 울렸다. 그의 연주는 무한한 민감성과 엄밀한 정확성 그리고 우아함을 지니고 있다. 나는 그가 프랑스의 음악청중들에게 가장 열광적인 환영을 받으리라고 확신한다.”

라고 강동석의 연주가 1위가 아니라 3위 입상이라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강동석을 극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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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석의 엘리자베스콩쿨수상음반은 Deutsche Grammophon사(STEREO 2530 761)에서 나왔다. 보통 한국시장에는 라이센스음반이 유럽에 비해 1,2년 뒤에 소개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음반 만은 한국팬들의 기대에 따라 같은 해에 성음사(SEL-RG 164)에서 발간되었다. 콩쿨이 열린 것이 1976년5월인데 1976년11월에 한국시장에 나왔으니 무척 빠른 편이었다.

그런데 이 음반은 독특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자켓중앙 자리잡은 왕관 바로 아래에 콩쿨창설자 이름의 첫글자 E와 이를 대칭구조로 만든 로고가 한자권에서 볼 때는 완벽한 王 자가 된 것이다. 이 로고는 강동석의 음반에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원래 엘리자베스콩쿨의 로고로 사용되는 것이다. 내가 다른 엘리자베스콩쿨 수상자의 음반을 보지 못해 섣불리 단정할 일은 아니지만, 강동석의 음반을 디자인하면서 동양권에서 처음 나온 상위입상자라는 것을 의식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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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반에 수록된 곳은 본선에서 연주한 Sibelius 바이올린협주곡과 Fontyn의 바이올린협주곡으로 결선연주실황인지 아니면 수상식 기념연주회인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실황연주(Live Recording)라서 더욱 콩쿨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아래에 첨부된 화일은 이 음반에 수록된 곡중 시벨리우스 바이올린협주곡 3악장의 마지막 부분으로 강동석씨 특유의 가늘고 섬세한 연주를 느끼며 연주가 끝난 후 열광하는 청중들의 박수소리에 동참하여 그의 수상기쁨을 뒤늦게나마 함께 나누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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