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북쪽의 홋카이도에서 남쪽의 큐슈까지 전 국토에 걸쳐 온천이 널려져 있다. 일본의 온천을 얘기하면 일본의 혼욕문화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일본에서는 남녀가 함께 어울려 목욕을 하는 혼욕이 오랜 전통으로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메이지시대에 접어들면서 혼욕이 금지 되었고 지금은 모든 일본의 자치단체는 혼욕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일본의 대도시 대중목욕탕에는 여자종업원들이 남탕을 드나 드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을 정도다. 재작년 나고야 추부공항터미날의 대중탕에서 탈의실에 들어온 여자종업원을 보고 순간 놀랬던 경험이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주 태연한 것으로 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일본의 혼욕문화를 보는 시각은 두 가지로 나누어 진다. 하나는 ‘性’이라는 관점에서 본 것과 또 하나는 ‘浴’의 관점에서 본 시각이다. 일본의 민속도에는 온천에서 일부 남녀가 짓궂게 노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오래 전에는 두 가지 요소가 모두 있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춘화가 은밀한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일본의 혼욕문화를 보여주는 춘화는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는 차이가 있다. 일본이 성문화가 무척 개방된 사회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생각하는 혼욕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개방된 성문화라고 해도 문명사회에서 지켜야할 한계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지난 11월 초순 큐슈여행에서 우연히 일본의 혼욕문화를 체험하게 되었다. 후쿠오카에서 공식 일정이 끝나고 마침 주말이라 JR Pass를 끊어 큐슈를 여행하던 중이었다. 큐슈에서도 관광객들한테 인기가 높은 노선을 지나가는데 지나치는 역마다 명소안내간판에 온천이 소개되고 있었다. 이들 지역은 손에 쥐고 있는 관광안내서에는 나오지 않는 곳이다.
문득 유명한 관광지 보다는 평범한 큐슈의 시골분위기를 보고 싶어 아마가세(天ヶ?)역에서 내렸다. 역에서 나오니 유황냄새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주변 강가를 따라 산책하면 곳곳에 온천을 겸한 전통여관이 보인다. 유후인 등의 유명한 온천관광지에서 보는 것에 비해서는 무척 수수한 편이다. 1박2식에 오천엔을 받는 곳도 있다. 11월이 관광비수기라고 해도 상당히 낮은 요금 이다. 알고 보니 이곳은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온천지역으로 유명관광지로 변한 유후인 못지 않은 곳으로 인파로 붐비는 유후인에 비해 조용해서 좋다.
강변에는 산책로를 따라 얼핏 대 여섯 곳의 노천 온천도 보인다. 그중 한 곳에서 지나가며 보니 벌거벗고 목욕을 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보인다. 산책로 정면으로는 허리 높이의 펜스가 있었지만 옆쪽은 개방되어 산책로를 오가는 사람들이 노천 온천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다. 어차피 나를 알아볼 사람도 없는데 망설이다가 나도 합류했다. 시설은 단순하다. 관리인은 없고 다섯 평 정도의 온천에 입구에는 우체통같은 박스가 있어 입욕료 100엔 동전을 투입하게 되어 있다. 입구 반대편에는 허리 높이의 칸막이가 있는데 여성들의 탈의실로 사용되는 공간 이다. 남자들이 벗어 놓은 옷은 나무로 만든 긴 의자에 여기 저기 올려진 것을 보면 별도의 탈의실이 없는 것 같다.
네 명 정도의 50-60대의 마을 사람들이 노천 온천에서 즐기고 있었는데 거의 개방된 곳 이라는것 외에는 우리나라 대중탕과 똑같다. 어정쩡한 나의 태도를 보고 외국인이란 것을 알아 차렸는지 한 사람이 목욕하는 방법을 제스추어로 알려 주고 비누까지 빌려 준다. 그중 한 사람과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이 사람이 옆에 앉은 사람과 무언가 얘기를 하면서 일어서 나가는데 깜짝 놀랐다. 그 사람들은 부부였고 나한테 눈인사를 건넨 사람은 할머니였다.
잠시 후 30대로 보이는 남녀가 함께 들어왔다. 남자는 바로 옷을 벗고 들어왔지만 여자는 펜스 뒤에서 옷을 벗고 가져온 긴 타월로 가슴과 하체를 가리고 들어왔다. 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한 남자한테 가볍게 목례를 하는 것을 보니 아는 사람인 것 같지만 남자들의 태도는 너무 태연했다. 이들은 수시로 탕을 들락 날락 하는데 모두 젊은 여자 앞에서 자신의 알몸을 노출시키는 것을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주변에는 완전히 개방된 노천온천도 있다. 다른 곳은 개울가 산책로 옆 축대에 만들었지만 이곳은 개울가 바로 옆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산책로 옆에 반개방적인 펜스가 있지만 옷을 보관하는 곳을 의미하는 정도다. 먼저 들렀던 곳은 그나마 산책로 정면이 낮은 펜스로 가려져 있었지만 이곳은 완전히 개방된 곳이라 선뜻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잠시 후 세면도구를 손에 든 중년 남자 네 명이 유카타를 입고 나타나 이 온천으로 들어갔다. 탕으로 들어가려면 옷을 보관하는 장소에서 벌거벗은 채 폭 3미터 정도의 산책로를 가로질러 걸어가야 한다. 이들은 마을 언덕 위에 전망 좋은 온천호텔에 투숙하고 있는데 계곡의 노천온천이 좋아 매일 오후 이곳에서 온천을 즐긴다고 한다. 이중 한 명은 은퇴한 영어선생님이었다. 이 분의 설명에 의하면 일본에는 혼욕문화가 분명 있었지만 메이지시대를 거쳐 일본이 개화되면서 새로운 성모랄에 따라 혼욕을 금지하고 있으며 성이라는 개념이 배재된 자연스런 혼욕은 일본의 시골마을에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내친김에 이 분의 귀뜸에 따라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또 다른 노천온천을 찾아 갔다. 이미 어둠이 깔린 시간에 50대의 남자 두 명이 목욕을 하고 있다. 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나를 향해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잠시 후 어둠이 짙게 깔리자 아줌마들의 무리와 중년 부부가 들어온다. 이들은 모두 마을사람 인듯 이미 탕 속에 있는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는다. 부부인듯한 사람들은 서로 등을 밀어주는 모습이 혼욕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자연스럽게 알몸을 들어내며 온천욕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우리나라 대중목욕탕과 똑같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도 아닌데 아무리 중년이 넘은 사람들이라고 해도 남녀가 함께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온천목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일본의 혼욕문화 이다. 이런 모습에 성이라는 시각을 곁들여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못한 나는 선뜻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탕 밖으로 나오는 것이 무척 부담스러웠지만 후쿠오카로 돌아가는 기차시간에 쫓겨 과감하게 알몸을 들어내었다.
Park
2020년 2월 14일 at 12:13 오전
저도 아마가세는 2번방문한적이 있습니다!츠라마이온센에서는 30대중반 되시는 여성분과 혼욕한적잊있습니다!그때 동네아저씨들도 3분계셨고 온천관리인 아주머니도 왔다갔다 하시는데 서로 벗은몸에 대해섲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저또한 당당했지요!문제는 주변이 너무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부크러움보다 편안했습니다!그리고 신덴유가 노출이 좀심하죠!마치 사람다니는 길거리에서 온천하는기분인데 좀 묘합니다!저는 여기서 20대남녀와 우연히 50분정도혼욕한적이 있는데 두분이 연인사이인지 그냥 가까운 친구인지 잘 모르겠더라구요!여성분이 좀 대담했습니다!그리고 신덴유는 노출이 큰 환경이라 수건착용과 수영복착용이 허묭합니다.하지만 현지인들이 전라로 들어오기때문에 내만 수영복착용과 수건두르기는 그들에 대한 매너가 아닌듯싶습니다. 하지만 전라지만 서로가 너무자연스러워서 크게 부끄러움을 못느꼈습니다!아마가세는 거의 주민들이 노천탕을 이용하는데 20대 젊은 여성분은 거의 찾아보기 드물다고 보면됩니다!거의가 40에서 50대입니다!대신 남자분들은 연령대가 다양합니다! 전 그때 행운이었을까요? 그런데 힐끔쳐다보는행위는 하시면안되고 여성분이라도 가급적 고개를 돌려주거나 말을 걸때도 눈을 보는매너는 지켜야 신사이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