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 A380 … 우울한 10주년 생일

지난 4월27일, 세계에서 가장 큰 에어버스의 초대형여객기 A380은 탄생 10주년 생일을 맞았다. 에어버스는 A380을 개발하면서 보잉 B747 보다 객실면적이 40% 가까이 넓은 공간을 배경으로 럭셔리한 인테리어와 대량수송능력으로 운항원가를 절감하며 공항혼잡도를 줄일 수 있어 승객과 항공사, 공항 모두가 만족하는 최고의 항공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A380 … 화려한 등장

과연 A380이 첫 비행에 성공한지 2년 후인 2007년 싱가폴항공이 A380 제1호기를 인도 받았을 때만 해도 세계적인 관심거리가 되었다. A380은 B747 보다 큰 객실면적으로 850석까지 수용이 가능하지만 싱가폴항공 A380은 471석, 에미레이트 A380은 489석으로 꾸몄다. A380을 주문한 항공사들은 좌석을 늘리기 보다는 럭셔리하게 꾸며 관심을 끌어 A380은 초대형기라는 것 보다는 럭셔리한 기종이란 인식을 심어주게 된 것이다.

 

 

A380-SQ-KUL

* 싱가폴항공 A380기가 시험비행차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잠시 착륙했을 때 촬영, 2008년 2월 촬영.

 

A380 호화로움의 극치 … SQ 더블베드와 EK 샤워실

싱가폴항공은 널널해진 기내공간을 이용해서 일등석 객실을 좌석의 개념을 뛰어 넘은 작은 객실 개념의 Suite Class로 선보였다. 좌석은 칸막이로 둘러쌓고 복도 쪽은 슬라이딩 도어를 만들어 외부 시선을 완벽하게 차단하여 프라이버시를 강조했다. 특히 앞뒤 좌석 사이의 칸막이에는 좌석과 별도로 2단으로 접혀진 침대가 내장되어 있어 침대형 좌석이 아닌 진짜 침대를 갖추었다. 옆 좌석 사이의 파티션을 낮추면 완벽한 더블베드로 바뀌는 혁기적인 디자인으로 싱가폴항공은 일등석 승객한테 ‘No Sex Please !’ 라는 경고를 할 정도라며 화제가 되었다.

20150504_092947 SQ A380 interior

* 싱가폴항공 A380 일등석객실의 기사 자료사진, 사진출처 : www.news.com.au

싱가폴항공(SQ)에 이어 두 번째 A380 보유항공사로 등장한 에미레이트항공(EK)은 A380기내에 샤워시설을 갖추었다. 에미레이트항공 A380의 샤워실은 일등석승객 18명을 위한 것이라 일반석 승객은 물론 비즈니스클래스 승객들도 이는 ‘그림의 떡’ 이었지만 이 샤워실은 싱가폴항공의 ‘더블베드’와 함께 럭셔리한 A380을 상징하는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SQ, EK 이후의 A380 … Etihad  The Residence

SQ와 EK의 초호화 A380이 등장한 이후 콴타스항공,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항공에 이어 대한항공은 2011년 여섯 번째로, 아시아나항공도 2014년 열 한 번째로 A380을 도입하여 우리 나라는 처음으로 A380을 보유한 항공사가 둘 이상인 국가라는 기록도 세우게 되었다. SQ, EK 이후의 A380은 초호화로운 객실보다는 항공사들이 실리를 취하는 추세로 객실을 꾸몄지만 작년 말 등장한 중동의 에티하드항공은 거실, 침실, 욕실을 갖춘 호텔의 Suite Room 처럼 꾸민 단 한 쌍의 승객을 위한 The Residence와 좌석과 별도로 침대를 갖춘 First Apartment를 소개하여 SQ와 EK를 능가하는 수준의 일등석 객실을 선보였다.

 

20150504_094312_EY A380 Residence

* A380의 초화로운 객실 – 에티하드 Etihad The Residence, 단 한쌍의 커플을 위한 공간이다.

중년에 찾아 온 A380의 위기

그러나 A380의 앞날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에어버스는 지난 달 27일 A380 첫 비행 10주년 기념을 맞이하여 A380기가 초대형기(Very Large Aircraft)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90%나 된다고 자랑하듯 발표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기쁜 생일이 아니라 우울한 생일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A380의 주문과 생산현황을 보면 첫 비행에 성공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에어버스가 초기에 예상한 A380의 손익분기점은 270대였지만 개발지연에 따른 개발비 상승으로 420대라고 한다. 일부 외신에서는 이를 두고 ‘A380, 중년의 위기’로 표현하고 있다.

 

20150504_100337 KE A380

* 대한항공 A380-861, 대한항공은 10대의 A380을 보유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촬영. 2014년8월.

현재 A380의 총 주문대수는 317대, 그중 159대가 13개 항공사에 인도 되었다. 에어버스가 처음 예상했던 향후 20년 동안 A380 주문 기대치인 1200-1700대에는 너무 못 미치는 수치다. 경쟁사인 보잉의 B747-8의 총 주문대수 122대, 항공사에 인도된 것은 85대며 그중 56대가 화물기이며 여객기는 29대에 그친다. 표면적으로는 A380이 압도적으로 B747-8에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VLA 시장 자체가 한계가 있다.

 

20150504_095952 KE B747-8F

* 대한항공 보잉 B747-8F 화물기, 이 기종은 여객용보다 화물기가 더 많이 주문되어 있다. 

A380을 주문한 항공사는 모두 16개 항공사, 현재 13개 항공사들이 159대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특이한 사항은 항공수요가 많은 미국과 일본의 세계적인 대형항공사들이 모두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이후 급성장한 중국의 3대 대형항공사들도 남방항공만 5대를 도입하였을 뿐이다. 싱가폴항공의 강력한 라이벌인 캐세이퍼시픽도 A380을 주문하지 않고 있다. 작년 에어버스는 뉴욕 월가의 주요 인사들을 초청하여 에미레이트 A380으로 뉴욕 상공을 시범 비행하는 이벤트까지 펼쳤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은 것 같다. 일본의 저비용항공사인 Slymark가 A380 도입을 계약했지만 기체조립이 거의 끝난 단계에서 계약을 파기하여 에어버스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A380 시장을 막고 있는 기종은 ?

에어버스의 고민은 A380의 부진한 이유가 외적인 원인 보다는 내부에 있다는 것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A380과 B747-8의 고민은 에어버스냐 보잉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항공사들이 엔진이 네 개인 A380, B747-8 보다는 twin-jet인 A330, A350, B777, B787을 선호하여 A380의 경쟁상대는 자사의 twin-jet 기종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A380은 최근 2년 동안 새로운 주문항공사를 찾지 못했고 B747-8도 주문량이 3년이면 모두 소진될 상황이다.

 

20150504_101408 KE B777-300ER

* 대한항공 B777-300ER, 엔진이 2개로 장거리노선에서 인기가 높은 기종이다. 

A380 생명줄을 쥐고 있는 에미레이트항공

에미레이트항공이 에어버스 A380의 목줄을 쥐고 있는 것은 에미레이트항공이 A380의 엔진을 개량하여 연비를 개선한다면 100대를 추가로 주문하겠다는 제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옵션으로 계약한다면 감지덕지할 뿐이지만 엔진을 새로 개량하는 것을 조건으로 달고 있기 때문에 에어버스가 무척 망설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10년 넘게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해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또 다시 한 항공사를 위해 A380 NEO개발에 투자한다는 것은 큰 모험이기 때문이다.

 

20150504_094932 EK A380

* 에미레이트항공 A380, 인천공항에서 촬영. 2015년 3월

한편 에미레이트항공은 에어버스에 A380 NEO 개발을 독촉하듯이 기존의 A380에 장착한 Engine Alliance사의 엔진 GP7200 대신에 앞으로 도입하는 A380의 엔진을 롤스로이스로 결정하였다.  현재도 A380 기종에는 싱가폴항공이나 콴타스항공 처럼 Rolls Royce 엔진을 선택하고 있지만 현재 사용하고 있는 Rolls Royce 엔진ㅇ[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  에미레이트항공은 A380 NEO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에어버스와 롤스로이스사에 당근을 주고 있지만 항공전문가들은 A380 NEO 개발에 부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EK-A380-861-engine-GP

* 에미레이트항공 A380-861의 엔진, 현재 Engine Alliance GP7200을 사용하고 있다. 인천공항촬영

보잉사의 VLA B747-8은 현재 3년 치 주문 잔고가 남았다고 한다. 앞으로 새로운 주문이 없게 되면 B747-8은 단종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380도 주문 잔량이 158대로 최근 3년 동안의 생산속도를 감안하면 5년 이면 소진된다. 과연 에어버스가 에미레이트항공의 당근을 덥석 받아 A380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