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백년 역사를 앞 둔 현역 최장수 이중통로(Wide-Body)기종인 보잉 B747
점보기라는 애칭을 가졌던 B747이 등장한지 벌써 반백년 가까이 된다.점보기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69년, TV 뉴스에서 본 공룡같은 모습은 과연 저 괴물이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과학적인 이론을 뒤로 하면, 어렸을 때 개울에서 놀 때 무거운 놋쇠 솥이 물에 뜨는 것을 보고 당연히 생각하였기에 항공모함은 바다에 뜬다는 것에 의심을 두지 않았지만 큰 빌딩만한 쇳덩이가 400명의 승객을 태우고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은 비행기를 타보기는 커녕 구경도 하기 힘들었던 시대였기 때문에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1970년 당대 미국을 대표하는 항공사였던 Pan Am이 처음 B747을 취항시키면서 점보기의 위력은 대단했다. 보잉의 경쟁사들이 DC-10(Douglas), L-1011 TriStar(Lockheed) 등을 뒤이어 개발했지만 크기나 항속거리 등에서 점보기의 경쟁이 되지 못했다. 보잉의 점보기가 지금까지 1500여대 생산되었지만 DC-10은 386대, L-1011은 250대를 생산하고 20년을 넘기지 못하고 단종되어 비즈니스면에서는 실패한 기종으로 남게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 타이틀 . . . 37년 만에 B747에서 A380으로 바뀌어
점보기의 세계최대 여객기라는 타이틀은 2007년 에어버스의 A380이 등장하면서 A380한테 넘겨졌다. 에어버스가 자존심을 걸고 개발한 초대형점보기 A380은 등장 당시 큰 관심을 끌었지만 엄밀히 따지면 A380이 초대형기종이라는 것 보다는 싱가폴항공(SQ)과 에미레이트항공(EK) 등 이를 처음 도입한 항공사들이 일등석을 침대나 샤워시설을 갖춘 초호화판으로 꾸며 더욱 관심을 끌었던 것으로 보여 진다.
한계에 부딪힌 초대형기종 . . . . . . B747 & A380
그러나 화려한 조명을 받으면 출범했던 A380의 운명은 B747이 장수를 누렸던 것에 비하면 오래 갈 것 같지 않다는 분석이 벌써 나오고 있다. 에어버스의 A380을 수주실적이 당초 예상했던 수준에서 크게 미달하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A380 주문이 단 두 대에 그쳤고 2016년에는 상반기를 훨씬 넘겼지만 아직 한 대도 수주하지 못했다. A380의 최대고객인 에미레이트항공도 업그레이드 된 A380을 요구하였지만 에어버스와 뜻이 잘 맞지 않는지 추가 주문에 멈칫하고 있어 에어버스 A380의 운명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A380은 2007년 부터 상용서비스에 들어간지 9년이 지난 지금까지 193대를 생산했는데, 이 숫자는 1970년대 보잉 B747기가 초기생산 3년 만에 달성한 숫자이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실 이런 분석은 B747 이후의 새로운 기종변화를 보면 예측할 수도 있었던 일이다. 점보기 이후의 상용기개발의 흐름을 보면 항공업계는 거의 50년 동안 B747을 능가하는 대형기종의 개발에는 관심이 없었다. 보잉은 B747기 이후에 이중통로기의 경우 B767, B777, B787등 B747에 비해 현저히 작은 기종을 개발하였다. 점보기의 경우 B747-100/200에서 -300, -400 으로 업그레이드 된 변형이 점보기의 명색을 이어갔다.
점보기 B747기 경쟁상대는 경쟁사가 아닌 내부에 있어 . . . . . . B777의 등장
점보기 B747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 것은 경쟁사가 아니라 동생뻘인 B777과 경쟁사인 에어버스 A330의 등장이다. 엔진이 두 개(twin-jet)인 B777과 A330은 고유가시대에 경제성을 앞세워 항공사들이 B747기의 대체기종으로 B777과 A330이 끼어들게 되었다. 에어버스는 A330의 개발에 앞서 엔진이 4개인 A340도 개발하였지만 역시 경제성이 twin-jet에 뒤져 항속거리를 늘린 초장거리기종인 A340-500, 점보기의 수용능력에 버금가는 A340-600을 개발하면서 버텼지만 항공사로부터 인기를 끌지 못해서 일찌감치 단종 되는 운명을 맞았다. 에어버스도 1살 위인 형님기종 A340이 아우 A330의 인기에 눌려 쓰라린 맛을 보게 된 것이다.
이런 흐름은 항공업계는 B747 보다 큰 초대형기를 원하지 않는 다는 것을 반증한다. 한편 twin-jet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B747기의 수요는 완전히 끊어지지 않고 꾸준히 이어졌다. 이에 보잉사는 최첨단기종인 B787 Dreamliner에 적용된 새로운 기술을 B747에 접목시킨 B747-8을 개발하면서 꺼져가는 B747의 불씨를 살리려 노력하였다. 그러나 A380이 특정 항공사를 제외하고는 항공업계에서 외면하듯이 B747-8도 B747의 연명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어 이미 주문받은 재고만 소진되면 B747기도 단종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B747기는 50년이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그 명성을 이어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점보기는 개인적으로도 나한테는 가장 애착이 가는 기종이다. 내가 처음 해외여행을 한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까지는 항공사에 관계없이 미주나 유럽행 대륙간 노선의 기종은 B747 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 보다 넓은 기내공간이 마음에 든다. B747과 다른 이중통로기 기종을 비교하면 가장 큰 차이는 천정의 높이다. 좌석이 빽빽이 들어선 이코노미 객실에서도 위를 쳐다보면 공간이 시원스럽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B747기의 일반석 좌석은 앞 뒤 간격이 34~35인치로 경쟁항공사들에 비해 월등히 넓은 공간이다. 지금도 비행시간 1시간의 짧은 시간이지만 김포-제주 노선도 저비용항공사와 큰 요금차이가 아니라면 대한항공의 B747-400 기종을 선호한다.
대한항공 B747기내에서 본 ‘B747의 아버지’ Joe Sutter의 별세소식
오늘 낮 대한항공 KE1229편으로 제주에 왔다. 기종은 물론 B747-400 이다. 동시간대 다른 저비용항공사의 요금과 3,000원 차이다. 자리에 착석하여 안전벨트를 매고 카톡으로 가족들한테 제주행 탑승을 알렸다. 스마트폰에는 메일이 몇 건 들어와 있다. 그중 하나는 항공업계소식을 전하는 뉴스다. 오늘 새벽(미국시간) ‘점보기의 아버지, Father of Boeing B747’로 불리는 Sutter씨가 95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헤드라인에 보인다.
Joe Sutter씨는 보잉의 설계기술자로 B747 점보기 개발의 책임자다. 그는 B747 뿐만 아니라 B707의 초기모델인 DASH 80 개발에도 참여하였다고 하니 보잉이 연달아 히트 친 제트여객기를의 개발에 참여한 보잉 제트여객기의 산 역사와 다름이 없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는 2011년 보잉의 차세대 첨단기종인 B787 Dreamliner First Delivery 기념행사에 초청받았을 때 같은 자리에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는 한창 나이에 개발한 점보기가 눈을 감을 때 까지 항공업계의 주역으로 남아 있는 것을 보고 갔으니 그는 무척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 . .
백영섭
2016년 9월 6일 at 10:16 오후
좋은 곳에서 편안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