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들은 일반석 보다는 비즈니스클래스나 퍼스트클래스의 좌석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 항공사를 대표하는 광고사진은 일반인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소수의 승객이 이용하는 공간인 퍼스트클래스나 비즈니스클래스 사진만 소개되고 있다.
비즈니스클래스 요금은 우리가 보통 관광목적으로 해외여행 할 때 사용하는 일반석 할인요금에 비해 최소 세 배부터 다섯 배, 퍼스트클래스 요금은 열 배나 되어 일반인들은 쉽게 이용할 수 없는 수준이다. 나의 경우도 마일리지로 업그레이드해서나 비즈니스클래스를 이용하거나 일부 항공사에서 시행하는 공항 스탠바이 조건으로 할인해주는 요금으로 이용했지만 내 돈으로 지불한 적은 거의 없다.
한편 최근에는 일부 항공사들은 퍼스트클래스를 없애고 비즈니스클래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등석은 워낙 비싸 이용하는 승객이 적어서 그런가 ? 아마 우리나라 대기업도 자가용비행기를 도입할 정도로 세계적인 기업들이 자가용비행기를 많이 보유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시아나항공도 장거리 기종인 A380, B747, B777 일부 기종 외에 B767, A330 기종에는 퍼스크클래스가 없다.
그럼 새로 등장한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은 얼마나 편할까 ?
항공사들의 좌석상황을 소개하는 전문사이트 www.seatguru.com 에는 비즈니스클래스 등의 상위클래스 좌석을 Recliner Seats, Angled lie flat Seats, Full flat Seats, Suite 등 4가지 타입으로 분류해 놓았다. 이 순서는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이 등장한 순서와 같다. 이렇게 비즈니스클래스가 변하는 트렌드는 침대형좌석, 승객의 프라이버시 그리고 승객이 복도출입이 자유로운 free access 등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Recliner Seat 구형이지만 가장 안락감이 좋다
Recliner Seat는 가장 오래된 방식의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으로 일반석과 같은 구조다. 일반석에 비해 넓은 공간으로 좌석 자체가 두툼한 등받이 쿠션과 다리 받침대도 있다. 좌석 폭도 넓지만 옆 좌석 사이에 있는 팔걸이의 폭도 여유가 있어 옆 승객과 팔꿈치를 부딪칠 염려가 없다. 다만 앞 승객이 좌석등받이를 뒤로 최대로 제끼게 되면 뒷 승객의 앞 공간을 침해하기 때문에 아무리 앞 뒤 좌석공간(피치)이 넓어도 뒷 열 안쪽에 앉은 승객이 복도를 출입할 수 없다.
Recliner 좌석은 1990년대 까지만 해도 좌석 조작이 기계식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전자식으로 바뀌고 좌석에 전원연결장치와 AVOD 모니터도 부착되었다. Recliner 좌석은 지금도 A320/321, B737 등 단일통로기와 대형기종이라도 중단거리 국제선에 주로 취항하는 A330, B777 기종 등에 사용하고 있다.
Angled lie flat Seat … Cocoon seat의 등장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비즈니스클래스에 침대형 좌석이 등장했다. Recliner Seat는 좌석 등받이를 최대로 뒤로 제켜도 퍼스트클래스는 최대 60도, 비즈니스클래스는 30도를 넘지 않는 정도다. 침대형좌석은 고정된 판넬이 좌석을 감싸주는 구조(cocoon seat)로 좌석 등받이를 완전히 뒤로 제켜도 앞 뒤 승객이 영향을 받지 않고 누운 자세에서는 판넬이 신체를 어느 정도 가려주기 때문에 프라이버시가 강조되는 두 가지 효과를 보였다.
다리 부러진 침대에 누운 기분 … Angled lie flat seat
퍼스트클래스에서는 좌석 피치를 180cm~200cm 정도 만들어 좌석을 완전히 수평으로 펼칠 수 있었지만, 비즈니스클래스는 좌석 피치가 성인 키에 못 미치는 150cm 정도라 좌석을 침대형으로 펼쳤을 때 다리 부분이 앞좌석의 아래 공간으로 들어가는 구조로 경사지게 되어 Angled lie flat Seat라고 부른다.
Angled lie flat Seat는 처음 등장한 침대형 좌석이라 큰 관심을 끌게 되었지만 실제 좌석을 펼치고 누우면 마치 앞 다리가 부러진 침대에 누운 듯한 느낌이 들고 체격이 비교적 큰 승객은 시간이 갈수록 몸체가 아래로 미끄러지는 불편함도 느끼게 된다.
Full flat Seat … free access 기능도 추가
Angled lie flat Seat의 단점이 부각되면서 비즈니스클래스에도 퍼스트클래스 처럼 좌석이 수평으로 펼쳐지는 full flat seat가 채택되기 시작하였다. full flat seat로 배열하려면 앞 뒤 공간이 최소한 20~30% 이상 더 차지하게 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처음에는 Prestige Plus로 부르는 Angled lie flat seat를 도입했지만 후에 Prestige Sleeper로 불리는 Full flat seat를 도입했다. Prestige Plus는 좌석 피치가 60인치(약 150cm), Prestige Sleeper는 74인치(약 188cm) 이다. 대한항공은 도입된지 오래된 B747-400 기종에는 Prestige Plus 좌석을 도입하고 있지만 장거리 주력 기종과 새로 도입하는 기종에는 신형인 Prestige Sleeper를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사들이 좌석을 하나라도 더 늘리기 위해 일반석 피치를 줄이고 좌석등받이를 얇게 만든 슬림형 좌석을 도입하는 마당에 Angled lie flat Seat 대신 훨씬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Full flat Bed Seats를 도입하고 있지만 좌석 수를 줄이지 않고 앞 뒤 좌석을 겹치게 배열하는 방법이 등장하였다.
사선으로 겹치기 배열 (harringbone) & 엇갈린 배열 (staggered)
그중 한 가지 방법은 좌석을 사선으로 배열하면서 좌석들을 나란히 겹치게 만드는 방식이다. 생선가시 처럼 사선으로 배치한 이 형식은 Harringbone 방식으로 불린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좌석배치를 똑바로 하면서 앞 뒤 좌석을 서로 물고 물리게 겹치는(Staggered) 방식이다. 보통 정상적인 배열이라면 2-2-2 또는 2-3-2 배열이지만 이 방식은 좌석들을 서로 겹치게 해서 1-2-1 방식으로 배열하여 승객들이 자유롭게 복도를 출입하는 free access의 효과도 이루고 있다.
harringbone 이나 staggered 방식 모두 기본구조는 같다. 승객 좌석 옆에 팔꿈치 위치 보다 높게 사이드 테이블을 만들고 뒷 좌석을 침대형으로 펼칠 때 승객의 다리 부분이 앞좌석 사이드 테이블 안으로 들어 가게 만든 것이다.
staggered 방식은 아시아나항공의 A380기종과 일부 B777기에서 채택되어 아시아나항공에서 Smartium Class로 부르는 좌석이고 harringbone 방식은 우리식 별명이 ‘생선가시’로 베트남항공 A350, 중화항공 B777, 캐세이퍼시픽,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많은 항공사에서 도입하고 있다. 이 방식은 모든 좌석이 독립된 복도 쪽에 접해있어 승객이 다른 승객에 지장을 주지 않고 마음대로 복도를 출입할 수 있는 구조다. 장거리 비행에 누워서 침대와 같은 좌석에서 잠을 잘 수 있고, 다른 승객의 시선을 막아주는 판넬이 둘러싸고 있어 마음대로 복도로 출입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좌석이다.
그런데 막상 이런 다양한 형식의 비즈니스클래스를 이용해 보면 반드시 최신형이 좋은 것 만은 아니라는 느낌이다. 한마디로 꼬집어 표현하자면 어차피 깊은 잠을 잘 시간 여유가 없는 최소한 중단거리 노선에서는 ‘구관이 명관’ 이란 생각이 든다. 왜 그럴까 ?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 ? … 캐세이퍼시픽 구형 harringbone 좌석.
한편 프라이버시를 강조한 좌석을 둘러 싼 판넬은 안락한 분위기를 해치게 된다. 특히 처음 등장했던 캐세이퍼시픽의 herringbone 좌석은 너무 좁은 좌석 폭에 높은 판넬로 좌석에 누워 있으면 마치 뚜껑 없는 관 속에 누운 것 같아 coffin class 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물론 캐세이퍼시픽은 새로운 디자인의 harringbone 좌석으로 교체하였다.
연인까지 갈라놓는 프라이버시 …… harringbone
우선 새로 등장하는 좌석들은 철저히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다 보니 연인이나 부부가 함께 여행할 때 나란히 앉아 손을 잡고, 어깨를 기대거나 가벼운 애정표현을 할 수 없다. 이는 1-2-1 배열인 퍼스트클래스도 마찬가지다. 가운데 두 좌석은 팔꿈치 높이 보다 약간 높은 위치로 AVOD 조작리모컨 등을 보관하거나 안경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이 있는 긴 박스가 있고 가운데는 두 좌석 사이의 시야를 완전히 가릴 수 있게 위 아래로 이동이 되는 칸막이도 내장되어 있어 부부나 연인이 서로 어깨를 기댈 수 있을 정도는 안 된다.
특히 생선가시형으로 비스듬히 겹치게 좌석을 배열한 harringbone 방식의 경우는 더 하다. 1-2-1 배열의 가운데 두 좌석도 사이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서로 떨어져 있고 하체 부분만 바로 옆에 인접하는 경우 발가락 장난이라도 할 수 있는 게 다행일까 ?
staggered 방식도 가운데 1-2-1의 가운데 두 좌석도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한 열은 사이드 테이블을 밖으로, 좌석을 안으로 붙여놓고 다음 열은 반대로 사이드 테이블을 가운데 붙이고 좌석을 밖으로 배치하는데 이럴 경우는 반대로 서로 모르는 승객이 좌석이 붙어 있는 좌석에 배당되면 양쪽 바깥 쪽에 높은 사이드 테이블 사이에 두 좌석이 붙어 있으니 무척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 같다.
나 여기 있다 ! . . . . . . 개방형 비즈니스클래스 객실
위 사진들은 angled lie flat, full flat seat 들의 모습이다. 좌석 배열이 고전적인 2-2-2, 2-3-2 스타일로 모두 정면을 향하고 있는데 전체적인 객실 분위기가 개방적으로 시원한 느낌을 준다. 이런 구조는 좌석 주변에 특별한 장애물이 없고 복도측 좌석의 승객은 복도의 공간도 활용할 수 있어 행동이 자유롭다.
나 찾아 봐라 ! …… Harringbone, staggered 폐쇄형 객실
위 사진들은 full flat seat 이지만 옆으로 비스듬히 겹치게 배열한 harringbone, staggered 방식의 좌석에 앉은 승객들의 모습이다. 좌석 옆에는 뒷좌석 승객이 발을 뻗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사이드 테이블이 있고 복도 쪽으로도 판넬이 감싸고 있어 승객의 프라이버시는 보호된다. 그러나 앉은 자세에서는 별 문제가 없지만 좌석을 침대형을 펼치고 누우면 양쪽 팔이 사이드 테이블과 판넬에 막혀 누워서 차렷자세를 해야만 하니 편한 자세를 잡을 수 없고 나 처럼 잠버릇이 고약한 사람은 똑바로 누워서 잘 수 없다.
Recliner Seat에 뒤지는 침대형 좌석의 쿠션
좌석의 안락감에도 뚜렷한 차이를 느끼게 된다. 우선 구형에 속하는 Recliner seat와 침대형좌석의 쿠션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Recliner seat는 상체를 체형에 맞게 감싸주고 무척 포근한 느낌이다. 반면 침대형좌석은 좌석을 침대형으로 펼칠 때 편평하게 만들기 위해 의자의 각 부분이 밋밋한 형태고 쿠션이 딱딱한 편이고 등받이, 의자, 발 받침대 등의 세 부분이 연결되는데 아무래도 이음새가 매끈하지 못한 단점이 있어 안락한 느낌은 없다. 이는 어디까지나 침대형 좌석이지 매트리스가 깔린 침대는 아니다. 이는 angled lie flat seat나 full flat bed seat 모두 마찬가지다. 이런 차이는 침대형으로 펼칠 때 완전 수평이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좌석 구조는 마찬가지다.
가장 편한 좌석은 싱가폴항공의 Suite Class … 침대형좌석이 아닌 침대
싱가폴항공이 2007년 초대형점보기 A380을 취항시키면서 선을 보였던 퍼스트클래스는 이런 침대형좌석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좌석이 침대형으로 펼쳐지는 침대형 좌석이 아니라 승객이 잠을 자려면 아예 좌석 등받이를 덮고 그 위에 객실 벽에 내장된 매트리스를 펼쳐 완벽한 침대로 바뀌게 된다.
항공사의 침대형 좌석 광고사진 … 왜 승객은 옆으로 누워 자야만 할까 ?
또 하나 중요한 단점은 승객의 프라이버시를 강조하기 위해 좌석 주위를 둘러쌓고 있는 판넬이 승객 양쪽 팔의 행동반경을 제한하게 된다. 특히 free access를 위해 앞 뒤 좌석을 일부 겹치게 만든 방식에서 이런 불편함이 더 크다. 비즈니스클래스에서 똑바로 배열한 경우 서로 붙은 두 좌석 사이에 일반석 팔걸이는 폭이 5cm 정도에 불과하지만 20cm 가까이 여유가 있기 때문에 좌석 폭 외에 추가로 10cm의 여유가 있어 옆 좌석 승객과 팔꿈치가 부딪칠 일은 없지만 free access 방식의 배치는 이런 여유가 없이 판넬이 감싸고 있어 좌석을 침대형으로 펼쳤을 때 양쪽 팔의 위치가 부자연스럽게 된다. 아마 많은 항공사들이 신형비즈니스클래스좌석을 광고할 때 나오는 사진을 보면 승객이 똑바로 누운 모습은 없고 모두 옆 으로 누워 있는 모습을 한 것은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최근에는 harringbone 이나 staggered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한항공이 Prestige suite 라고 부르는 새로운 방식이 등장하였다. 좌석을 서로 겹치거나 엇갈리게 배열하지 않고 복도 쪽 좌석의 배열을 창가 좌석의 승객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배열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좌석 옆에 Harringbone 이나 staggered 방식처럼 사이드 테이블을 만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좌석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어서 좋다.
내가 신형 비즈니스클래스를 이용해 본 경험은 타이항공, 대한항공, 에바항공의 lie flat seat, 대한항공, 에어인디아의 full flat seat, 그리고 베트남항공, 캐세이퍼시픽항공의 harringbone, 아시아나항공, 베트남항공의 staggered 등 두루 체험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경험한 결과 감성적으로는 신형인 harringbone 이나 staggered 방식이 끌리지만 이성적으로는 가장 구형인 Recliner 좌석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프라이버시 침대형 좌석도 좋고 free access도 좋지만 이것을 얻기 위해 좌석의 안락감은 희생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위 사진은 그동안 체험한 비즈니스클래스 중에서 가장 편했던 2007년 탑승했던 대한항공 B747-400의 비즈니스클래스 였다. 아마 단순히 부모님과 함께한 여행이었기 때문 만은 아닌 것 같다.
역시 구관이 명관인가 ?
비풍초
2016년 11월 18일 at 2:29 오후
참 여러가지 시트가 있군요.. 그런데, 여행자 입장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좌석을 가진 비행기를 고르지는 않지 않을까요.. 런던으로 가야하는데 굳이 air France 좌석이 좋다고 파리 경유로 런던을 가지는 않을테니 말이죠. 그러니, Air India 좌석이 맘에 든다고 AI 타고 미국갈 것 같지도 않구요.. ㅎㅎ
키 큰 사람입장에서는 모든 비즈니스 좌석이 짧습니다. 발목부터 허공에 뜨게됩니다. 소형 캐리어를 앞좌석 밑에 놔두고 발을 그 위에 얹으면 편하게 되지요.
또 수면 자세도 문제일 수 있습니다. 저는 모로 돌아누어야 편한데, 그 어떤 좌석도 모로 돌아누어 편한 좌석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완전 full flat 이라면 모를까..
실제로 가능한 가 모르겠으나, 옛날에 .. 이코노미 좌석을 3개를 한꺼번에 구입해서 나란히 차지하고 누워서 가는 방법이 비즈니스 클래스 요금 (full fare) 지불하는 것보다 싸게 먹힌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drkimdj
2016년 11월 18일 at 8:56 오후
제 판단에는 누운 자세가 편치 않은 것은 좌석 폭이 좁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privacy를 위해 파티션으로 둘러 싸고 있는 것이 양쪽 팔의 행동을 제한하고 있어
어떤 자세를 취해도 편치 않는 것 같습니다.
full flat bed 좌석도 마찬가지였지요.
Recliner seat 같은 경우는 복도 공간을 이용할 수 있어서 양팔을 움직이기가 편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