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꽃

우연히 와리스 다리가 쓴 자전적 이야기인 ‘사막의 꽃’을 읽게 되었다. ‘와리스’란 척박한 모래사막에서도 피어나는 꽃을 뜻하는데말로만 듣던 여성할례에 관한 체험을 소상히밝혀 놓은 실록이었다.

그녀는 소말리아의 사막 유목민 소녀였다.그 곳은 오랫동안 내전으로 뉴스에 오르내리던 가난한 나라로 한 때 영국과 이탈리아의 식민지였으며, 주로 이슬람교도인 아랍인들과 페르시아인 들로 구성되어 있다. 오랜 내전과 기아에 시달려오다가 다국적군이 평화유지 활동에 들어감으로써 그나마 안정을 되찾았으나, 인명 피해를 걱정한 여러 나라가 철수했으며 내전을 촉발시킨 부족 간의 대립으로 긴장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다.

와리스는많은남매 중에 셋째 딸로 태어났다. 배운 것도 없으며 세상 돌아가는 사정은전혀 모르는 그야말로 깡촌에서 유목민으로 자연과 벗하며 먹고 사는 일에만 급급하였다. 그런 순수한 아프리카 소녀가 고대의식을 행하는 집시여인에게 다섯 살때 소위 ‘할례’라는 것을 녹슨 면도칼로 받게 되는데믿을 수 없을정도로 원시적이고 처참했다.

어린 아이에서 여성으로 변하는 계기인 ‘할례’를 소녀들은 속내도 모른 채 무슨 특별한 의식처럼 기다리곤 했다는 것이다. 집시 여인은 소말리아 사회에서 중요한 일원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죽음의 여인’ 이라 불린단다. 상당히 많은 소녀들이 집시 여인의 손에 의해 죽어 나가기 때문이었다. 주인공의 사촌동생도 ‘할례’의 후유증인 괴저증상으로 죽었으며 출혈 과다, 쇼크, 감염, 파상풍으로 많은 소녀들이 죽었다. 열악한 환경을 생각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닌 것 같다. 또 이 의식에는 유목민들로서는 상당한 지출도 감수해야 한다. 더구나 ‘할례’를 받지 않은 여성은 지저분하며 음탕한 매춘부로 여겨져 모욕을 당한다는 것이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은 언제나 예외 없이 성의 노예나 다름없는 지위로살아갈 수밖에 없었다.이 끔찍하고 보편화된 만행이 남성들의 성적환상을 위해 자행되고 있다는 건 도저히 그냥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더구나이슬람 여성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인간 존엄성에 관한 일이기도 하다.

본래 이슬람은 남성과 여성을 동등한 성적 존재로 인정해 왔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해석이 곡해되었다. 여성은 성욕이 강하고 조절능력이 떨어지는 존재로 인식됐으며 여성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남성을 성적 탈선으로 유혹한다고 간주되어 왔다. 보수적인 이슬람 시각에서 보자면 여성은 다분히 유혹적일뿐 아니라 사회혼란의 원인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다보니 히잡(머리만 가리는 두건모양), 차도르(망토식의 검은 긴 상의), 또 부르카(머리부터 온 몸을 감싸는옷) 등을착용하게 된 것이다. 탈레반 정권 아래서는 그 보수적 시각이 극에이르러 모든 여성은 모습을 외부에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며 8세 이상의 소녀는 교육금지, 취업금지, 여자대학 폐쇄, 부르카 절대착용을 엄하게 내세웠다.

MBC방송에서 ‘아프칸 여성들의 학대’를 이슈로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었다. 그날 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부르카를 벗은 여성을 길에서 아무나 총으로 쏴죽이기도 하며 외간 남자가 쳐다만 봐도 그 자리에서 간음했다고 주장하는 사회, 전쟁으로 인해 가장을 잃은 여성들을 학대하고 방치하는 사회였다. 남자들과 눈만 마주쳐도 자기가 공개처형 당하거나 집에서 쫒겨 날까봐 스스로 몸에 불을 지르는 여성이 태반이란다. 아프칸은 어느 나라보다도 화상전문 병원에 환자가 넘쳐나는데 그 대부분이 어린 여성들이었다.우리와 거리가 먼제3국의 여성들이지만 견디기 힘든 고통이 몰려왔다.

세계에서 ‘할례’의 후유증으로 죽어가는 여성이 하루에 6000명이나 된다. 전 세계에 1억3000만 명의 여성이 할례를 받았으며 매년 200-300만 명이 받고 있다고 한다. 주로 개화가 덜 된 아프리카 쪽 여성이 대다수다. 파키스탄과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및 아라비아 반도 남부와 페르시아 만 일대에서도 널리 행해지며 심지어는 북미와 유럽에서도 진행 중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할례’라고 하면 유태인이 아들이 태어나면 즉시행하는 것으로남자들만의 의식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 할례는 여성들이 성행위시에 쾌감을 못 느끼도록 음핵, 음순 부분을 잘라 버리는 행위이다. 잘라진 살 조각들은 사막의 땅위에 아무렇게나 버려져서 독수리나 새들의 먹이가 된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경우 수술도 제대로 된도구가 아닌, 주변의 양철 조각이나 유리조각을 주워서 소독도 안하고 마취도 없이 그냥 한다고 하니 소름이 끼친다.

아프리카 여성의 90%는 ‘할례’를 했단다. ‘할례’후엔 소변과 생리만 겨우 할 수 있게 조금만 질을 남겨둔 채 지퍼처럼 다 꿰매어 버린다고 하니 용납하기 어려운 성 폭행이다. 생리 때는 한 방울씩 나오는 통에 연일 생리통으로 고생하고, 혼절하는 경우도 많으며어쩔 땐 죽기도 한단다. 소변도 한 방울씩 떨어뜨리다 보니 어쩔 땐 30분도 더 걸려서야 겨우 볼 일을 마친다고 하니 참어처구니 없을 뿐 아니라 무지하다. 남성들이 자기의 쾌락을 위한 도구로 어릴 때부터 아예 그리 만들어 어떤 여성은 그 상태로 집에서 애를 낳다가 애와 산모가 다 사망하기도 한단다. 결혼을 하면 꿰맨 부분을 다시 터뜨렸다가 남편이 멀리 장기 출장이라도 가면 다시 꿰매 버린다고한다.

와리스는 다들 그런 것처럼 이런 수난을침묵으로 지켜 왔다. 엄청난 고민과 육체의 고통으로 친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그녀. 몇 번이나 되돌아 나왔던 병원으로 가서 수술 후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유명 모델이 된 후로는 사랑하는 자기 조국과 아프리카 여성들에 대해 세상에 알리게 된다.

처음엔 <마리 끌레르>라는 잡지를 통해 세계의 여성들로부터 열렬한 반응을 얻는다. 그 후 1997년 바바라 월터스가 진행하는 TV프로그램에 나가서 망설임 끝에 자신의 아픈 과거를 고백하고야 만다. 어둠속의 비명과 침묵으로 밖에 지탱할 수 없었던 과거를. 문화적인 금기, 성 폭력과 같은 전통을 용기 하나로 종식시켜 보고자 나선 것이다. 그리고는 UN 특별 인권대사가 되어 아예 할례금지 운동에 발 벗고 나섰다. 이집트, 에디오피아, 수단, 소말리아 등 거의 대부분의 민족들에게 FGM(Female Genital Mutilation) 철폐 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말한다.

"이제는 우리도 알게 되었다. 예방 주사만 맞으면 돌림병에 걸리지 않고, 그러면 죽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여자들 또한 발정 난 짐승이 아니어서, 미개한 풍습이 아니라 믿음과 사랑으로 그녀의 몸과 마음을 붙들어 두어야 한다는 것을. 이 모든 고통스런 풍습과 결별해야 할 때가 이르렀음을 이제 우리는 알게 되었다."

이제 그녀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무지를 일깨우는 상징이 되어 세계의 꽃으로, 말없는 수억 명의 자매들을 위한 천사로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길 바라면서 FGM철폐운동의 대모가 되어 오늘도 평화 만들기를 하고 있다.




7 Comments

  1. 김의순

    2006년 1월 11일 at 3:26 오전

    이 아가씨가 지금 영국에 살고있는 sensational한 젊은 작가가 아닌가요. 책은 읽은적이 없지만 그 여자 얘기를 타임스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놀랍지요 그 어린 나이에 그런 책을 쓸수 있다는게 보통이 아님니다. 그 여자가 영국에 가게 된것도 그렇고…   

  2. ipoony

    2006년 1월 11일 at 9:15 오전

    그렇죠…이 여자 아가씨아니고 결혼해서 이제 아이까지 있구요. 유명한 모델활동을 했었어요. 영국 가게 된 거 그게 참 우여곡절이 있더라구요.   

  3. 지기자

    2006년 1월 11일 at 11:00 오전

    잘 읽었습니다.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4. 거 당

    2006년 1월 11일 at 11:56 오전

    아직도 지구상에는 이해가 되지않는 사건들이 많은것같습니다.
    이것이 풍습이며 종교라해도 개방이 안되고 교육상태가 좋지 않다 보니
    이런 처참한 사건이 발생하는것 같습니다.
    하루빨리 이런 비인간적인 행위가 일어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5. ipoony

    2006년 1월 11일 at 12:22 오후

    지기자님..반갑습니다. 부끄럽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좋은 글 올려야 할터인데..   

  6. ipoony

    2006년 1월 11일 at 12:23 오후

    거당님!!!
    인간 존엄성과도 관계되는 이런 일은 하루빨리 지구상에서 삭제되어야 하겠죠?
    책보면서 충격 받았거든요. 그래서 한 번 주제삼아 써 보았습니다.
       

  7. doma

    2006년 1월 27일 at 2:19 오후

    조금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 들으니 참 가슴이 답답해 오네요.
    종교는 인간의 행복을 위한 것인데
    종교가 인간을 해치는 경우가 너무 많군요.
    미개한 나라만 아니라
    문명국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결국 종교의 문제라기 보다는
    인간의 문제
    즉 인간의 죄악성이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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