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하나로 사는 여자

사람들은 흔히 말하길 나더러 잘난 척을 잘한다고 한다. 아무 것도 내세울 게 없는 것 같은데 자신감이 넘친다고 하며 놀린다. 목소리도 크고 조금만 알아도 많이 아는 척하는 내 습관과 뭐가 하나 생겨도 그대로 자랑하고 마는 내 모습이 잘난 척하는 것으로 보였나보다.

사실 내게는 잘난 척할 것도 자신감 넘칠 것도 없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미안하기도 하다. 외모를 보자면 얼짱, 몸짱과는 거리가 먼 여자이다. 머리카락은 힘이 없어서 모양새가 볼품없고 파마도 잘 안나오는 가늘고 처지는 타입이며, 얼굴은 아기들한테나 붙어있는 젓살이 아직도 통통하게 붙어있어 마음에 안든다. 코는 정상인데 콧구멍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거꾸로 생겨서 자세히 보면 상당히 코믹하기 이르 데 없다. 이빨은 80노인의 그것과 견줄 만치 약하고 오징어 같은 건 씹을 엄두도 못내는 금이빨 투성이의 약치이다.

대부분의 여자는 가슴부터 시작해 아래로 내려오면서 허리 부분이 들어가는 반면에 나의 허리는 되려 튀어나와 있어 옷 맵시가 잘 나지 않는다. 배는 어떠냐..하면 더 가관이다. 세명의 아이를 한꺼번에 생산하다 보니 (나는 세쌍둥이 엄마다) 늘어질 만큼은 다 늘어져서 보기에 절대 아름답지 않다.

엉덩이는 서양여자들에 비하면 20센티 정도가 아래로 내려와 있는 처진 히프다보니 바지를 입으면 남의 안목도 고려해야 하는 걱정도 갖고 있다. 게다가 다리로 말하자면 버팀목으로는 훌륭하고 튼튼한 운동 꽤나 한 사람의 다리로 보이는 무다리다.

말을 할 때는 억양이 센 편인 경상도 억양에 우아하지 못한 말투를 갖고 있으며 화가 나거나 할 때는 말을 더듬기도 하고 조리있는 말솜씨가 나오질 않고 목청만 높이다가 뒤에 후회를 한다. 겉으로 보면 싸움도 잘 할 것 같은데 사실 그것조차 잘 못하고 툭하면 울고만다.

나보다 눈물 많은 여자는 여지껏 보지를 못했으니 연기자가 될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한다. 웃을 때에도 조용히 고상하게 안 웃고 박수까지 치거나 격조없이 웃곤 한다.

행동도 보면 의자에 앉을 때엔 털석 앉아버리고 예의없게도 남과 잘 부딪치기도 하며 겁도 없이 남의 몸을 잘 건드리거나 손도 덥썩 잡아버리는 나쁜 습관이 있다. 가끔 후회도 해보지만 잘 고쳐지질 않는다. 식사 할 때는 맛있어서 정신없이 소리도 내며 남 생각 안하고 먹는 편이라 창피 할 적도 많다. 그래서인지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모습을 아주 부러워 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외모가 안되면 머리라도 되던지. 지적 능력도 그리 뛰어나지 않다. 내게 좋은 것은 다 기억하면서-예를 들면 나를 좋아한 남자라든가, 마음에 드는 물건-싫은 것은 죄다 잊어버리는 특이한 기억력을 갖고 있다보니 거의 비어 있는 상태로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집안이 좋으냐..그것도 전혀 아니고 이북서 피난와서 뼈빠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그리 호의호식도 못해보고 자랐다.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던 집의 6남매중에 그것도 막내로 태어나다 보니 식구들이 별로 쳐다봐 주지도 않는 설움을 톡톡히 받고 자랐다. 비교적 똑똑하던 형제들이다 보니 그 사이에서 두각도 못 내고 이리 치고 저리 치며 없는 아이처럼 자랐다.

이런 내가 무엇으로 잘난 척을 하겠으며, 또 지금껏 살아오면서 자랑할 만한 이렇다 할 이력도 하나 없다. 그러다 보니 순전히 내 성격 하나로 여지껏 살아온 것같다. 성격이 워낙 낙천적이고 태생상 어지간 한 말은 다 참고 넘기며 살아서인지 남이 내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해도 그러려니 하고 기분 상해도 표도 안낸다.

잘 웃고 별로 크게 성낼 일이 아니면 화도 잘 안내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편안한 사람으로 알아 주는 사람이 많고 이것 저것 역성들며 배려 차원에서 아는 척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잘난 척으로도 보일 수 있겠다 싶으면서 괜히 자신을 합리화 시켜 본다.

숨기는게 없이 다 말하다 보니 솔직하고 그 솔직함이 어느새 인간관계를 좋게 하고 그러다보니 ‘자신감’이 생기고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보이고 ,그래서 더욱 자신감은 커지고 그게 잘난 척하는 모습이 되고 시간이 흘러 지금껏 그대로 유지하며 살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감’이 넘친다고 하면 속으로는 기분이 참 좋다. 왜냐하면 요즘은 아름다움이 곧 자신감이라고 하니 은근히 나도 이래서 한 몫보나 싶은 것이 우쭐해 진다. 하긴 나처럼 무엇하나 내세울 것 없는 여성이 자신감이라도 있어야지 뭘로 버티겠는가.

그러니 이 소중한 자신감을 잘 지켜나가서 나이가 더 들어 자연 나약해지고 삶에 대해 겁도 더럭 나고 그러겠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나, 이 사람 ‘자신감’하나로 버티려 하니 잘난 척 해서 아니꼽더라도 제발 참아주시길…

*인도에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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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1. 백의민족

    2006년 2월 7일 at 1:28 오후

    보통 여성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것들을 당당하게 열거하신 것을 봐서
    스스로 말씀하셨듯이 "자신감 있는 여성"이십니다.
    자신감있는 여성이 바로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2. Lisa♡

    2006년 2월 7일 at 1:40 오후

    내가 겨냥 하던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후후
    일단 성공햇다는 느낌이 팍팍..옵니다.
    실은 별 자신감있나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3. 거 당

    2006년 2월 8일 at 1:32 오후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럽고 힘든일을 많이 맞이 합니다.
    그럴때 마다 빨리 적응을 하고 일어서는 사람이 낙천적이며
    자신감있는 사람들 입니다.
    자신의 좋은 성격을 잘 다듬어 화목한 가정 이루시기 바랍니다.   

  4. 김의순

    2006년 2월 8일 at 6:13 오후

    왓따!
    리사님~. 자신을 그렇게 까 뭉그려트려야 속이 시원한가요, 엥?
    아님, 내숭인가요?
    아님, 자신감과 열정이 넘치는 내가 아는 리사님인가요?

    진주 같은 딸에다, 보물 같은 애 셋을 낳았는데, 절구통이면 어떻고,
    20센티가 늘어졌으면 또 어떤가요.
    내가 보긴 역시나 리사님이 젤루다 예쁜데… (여… 아님니다.^^)   

  5. Lisa♡

    2006년 2월 9일 at 10:58 오전

    거당님께서 행차하셨군요.
    저는 워낙 낙천적이라 정말 걱정입니다.
    큰 돈을 친구 빌려주고 못 받아도
    밥 한 번 안굶으니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정말 저의 이 그칠 줄 모르는 낙천적인
    성격이 남에겐 자신감으로 보이나 봐요.
    그래도 좋은 성격 가진 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늘~~~   

  6. Lisa♡

    2006년 2월 9일 at 11:00 오전

    의순 오라버니~ 방가방가!!!
    저 넘넘 웃기죠?
    이거 보더니 제 친구들이 다
    넘어 갔어요. 나쁘대요~
    내숭은 나와는 거리가 머언..단어.
    나와 가까운 단어는 "화끈"
    근데 사실 한국사람 대개 그렇친 않나요?
    좋은 점 말하면..더…많은데..
    남심흡수는 확실하게 하지요.
    뭐든 털어놔도 말이 통하는 녀자로_____   

  7. ariel

    2006년 2월 9일 at 2:48 오후

    제 블러그에 오셔서 아시지만 제 글은 보통 3-4 줄..^^
    그래서 이웃님들이 긴 글 올리시면 도망가는데 이글 재미있게
    읽었어요. 남이 뭐라고 하던 내 생활에 충실하면 고만..
    저렇게 예쁜 아이들 낳은 엄마.. 제가 보기에 잘 난것 같아요.^^

       

  8. Lisa♡

    2006년 2월 9일 at 2:50 오후

    재미있으시다니 정말 고맙습니다요.
    한 번 솔직히 써 봣거든요.
    근데 다 진짜 있는 그대로예요.
    그래도 힘차게 살아갑니다.   

  9. 파이

    2006년 2월 25일 at 2:25 오전

    리사님이 좋은 것은 바로 이런 에너지 때문이예요.
    이런 밝은 에너지는 타고 나는 것 같아요^^
    잘난 척이라는게 그래요.
    집에 피아노가 있어서
    "어제는 마음이 안좋아서 한 30분 쳤더니, 한결 나아졌어."
    이런 말을 피아노 없는 집의 친구가 들으면
    바로 왕재수가 되는거지요.
    듣는 이에게 욕심이 있을때는 더블 왕재수가 되기도 하지요.
    여행을 너무나 가고 싶은데,
    경제적 시간적 여건으로 못가는 사람에게
    옆집 다녀오 듯 갔다오는 여행은
    배아픔의 원인이 되는거지요^^

    음.. 저는 리사님의 솔직함과 밝고 명랑함을 좋아해요~
    그리고 배아픔은 절대! 아니고요,
    살~짝 기분 나쁠 뻔 했어요~ 역시 농담이구요,
    부러워요^^   

  10. Lisa♡

    2006년 2월 25일 at 11:33 오전

    살짝 기분 좋아지네요.
    후후후~~~
    저 사실 인생에서 돈에 무게를
    싣지않고 살아놔서 이제야
    저축이 한 푼도 없다는 게 슬그머니
    겁이 납니다.
    어찌 될지는 모르나 매일 철없이 살아갑니다.
    경제 관념없어서 정말 큰일이예요.
    시간만 많아 가지고 카드로 마구…ㅋㅋ
    이제는 금기 사항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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