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부대의 좌충우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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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느끼한 말썽 꾸러기 언니가 하필이면 우리방으로 와서는 화장실에 가더니 문이 열리지 않는다며 고래고래 난리를 쳤다.

참..나…원…남의 방에서 무슨 난리야 하며 문을 여니 진짜 열리지 않았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안되는 거였다.

급해서 프론트에 전화를 해도 당최 못 알아 듣는 건 서로 마찬가지였다. 후진 호텔이라선지 영어가 안 통했다.

안에서는 울기 일보직전이었다. 밉다, 밉다했더니 별 해괴망측한 사건이 다 벌어진 것이었다. 우습기도 하고 당황도 되고 가이드는

연락이 안되는 순간이었다. 그 때 파리에서 유학중이던 남편의 친구 상훈씨 부부가 아래에 와 있다고 연락이 왔다.

평소에 상훈씨의 목소리는 쉬어서 전화가 오면 다 죽어 가는 할아버지로 착각할 때가 많은데 그 날따라 불어를 하는

그의 목소리는 솜사탕보다 더 달콤하게 들렸다.

겨우 호텔직원이 와서 열어보니 그 언니가 울고 있었다. ㅋㅋ…아이구 저 화상…손 위만 아니면 그냥 크악! 캭!

로마로 가는 길에서는 나의 별, 미스터 한이 초콜릿을 엄청나게 사주어서 따스한 눈길을 마구마구 퍼 부어 주었다.

그는 말없이 웃기만 할 뿐 언제나 실천으로 약간의 애정을 표현했다(?) 구여워 죽을 뻔 했다.

그 당시에 회사일로 유럽을 28번이나 왕래했다는 우리의 가이드 형님을 꼬셔서 밤이면 몰래 빠져나가 클럽도 가고

밤 거리를 방황을 했는데 한 번은 분위기가 어두컴컴 한 곳에서 미스터 한과 눈길이 묘하게 부딪혀서 얼굴이 자석에 끌리듯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데 "거기 두 사람 모하는고야?" 하는 뚱 가이드 오빠의 혀 꼬부라진 소리에 제 자리로 돌아온 섭한 일이 있었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그만…

밤에는 항상 내 방이 룸싸롱으로 변하여서 술이 돌고 있는데 우리의 사이를 유심히 째려 보던 한 70대 할아버지가 노크를 하는 게 아닌가?

"미쓰 유우~~나 들어 가도 돼? 나 쫌 끼워 주우~~~" 내가 미쓰 유다.

손에는 깻잎 통조림과 대한민국 막강 쐬주를 들고 김을 댓통 들고 이쁜 척하며 서 있었다.

착한 오랑우탄의 얼굴을 닮은 그는 휠체어를 탄 깨끗한 할머니랑 동행인데 어딜가나 휠체어를 성심성의껏 밀고 다녔다.

쐬주에 고만 넘어 간 우리는 비밀을 캐냈는데 그 분은 다섯 살 연상인 일본 할머니랑 결혼을 했단다.

요즘 몸이 안 좋아 마지막으로 유럽 여행이나 같이 하지고 왔다고 했다. 조금 숙연…

그 다음부터는 화장실 갈 때라든지 다른 이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는껍데기만 천사표인 내가 책임지고 휠체어를 맡았다.

근데 밤만 되면 우리 방으로 미쓰 유를 부르며 오는 통에 재미가 조금 금이 가긴 했다.

근 보름간의 유럽 여행이 끝날 무렵 나는 홀로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되었는데첨부터 나는 깃발부대를 따라가도

연고만 있으면 거기에 남아 비비다가 본전 다 뽑고 오는 계획을 했던터라 생이별을 하게 되었다.

떠나기 전 날 유럽 하늘에도 애닮은 슬픔이 교차했다.

나의 별은 말없이 빙긋이 웃으며 나를 쳐다 보았다. 용기를 낸 내가 먼저 재미있었냐고 물어 보았다.

그는 현철의 봉선화 연정의 가사를 생각하라며 넌지시 어깨를 감싸 주었다.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사람~~"

흑흑흑…나의 짧은 뜻밖의 외도는 여기서 끝장을 보고 말았으니…그 후로 보름을 더 여행한 나는 내내 머릿속이 쾌청했다.

그리고 돌아온 한 달동안 후유증을 달콤하게 앓았다. 언제나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나의 이야기다.

늙으면 추억으로 산다고 한다. 그런 추억 앞으로 열댓 개 더 만들 생각이다. 늙어서 굶어 죽을까봐~~^^*

19 Comments

  1. 거 당

    2006년 3월 8일 at 2:12 오후

    결국 언니가 일을 냈군요. ㅎ ㅎ ㅎ
    단체로 여행을 하다보면 갑자스런 일들이 생겨 두고 두고 이야기 거리가 됩니다.
    유럽에서 근 한달 동안 여행을 하셨다니 몸살도 날만 합니다.

    인생은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앨범과도 같습니다.
    좋은 추억으로 건강한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2. Lisa♡

    2006년 3월 8일 at 2:15 오후

    그 몸살요~ 종류가 약간 다른 몸살인 거 아시죠?
    그 언니의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랍니다. 내 생각에
    그 때 나이가 제법 있지 싶은데 어찌나 주책바가지인지..
    지금도 잘 사나 모르겠네요.   

  3. 순자

    2006년 3월 8일 at 2:16 오후

    사진이 누구여요?

    미인이다….

    대문사진보다…!   

  4. Lisa♡

    2006년 3월 8일 at 2:23 오후

    순자 언뉘…뿐이야~
    미인은 아니고 좀 귀여븐 여자입니다.
    지금은 더 아니고..히히
    어서 주무세요.
    요새 저는 이동진 기자의
    시네마 기행을 읽고 있답니다.
    나도 인제 읽다가 자야쥐…*.*   

  5. Lisa♡

    2006년 3월 8일 at 2:24 오후

    참 순자언니 어디가서 에바 그린보다 더 예쁘단 말하면
    절대 안됩니다. 쉿..남이 웃을까봐서리~쉿~   

  6. 푸른비

    2006년 3월 8일 at 4:29 오후

    파리에서는 화장실 문땜에 애먹더니 이젠 현관문으로
    들어선 깻잎통조림과 소주를 손에든 70대 노인이 입장
    하시고. 즐거운 만찬은 시작 되었다.~~~

    그리고, 로마로 떠났다. 그리고는 얘기가 끝이네요…
    딴 나라도 들리신 모양이신데. 후편으로 이어지남유 !^^!   

  7. 청솔

    2006년 3월 8일 at 9:15 오후

    리사님.
    유럽기행 긴장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사람들 참 눈치 없다..,
    그 기막힌 순간에….,   

  8. Lisa♡

    2006년 3월 8일 at 11:32 오후

    푸른 비님 1편에 이은 2편으로 끝을 내고요, 좀 재밋는 일들이 있었던 거만
    몇 가지 추려서 웃긴 거 써 볼려 해요. 첫 번째 여행은 이 정도로…##   

  9. Lisa♡

    2006년 3월 8일 at 11:34 오후

    청솔님 진짜 그 사람 눈치없는 걸까요? 머리 좋게 막은 걸까요?
    제 생각엔 후자인 것 같아요. 시종일관 미행 비슷한 눈초리로 염탐코
    있었거든요, 나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서도요~
    그래도 우쨌던지 아까버….어ㅓㅓㅓ라.   

  10. 라센

    2006년 3월 8일 at 11:51 오후

    저는 예전(88년 올림픽 이전)에 스페인에서 현지투어를 갔었는 데,
    그때만해도 해외여행이 흔하지 않았을 때라 한국사람이라곤 저 혼자였죠.
    그래도 통하는 게 일본사람인 지라, 일본인 모녀(모:40대후반, 딸: 20대 중반, 나: 30대 중반)와 친하게 지내며 여행을 다녔었지요.
    아시다시피 일본사람들 인사성은 밝잖아요?
    여행이 끝나고 일본에서 편지가 왔더라구요.
    일본이 모녀와 제가 찍은 사진이 동봉되어 있고,
    서투른 영어로 쓴 편지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편지는 딸이 아니고, 어머니가 쓴 것이었습니다.
    아…그때의 실망감이란…   

  11. Lisa♡

    2006년 3월 8일 at 11:58 오후

    으하하하…라센님, 남자예요?
    아이고 우스워라..아침부터 배꼽관리 들어 갑니다.
    그래도 편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흔한가요? 저는 편지는 커녕 추억만 씹고 있는데요.
    아고…실망감이 왜이리 웃기놔…~~ㅋㅋ
    저는 주로 할머니들한고 잘 다녔고 인기는 할아버지한테
    있는 편입니다. 우야꼬~~   

  12. 라센

    2006년 3월 9일 at 4:39 오전

    근데 좀 늦게 다시 여기 와 보니…
    휴우~
    이번엔 제가 여자로도 둔갑됐었나 보네요?
    아무래도 시차 땜에 다른 분들은 모르는 수수께끼가 될 듯 싶긴 한데…
    지금들 뭔 얘기하나 하고…ㅋㅋ
    근데요 좋으시겠어요.
    암튼 남자한테 인기 있으신 거잖아요…ㅋㅋ   

  13. brightmoon

    2006년 3월 9일 at 4:53 오전

    거기 두 사람 모하는거야?

    얌마 보믄 몰러? 꼬추가룬 암때나…콱~.(내가 옆에 있었다면 가이드에게 했을 말)   

  14. Lisa♡

    2006년 3월 9일 at 4:58 오전

    라센님 ..인기는 무신? 젊은 여자가 없었다는 것이 정답이지요.
    저요, 여자한테 인기 많아요. 왜냐?
    넘 웃기거든요. 귀엽고요. ㅎㅎ….남자는 날 무서워해요.   

  15. Lisa♡

    2006년 3월 9일 at 4:59 오전

    brightmoon님…왜 안오는고야?(…..)
    맞죠? 하여간 고춧가루 뿌리는 사람 그거이
    문제라니깐요.   

  16. butcher

    2006년 3월 9일 at 5:17 오전

    사진의 배경은 어디인지 궁금하네요…
    글을 봐도 답을 찾을수가 없어서리….   

  17. Lisa♡

    2006년 3월 9일 at 6:10 오전

    나의 위 사진은 인도 아잔타 석굴앞입니다.
    유럽 사진들이 없어서…..쏘리~~   

  18. 김의순

    2006년 3월 9일 at 7:52 오후

    리사님은 일 안 하고 밤낮 놀러만 다녀요?

    난 말이지요, 리사님만 보면 슬그머니 웃음이 나와요.
    왠 줄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테죠.
    님의 성격 참 맘에 듭니다.

    이 사진 무슨 사진기로 찍은 건가요?
    제가 elan님 한테서 따지는 걸 배웠어요. ㅎㅎㅎ
    혹시 elan님이 와서 보면 무지 화 낼텐데..   

  19. Lisa♡

    2006년 3월 10일 at 12:20 오전

    아고…어제 아침 10시에 출근했다가 오늘 새벽 3시에 집에 왔어요.
    원두만 먹다 누가 새벽에 타주는 믹스커피를 먹었더만 잠까지 안와서
    지금 온 몸에 파스를…에고..백화점에 뭔 행사 들어 간다고 준비하는데
    새벽까지 했어요..초짜라서 영~~
    저 그 당시는 밤낮 놀러만 다녔어요. 그래서 인제 일합니다.
    사진은 나의 카메라가 아니고 어떤 여자가 찍어 준 거예요.
    저는 여행할 때 카메라 안 갖고 다녀요.
    사진도 안 찍구요. 이 건 써비스로 모델 서준 겁니다.
    전 물건은 잘 안 갖고 다니는 버릇이 있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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