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의 도시

1987년에 ‘폴 오스터’ 라는 작가가 발표한 《폐허의 도시》라는 책이 있다.

모든 것이 사라진 세상으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가 집이 없는 사람이다.

그 세상에서의 유일한 탈출구는오직 죽음뿐, 그것이 자살이든 타살이든

아무래도 좋다. 그런 황무지같은 범죄가 만연한 사회에서 한 여성이 실종된

오빠를 찾으러 와서우정을 발견하고 사랑을 찾는 그런 내용이다.

곧 영화화된다고 하는데 좀 어두울 것 같은 화면이 벌써 머릿속에 펼쳐진다.

‘폴 오스터’는 기발한 내용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든

소재를 다루는 걸로 유명하다.

그의 소설속에서 <비>에 대한 내용을 발췌해 본다.

…….날씨가 정확하게 예보될 수 있으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면 계획도 미리 세울 수 있고,

언제 거리로 나서지 말아야 할지도 알 수 있고 또 미리 날씨 변화에 대한 대비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너무도 빠르게 일어난다. 돌연한 변화, 어느 한순간에 진실이었던 것이

다음 순간에는 진실이 아니다. 나는 공기에서 어떤 징후를 찾아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다음에 일어날 것이 무엇이고, 그것은 언제 일어날 것인지, 그 암시를 찾으려고 많은 연구를 했다.

구름의 색과 그 부피, 바람의 방향과 속도, 어느 순간의 공기의 냄새, 밤하늘의 결, 황혼의 확대 영역,

새벽 이슬의 많고 적음,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후의 구름과 저녁 바람의 상관 관계를 따져 보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혼미해질 뿐이었다.

내 자신의 예측과 계산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미궁에 점점 더 깊숙이 빠져 들어갈 뿐이었다.

비가 내릴 거라고 예측하고 확신하는 그 순간부터 해가 얼굴을 내밀고 하루 종일 멀쩡히 떠 있는데

도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모든 일에 대비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날씨 변화를 어떻게 보는 것이 최선이냐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예를 들어, 소수이긴 하지만 나쁜 날씨는 나쁜 생각에서 연유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의견은 날씨 문제에 대해 다소 신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왜냐하면 이 의견의 바탕에는 사람의 생각을 무리적 세계의 사건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심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 따르면, 내가 어떤 암울하고 염세적인 생각을 하면 그것이 하늘에 구름을 생겨나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우울하고 어두운 생각을 하게 되면 비가

내리게 된다고 한다.

갑자기 날씨가 변하는 현상이 바로 이런 까닭 때문인데, 이곳의 뜻밖의 날씨 변화에 대해

어느 누구도 과학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는 것 역시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따라서그들이 생각하는 해결책이란 아무리 외부 조건이 암울하다 할지라도 지속적으로

쾌활한 기분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상도 쓰지 말고, 깊은 한숨도 쉬지 말고, 눈물도 보이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믿는 사람들을

이곳에서는 <웃음짓는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이 도시에서 그들만큼 순진하고 어린애 같은 사람이 없다.

그들은 도시 인구의 과반수 이상이 자신들의 믿음대로만 따라 준다면 나중엔 결국 날씨가 안정되고

삶의 질도 높아진다고 확신한다…….

도회적이고 감성적인 언어와 독창적인 문학세계를 갖고 있는

‘폴 오스터’의 작품으로는 《신탁의 밤》《뉴욕 3부작》《달의 궁전》《빵굽는 타자기》

등이 있다.

그의 책을 몇 권읽고 나서 우연히 우리나라 대중가수였던 ‘이적’의 《지문 사냥꾼》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약간 비슷한 부분을 발견했다.

기발하다는 것과 독창적인 부분에서….

비가 하도 많이 와서 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부분을 발췌해 보았다.

정말 그런 것이라면….즐겁고 유쾌한 생각만을 하기 위해서.

20 Comments

  1. 2006년 7월 18일 at 4:02 오전

    폴 오스터 작품을 소개하시는 글이라 주제넘게 한마디 거들겠습니다.
    그의 작품들이 건조(?)한 글쓰기가 대부분의 주류를 차지했다고 한다면
    그의 최신작 <브룩클린 풍자극>에서는 보기 드물게도 따뜻한 인간미가
    퐁퐁 샘솟는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더군요. <빵굽는 타자기>나 <뉴욕 3부
    작>같은 작품은 자전소설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소설적 재미가 덜한 것이
    사실이었잖아요.^^ <페허의 도시>는 그의 초창기 작품인 것 같은데 아직
    읽어보진 못하였어요. 리사님의 서평에 힘입어 꼭 읽어봐야겠네요.
    잘 읽고 갑니다.^^   

  2. 김현수

    2006년 7월 18일 at 7:26 오전

    비에 대하여 심리학적으로 접근한 작품인것 같은데,
    요즘처럼 비많이 오는 계절에 읽어볼만 하겠습니다.
    이런걸 떠나서,
    사람은 늘, 즐겁고 유쾌한 마음으로 살아가는것이 좋겠지요..    

  3. Lisa♡

    2006년 7월 18일 at 12:36 오후

    길님….아고 실컷 쓴 글을 다 날려 버렸네.
    맞습니다, 빵과 3부작 재미 디데 없지요?
    하지만 굉장히 독창적인 건 사실이잖아요.
    저도 이번에 읽으며(산지는 오래되었음)
    초창기 소설이란 걸 알았지요.
    브루클린은 제 친구 미정이가 사주더니
    빌려 가서는 아직도 안주네요.
    생각난 김에 빨리 달라고 해야겠어요~~
    폴 오스터를 같이 애기하니 즐겁습니다.   

  4. Lisa♡

    2006년 7월 18일 at 12:38 오후

    현수님.
    이 야그를 올린 건 우리들도 요즘
    정치나 경제나 모든 것에서 짜증과
    우울함이 섞여 있잖아요.
    그래서 비가 오는지도 모르잖아요.
    비가 오죽 많이 왔나요?
    하지만 비가 더 많이 온다고 하니
    많이 웃어야 하겠어요.
    삶의 질과 날씨를 위하여~   

  5. 색연필

    2006년 7월 18일 at 1:31 오후

    리사님…

    <<인상도 쓰지 말고, 깊은 한숨도 쉬지 말고, 눈물도 보이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노력해야지요…
    그렇게 될때까지…

    삶의 질과 날씨를 위하야~~~   

  6. Lisa♡

    2006년 7월 18일 at 1:52 오후

    연필님…오케바리~~
    우리의 아름다운 인생을 위해서~~   

  7. 밝은 달

    2006년 7월 18일 at 2:23 오후

    리사님
    댓글이 어인 일이랍니까 그래
    이젠 책 얘기는 하지 않는게 으떨까요 ^^
    길님만 책 얘기 하시네요   

  8. Lisa♡

    2006년 7월 18일 at 2:52 오후

    으하하하…..
    달님, 나으 댓글이 너무 조금만 달리나요?
    후후후후….
    본래 소문난 잔칫집에는 먹을 게 읍다카던데..
    나으 책 얘기가 너무 진부했다거나 길었남?
    아님 폴 오스터가 넘 인기가 우리에게 없던쥐…
    히히히히..
    그래도 하고픈 말은 한다—–고요~~~   

  9. * 연란 *

    2006년 7월 18일 at 3:36 오후

    휴,, 마음묵기 달려있다는 건데
    밝고 유쾌한 생각으로 보내야쥐~~

    기여운 리사님요~~
    항상 해피하게 보냅시다요~~   

  10. 윤 환

    2006년 7월 18일 at 3:43 오후

    감사합니다.   

  11. Lisa♡

    2006년 7월 18일 at 4:15 오후

    연란님.
    더 기여운 연란님요..자화자찬의 추태?
    ㅋㅋㅋ–그려도 즐거우니까 되었구먼..
    항상 해피할껴….그럴껴!!   

  12. Lisa♡

    2006년 7월 18일 at 4:15 오후

    윤환님.
    감사하시렵니까?
    저도 감사하시렵니다.
    윤환님의 어렵고 재미난 글 잘 봅니다.   

  13. butcher

    2006년 7월 19일 at 12:09 오전

    결코 쉽지 않든데…저만 그런가요?

    오늘은 잠시 비가 그쳤습니다. 그치만 흐립니다.   

  14. Lisa♡

    2006년 7월 19일 at 1:52 오전

    우아…우리
    butcher님께서 으째 좀 어렵다시는데
    바로 그것이 댓글이 조금 달리는 이유였답니다.
    별로 대중적이지 못한 거…
    나도 실은 조금 어려운데 나는 그런 것도
    조금 즐기는 편이다 보니…?
    잘난 척 한 번 해보려다가…으이그~~~
    여기도 잠시 비 그치고 흐리긴 마찬가집니다.
    오늘은 맘마미아를 보러 가고 내일은 가위손을 보러 갑니다.
    댄스 뮤지컬 가위손이 기대가 됩니다.
    매튜본은 사랑하거든요….백조의 호수랑 호두까기를 본 이후로.   

  15. Yates

    2006년 7월 19일 at 2:11 오전

    ‘그으 책을 몇 권 읽고나서…’ 한 권도 아니고..몇 권씩 이라고라고라….

    암튼…리사님은 대단하신거 같아예~

       

  16. butcher

    2006년 7월 19일 at 2:18 오전

    지금부터 5-6년 전에
    어찌 하다가 달의 궁전이란 책을 손에 잡게 된적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여려운…
    그래도 페이지는 다 채웠습니다..
    기억으로는 페이지수도 만만치가 않았는데..
    아마 400 페이지는 훌쩍 넘긴 것으로   

  17. Lisa♡

    2006년 7월 19일 at 2:45 오후

    Yates님.
    암튼 감사합니다.
    저도 읽고 나서도
    뭔 뜻이지 뭔 내용인지
    금방 잊어 버리죠.
    주로 난해하거나 어려운
    책일수록 더욱 그렇죠.   

  18. Lisa♡

    2006년 7월 19일 at 2:47 오후

    butcher님.
    달의 궁전은 약 450페이지 정도입니다.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내용이지요.
    그런데 그의 소설이 다 비현실적인 내용이
    많고 어찌보면 난해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책 많이 읽으시는 분은 틀리네요.   

  19. moon뭉치

    2006년 7월 19일 at 4:40 오후

    ~.~

    자다 일어나서 정독 하겟음…말로만~잘 주무3   

  20. Lisa♡

    2006년 7월 19일 at 4:51 오후

    자다가?
    휴우~~언제 기다리쥐?
    안 기다리쥐..
    나도 일단 자닥 일어나서
    필독하겠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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