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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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르네 식구들은 유머와 코믹으로 똘똘 뭉친 환상의 복식조다.

눈꼬리가 심상치 않게 늘어진 말이 없는 충청도의 전형적인 시골아빠.(약간 삐리한 하회탈을 닮았다)

보기만해도 봉골봉골 만지고픈 충동이 한없이 일어나는 스펀지공처럼 생긴 머리좋은 이빨의 엄마.

지하방에 살다가딸이 태어난 후에 첨으로 집장만했다고 복디이~라 칭하는 은이.

엄마의 적극적인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변비의 왕자…석영이.

딸과 아빠는 흡사하기가 완벽한 일치를 이루는 통에 둘이 눈이 마주치면 서로 먼저 피하기 바쁘단다.

매일밤 만화와 비디오를 빌리러 가는 부부…츄리닝 바지가 괴물에서 송광호가 입고 나온 그런 정도로

늘어나있고 세트로 조끼를 입고 다닌다.

하루는 남편이 늦게 나타났는데 부인의 청바지를 슬쩍 입고 온 것이다.

"왜? 내바지를 입었어?"

"어….어….기양~~"

"이리와봐라..내가 다시 잘 입혀 줄께"

정말 그 남자 이리로 왔다.

아들이 방학을 이용해서 캐나다 어학연수를 갔다.

메일을 이용해서 주고받는 대화가 주로 변비에 관한 내용이라 어찌나 웃기는지…이 집 가족의 사는 모습을 보면

정말 귀엽다. 그리고 남한테 너무 잘한다…그래서 복받았는지 요새는 지하방이 아니라 엄청 잘먹고 잘산다.

먹는 걸 좋아해서 살도 못 빼고 만지는 걸 좋아해서 살은 안 뺄 예정이란다.

까페를 하자마자 바로 만나 찰떡 궁합이 된 그녀에게 나는 <정신적 지주>로 등극했다.

왜? 맨날 비싼 와인이나 새로운 드레싱 만드는 법 등을 전수하거나 맛집을 갈차주기때문이다.

그녀는 진주의 슬리퍼 깨나 끄는 집안에서 태어났단다.

아빠에게는 새엄마가 있어서 어릴 때 놀러가면 엄청 비싼 포도쥬스를 얻어 마시고는 흡족해 했던 과거가 있다.

그녀와 노래방을 갔다.

죽을 뻔 했다….너무 웃겨서.

‘내생애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를 신청했는데 우리는 거의 어깨로 만난 형님들처럼 불렀다.

박완규의 ‘천년의 사랑’을 그녀가 부르는데 얼굴에 오만가지의 주름이 생겼다.

탬버린은 몸에 붙어서 거의 온몸으로 박자를 맞추며 현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치마를 걷어 올리는 걸로 마무리를 찍었다.

그녀와 나는 노래방 죽이 어찌나 맞는지 이제 노는 자리에서는 라이벌로 대결구도를 피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노래실력에서는 월등히 내가 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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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엔 이렇게 깔끔하게 화장실을 하고 살았다.

애새끼가 조롱조롱 세 명이 생기면서

무너지는 질서와 난무하는 머리카락과

걷잡을 수 없는 어지럽힘이

나의 제어수준을 훨씬 능가해버려

이젠 도저히

정갈한 것과는 영 영 멀어졌다.

글고 귀찮다. 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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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을 정리하고 모던한 실내를 빛나게 모든 걸 다 꽉꽉 집어 넣고 다 숨겨둔다.

하지만 이틀 정도만 지나면 원위치~~~

이렇게 하고 살아야 하는데 뭔 물건들은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지..

여기저기서 물밀듯 배달되어오는 잡지들과 정보지들…무섭다.

게다가 꼭 사서봐야지하고 사서 안보는 책들이 집을 삼키려고 한다.

도망가고 싶다.

아무 것도 없는 원초적인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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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앤틱을 좋아하고 구경만으로도 만족한다.

그냥 필요없어도 사놓고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삼청동 앤틱# 유리창 앞에서 빨간 빗자루 세트가 맘에 들어서 서있었다.

주인이 잠시 외출 중이란다.

그날 주인있었으면 바로 질렀는데…

유리에 비친 까만바지랑 까만 퓨마 한마리운동화의 주인공은? 접니다.

정말 이 담에 돈이 생기면 앤틱으로 꾸며진 멋진 까페나… 북까페나… 뭔가를 하고 싶다.

하나하나의 앤틱 소품들에 묻혀진 옛 주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저 빨간 비질 세트 저 거 아직 안팔려야 하는데…

건너 편에 지난 번에 포레님도 다녀오셨다는 맛난 단팥죽집이 있다.

종일 사람들이 바글거린다..화려하지 않아도 제대로 인기가 있는 집이다..정말 부럽다.

단점을 말하자면 파킹할 곳이 없다는 거.

난 삼청동이 참 좋다.

아주 예쁘다…서울은 강북의 광화문, 삼청동, 안국동, 평창동…그런 동네가 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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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Comments

  1. 화창

    2007년 1월 20일 at 10:17 오전

    知人들의 일상사……..재미있네요!

    근데……..요기 "서울에서 둘째로 잘하는 집" 이거 삼청동에 있는거 맞죠?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연수받을 때마다 자주 들렀던 집이군요! 간판은 바뀌었네요~~~

    우리가 여러번 서울에서 첫째로 잘하는 집은 어디냐고 물으면 잘 모른다고 하더군요! 그냥 맛에 자신은 있지만 첫째라면 교만할 꺼 같아서라고 하던 그 양반들…..   

  2. Lisa♡

    2007년 1월 20일 at 2:18 오후

    화창님.

    맞습니다.
    금융연수원 있는 곳 맞습니다.
    첫 번째는 없나봐요~~
    그 할머니 웃기만…
    이름값을 톡톡히 보고 있지만
    단팥죽도 맛은 있어요…그쵸?
       

  3. 래퍼

    2007년 1월 20일 at 2:41 오후

    bathroom..
    큰 거울..쪼매난 거울..수건 고리..세면대..
    예뿌네요~~
    거울 귀퉁이에 리싸님이..ㅎㅎ

    거실 샹데리에~?
    밤에 켜 놓으면 더 멋있겠지요~?

    단팥죽..
    무지좋아하는데..
    언제 먹으로 갈까요~?   

  4. 오현기

    2007년 1월 20일 at 3:30 오후

    ‘서울서 두번째 잘하는 집’ 기발합니다.
    제가 자주 다니는 길에서 봤던 낯익은 간판이로군요.
    수제비집에도 가보셨는지요? 저는 하도 여러번 가서 먹었더니 이제 미원맛 밖에 안나서 요즘은 좀 뜸합니다.^^ 블로그 참 재밌게 꾸며가시네요.    

  5. 봉천댁

    2007년 1월 20일 at 11:45 오후

    저 샹데리에..

    참 이쁠세..

    근데 먼지 끼면 어떻게 청소해요?

    저 두번째 잘하는 집은..

    20년전에도 있었슴..

    근데 두번째로 잘한대서 안들어갔슴..

    첫번째로 잘하는 집 가야지 하고.. ^^;

       

  6. Lisa♡

    2007년 1월 21일 at 12:16 오전

    래퍼님.
    맞아요—
    거울 귀퉁이에 접니다.ㅎㅎㅎ

    상데리어할 촛불이랑 함께 켜면
    분위기는 많이 나지요.

    저도 팥을 좋아하다보니
    언제 먹으러 갑시다.

       

  7. Lisa♡

    2007년 1월 21일 at 12:18 오전

    현기님.

    수제비집 예전에 가다가 요즘은 저도 짤 안가요.

    그 뒷골목에 앗따블로”라고 하는 양식당엘 가지요.
    테이블 몇 개 없는데 아주 맛이 뛰어나고 정성이 일품이라서요.
    정말 적극 추천입니다…현기님한테만요.

    제가 본래 재미있는 삶을 추구하고 있긴 한데–
    우야던동 감사합니다.   

  8. Lisa♡

    2007년 1월 21일 at 12:19 오전

    봉천댁.

    청소 잘 안함.

    두번째라도 서울서라면 괜찮은 순위인데…

    맛이 정말 괜찮거덩요~~   

  9. 무우꽃

    2007년 1월 21일 at 10:51 오전

    일하게 되면서 저도 게을러졌어요.
    청소해야하는 일이..
    저 상데리아같은 것은 한번 해 봤다가 청소하느라
    저의 온하루를 잡아먹는데야 질렀습니다.   

  10. 광혀니꺼

    2007년 1월 21일 at 1:16 오후

    빨강빗자루세트~~~
    저런거 만져본지가?
    기억도 안나~~~~@@;;

    진공청소기와 스팀청소기에 밀려~~~~

       

  11. Lisa♡

    2007년 1월 22일 at 1:17 오전

    무우꽃님.

    오랜만입니다.
    그러니까..
    갈수록 쉽고 편하고 청소 하지않아도 되는 그런
    것들만 눈에 들어오고 옷도 그냥 빨아도 되는 그런 옷만
    선호하게 되는 거 있죠.
    갈수록 게을러지고 복잡한게 싫어진다는 뜻이겠지요.   

  12. Lisa♡

    2007년 1월 22일 at 1:18 오전

    광혀니꺼님.

    아무래도 그렇죠?
    저런 빗자루 세트는 그냥 앉아서 주변에 살살
    쓸어담는 정도만 해야지요—
    겨울치고 계속 따스한 날의 연속입니다.
    너무 따스하기만해도 안되는데…   

  13. 리플러

    2007년 1월 22일 at 1:36 오전

    첫번째로 잘하는 집??

    그거야…
    본인들 집이지요…

    집에서 정갈하게 마시는 차가 제일 맛나고..
    그 다음..두번째가 저 집……이라는 말씀…

       

  14. butcher

    2007년 1월 22일 at 2:00 오전

    blood diamond봤습니다.
    시에라리온이란 나라는 한비야 님의 책에서 본적이 있는데
    막상 영화로 보니 슬픕니다.

    아프리카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억압-착취 그리고 세렝게티….

    포스트모더니즘이란 것을 다 떠나서
    아주 멀리서 지구를 바라보면
    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Dot 이라고 하든데….
    뭔일인지 모르겠습니다…..
       

  15. Lisa♡

    2007년 1월 22일 at 3:18 오전

    리플러님.

    첫번째로 잘하는 집이 집이라는 사실이 정말 빙고~~입니다.

    두번째라는 호칭이 재미있고 겸손해보이니까…더 정이 가지요.

    함 가보세요—   

  16. 이영혜

    2007년 1월 22일 at 3:22 오전

    앗! 많은 Lisa♡ 팬은 추천에는 인색?
    제가 놓고간 추천만 달랑이고 있네요~ㅎㅎㅎ    

  17. Lisa♡

    2007년 1월 22일 at 3:23 오전

    butcher님.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그 말이 아주 아프게 파고 듭니다.
    한편으로는 아름답기도 하구요.

    시에라리온을 저도 한비야님 책에서 보았답니다.
    아프리카는 정말 깊은 한이 스며있는 이름으로
    다가오네요.
    한 때 사막의 꽃이라는 책을 읽고 많이 힘들었는데
    이런 류의 인권과 관계된 영화나 책을 보면
    한동안 많이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세렝게티에는 언제?
    일몰하는 시간에 그 곳에 있고 싶은데..   

  18. Lisa♡

    2007년 1월 22일 at 3:24 오전

    이영혜님.

    제 팬요?
    다 인색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인색하가든요.
    근데 추천할만한 걸 추천해야지
    암 거나 추천 누르면 쪽 팔리는데…

    여하간 영혜님.
    감사합니다.   

  19. 이영혜

    2007년 1월 22일 at 3:29 오전

    이런 인간미 넘치고 속도감 있는 글 조블의 누가 당하나 나와보라해봐봐…   

  20. 화창

    2007년 1월 22일 at 3:35 오전

    아~~ 그 뚝배기에다 수제비 담아 주던 그 집이 이제는 미식가들에게 외면받고 있구나~~~

    한 때는 손님들이 미어 터졌었는데……

    용수산은 건재한가요?   

  21. 공룡

    2007년 1월 22일 at 3:38 오전

    삼청동 골목 저도 좋아해요^^

    방금 점심을 먹고왓는데
    맘이 편칠 않아서 그런지
    배가 아프네요. 아마도 탈이 난듯^^^
    화장실 가야겠어요6^^^

    그럼 ^^^   

  22. 공룡

    2007년 1월 22일 at 3:38 오전

    흉보지 마세요^^^^^    

  23. Lisa♡

    2007년 1월 22일 at 4:08 오전

    영혜님도 참~~

    누구 닮아가나?

    ^^*   

  24. Lisa♡

    2007년 1월 22일 at 4:09 오전

    화ㅓ창님.

    외면 안 당하고 잘 나가던데요.
    다만 우리 몇몇만(현기님캉 내캉)
    제외하고는..
    아직도 바글바글하디다.
    화창님.
    돈 워리~~

    용수산은 거기말고 다른 쪽엘 몇 번 가봤는데
    아주아주 써억~~자루 건재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25. Lisa♡

    2007년 1월 22일 at 4:10 오전

    공룡님.

    삼청동골목길을 시러할 사람 없겠지요?
    아주 예쁜 길이니까 말이죠.

    화장실은 잘 다녀 오셨나요?
    음……………..맘이 아직 안편할 이유를 모르지만
    무조건 무관심을 하면 안되남?
    나도 요새 썩 마음이 편칠 않는데…   

  26. 핑크로즈

    2007년 1월 22일 at 5:14 오전

    아구~
    리사님~
    엔틱 하믄 핑키가 껌뻑 넘어 감돠
    넘 비싸서 몇번 보고 살까 말까 하다가
    못사고 돌아 나올때가 많아여..
    근데 여기서 엔틱 야그를 듣네여,,ㅎㅎ
    무자게 방가웠답니다..
    담에 또 귀경 올께여^^
    엔틱가구 이쁜거 있음 자랑하세요^^
    리사님,,,   

  27. 박산

    2007년 1월 22일 at 7:32 오전

    글이 또ㅡ르르 구르다가
    소파밑 구석으로 흐르다가
    이제 못 보나 했는데
    벽에 맞고 다시 탁 하고 튀어나와
    이마루 저마루 구르고 또 구르고
    어디로 갔나 찾아보면
    어디선가 또 구르고 있습니다

    리사님 글은 그래서 구르다 통통 튑니다

    삼청동 땅값 생각보다 아주 쌌었는데
    2 년전부터 오르기 시작
    그래도 한양 땅 궁궐 옆 사대부 살던 이름값에 비하면
    아주 쌈    

  28. 연란

    2007년 1월 22일 at 9:00 오전

    요 방에 오긴 한참 전에 왔는데 딴 짓하다 이제사 척을 하고 가네요~~ㅎ
    울 집은 앤틱이 아니지만 (혹, 한 두개라도 있나?)
    저도 앤틱이 질리지도 않고 좋더라구요.

    가끔은 일을 저질러버리는 성격이라 맘에 들면 잠을 못자기도…ㅋㅋ
    그란데,, 이젠 안그래요.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기도….

    에고,, 그래도 이쁘면 쥐고 싶은 것이 사람맴이라~~ㅎㅎ   

  29. Lisa♡

    2007년 1월 22일 at 4:12 오후

    핑크로즈님.

    앤틱#을 하고 싶은 접니다.
    외국여행시에도 언제나 앤틱이 눈길을 끌지요.
    앤틱이 주는 편안함과 그 곳에 배여있는 기품이
    너무 좋아 한동안 이태원을 헤매고 다녔답니다.
    한 번 이태원에라도 같이?
    그 골목을 가면 나오기가 싫어요.^^*
    집에는 모던함으로..시댁에 앤틱이 많은데.   

  30. Lisa♡

    2007년 1월 22일 at 4:14 오후

    박산님.

    정신없으시겠네요.
    이리저리 구르는 글 따라 다닐려면요.
    이히히히~~헤헤헤..호호호.
    아이 좋아라.
    나는 튄다는 말 들으면 좋아하는데…
    평범한 걸 싫어하다보니..ㅋㅋㅋ
    박산님.
    제가 본래 글이라긴 뭐하지만 포스팅을
    앉은 자리에서 아무 생각없이 바로 하는
    스타일이다보니…
    이해하삼.
    이뻐해주3!
       

  31. Lisa♡

    2007년 1월 22일 at 4:15 오후

    연란님.

    그래요.
    이제는 절제도 하고 참을 줄도 알아야하지요.
    어쨌든 앤틱은 편안하고 싫증이 나지않는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보니
    좀…선뜻 사긴 그렇죠?
    비질세트 정도야…뭐!   

  32. 가주거주

    2007년 1월 23일 at 5:58 오전

    사진을 보다 보니,
    갑자기 화장실의 작은 거울 용도가 궁금하네요..

    세수하다 고개를 조금만 들고 보려고요?

    아니면,
    뒷머리 볼때 큰 거울에 비춰보려고요? ㅎㅎ

       

  33. Lisa♡

    2007년 1월 23일 at 9:00 오전

    주주님.

    색깔이나 모양상으로 볼 때
    인테리어 잘난 척 컨셉입니다.
    별로 궁금해하지 마세요~^^*   

  34. 청포도

    2007년 1월 25일 at 3:49 오후

    리사님의 입담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친구분과 만나면..,
    상상을 하니 웃음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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