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저 순진한 남성들과의 조우가 있었는데 먼저 간부진만 만나 보기로 합의를 했다. 무지 예쁜 애들만 세 명을 뽑아 전 동창의 간부화를 시켜 만나보니 상대는 거의 넋이 빠진 몽롱한 표정이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압구정동의 일식집을 하루저녁 세내어 동창회를 빙자한 40대 아줌마, 아저씨의 미팅 주선을 하기에 이르렀다. 부부가 다 동창에 해당되는 애가 두 팀이 있었는데 분위기 깬다고 그네들은 다 나오지 말라고 지시를 했다.
"가정이 깨지면 어쩌니?"
"외간 남자 만나도 되나?"
등등 시시한 얘기를 하는 애들은 다 삭제시켜 버렸다. 컨셉은 ‘섹시’로 맞추라고 했다.
보통 동창회를 하면 약 이십 명도 채 못나왔는데 그날은 서른다섯 명이나 나온 것이었다. 어떤 애는 부산서도 올라왔다. 나이가 들고 별 뾰족하게 재미난 일이 없던 그녀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한껏 성장을 하고 나와 아카데미 시상식인 줄 알았다. 영란이는 옛날에 사귄 남자 친구 이름을 줄줄이 적어 와서 안부를 물을 거라며 들떠 있는 표정이었다. 명애는 군계일학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인데 눈이 부셔서 쳐다 볼 수도 없었다. 자기가 옛날에 우습게 봤던 남자가 저렇게 성공했냐며 입맛을 쩝쩝 다시기도 했다.
입장 시에 깡통에서 번호표를 뽑아서 그 번호가 있는 자리에 앉는 방식을 선택해서 여섯 명씩 한 테이블로 정했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는 만큼 일대일은 유치해서였다. 못 보던 애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다른 학교를 졸업한 여성인데 시누이 편에 꼭 끼워 달래서 숨어서 내 눈에 안 띄게 들어온 거였다. 분위기가 왁자한 게 서로들 뭘 찾는지 두리번거리느라 정신없어 보였다. 무르익는 분위기를 가라앉힐 겸 각자 자기학교 일 년 회계보고를 회장들이 간단히 한 뒤 쯤 술과 식사가 각 테이블에 차려져서 일 순배 하고 있었다. 많은 애들이 여기 왔다 저기 갔다 하며 얼굴 알리기에 바빴다. 대학 때 같은 써클 친구를 만나서 자리를 바꾸는 애들도 있었다.
잠시 후 각 노래자랑 대표가 나와 한 곡조씩 뽑자 남자들은 서로 마이크를 잡겠다며 의기양양했다. 사회인 내가 그중 젤 못생긴 키 작은 세무사에게 마이크를 넘기니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을 부르겠단다. 어찌나 음치인지 부르는데 중지를 시킨 후 다른 장소에서 절대로 이 곡은 부르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그런데 글쎄 이번엔 ‘김포가도’를 부르겠단다. 뽕작으로 부르니 그건 꽤 들을 만 했다. 뻣뻣하기로 소문난 여자 형사인 나미가 간드러진 목소리로 심수봉 노래를 부르는데 갑자기 웬 씩씩한 남성이 다가왔다.
"회장님 춤 한 번 춥시다"
글쎄 우악스럽게 당기더니 어느새 못이기는 척, 가냘픈 척하며 블루스를 추고 있는 나의 모습.
다들 박수를 치고 연신 깔깔대며 좋아했다.
남자애들도 중년의 티가 물씬 나는 게 다 어엿한 가장들에다 회사에선 중역이나 고참의 지위에 있어 보였다.
얌전하기로 소문난 종혁군이 술이 좀 됐는지 제법 용감해졌다.
눈은 높아가지고 글쎄..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오데가는데요?"
"화장실 가는데 왜요?"
"내가 지키고 있으께용."
혀 꼬부라진 용감무쌍한 안경잡이가 보디가드를 자처했다. 머리에 넥타이를 맨 체 화장실 수문장을 하더니
총무의 직함을 잊고는
"오늘 술값 내가 다 낸다. 이씨"
라며 센 척을 했다. ‘그래 내라, 내.’ 본래 삼분의 일을 우리가 부담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우린 한 푼도 안내고 말았다.
무사히 끝날 즈음 한 남성이 선물이라며 화장품을 한 상자씩 주어서 뜻하지 않는 횡재까지 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이차를 갈 것 같았다. 룸싸롱을 하는 남자가 가게 문 닫고 자기가 쏜다나? 착하기도 하지. 이쯤에서 내가 체면상 한 발 후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장이 너무 즐거워하며 놀다보면 채신머리가 없어 보일 것 같아서다. 총무와 부회장에게 뒷일을 맡기고 남편에게 데리러 오라는 전화를 했다. 집으로 와서도 이차가 너무 궁금했지만 야속하게도 아무도 내게 전화를 해 주지 않았다. 얼마나 재미가 좋았으면 그럴까? 남편은 경남고 출신이다.
같은 학번은 아니지만 결국 동창인 셈인데 노는꼬라지하고는..하는 표정이다.
"자알~ 논다."
한마디에 그냥 살짝 눈웃음으로 대꾸했다.
~~Be continued~~
Lobo-Stony
쉬리
2007년 3월 23일 at 12:32 오전
글쎄…남자들이 재미 있었을까..?
좀 더 젊은 여자들하고도 놀 수 있었을텐데….ㅋㅋㅋ
Lisa♡
2007년 3월 23일 at 12:45 오전
쉬리님.
그런 생각은 당연하게 되겠지만..
이해는 합니다만…우리도 좀 더 영계팀과
놀고 싶었거덩요.
음..뭐랄까~~향수어린 미팅이지 짝찾기는 아니잖아요.
논다는 개념보다는 노스탈지어를 맛보는 기분?
그래서 정말이지 다아..만족했던 거 같아요.
일단 간부진들끼리 만났을 때도 우리더러 압권이라고
표현했거든요..엄선해서 나갔으니까요.
그리고 다른 여자들의 대화나 만남에서 맛보지 못한 부분들이
너무 평화를 준다고 일부러라도 이런 모임을 갖고
싶다는 표현을 하더군요.
어느 간부는 외국 출장길도 미루면서 2차 간부모임에
나올 정도였어요.
이쁘고 쭉쭉빵빵한 룸싸롱 여성들의 미모야 따르겠냐만
그 이상의 희열을 맛보게하는 만남도 있거덩요>
쉬리님..경험부족이닷~~~merong~~zz
Beacon
2007년 3월 23일 at 12:50 오전
남자들이란,,
근데 난 그런 떼거리 만남은 별루.. 오붓~한게 좋아요.. ㅎㅎ
오공
2007년 3월 23일 at 1:11 오전
‘Be continue’..너무 마음에 들어요
빨리 빨리…
Lisa♡
2007년 3월 23일 at 1:15 오전
비콩님.
떼거리도 때로는 아주아주 유쾌할 적도 있답니다.
게다가 공통적인 분모가 많을수록 재미는 더욱 배가되지요.
오붓한 만남은 코드가 맞으면 언제든 가능한 일이지요.
하여간 은근히 속닥하다니까…ㅎㅎ
Lisa♡
2007년 3월 23일 at 1:16 오전
오공님.
컹닥거리지 말고 기다리삼.
너무 마음에 든다는 말 더 맘에 들고
저절로 웃음이..튀어나옴.
빨리빨리?
내일…3편으로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Beacon
2007년 3월 23일 at 1:20 오전
3편도 있어요?
오왕~ 그건 정말루 기대되넹..
틀림없이 오붓~~한 이야기일거 같구만.. ㅎㅎ
Lisa♡
2007년 3월 23일 at 1:30 오전
아니거덩요~~
비콩님.
오붓한 이야기는 다음 번에 다른 걸로..
내 개인적인 에피소드로 꾸며 볼께요.
공룡
2007년 3월 23일 at 1:54 오전
ㅎㅎㅎ 많이 즐거웠을것 같아요^^^
얼마나 들뜨고 신들이 났을까~~~~~
좋은 추억이다~~
음….낼또 기대하고 있을께요 ^^^ (여전히 반짝반짝~~)
참 리사님은 참 멋죠요~~~ㅎㅎㅎ
Lisa♡
2007년 3월 23일 at 2:05 오전
반짝반짝 공룡님.
공룡의 눈은 먹이를 볼 때만 반짝거리는 줄 알았더니…
사랑의 포로가 되기도 하는군요.
적당한 까쉽도 즐길 줄 아는 공룡이 멋지군요.
내일은 별로 재미는 없을지라도 에필로그라는게
있어야 하니까 당근 내일도 오셔서 부디 끝을 봅시다.ㅎㅎ
기대…**
東西南北
2007년 3월 23일 at 2:28 오전
근데, 이거 소설 아닙니까?
봉천댁
2007년 3월 23일 at 2:52 오전
헥 헥~
뻘렁 뻘렁~
메리고스트레이트
2007년 3월 23일 at 4:01 오전
축! 까르페 디엠!
xue
2007년 3월 23일 at 5:13 오전
내가 왜
손에 땀을쥐고 눈은 불을껴고 가슴은 두근두근..ㅎ
오붓하다가 일나는것보다 단체가 더 재미있을것같은데….
공통분모가 같으면 기분도 배가된다…
ㅎ 리사님 명언이다…요.ㅎ
바로 내가 그기분인가봐요..나도 낑겨주지….잉~~
부산사투리 하루면 다 배운다….ㅋ
광혀니꺼
2007년 3월 23일 at 6:50 오전
역쉬~~~
역쉬~~~
근데
묻지마 미팅도 아닌데
어케되었느냐 물으면 안되는감요?
3탄 디게 궁금하네여~
ㅋㅋ
Lisa♡
2007년 3월 23일 at 9:06 오전
동서님.
실화.
어찌보면 소설같기도 하네요.
소설이라면 뭔가 위기가 있어야 하는데…쩝~
Lisa♡
2007년 3월 23일 at 9:07 오전
봉천댁님.
클났네…
별 거 없는데..
공연히 간만 키웠나?
Lisa♡
2007년 3월 23일 at 9:07 오전
메리고스트레이트님.
레디 고입니다.
ㅎㅎㅎ.
Lisa♡
2007년 3월 23일 at 9:08 오전
슈에님.
부산 사투리쓰지말고
배우려 하지마요.
어울리지 않아요.
제가 알기로 카타님과
붓처님이 이 학교 출신이랍니다.
후후후~~
Lisa♡
2007년 3월 23일 at 9:09 오전
광혀니꺼님.
어찌될 건 없구요.
3탄을 보면 좀 삐리 할깁니다.
하나도 애프터를 못받았거든요.
받아도 문제이긴 합니다.
미팅 후에 나의 인기가 문제이지요.
그노무 사그라들지 않는 인기라니…ㅋㅋ
이은우
2007년 3월 23일 at 9:22 오전
재미있게 노신 분들은 따로 있는데
왜 내가 웃어야 하지??
그래도 웃음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어.
우헤헤헤헤~~~
재미따~~~
빨랑 3탄이요~~
카타
2007년 3월 23일 at 9:54 오전
뺑뺑이들이 경고 팔아묵고 구래…ㅎㅎㅎ
오드리
2007년 3월 23일 at 11:40 오전
그러니 회장을 잘 만나야 하는거로군요. 나도 회장 한번 해봐봐. ㅎㅎ
decimare
2007년 3월 23일 at 4:04 오후
질문….있습니다.
부여고는… 에덴 공원 근처에 있던데….?
butcher
2007년 3월 24일 at 2:45 오전
흠흠…
저보단 몇년 선배님들 이신데…
저희 동기도 그렇게 동기회 파티를 한번 하자고 안건이 올라온 적이 있었는데..
부산여고는 아는 얼굴들이 많다고 꺼리더군요 ^^^^^
ss 여고도 안된다고 그러고…..
그래서…파티는 생각도 안 하기로 했는데..
과감한 파티…. 정말 리사님이십니다 ^^^^
쬐금 위에…
카타 선배님이 한마디 하셨네요 ^^^^^
저도 뺑뺑이 세대인데. ^^^^
핑크로즈
2007년 3월 24일 at 3:37 오전
애궁~
미팅이 아니라 ….
동창회 모임 인거 가터여..
회장님?~~ㅎㅎ
Lisa♡
2007년 3월 24일 at 3:40 오전
은우님.
실실..웃음이 나와요?
더 나오게 해야하는데—
재밌다시니 빨리 3탄 올려야 하겠군요.
봄비에 대한 단상을 올리려했는데
마..다 까먹었네여~~
Lisa♡
2007년 3월 24일 at 3:40 오전
카티님.
뺑뺑이도 경고는 경고닷~~~
Lisa♡
2007년 3월 24일 at 3:41 오전
오드리님.
회장하지마셩~~
회장하면 미팅 주선도 해야하고
그냥 회장 잘 만나는게 더 나아요.
Lisa♡
2007년 3월 24일 at 3:42 오전
마레님.
맞습니다.
에덴공원 근처에 있는 학교 맞아요.
대 부산여고….ㅋㅋ
거기 올라가는데 종아리가 좀 배깁니다.
왜그렇게 옛날 학교에는 경사가 심한지.
여고생들 종아리가 성할 날이 없었지요.
decimare
2007년 3월 24일 at 3:44 오전
그렇다면… 경남고도 그 곳에 있나요?
에덴공원 근처에…?
Lisa♡
2007년 3월 24일 at 3:44 오전
butcher님.
혹시 소문 들으셨군요.
저–덕분에 엄청 유명해졌습니다.
내 친구가 한 번은 자기 남편학교는
근처의 여자학교랑 조인트 미팅 망년회했는데
재미있었다더러면서 여자 회장이 어쩌구..하는
거예요.
그래서 다 듣고 있다가 그게 바로 나라고 했더니
뒤로 자빠지려고 하더라구요.ㅎㅎ
Lisa♡
2007년 3월 24일 at 3:45 오전
마레님.
아이 깜딱이야—
경남고는 대신동에 있어요.
구덕수원지라고..구덕공원 근처이지요.
그래도 예전에 같은 동네네 있었다고
선배때부터 공연히 같은 커플(?)학교로 친답니다.
부럽지요?
Lisa♡
2007년 3월 24일 at 3:46 오전
핑키님.
맞아요.
동창회를 빙자한 조인트 망년회를
미팅 형식으로 해본 거지요.
3편 올려야겠군요.
decimare
2007년 3월 24일 at 3:49 오전
연속극 늘리듯이…5편까지 하시죠.
예전에 같은 동네라면….
에덴공원? 구덕공원?
(궁금한 마레 올림)
decimare
2007년 3월 24일 at 3:50 오전
아~!
에덴동산에서… 함께 살다가…
쫓겨난… 그 이야기인가요? ㅎㅎㅎ
Lisa♡
2007년 3월 24일 at 4:13 오전
마레님.
아이 또 깜딱이야…
에덴과 대신동은 떨어져 있지만
예전에 부산여고가 대신동에 자리잡고 이웃해
있었거든요~~그 때부터 등하교 길에 눈을 맞춘 선배들이 많은 기라…
그래서인지 왠지 은근히 같은 구역이라는 한식구같은
기분이 있어요.
전통이라는게 있잖아요..그런 뉘앙스입니다.
궁금한 건 확실하게 풀어 버리는 마레님.
공부 잘 했단 소리 듣고 싶은게로군요~~
화창
2007년 3월 24일 at 5:15 오전
살다보면…..
이런 이벤트가 삶의 활력을 주지요!
얼마나 재미있습니까~~~~~!
그리고 이런 것은 주선하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흥행이 되기도 하고 썰렁하게 되기도 하지요!
아니 재기발랄 리사님이니까 가능했겠지요!
근데…..2차까지는…..회장님이 빠지면 안되는데….?
청풍명월
2007년 3월 24일 at 9:20 오전
재미있는 시간이네요.
황남식
2007년 3월 27일 at 8:43 오전
우악스럽게 당기더니…가냘픈척하며..불루스를 추는..ㅎ
Lisa♡
2007년 3월 27일 at 9:18 오전
화창님.
재기발랄…ㅎㅎ
기분좋은 단어의 집합이군요.
저렁 어울리지요?
Lisa♡
2007년 3월 27일 at 9:18 오전
청풍명월님.
감사감사합니다.
재미있기가 쉽지만은
않으니까요.
Lisa♡
2007년 3월 27일 at 9:19 오전
남식님.
우헤헤헤..
저 사실 하나도 가냘프지 않다보니
어쩌다 그렇게 폼만 잡아도 웃기는거죠.
좀 갸날퍼 봐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