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가까운 시간의 비오는 상젤리제.
뽕네프와 오르세미술관과 단연 압권인 권위적이고 화려한,
오로지 혼자 존재하던 밤의 에펠을 둘러본 후
추위에 약한 둘째는 허니문팀과 함께 서둘러 떠밀듯 호텔로 보내고
한 대의 택시로 적절한 숫자 4 명이 남아 기어코 ~오♬ 샹젤리제~로 갔다.
경훈, 신정, 나, 그리고 연하의 마스코트 K.
taxi~~~~~~
"샤앙줼리줴-쓀부 뿔레~"
가이드북에서 외운 불어로 부드럽게 혀를 굴리는 K.
그러나그러나 띠용~하는 표정의 기사님.
뜨악한 생뚱맞음에 언어적으로 약간의 기가 죽은 K가볼륨낮춘 음성으로
"상- 젤- 리- 제"
뒤로 갈수록 작아지는 목소리.
뒷좌석에 앉아있던 우리 셋은 못참고 ‘키득키득’ 표정의 변화에 넘어갔따..
허니문과 또 다른 남성의 우비를 강탈해서 입은 우리.
자정의 샹젤리제에는 아무도 우비를 입지 않았고 작은
우산을 썼거나 그냥 비를 맞거나 아님 이른 귀가로
우리 넷은 보기에도 철저한 이방인 그 자체였다.
아니…이방인표를, 티를 팍팍~~내고만다.
위의 사진 우비 삼남매.
거리 중간의 횡단보도를 건너다 말고 기어코 그가 압권연출이라며
사진기를 딥따 들이대고 만다.
마음에 쏙 드는 내 생의 아름다운 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키를 보니 또진깨진이다.
영원히 잊지못할 파리에서의 순간이다.
후케(Fouquet’s).
어디가서 따끈한 우동국물이라도 먹고 싶다는 K를 끌고 후케레스토랑으로 갔다.
시몬느 드 보봐르와 사르트르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하고 싸르코지 대통령이
당선 다음 날 후케에서 당선 축하연을 할 정도로 유서깊고 이름 난 식당이다.
어느 친구가 커피 한 잔 하러가서 앉았는데 어디서 많이 본 후광이 뻗치는
남성이 보디가드를 끌고 들어와 샴페인을 주문하더니 거기있는 모든 손님에게
건배를 제의했다는데 낯이 익어 자세히 보니 클린턴였단다.
벽에는 다녀간 세계적인 유명인사의 사진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소피 마르소, 이자벨 아자니..등 배우, 테니스선수, 세계적인 작가들하며 화려했다.
찢어진 비닐우비에 헝클어진 머리와 화장기없는 비맞은 얼굴에 어디 차림새하고는
야간비행, 불량가족모습이다.
제지를 당할까봐 얼른 우의를 벗고 자세를 가다듬는데 어느새 딸이 들어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진입하고 있었다.
내 본 중에 유일하게 영어가 일상적으로 통하는 식당이다.
후케의 실내전경이다.
격조있는 로맨틱 컨셉이다.
그렇게 잘난 척하지도, 권위적이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느낌을 주는 곳이지만
나도 모르게 안정감에 취하게 되고 메뉴의 모든 것이 누구나의 미각에
적절하게 들어 맞는 우아한 장소였다.
여기저기 성장한 멋쟁이들이 조용히 담소를 나누며 특이한 우리 일행을
마치 투명인간보듯 알듯말듯한 시선으로 스쳐지나갔다.
본래 타인에게 관심없기로 유명한 프랑스인 아니던가.
문화의 편안함을 몸저리게 느꼈다.
남의 사생활에 관심 많은 우리나라 수다쟁이 아줌마들 유학보내?
창가의 자리는 이미 만원이라 구석으로 깨갱~~
다질링을 주문한 신정.
특히 맛있던 나폴레옹 케익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운 경훈.
주문 전….DB졌다.
"익스큐즈미~~" (K) 아무도 안왔다.
"무슈" (나) 역시 아무도 못들은 듯.
"바크똥" (K) 노코멘트.
"쏘리~~" (나) 묵묵.
누나..잠깐 내가 해볼깨–마지막으로 이 씨….안오기만 해부아…쒸파…
"익스큐즈 무아~~~~~~"
쓰러지는 우리 일행, 뒤집어지며 웃다가 울고마는 신정…배꼽 그 날 여러 번 빠졌다.
나비넥타이 드디어 우리 곁으로.
다질링, 자몽과 오렌지 섞인 생과일쥬스는 얼라들 꺼.
나와 마스코트는 잭 콕과 드라이 마티니.
나폴레옹케익과 티라미수랑 딸기무스에 쵸코렛케익.
그리고는 술맛이 이렇게 술술 조은고야?..하며 계속 술을 주문.
분위기는 그렇게 술술~파리의 밤은 비와 함께 부드럽게 농익어 갔다.
시간은 왜 우리 곁에 멈추지 않는거지?
금마들 참 잘났다.
엄마가 누군지….뿌듯하다.
k의 한마디한마디에 우리는 DB졌다가 바로 앉았다가 짜빠졌다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새벽 2시쯤 택시를 타고 오를리 공항쪽의 M호텔로 가자고 하니 선뜻 알아듣는 기사.
한참을 달려 6만원가량의 택시비가 나올 쯤 도착한 M 호텔은 이름만 같지 다른
호텔이었다…먼저 내린 경훈이가 선뜻 아니라고 다시 택시를 붙잡았다.
그 기사는 영어를 잘 알아들었다…다행이도.
빙신 네비게이션도 있뜨만…근처에 같은 이름의 호텔을 찾고 내리는데 불어를 다시
쓴다고 K가 "샬리~~(쏘리를 굴린 발음으로)"
ㅋㅋㅋ….끝까지 웃기던 그가 호텔문 앞에서 큰일났단다.
자기 방번호를 모른단다.
몇 층인지도 모르겠단다.
로비에서 새벽 3시에 초인종…땡땡땡….불어만하는 직원과 컴퓨터를 겨우 찾아서
Kim이라는 글자 한자만으로 찾자니 죽을 맛…겨우 찾았다.
아니..그냥 내 침대 외로움에 떨고 있다고 그렇게 얘기했건만 경훈이가 어찌나
안된다고 쌍심지를 켜는지 둘 다 아쉬움에 포기했찌…만.
달콤, 쌉싸름 그리고 황당하고 쫍쪼름하게 번지던 웃음이 함께한 그 밤.
언제 다시 올 행운일지 모르지만 정말정말 사랑스러운 비오는 파리의 밤이었다.
님프
2007년 7월 13일 at 1:50 오전
리사님이 행복할 수 밖에 없던 밤의 이유..
여행중
파리
샹젤리제거리
비
이쁜아이들
k라는사람
커피
케잌
..
등등
이런데 행복하지 않음 나쁜사람.. 나열하는거 저도 배웠지요? ㅎㅎ
Hansa
2007년 7월 13일 at 2:01 오전
딸은 엄마닮고 아들은 아버지를 닮았나 봅니다.
아이들이 이쁘고 잘 생겼습니다.
아들이 아주 미남이군요.
머스마 쌍거플 없는 눈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봉천댁
2007년 7월 13일 at 2:45 오전
오우~
완벽해 완벽해~
절대적 행복 앞에..
불타던 질투도 꼬릴 감추네 그랴.. ^^
오현기
2007년 7월 13일 at 3:40 오전
자녀들이 정말 잘생겼군요. 특히 아드님은 영화배우 뺨때리게 잘생겼네요.
샹젤리제.. 이름이 럭셔리해서 거리까지 력셔리한지, 거리가 력셔리 해서 이름을 럭셔리하게 붙였는지 모르지만 참 부티나는 이름이죠.
샹젤리제를 12월 초순경에 가봤는데, 크리스마스트리로 범벅되어서 정신없이 걸어다녔습니다. 한겨울에 땀 삐질삐질 나도록…
래퍼
2007년 7월 13일 at 5:47 오전
아니~?
외로움에 떨고있는 엄마의 침대를 놔뚜고..
와 경훈이가 쌍심지를 켜는데요..
리싸랑 신정이가 한팀..
경훈이랑 매력남 K가 한팀하몬 될끼구마능..ㅋ ㅋ
한밤중 횡단보도 위의 우비팻션은..안뇽 프란체스카 모드..
격조있는 로맨틱 컨셉의 후케.. 참 멋지네요..ㅎㅎ
ariel
2007년 7월 13일 at 8:06 오전
아이들 예뻐요~~ 의젓하고..^^
읽기만 해도 즐거우니 얼마나
재미있게 지내셨어요..^^
나는 이제 리사님 여행가는 것만
기다리면 되네요.. 나는 여름에
더워서 집을 못 나서는데.. 그냥
aircon 키고..zzz
cecilia
2007년 7월 13일 at 8:41 오전
리사님 체력이 대단하신 것같아요.
그날 몽마르뜨 언덕도 거뜬히 올라가시고 ㅎㅎ
멀리 계시니까 샹젤리제가 멋 있어 보이는 것이지.
밤에 거기 불량배들 많은데 안전히 돌아가셔서
다행입니다.
광혀니꺼
2007년 7월 13일 at 3:37 오후
맞아여~
금마들 누군지…
엄마가 누군지…
ㅋㅋ
ㅎㅎ
우리 둘째 거품 무는걸보니
아마 비가 오겠지요~
올만에 컴좀 차분히 볼라카는데
둘째가 안방에서 부르네여~
동서남북
2007년 7월 13일 at 11:24 오후
맞아여~
금마들 누군지…
엄마가 누군지…
ㅋㅋ
ㅎㅎ
화창
2007년 7월 14일 at 1:06 오전
나이먹어서 유럽여행 갈 사람들………..
한살이라도 젊어서 가세요!
비록 호텔을 잘 못 찾더라도…………
마음대로 돌아다녀보려면…체력이 뒷받침해야하니까………..
Lisa♡
2007년 7월 14일 at 7:18 오전
님프님.
나열하다보니 저조차 행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보이는군요.
맞습니다.
그 모든 것이 행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지요.
저는 지금 부산입니다.
태풍탓으로 비바람이 거셉니다.
차를 갖고 오려다가 KTX타고 왔더니
5명의 식구라 다니는데 불편하군요.
Lisa♡
2007년 7월 14일 at 7:21 오전
ㅎㅎㅎ.
한사님.
그 머스마 쌍가풀있는데..이상하게 없게 보이는군요.
둘째가 쌍가풀이 없긴 하지요.
저도 쌍가풀 없는 눈을 좋아합니다만…
애들 칭찬 감사합니다.
Lisa♡
2007년 7월 14일 at 7:22 오전
봉천댁.
오우 완벽?
으흐흐흐…
부끄~부끄~~
내가 봐도 완벽~~
절대지존의 잘난 척!!!
내가 봐도 졌따.
Lisa♡
2007년 7월 14일 at 7:23 오전
오현기님.
저도 오래 전에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샹젤리제를
갔었거든요…정말 화려하더군요.
크리스마스 트리하면 주로 상젤리제가 생각나잖아요.
현기님.
언젠가 크리스마스에 다시 가보고 싶어요.
Lisa♡
2007년 7월 14일 at 7:25 오전
아이…래퍼님.
재미없게 그렇게 배분을?
여자가 여자끼리요?후후..
말이라도 재미있게 해야지요.
성인남여가 한 방에 잇는데
…..음탕한 웃음…으흐흐흐~~
래퍼님.
구분이 확실합니다.
Lisa♡
2007년 7월 14일 at 7:26 오전
아리엘님.
저 부산입니다.
광안리 해수욕장.
칠성횟집이라는 곳에서
배가 터질만큼 세꼬시를
많이 먹었더니 졸립네요.
앞으로 여행을 갈 때는 아리엘님께
미리 사전에 연락하고 갈께요.
에어콘 켜 놓으시라구요.
Lisa♡
2007년 7월 14일 at 7:28 오전
세실리아님.
불량배요?
음마…무쪄.
그러나 K군이 있었잖아요.
키 178의 대한민국 사나휘.
몽마르뜨 정도야..껌씹기지요.
상젤리제가 그렇단 말이지요?
앞으로는 조심조심.
Lisa♡
2007년 7월 14일 at 7:29 오전
광혀니꺼님.
거품무는 둘 째…ㅋㅋㅋ
앞으로 어딜가려면 그 집으로
전화할께요.
둘째등살에 시달리는 엄마..후후.
아니 늦둥이엄마..또 축하합니다.
Lisa♡
2007년 7월 14일 at 7:29 오전
동서남북님.
접니다.
바로 저라구요.
알았죠?
Lisa♡
2007년 7월 14일 at 7:30 오전
화창님.
제가 항상 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가
여행은 젊어서 기운있을 때 가라.
뭐든 다 그렇겠지만 여행은 더욱 그렇지요?
발로 뛰고 걸으면서 봐야하고 더 체력받쳐주면
야밤에도 나가야하니까요.
화창님.
근데 아직 괜찮은 나이아닌가요?
호수
2007년 7월 14일 at 1:11 오후
어찌 이리도
실감나게 표현을 잘 하는지
현장감이 그대로 전해지네요
비오는 이야기는 비를 맞고
택시를 타면 같이 타고
커피를 마시면 같이 마시고
그렇게 샹제리제 거리를 누비는 기분입니다.
다음에 파리를 찾으면
온통 리사네 이야기만 떠오를듯
구경 재미났습니다 ㅎㅎ
블랙맨
2007년 7월 14일 at 2:37 오후
그 유명한 개선문이군요
구경 잘 했습니다
Lisa 님이 viable 이란 단어에 딱입니다..
활력이 넘칩니다
댓글도 어쩜 한 마디도 쉴 틈이 없으십니다
Viva Lisa !
★白帆
2007년 7월 15일 at 2:43 오전
하나님이 짝지워준 가정이로다~ 엄청난 분복을 타고 났도다!
* A little spark of accomplishment can ignite great endeavors.
성취의 작은 불꽃이 위대한 노력을 점화시킬 수 있다.
024
2007년 7월 15일 at 3:39 오전
한창 제가 무역을 하던 시절에 저 사진의 방향으로 보아 오른쪽의
바로 뒤편 호텔에서 자주 묵었었는데…기억이 새롭네요 ㅎㅎ
프랑스에서 영어하기 정말 어렵지요. 하는 이도 드물고…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들 합니다만 문화란 금세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서… 아이들하고 있는 이야긴지 연인하고 있는 이야긴지
온통 햇갈릴 만큼 재미가 있었습니다. ㅎㅎ
김현수
2007년 7월 15일 at 3:51 오전
유럽을 싹쓸이 하셨군 !
내가 보기엔 아들이 미남이지만, 딸이 더 이쁜데요.
공주 같은 딸아이 입양하고 싶은 생각이 살짝 듭니다.
Lisa♡
2007년 7월 17일 at 2:01 오전
호수님.
실감난다구요?
같이 커피를 마시고 같이
비를 맞고, 같이 샹젤리제를 누빈 기분.
저도 갑자기 그랬다는 기분이 들어요.
호스님.
저는 지금 부산입니다.
이제 광안리로 가서 점심먹고
서울로 출발하려구요.
Lisa♡
2007년 7월 17일 at 2:03 오전
블랙맨님.
안녕!
여기는 부산!
활기차고
활력넘치고
항상 실행으로 옮겨 버리는
내 스타일을..눈치채셨군요.
제가 본래 저지르고 보는 스탈이라서요~~
후후…
비바~~~
Lisa♡
2007년 7월 17일 at 2:05 오전
백범님.
한참을 분복이 무언지를 생각합니다.
공연히 우쭐해지면서 뭔가 좋은 길조가
든 것 같은 생각이라서요.
감사하구요.
이 복 이대로 이어나가야 할터인데…
믿습니다.^^*
Lisa♡
2007년 7월 17일 at 2:06 오전
024님.
제게는 모든 사람, 그리고 내 아이들이 다 연인이지요.
저 뒤에 있는 호텔이라면 엄청 비싼 곳일텐데요~~
저런 거리에서 한 번 자봤으면 좋겠습니다.
밤새 아예 호텔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고파서요.
Lisa♡
2007년 7월 17일 at 2:07 오전
현수님.
협상 들어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