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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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13600 여 개(사람이 사는 섬만)에 이르는 수많은 섬들 중에 바탐을 갔다왔다.

가는 날부터 일정이 바뀌질 않나, 비행기편이 바뀌질 않나 꾸리한 여행의 시작이었다.

추석연휴동안 60 만 명이 인천공항을 빠져 나갔다고 하니 내 비행기가 바뀔만도 했다.

여행사를 통해 미리 예약을 했건만 정작 내가 가고파하던 여행지는(서안) 대기로 만족해야했다.

하는 수없이 선택한 싱가폴과 조호바루와 바탐이 목적지였다.

나는 발리도 안 가봤고 괌도 안 가봤지만 바탐은 정말 후졌다.

더 후진 곳은 말도 하기싫은 조호바루(말레지아)였다.

거길 왜 가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는 시간낭비인 장소였다.

인도네시아는 일인당 국민소득이 2300불 밖에 안되는 나라이다 보니

여러가지로 불편하고 문젯점이 많았지만 작년만해도 행복지수가 세계 일 위였다고 한다.

자카르타에 비하면 아주 시골인 바탐은 우리나라의 60년대와 비슷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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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자고 다음 날 빗소리에 깨고보니 비바람이 몰아치고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쓰나미가 갑자기 떠오르며 무서워졌다.

이러다가 배가 안 뜨는 건 아닌지…아이들 생각도 나면서 공포가 밀려왔다.

다행한 건 새벽과 아침에 쏟아지던 비는 10시 경에 그쳤다.

싱가폴에서 스콜을 만나고 바탐에서는 우기의 확실한 비를 보았다고 여행의 의미를 위로했다.

가끔 누군가가 생각이 났지만 뭔가 한가지 생각을 5분 이상 한다는 건 어려웠다.

TV에서는 미얀마의 사태가 헤드라인으로 늘 방송되었다.

GNP가 170 달러라는 소리에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바탐이나 캄보디아, 인도를 보면서도 부분적으로나마 괴로웠는데 미얀마에 살던 내 친구는

사는내내 어떤 마음이었을까?

내가 지나치게 편안하게 살면서도 더 많은 걸 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부끄러워졌지만

그 생각조차 5분을 못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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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탐서 본 인도네시아의 여자들은 참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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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탐서 느낀건데 발리도 상업적일 거라는 생각과 아직은 사람들이 덜 찾는

롬복(Lombok)이나 팔라우가 적당히 기분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남편과 떠난 이번 여행은 재미라고는 없었다.

일행들은 모두 남편과 동일한 성격이었고 그나마 아이들이 서너 명 있어서 다행이었다.

여행내내 남편의 목소리는 사람들과 어울리질 못했으며 나랑 둘이만 있을 때만 들렸다.

결혼 후 둘이서 여행을 하긴 첨인데 재미도 없고 문제도 많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욕실을 쓰고나오면 거의 물폭탄이 투하된 상황이었으며 참을성없이 맥주를 좋아했다.

내가 준비할 동안 TV를 보고있다가 나가자고 하면 그 때야 옷을 갈아 입었다.

팁에 인색하기까지 했으며 먹을 게 없는 아침의 호텔식당에서도 참 잘 먹고는했다.

의심이 많고 불평이 잦았으며 내게는 지나치게 착하기까지해서 마음에 쫌 안든다.

남편은 옷을 자주 갈아입는다.

나갈 때, 들어와서, 밥 먹으러 갈 때…늘 다른 옷을 입는다.

몇 개 안 되는 옷을 활용을 잘 한다고 스스로 여기며 내 경우엔 많은 옷을 사두고 입지 않는다고 낭비란다.

사실 나는 옷은 무지 많은데 입는 옷은 한정적이고 한 벌로 일주일을 내리 입을 때가 많다.

이유는 귀찮아서이다.

내가 더 문제를 많이 갖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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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탐 시내의 하늘.

부동산 광풍이 일고 있는 듯..

곳곳에 엉성해보이는 집을 많이 짓고 있었으며 땅은 파헤쳐져 있었다.

5000만원 이하의 집은 외국인이 살 수 없단다.

새로 투자를 하는 쪽은 외국인들이었고 바탐인들과 50 :50으로 많이 한단다.

싱가폴이 가깝고 부자나라이니 싱가폴인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바탐은 시장이 제일 높은 관리인데 인도네시아는 각 섬마다 관리가 힘들지 않나싶다.

수질도 형편없었고 어디든 정부차원의 관리가 필요해보였다.

식당들에서 마구 쏟아져 나오는 오염된 물들하며 생활오수가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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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더러워도 고기는 많았다.

그물을 치는 젊은 남자의 모습에서 숭고함마저 느껴지는 오후다.

나는 바탐같은 곳에서 살 수 있을까?

살면 사는 거지만 이미 속물이 되어버린 나는 견디기 힘들 거다.

바탐의 아이들도 관광객들 덕에 많이도 속물이 되어간다.

그 관광객의 대부분인 한국인들.

관광객들은 선심쓰듯 과자를 사서는 연습된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다.

사진을 찍을 때는 엄지 손가락을 쳐들며 "뜨리 맛가쉬~" 하며 소리지른다.

거짓웃음을 활짝 지으며..아니 거짓이 아닐 수도 있다.

과자를 애써 얻은 아이들은 동네에 있는 철창에 갇힌 원숭이에게 과자를 준다.

그 원숭이는 바나나를 싫어한다.

오직 과자만을 원한다.

원숭이도 속물스럽게 바뀌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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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나해로 지는 태양.

우연히 잡게 된 일몰이다.

내일은 또 다른 태양이 떠오르겠지.

나 또한 내일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겠지.

그러고 싶다. (You Want to) Make A Memory – Bon Jovi

26 Comments

  1. Beacon

    2007년 9월 26일 at 2:08 오후

    일몰사진 멋지네요.. 노란 테두리도 이뿌고..
    나도 노란테두리 함 써봐야겠당.. ㅎㅎ

    별 재미없었던 모양입니다.. 명절에 자유로울 수 있는 것도 복인데..   

  2. 모기

    2007년 9월 26일 at 2:25 오후

    후후후
    너무 기대 되는걸요? 이번 여행 후기…
    꾸리한 일정속에서도 분명히 리사님이라면 좋은 추억들 많이 만들어 오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기대해도 되겠죠??
    일몰사진 너무 좋은데요…

    무사귀환을 환영합니다. ^^   

  3. 오공

    2007년 9월 26일 at 2:26 오후

    네이~
    바탐 갈 돈으로
    딴 곳을 알아 보겠습니다.   

  4. Lisa♡

    2007년 9월 26일 at 2:41 오후

    비컨님.

    노란 테두리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쓰는 건데
    한 번 써봤거든요.
    다아….누구누구덕분입니다.
    음………..타임지 거는 빨간 색입니다.
    한 번 써봐요.   

  5. Lisa♡

    2007년 9월 26일 at 2:46 오후

    모기님.

    그러잖아도 재미를 창출해 내느라 고심하던 여행.
    어찌나 재미가 실종되었던지..내내 잠만 왔다는 거.
    볼 것도 없고 재미도 없고 이야기할 상대도 없고
    돈이 아까워서리~~흑흑…추석 때는 배로 비싼데 말이예요.
    이제 다시 다시는 추석 때 안 가고픈…그러나 또 가고말
    그런 여행/나의 실수로 좋지않은 장소를 선택한 거!!!
    여태껏 이런 실수는 첨…..ㅋㅋ   

  6. Lisa♡

    2007년 9월 26일 at 2:47 오후

    오공님.

    바탐이나 조호루바인지 조호바루인지 거기는 오우~~No…
    바탐은 베트남이나 인도나 캄보디아에 안 가본 사람은
    가봐도 그 특이함이 살아있을 수도 있어요.
    길만 봐도 이국적일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이국적이라는 느낌을 가지는 게 여행이잖아요.   

  7. 데레사

    2007년 9월 26일 at 2:48 오후

    그래도 안 가면 언제가는 한번은 가보고 싶어지거든요.
    잘 다녀왔어요.

    더러는 볼것 없는곳도 보고 와야
    쓸데없는 곳은 안가야지 하는 생각도 생기고…..

    저역시 왜 왔을까 하는 여행지를 더러 더러 갔었거든요.   

  8. Lisa♡

    2007년 9월 26일 at 3:58 오후

    데레사님.

    진짜 그 생각을 했습니다.
    안 가면 언젠가는 가보고 싶어질 것 같아서
    반드시 남이 뭐라해도 가봤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위로를 했거든요.
    미리 와본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더 좋은 바닷가를 갔다가 왔다면 더 후회했을 거 같아서요.
    데레사님.
    맞는 말씀 많은 위로가 됩니다.   

  9. 오드리

    2007년 9월 26일 at 4:13 오후

    추석때 데리고 나가준것만도 어디여? ㅎㅎ    

  10. Lisa♡

    2007년 9월 26일 at 4:51 오후

    오드리님.

    데리고 나가다니요.
    누가 누구를 요?
    ㅎㅎ….저는 절대로 그런 의견에 동조못함.
    하지만 추석에 제사를 이야기하지 않은 고마움은
    있지요~~~
    고맙지요…언제나…얼마나 착한데요.
    그 착함이 전 싫어요.
    복을 찬다구요?
    맞아요……괜히 복에 받쳐서리….   

  11. Elliot

    2007년 9월 26일 at 6:46 오후

    리사님 재미없고 지지리 착하기만한 남편 델꼬 꾸리한 여행 댕겨오니라 수고가 엄청 많았쑴다.^^

    자~ 이자 맘에 드시남? ㅋㅋ

       

  12. 오드리

    2007년 9월 26일 at 8:50 오후

    앗, 나의 실수. 모시고. ㅎㅎㅎ   

  13. Lisa♡

    2007년 9월 26일 at 10:47 오후

    엘리오뜨님.

    인자 마음에 듭니다라고 하면
    나보고 나쁜 년이라고 할거죠?
    후후후…
    남편과 여행가면 아직은 재미없음이 확실합니다.
    활기차지도 않고 그렇다고 눈으로 즐기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게다가 무조건 나에게 뭐든 기대는 느낌이 들어서.
    그게 싫어요.
    내가 그렇게 듬직한건지….one~~
       

  14. Lisa♡

    2007년 9월 26일 at 10:48 오후

    오드리님.

    당연 모시고 …
    정말 모시는 기분이 들어요.
    나는 아이 돌보는 기분이 들구요.
    아들 하나 더 키우는 기분.
    언제나~~   

  15. Elliot

    2007년 9월 27일 at 12:07 오전

    다 알고 이해합니다. 네쌍둥이 키우시느라 노고가 아주 많다는 걸…..
    또 네째가 젤 맘에 안든다는 것도…..
    어쩔꺼나? 어줍은 재롱이나마 부디 어여삐 여기시와요.
    혹시 리사님 ‘연상으 여인’ 아니신감?

       

  16. Lisa♡

    2007년 9월 27일 at 12:21 오전

    10 개월 연상.
    ㅋㅋㅋ…….
    내 그렇게 생각하시줄 알았다니까.

    하지만
    고집은 어찌나 쎈지.
    느림보에다가 꺼떡하면 어디가 어찌나 아픈지.
    더우면 덥다(누군 안 덥나?) 추우면 춥다…에구..
    짜증나.
    하지만 어찌나 착한지 참아야만 해요.
    착한게 능사는 아니란 거 아시죠?
    착해 빠져가지고 걱정입니다…걱정!!
    다시 결혼하면 억쑤로 약은 사람하고 할 거예요.
    뎁따 못 때고 뎁따 빠릿빠릿한 인간하고..
    그러면 나보고 느리다고 난리겠죠?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이 없다구요?
    실은 지금이 권태기의 절정이거든요.
    말없는 남자랑 사는 거 고역입니다.
    거기다 착하기까지, 거기다 느리기까지
    거기다 뭐든 잘 먹기까지…
    후후후….복에 받쳤지요?
    울시어머님이 딸 하나 아들 하나두셨는데
    둘 다 아주 소심하고 편하게 키워서 맘에 안 들어요.
    애 들은 잡초처럼 키워야 하는데.
    그래서 난 애들을 자유방임주의로 키우지요.
    억쑤로 사랑스럽긴 하지만 뭐든 자기 힘으로 하게 한답니다.
    잘난 척~~ㅋㅋ
       

  17. shane

    2007년 9월 27일 at 1:46 오전

    ㅎㅎㅎ 바탐해변의 방갈로 그리고 수영 장 너무좋턴데요…날씨가 안좋아서그럿겟네요
    다음엔 남태평양 타이티로 가시조 그코발트빛 바다그리고하늘 그리고 물위의 방갈로….서방님의 성격을 더욱 사랑하시게 될겁이다….ㅎㅎ   

  18. Lisa♡

    2007년 9월 27일 at 2:25 오전

    쉐인님.

    쉐인님은 좀 좋은데로 가셨을 겁니다.
    우리는 마구잡이로 싸게 하는 여행사 측의 횡포로
    연휴 돈은 돈대로 내면서 후진데로 간 거 같아요.
    한국 여행사 상품이 그렇지요…뭐~~ㅎㅎ
    타이티로 가고픈 건 척하면 삼척이지만 서방님의
    회사사정이 이렇게 긴 휴가는 첨입니다.
    것두 일정이 미리 나온 경우는 첨입니다.
    그래서 좋은데로 못가는 격이지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가는 여행이지요.
    저야..몰디브나 타이히나 하와이로 가고프지요.
    저는 없는 돈이라도 일단은 좋은데로 가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울 서방님이 저를 무서워하지만요.
    돈쓰는 걸 보면 정말 내가 무섭대요.   

  19. shane

    2007년 9월 28일 at 1:08 오전

    ㅎㅎㅎ 그래서 자유의 여신상은 여자이고 하나님은 남자지요 여자는즐기기만 하면되고
    남자는책임을 몽땅 저야하니…리사님은 행복한 공주님이네요. 다음엔 강릉 오죽헌을 방문하시지요…..   

  20. Lisa♡

    2007년 9월 28일 at 10:29 오전

    아하…거기는 일찌감치 갔다왔는데

    저 거기가도 배울 거 없습니다.

    워낙 남편한테 잘 하니까요^^*

    거짓말하니 코가 길어지는 중입니다~~   

  21. 호수

    2007년 9월 28일 at 11:03 오전

    바탐이야기보다 더 재미나는
    리사님
    남편이야기
    나는 왜 이런지 몰라~~ㅎㅎ
       

  22. Lisa♡

    2007년 9월 28일 at 3:05 오후

    후후후…

    다 솔직함이지요~   

  23. 천왕

    2007년 9월 28일 at 11:52 오후

    지구는 리사님 발자국 때문에 몸살입니다….

    저,,저기 바탐까지 리사표를 찍어놨으니요….
    좋은 시간을 가지셨어요…..   

  24. Lisa♡

    2007년 9월 29일 at 2:11 오전

    천왕님.

    나 나쁘죠?
    사방에 발자국을…ㅋㅋ
    몸살을 시키고….ㅋㅋ

    추석 잘 보내셨죠?   

  25. 동서남북

    2007년 10월 8일 at 8:43 오전

    부럽습니다, 인니에 11년 사는 저도 아직 쩐이 없어 바탐은 구경도 못해봤네요.
    싱가푸라는 한 100번쯤 다녀왔는데…

    후진게 인도네시아의 매력이라고 누군가가 그러던데요.
       

  26. Lisa♡

    2007년 10월 8일 at 9:07 오전

    동서님.

    그런가요?
    자카르타 이야기 나올 때마다
    동서님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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