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쓸쓸함의 끝은 어디인가?(1)

안양에 살던 그녀가 일산으로 이사했다는 소리를 들은 게 몇 달 전이였다. 어렵사리 놀러오라는 그녀의 청을 묵살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지만 은근히 살림살이 구경도 할 겸 제법 크다고 살짝 자랑하던 아파트 평수도 관심이 갔던 건 사실이다.

그녀에게 나의 옷차림이 무슨 관심이 있을까마는 빌려 입은 까만 블랙 그라마 7부 밍크는 일산에 부는 차가운 바람을 가리기엔 충분했으며 나의 싸구려 자만심도 나름 채워주었다.

‘딩동~’

슬리퍼 끄는 소리가 나고, 가늘고 조심스러움이 베인 그녀의 목소리가

“누구세요?”

하며 이사한 집에 대한 자신감이 깃든 자세로 문을 열어준다.

물기가 완전히 사라진 건조하고 오래된 갈색의 염색이 자리한 머리칼을 부스스하게 한 그녀는 초겨울임에도 소매가 없는 여름의 얇은 셔츠를 입고 있었다. 앙상한 두 어깨는 소말리아 난민쯤으로 보기에 충분했다.

기미가 가득한 얼굴엔 여러 가지 미백효과를 위한 다양한 실험으로 인한 자국이랄까, 하여간 위험할 만치 투명해지고 얇아진 양파껍질 같은 피부에 가늘게 여러 겹의 주름이 수없이 세로 줄을 긋고 있었다.

민망하다는 표현이 어렵잖게 떠올랐다.

ㅁ(3823).jpg

아주 심플함을 추구하는 인테리어인지 집 안은 다소 비어 보였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부엌의 식탁 위에는 먹다만 구운 고등어가 스테인레스 젓가락과 함께 서둘러 놓여 있었다. 마저 먹으라고 하자 마다않고 그럴까? 하며 남은 고등어를 먹으며 자기의 영양실조 예방 겸 먹는 단백질이라고 했다.

언젠가 신촌에서 만났을 때 내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며 먹자고 하자 사양하더니 결국은 맛있게 먹는 나의 모습을 보며 침을 꾹꾹 눌러 삼키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왠지 그녀 앞의 내 모습이 비대하게 느껴지면서 슬며시 부끄러워지기도 했지만 밥도 없이 고등어를 먹고 있는 뒷모습을 보니 뭔지 모르지만 비정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온통 벽을 도배한 어느 남자배우의 사진이 학교에서 아직 오지 않은 그녀의 딸이 그 배우 팬인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어울리지않게 커다란 브로마이드는 좀 심하게 보일 정도였다.

거실 벽으로는 그녀가 다녀왔다는 세계의 도시 지도들이 흑백으로 유리액자에 장식으로 붙어있었다.

침실은 다소 어둡고 간단하게 침대와 옷장만이 제자리에 놓여있고 침침한 색의 커튼이 어울리지 않게 화려한 모양새를 한 채 걸려있었다. 나와 같은 취향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안목은 나랑 완벽하게 달라서 인테리어에 대한 칭찬을 무어라 주절거리기엔 어색하기만 했다.

어렵게 낳은 초등생인 딸의 방엔 책상과 침대가 간소하게 들어 차 있었다.

딸의 방에 있음직한 부엌에 도배된 남자배우의 사진은 액자 형식으로라도 눈에 절대로 띄지 않았다.

오래있기엔 집이 비교적 먼 거리이기도 하고, 딸아이의 과외선생님이 온다며 내심 빨리 갔으면 하는 눈치가 보여 얼른 자리를 뜨기로 결정한다.

18 Comments

  1. 광혀니꺼

    2007년 12월 8일 at 3:13 오후

    자려고 하는데
    잠이 오지 않네요.
    이러다 눈에 실핏줄 터질까봐 걱정입니다.
    소설이라고하길래
    좀 긴줄 알고…
    주욱~
    읽었더니…
    다음편 은제 나와여?
       

  2. Beacon

    2007년 12월 8일 at 3:33 오후

    잘 하셨어요..   

  3. 오드리

    2007년 12월 8일 at 7:15 오후

    어머, 시작했군요. 다음편 기다려져요.   

  4. 오공

    2007년 12월 8일 at 11:30 오후

    열심히 읽겠음.   

  5. 김현수

    2007년 12월 9일 at 12:24 오전

    잠도 안 자고 소설 쓰는 겁니까 ?

    그녀가 누군지 궁금합니다. 픽션속의 인물인지 아니면.. ?   

  6. Lisa♡

    2007년 12월 9일 at 1:25 오전

    광여사님.

    와 잠이 안오노?
    블로그에 너무 길게 올리면
    다 안 읽는 나의 경향상..ㅋㅋ
    담편이 바로 준비되어있음.
    근데 살펴 볼 시간이 읍네.   

  7. Lisa♡

    2007년 12월 9일 at 1:25 오전

    비컨님.

    뭘 잘해요?
    ^^*   

  8. Lisa♡

    2007년 12월 9일 at 1:25 오전

    오드리님.

    ㅎㅎㅎ

    배아파!!   

  9. Lisa♡

    2007년 12월 9일 at 1:25 오전

    오공님.

    자기 웃기려고 써봤음.   

  10. Lisa♡

    2007년 12월 9일 at 1:28 오전

    현수님.

    모든 소설이라고 하는 경우에 대부분 자기 주변의
    이야기나 자기가 잘 아는 걸 쓰는터라 아마도 내 생각에
    논픽션이지 싶구요….더불어 약간의 가감은 들어가야
    더 실감나겠지요?
    구태여 구분짓자면 픽션+논픽션.
    하지만 그게 뭐 중요합니까?   

  11. 천왕

    2007년 12월 9일 at 5:22 오전

    한 인물의 특징을 실오라기 뽑아내듯 ..

    한편으론 리사님의 냉정한 단칼을 봅니다…ㅎ
    기대가 되는군요..
    편안하면서도 약간은 긴장을 하며….보겠슙니다…ㅎ   

  12. Lisa♡

    2007년 12월 9일 at 5:33 오전

    천왕님.

    으흐흐흐…
    겁 납니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건지 몰라서요.
    처음에 시작은 하고 수습이 나되거든요.
    ㅋㅋ—   

  13. 아델라이데

    2007년 12월 9일 at 7:55 오전

    소설 시작하셨어요?
    와아.. 재밌겠다.
    기대됩니다.. ^^
       

  14. Lisa♡

    2007년 12월 9일 at 10:53 오전

    아델님.

    소설 시작이라기 보다는
    그냥 끄적거리면서 연습해 보는 거 예요.
    잘 봐주세요~~그냥 부족한대로..   

  15. 화창

    2007년 12월 9일 at 11:34 오전

    블로그에서 글을 너무 길게 올리면 걍 안읽고 가버리나요?

    리사님 글ㅇ은 길어도 재미있던데요?   

  16. Lisa♡

    2007년 12월 9일 at 11:51 오전

    아유….화창님.

    이쁜 말만 골라서 하시나요.
    정말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히히히…(기분 좋을 때 웃는 소리)   

  17. 고운새깔(Gose)

    2010년 4월 19일 at 11:19 오후

    길게 쓰셔도 이렇게 재밋쓰면 읽을건 다보고 가는데요
    오늘 담편도 모두보고갑니다
    논픽션이 전 좋거든요 공감이가고 머리속에 그려지니까요
    안녕히 계세요   

  18. Lisa♡

    2010년 4월 20일 at 12:03 오전

    제 친구 이야깁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