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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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출신의 사상가이자 언론인.

일찌기 사르트르가 말하길 ‘유럽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성’ 이라고 말했던

앙드레 고르.

그는 1947년에 도린을 만나 49년에 결혼했다.

아내가 거미막염이라는 불치병에 걸리자 공적인 활동을 접고 20 여년 간 간호했다.

2007년 9월22일 시골의 자택에서 아내와 동반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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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이로운 사랑은 기다림이나 그리움 같은 결핍의 운명에 함몰되지 않는다.

이 사랑은 살아 있는 모든 순간마다 생명 속에 가득차서 삶으로 발현되는

사랑이다. 그렇게 발현되는 사랑의 힘이 삶을 지탱해주고 삶을 전환시킨다.

사랑은 잠재태가 아니고, 사랑은 예비음모가 아니므로, 몸과 마음이 본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삼인칭의 타자로서 내 앞을 가로막는 ‘그’를 이인칭의 상태인

‘너’로 전환시키고, 그녀에게 다시 ‘나’를 포개서 내 안에 그와 너가 공존하면서

생활을 이끌어나가는 것이다.

아, 나는 언제 이런 사랑 한번 해보나.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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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제 막 여든두 살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요즘 들어 나는 당신과 또다시 사랑에 빠졌습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내 몸을 꼭 안아주는 당신 몸의

온기만이 채울 수 잇는 자리입니다.

밤이 되면 가끔 텅 빈 길에서, 황량한 풍경 속에서, 관을 따라 걷고있는

한 남자의실루엣을 봅니다. 내가 그 남자입니다. 관 속에 누워 떠나는 것은

당신입니다.

당신을 화장하는 곳에 나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의 재가 든 납골함을

받아들지 않을 겁니다. 캐슬린 페리어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세상은 텅 비었고, 나는 더 살지 않으려네.

그러다 나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의 숨소리를 살피고, 손으로 당신을

쓰다듬어봅시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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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Comments

  1. 김진아

    2008년 1월 8일 at 3:56 오후

    맨끝줄기에서..그만 눈물이 핑…돌고마는..

    사랑인가 봅니다..

    ….   

  2. moon뭉치

    2008년 1월 8일 at 9:59 오후

    굿 모닝….   

  3. Lisa♡

    2008년 1월 8일 at 10:57 오후

    진아님.

    나도 맨 끝 부분에서 눈물이 핑그르~
    이 책은 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옮겨 적은
    이 마지막 부분만 보면 다 본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좀 길지만 제가 옮겨 적어 놨지요.
       

  4. Lisa♡

    2008년 1월 8일 at 10:57 오후

    뭉치님.

    나도 굿모닝~~   

  5. 雨淵

    2008년 1월 9일 at 12:00 오전

    감동백배.
    책 한 권 봤다.

    사랑으로 충만한 가슴으로 한세상을 산다면 얼마나 행복한 삶이겠는지요.
       

  6. shane

    2008년 1월 9일 at 12:48 오전

    something special,spiritual love,now we have to learn not how to say love,but how to love love……   

  7. 미리

    2008년 1월 9일 at 1:35 오전

    담아갈게요,리사님..

    고맙습니다..^^
    (따뜻해요..많이찡하고요)

       

  8. 래퍼

    2008년 1월 9일 at 6:13 오전

    리사님..사랑..이지요..

    나를 울리시네..ㅠ.ㅠ;;..   

  9. 김현수

    2008년 1월 9일 at 9:26 오전

    사랑은 그 이름만으로도 아름답지요.   

  10. 데레사

    2008년 1월 9일 at 10:35 오전

    가슴이 젖어 오네요.
    사랑이 너무 아름다워 할 말이 없어요.   

  11. 아멜리에

    2008년 1월 9일 at 2:31 오후

    리사님이 이런 사랑 하고싶은건가? 아님 이런 사랑을 하고있다는건지?

    사랑읍이 사는 날 애태우게 할려고? 에효..
       

  12. Lisa♡

    2008년 1월 9일 at 2:32 오후

    우연님.

    사랑으로 충만한 세상..

    지금부터 어때요?

    고르처럼은 아니더라도

    자기나름대로 하면 되겠지요.   

  13. Lisa♡

    2008년 1월 9일 at 2:32 오후

    쉐인님.

    사랑요?
    지금부터 끊임없는 애정을 주변에~~후후   

  14. Lisa♡

    2008년 1월 9일 at 2:33 오후

    미리님.

    미리 알았으니
    이제부터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사는 겁니다.
    알았죠?   

  15. Lisa♡

    2008년 1월 9일 at 2:33 오후

    래퍼님.

    우셨어요?
    저도 조금 울었어요.
    마지막 부분에서요.   

  16. Lisa♡

    2008년 1월 9일 at 2:33 오후

    현수님.

    맞자요?   

  17. Lisa♡

    2008년 1월 9일 at 2:35 오후

    데레사님.

    가슴이 젖어오지요?
    고르는 도린을 처음만나
    사랑에 빠졌답니다.
    자기에게는 관심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만나면서
    사랑을 키워 나갔지요.
    인연…반드시 저런 인연은 있나봐요.   

  18. Lisa♡

    2008년 1월 9일 at 2:36 오후

    아멜리에님.

    저런 사랑을 하고 싶지도 않고
    저런 사랑을 하고 있지도(?) 않고
    ………….음 그래서 이렇게 글로.
    때론 신기하고 부럽기도 하고
    저럴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19. miracle

    2008년 1월 10일 at 3:20 오후

    요즘와서 확실해지는 내생각..
    이제까지는 가능하다면 차이를 두지 않으려 했왔는데
    사람들 성품이나 성격의 구성 인자가 어쩌면 그렇게 다 다를까?

    가슴이 찡하고 감동이 가득해지고…
    끝부분에서 눈물이 주루룩…^^
       

  20. Lisa♡

    2008년 1월 10일 at 11:00 오후

    미리클님.

    각양각색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부분들로 인정해야지요.

    정말 끝부분에서 눈물이 주루룩 나지요?
    뭐가 이렇게 우리를 정화시키는지…
    가슴을 찡하게 하는 것들이 바로 이런 것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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