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0일 게으름

꼼짝도 하기 싫다는 거..

난 오늘 꼼짝도 하기 싫었다.

오전내내 문자 5개에 전화는 한 통도 오지 않았다.

병원에 가야하는데 이상하게 움직이기가 싫었다.

그런 날도 있어야지.

미술관_002.jpg

냉동실을 열어봤다.

끔찍하다.

버릴 게 있나 찾아봐도 별로 버릴 것이 없다.

이건 이래서~저건 저래서~못 버린다.

그러다가 모르고 그저께 한 반찬을 오래된 것으로 착각해서

음식물 쓰레기 통에 버리고 나중에 바깥에 버린 후에 알았다.

안먹고 버리지 못해서 놔둔 것이 너무 많았다.

어째야 할지 두서가 안선다.

냉장고와 냉동실 앞에서 망연자실한 채 오전을 보냈다.

미술관_003.jpg

수납장을 열어봤다.

언제 쓸지도 모를 물건들이 가득차 있다.

그래도 튀김기랑 베개 몇 개..를 정리해서 남을 주기로 했다.

책도 서서히 정리해야한다.

정리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니 이 일을 어째야 할지.

이사가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방 하나짜리로 가면 다 버려야 하나?

난 많은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남들은 모른다.

나의 고민을~~흑흑~~

미술관_005.jpg

책을 누워서 읽자니 스르르 잠이 온다.

달콤한 수면의 맛이란…참으로 유혹적이다.

난 여지없이 눈을 감고 낮잠을 청한다.

안오던 전화가 잠이 들 무렵 오는 건 뭔지~

별 것도 아닌 부동산 투자 전화다.

야멸차게 끊자니 미안코 대꾸하자니 짜증난다.

툴툴털고 일어나 아까워하던 중고 라디오를 경비실에 갖다준다.

아저씨의 고맙다는 인사가 여엉~미안타.

일어난 김에 또 보자기 등속을 모아 논 통을 정리한다.

안 보던 잊고있던 물건들이 불쑥 튀어 나온다.

참 이상한데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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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칭 소설도 아니고 화자가 나인데

아무런 감정을 넣지않고 쓸 수 있다는 거…

머리를 마구 굴리며 어떤 글인가 읽어 내려간다.

‘감기’

놀라운 건 처음으로 디아더스 처럼 죽은 자가 말하는

글을 읽어보았다.

가끔 신선한 소재를 만나면 기분이 좋다.

가난을 소재로 한 억척같은 이야기는 이제 지겹기도 하다.

늘 공장 이야기를 쓰던 신경숙도 이제 역사소설을 쓰니까~

글을 잘 써보고파 하면서도 공부는 게으르니

바라는 것만 무지 많다.

노력은 않고 돈을 바라는 형국과 같다.

왜이리 매사에 실속이 없을까?

무기력한 하루를 보냈다.

밤이 되면서 전화 몇 통 걸려온다.

애와 남편을 안식년으로 떠나보낸 현이가 텅 빈 마음이란다.

난 어쩌라구~~

종일 잠이 온다.

지금도 잠이 온다.

잠이 오는 건 행복하게될 징조다.

12 Comments

  1. 김진아

    2008년 1월 10일 at 3:07 오후

    과거는 과거일뿐이라..생각하면서도..
    어느덧 불현듯이 일어나는 과거는 어찌 제맘대로 정리가 안될때가 있어요..

    평소엔 기억도 잘 나질 않던것이..무슨 비디오 보는거마냥..
    보이는것 처럼요 ㅎㅎ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
    전 그말이..맞는가보아요..

    졸립긴 한데..지금 잠을 잘순 없어요..
    늦게 퇴근한 남편이..홍어회와 막걸리를 세병씩이나 갖고 왔어요..
    으앙..

    리사님…
    건강하셔야 해요..

    *^^*   

  2. Lisa♡

    2008년 1월 10일 at 11:04 오후

    진아님.

    아고…
    난 바로 자버렸답니다.
    한 일도 없이 피곤한 거—

    늦게 퇴근한 남편이 홍어회와 막걸리라니..ㅋㅋ
    늦게 자꾸 먹으면 곤란한데 큰일이네요.
    남편도 요즘 자주 피곤하다면서요—–

    나는 현재까지는 아주 건강합니다.
    제 걱정은 하지마세요~~^^~~   

  3. 엘리시아

    2008년 1월 10일 at 11:57 오후

    리사님! 저 사진 속에 있는 전구는
    독일의 유명한 조명 디자이너 (이름이 생각안나네요)의 ‘천사의 날개’와 흡사한데 …
    재작년인가 한국에서 전시회를 가진걸로 알고 있거든요.
       

  4. 뽈송

    2008년 1월 11일 at 1:47 오전

    Lisa님을 보면 넘쳐나는 열정과 끼를 느낌니다.
    졸려도 글을 쓸 수 있고 바삐 다녀도 머리 속에는 쓰고 싶은
    얘기들이 넘쳐나고.그런데 하나 아쉬운 것은 잘 버려야 할텐데
    잘 버리질 못하시는군요. 버릴땐 눈을 딱 감고 버리세요.
    아니 적선 하는 마음을 거기다가 얹히면 금상첨화겠지요.
    -삐닥이가 드리는 말씀입니다-    

  5. Lisa♡

    2008년 1월 11일 at 2:42 오전

    엘리시아님.

    잉거 마우로!
    천사의 날개예요.
    맞아요…   

  6. Lisa♡

    2008년 1월 11일 at 2:45 오전

    뽈송님.

    ㅋㅋㅋ….ㅎㅎㅎ
    아이고 왜케 이리 웃음부터 나오느건지~~
    좀 웃고요..히히히히.
    맞아요/ 잘 버리지 못하는 게 저의 단점이지요.
    문제는 버리지 못하는 것보다 사 제끼는 게 더 큰 문제랍니다.
    미치겠어요..손을 자르던가.
    아예 나가질 않던가 해야지…원~~
    적선도 할 걸 해야지요/나 못살아…
    뽈송님.
    이제는 뭐든 근검 절약할께요.
    감히 뽈송님과 약속했으니 이제 지켜야지요.
    그러잖았다가는 삐닥이한테 혼나니까요.   

  7. 블랙맨

    2008년 1월 11일 at 3:15 오전

    리ㅅㅏ님
    시간 나시는대로 많이 사세요
    사 두면 나중에 다 그게 재산 되는 거고
    국가 경제에 보탬 공헌이 되는 겁니다 …
    사 모아두는 거도 아무나 못해요 ^^
    너무 털고 깔끔 떨면 복 나간데요
    수더분하게 자연스럽게 그러면서 좀 어수선하게
    전윈가 후윈가는 모르겠는데요
    좀 예술적으로 여기도 하나 저기도 하나
    나름의 독창적이구 개성적인 작품을 만드시는 것도
    아주 멋있을 거가트네요
    꼭 내 스타일하고 딱인데 …
    전 시간이 없어서 이거 저거 못 사요 ^ ^
    농담 아닙니다 …   

  8. Lisa♡

    2008년 1월 11일 at 3:21 오전

    블랙맨님.

    놀리시는 거 아니죠?
    사는 건 좋은데 놔둘 곳이 없어요.
    공해예요.
    공해라구요.
    이제 공해는 시러요.
    편하게 간소하게 살래요.
    지금 있는 걸로 죽을 때까지…
    그리고 돈도 아껴야해서요.
    애들한테 이만저만 돈이 많이 드는게 아니거든요.
    앞으로는 더 하겠지요?
    흑흑…이게 뭐하는 짓인지.
    산다는 게 고통의 연속 아닌가해요.
    하지만 즐거운 날이 더 많아요.   

  9. 래퍼

    2008년 1월 11일 at 7:10 오전

    모처럼 느긋한 게으름을 피으셨군요..

    늘 바쁘신 리사님이시니까 충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ㅎ   

  10. 블랙맨

    2008년 1월 12일 at 12:56 오전

    미안혀유 (맘씨 유한 충청도 식~~~ㅎ)
    오늘 다시 보니까
    지가 모루구 맴을 심허게 아프게 현 거가트네요
    내 딴에는 그럴 수있는 거다였는데…
    알고있으시면 된 거지요 모
    80 까지 못 고치는 사람 봤거든요..
    우짜거나
    리사님은 레스트랑같은 써비스업 하시면
    대박 터질 거가튼데 말여요
    지금 댓글 다는 식으로 고객한테 대답한다고 가정하면
    그것도 영어로 말여요
    손님이 문 밖까지 줄 설 거가트네요 ^ ^
    일기 계속 안 써요? ㅎ    

  11. Lisa♡

    2008년 1월 12일 at 1:13 오전

    래퍼님.

    모처럼의 충전 맞습니다, 마꼬요.
    느긋한 게으름이 왜이리 땡기는지…
    히히…   

  12. Lisa♡

    2008년 1월 12일 at 1:15 오전

    블랙맨님.
    절더러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 많은데
    사실은 제가 그것도 하나 제대로 못하는
    맹충이랍니다.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니까여..
    음——–그냥 55세까지는 놀아야겠어요.
    그리고 56세부터 돈을 벌던가 그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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