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1일 눈오는 날

경상도사투리 중에 디비쪼운다는 말이 있다.

뺑뺑이 놀다가 시험 전 말 밤샘하거나 발등에

불 떨어지면 그제서야 열나게 뭔가를 하는 걸

이르는 말이다.

평소에는 가만있다가 눈이 오는 날 하필이면

산책을 나가느냐는 것이다.

그래도 뽀드득하고 밟히는 소리가 좋았다.

나의 발자국을 찍고 돌아보는 기분도 33했다.

1시간 이상을 걸었다.

걷다가 K를 만났다.

우리는 점심을 같이 먹었다.

쌈밥인데 꽁보리밥에 비벼서 먹는 쌈밥으로 5000원이다.

내가 지갑을 안갖고 나간 바람에 공짜로 먹고 2만원을

얻어서 시장까지 보고왔다.

괜찮은 장사같다. 가끔 지갑을 잊고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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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 의외로 산책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우산을 쓰고 걷는 사람들도 있었고 나처럼 눈을 맞으며

멋진 척하고 낭만적으로 걷는 이들도 있었다.

눈의 하얀색들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나도 괜히 문학적인 귀절을 읇조린다.

요즘 마음이 편치않다.

나의 마음이 편해지려면 어찌해야할까?

꼼꼼해지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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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다.

좋은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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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약속이2 주 전부터 정해진 터라 눈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나갔다.

새벽 2시까지 놀았다.

가위, 바위, 보 게임을 해서 핸드폰 뒤집기를 해서 혼자만 다른 방향이 되는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게임을 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난 마실 기회가 별로 없었다.

살짝살짝 몇 잔을 거푸 마셨더니 나중에는 몸이 말을 안들었다.

비틀거리며 노는 것도 창피하지만 재미있었다.

1차는 삼겹살집을 2차는 까르페 디엠, 3차는 디바 노래방을 갔다.

H와 나는 게임에 미쳐서 가위, 바위, 보를 자꾸하고 싶었다.

6명이 소주 5병에 양주를 4병 마셨다.

남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먹었겠지만 여자들도 만만치 않은 주당들이었다.

에고…아침에 겨우 일어났다.

새해들어 처음 마신 술다운 술이다.

재미있었다.

비틀거리면서 혼자 걸어서 집으로 왔다.

미쳤다, 그 새벽에 온갖 보석을 다 걸치고…간도 크게.

그런데 어제 나는 왕따였다.

나보고 전부 나댄다고 제발 조용히 좀 꿍치고 있으라고 면박을 주었다.

흑흑….갈수록 인기도 시들어간다.

5 Comments

  1. Lisa♡

    2008년 1월 12일 at 2:04 오전

    찌찌뽕~이라는 말이 있다.
    동시에 같은 말이 튀어 나왔을 때 쓰는 은어다.
    어제 석이오빠랑 내가 동시에 같은 말이 튀어 나왔다.
    그래서 내가 "찌찌뽕~" 이라고 하자 석이오빠가
    갑자기 자기 가슴의 젖꼭지를 두 손으로 가리면서 "왜 그래??? 깜짝놀라게".
    하는 바람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난 그런 에피소드가 즐겁다.
    유쾌하고 웃기는 사람들이 뭉쳐서 재미있었다.
       

  2. 오공

    2008년 1월 12일 at 6:04 오전

    으응~우리랑은 술 안마셔서 일찍 집에 간 거찌???..흥!   

  3. 김진아

    2008년 1월 12일 at 8:30 오전

    찌찌뽕..그 놀이도 아셔요.!
    가끔 저희 녀석들도 이야기 하다가 ..찌찌뽕..하면서,
    팔이나 허벅지를 꼬집거든요 ㅎㅎㅎ

    ^^   

  4. Lisa♡

    2008년 1월 12일 at 11:59 오전

    오공님.

    술 안마셔서가 아니라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쥐~~
    뭐…남자라던가 아님
    유머라든가…아하~있었다구?
    유머—맞다.
    그래도 그 정도면 늦게까지 있은거지.
    밤 11시30분이면~~   

  5. Lisa♡

    2008년 1월 12일 at 11:59 오전

    진아님.

    찌찌뽕~도 놀이예요?
    하긴 놀이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꼬집기도 하니까…후후
    생각할수록 또 우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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