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8일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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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뒹굴며 오전내내 책과도 포개졌다가 블로깅도 실컷하다가

트로트를 틀어 놓고 즐겁고 신나는 노래에 빠져 있기도 했다.

주부들의 여유있는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해보며 오전을 유영했다고나 할까.

내 오디오에 트로트가 걸려 보는 일이 생기다니 믿어지지 않기도 했다.

벵앤올릅슨을 통해 듣는 ‘뱀이다~~개구리다~~똥개다~~사슴이다~~’ 후후.

살다보니 이렇게 사소하게 즐거울 수 있다니 참 살만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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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쓰니 참 좋은 게 내가 언제 무슨 책을 읽었는지 알 수 있다는 거다.

언젠가는 오공님이 김형경의 책을 읽고 쓴 글을 보고 당장가서 그 책을 샀는데

사고보니 내가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이었다.

살 때도 몰랐고 집에 갖고와서 첫 장을 읽다보니 내가 아는 책이었다.

1月에 5-6권의 책을 읽었나보다.

바쁘다보니 그 정도만 읽었는데 시간만 더 할애하면 10권은 읽을 수 있겠다.

무슨 책이든 책읽는 시간과 영화보는 시간이 정말 행복하다.

은희경의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는 책장이 잘 넘어가고 재밌다.

금방 다 읽었다.

책 중에 내가 생각했던 부분들, 특히 상상으로 유산을 받는다던가, 누군가를 길에서

도외줬는데 알고보니 유명한 상속자라던가…^^

내가 흔히 하는 상상이고 언젠가 블로그에 그런 글을 올린 기억도 있다.

사람들은 거의가 비슷한 생각들을 하며 사나보다.

내가 동떨어진 인간이 아니라는데서 지구로부터의 소외감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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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큼 일어나서 삼성의료원으로 갈까..하다가 등산복을 챙겨입고 길을 나섰다.

이-마트에서 고구마를 살 심산이었다.

까만 K-2 배낭을 매고 뒷산을 걸어서 마트까지 갔다.

산에서 처음에 핑크색 모자를 쓴 작달막한 아줌마를 보았다.

그 다음 또 핑크색 모자에 동일한 색의 부드러운 질감의 외투를 입은 여성을 만났다.

의외로 여성들이 핑크를 꽤 좋아하고 모자도 과감하게 핑크색을 선호한다고 생각했다.

주로 나이가 든 축에 속하는 할머니들이 내가 싫어하는 과장된 마스크를 걸치고

산책 중이었다.

해는 보이지 않고 흐린 날인데 왜 저런 걸 쓰고 이 맑은 공기를 마다하는지 이해불능이다.

나이가 들수록 햇볕이 중요하다.

vt-D 생성에 태양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골다공증 예방에도 적당한햇볕이 필요하다는데.

젊은 남자들은 왜 회사에 있을 시간에 여기있나..하는 생각도 간간이 든다.

근처에 있는 골프연습장에서 들리는 공치는 소리에 음….바로 맞았군-경쾌한 소리야~

에구..빚 맞았군-둔탁해~~하면서 나름대로 소리분석까지 하며 걸었다.

마트에서 대파와 고구마를 사서는 배낭에 쑤셔넣고 또 걸었다.

거금을 주고 끊어 논 헬쓰클럽의 모습을 아예 잊기 전에 그리로 발걸음을 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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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타기를 하며 온 스타일의 ‘게이. 스트레이트&테큰’ 이라는 프로를 봤다.

한 명의 여성이 3명의 남자와 대화하고 데이트를 해보고 게이와 이성애 싱글과

이미 애인이 있는 사람을 골라내는데 이성애자인 싱글을 고르면 같이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이다.

내가 그 한 명의 여성이 되어 머릿 속으로 같이 점친다.

마크라는 흑백혼혈의 남성은 지금 가장 하고픈 소원이 뭐냐는 여성의 질문에

‘섹스를 실컷 해보는 것이다’ 라고 했다.

그런 당당함이 좋고 게이임을 편하게 밝히는 그런 사회인 미국이 신기하다.

정치 컨설턴트인 한 남자는 나도 깜쪽같이 속았는데 알고보니 게이였다.

런닝머신을 하면서는 길모어 걸스를 봤는데 완벽한 외모의 중국 모녀가 한국인으로 나왔다.

부엌에 오뚜기표 참기름 노란 통이 보이고 부산의 친척을 운운했는데

한국인인 내가 보기에 뭔가 어색한 연기로 보였다.

예일대 다니는 로라를 보면서 멋진 예일대의 캠퍼스가 떠오르고, 나의

애들 중에 한 명이라도 예일에 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헬쓰장에서 나오니 벌써 어둠이 세상을 물들이고 있었다.

뭔가 가벼운 심정으로 마음 속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서 집으로 왔다.

이런 날은 참 편하다.

8 Comments

  1. 호수

    2008년 1월 29일 at 12:08 오전

    며칠 밀린 일기 다 읽고
    오늘은 리사님 무얼할지 대강 그려보며
    나의 일상으로…..^^   

  2. ariel

    2008년 1월 29일 at 12:19 오전

    지난 크리스마스 전 부터 리듬이 깨져
    운동을 안 해요. 날 이 따듯하면 산책을하나
    겨울에는 DVD 보며 체조를 하는데..
    그런데 겨울에 2.5kg 빠졌어요. 요새 먹어서
    또 반 키로 찐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겨울은 운동을 안 하고 체중을
    내려보려고요.. 운동을 안 하니 적게 먹어서
    양이 줄은 것 같아요..^^   

  3. Lisa♡

    2008년 1월 29일 at 12:27 오전

    호수님.

    오늘은 집에서 종일 두이굴려는데..
    못 맞추었지요?
    내일은 약속이 서너개가 겹치는 이상한 날인데
    다 포기하고 영국서 온 친구 만나기로 했어요.
    아르마니쇼랑 친구랑…별 약속이 다 생기는 날이
    내일이더라구요.   

  4. Lisa♡

    2008년 1월 29일 at 12:28 오전

    아리엘님.

    일단 살은 먹는 것에서 기인된다고 보시믄 정답입니다.
    운동을 하면 오히려 찐다는 사람도 있어요.
    꾸준히 하면 근육으로 생성되는 거겠지요?
    아리엘님은 가만보면 규칙적으로 사시나봐요.
    그런 사람이 부럽습니다.   

  5. 블랙맨

    2008년 1월 29일 at 1:16 오전

    부럽습니다

    적당히 낮춰가면서

    남편 잘 만나서 다양한 Well Living 을

    자랑하는 방법도 여러가집니다 … ㅎ

    그나저나 요즘은 사람들 드럼통에 연탄불 놓고

    벌건 고추장에 버무린 돼지갈비 구우면서 소주하구 …

    젓가락 두들기면서 뽕작 흰구름은 안 불러요?

    요즘은 잘 사니까 싼 돼지갈비집 없어졌겠지요 …ㅜㅜㅜ

       

  6. 2008년 1월 29일 at 1:42 오전

    프린세스 다이어리에 먼지가 살짝 내려앉기 시작합니다.
    일기랄 것도 없지만 한 줄짜리 메모라도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지
    벌써 작심삼일인가 봅니다. 1월에다가 부가세 마감달에다가 구정까지
    연이어 있어서 몸과 마음이 모두 분주합니다.
    트로트 들으면서 책읽기. 저도 한번 해보고 싶네요. 리사님.^^   

  7. Lisa♡

    2008년 1월 29일 at 2:40 오후

    블랙맨님.

    살짝~자랑했나요?
    글쎄—삶 자체가 자랑거리다 보니(ㅋㅋ)
    드럼통에 연탄불 놓고 고추장 돼지갈비도
    먹거든요…맛잇고 거기엔 쇠주가 딱 제격이지요.
    그리고 뽕작 중에 흰구름은 모르는데…
    싼 돼지갈비집은 정말 많고 아직도 옛맛은 다들
    못잊지 않나요?   

  8. Lisa♡

    2008년 1월 29일 at 2:41 오후

    길님.

    프린세스 일기에다가 부가가치세랑
    구정 준비물이랑 다 적어봐요.
    그러면 아마 일기가 더욱 소중한 차원으로
    바뀔 겁니다.
    별 걸 다 적어보는 거예요.
    한 번 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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