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밥솥 사모님

남희.

우악스럽게도 걸러지지 않은 경상도 사투리를 힘쎄게 구사하는 그녀.

절대의 오차도 없이 언제나 태연하게 기죽지 않고 시끌스런 그녀.

큰 키에 마른 체형의 그녀를 본 건 작년 어느 가을에 j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격의없게 만나게 되었다.

여행버스에서 긴 시간을 달리는동안 일초도 쉬지 않을만치 수다스럽던

그녀였기에 차라리 고개를 내저을 뻔 했으나 자기 말마따나 두고두고

볼수록, 아니 씹으면 씹을수록 씹히는 맛이 있는 질긴 오징어같았다고나 할까.

머리가 아파왔다.

죄다 가족이야기로만 점철된 내용에서너 옥타브가 업되어있는 잡음섞인 음성.

옆에서 핀잔이라도 줄라치면 자기의 인생은 가족빼면 없기에 내용은 수정이

안된다고 힘주어서 뻔대처럼 말하는 순도 99%의 경상도 아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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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도 걸러지지 않았다면 순진함이라 칭하기엔 차라리 무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에겐 순수한 열정과 나름 진부하기까지한 구석들이 오밀하게 존재한다.

과장되지 않은 말투나 몸짓에 가식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아이같은 행동과 표정.

그녀를 볼 때면 먼저 분주해지는 나 자신에 뻣뻣하면서도 생떼를 다 받아주어야만

할 거 같은 황당함마저 든다.

시끄러워도 밉지않은 머리아파도 웃음이 절로 나는 괴상한 아줌마다.

그녀가 왜? 압력밥솥 사모님이란 별명이 붙었는지…

외식이라도 하다가 맛이 괜찮다 싶으면 득달같이 차로 가서 뒤 트렁크에 고이 모셔 논

압력밥솥은 들고와 일이 인분의 분량을 담아 달라며 내민단다.

뜨거운 국물은 플라스틱이나 비닐에 넣으면 여러모로 좋지않고 자칫하다가 차에서

국물이라도 흐르면 낭패에 아무리 흔들려도 꽉 다문 압력밥솥만한 게 없다는 결론이다.

간혹 미리 주문하느라 식당에 전화를 하면 "저어…압력밥솥…" 하면 바로 알아 본단다.

그래서 별명이 압력밥솥 사모님이다.

살다보니 참으로 이상한 별명들이 많다만 꽤 실생활적 별명이 아닐 수 없다.

이해가 되는 끄덕여지는 행동이기에 나도 따라 해볼까하는 마음도 없잖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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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는 내가 모듬치라 부를만큼 맹과 치가 수식어로 붙는 여자다.

음치, 기계치, 몸치, 길치 등…

허나 철저하게 음치와 몸치로부터 탈출하려는 의지로 개인레슨을

진득하게 받아 거의 탈출 수준에 도달했다는 믿기 어려운 후문이 있다.

왜냐하면 노래는 배운 노래만 한다.

남자를 싫어하는 말도 안 되는 성격 탓에 여자샘만을 선호하는 그녀는

이제 댄스발표회에 나갈 만큼의 실력을 소유했는지 4-5월 경에 자기 댄스

발표회에 플랑카드를 들고 오라는 주문까지 겁대가리없이 한다.

내 블로그에 들어와서 가감없이 수다를 퍼붓고 가는 그녀다.

주로 머리 아프다는 골이 빠개진다..라든가

해골이 복잡하다..라든지 엄청 거대하고 뻐근한 말을 잘 쓴다.

내가 "얘..말이 그게 뭐니? 이쁜 말 놔두고.." 그러면

"와? 내말 내맘때로 쓰는데 머가 어때서" 라 응수하지만 웃긴다.

그냥 웃기기 때문에 더 이상 말의 본전도 못찾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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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갔다가도 어디론가 없어져서 보면 먹을거리를 싸들고 나타나 우리에게 다 먹이고 만다.

하여간~~그녀는 못말려이다.

난 주변에서 그렇게 행동과 말이 별난 여자는 첨이다.

아마 만화 <짱구>에서 짱구의 엄마역이 살아서 나왔다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이 글보면(컴맹이라 겨우 들어오고 틀려도 고칠 줄 모른다) 아마 댓글에 엄청 시끄럽게

길게도 할 말 다 할 거다….ㅋㅋㅋ

똥그란 눈에 조그맣지만 앞으로 만나러 나온 입에 걀죽한 콧날.

엉성하게 뻐팅기는 세팅한 머리와 날씬한 몸…아니 뻣뻣한 몸.

생각만해도 웃음이 절로 생기는, 미소가 아닌 소리내어 웃어야하는 예를 들면 최불암의 파안?

한 번은 긴 문자가 날라왔기에 귀찮아서 ‘간다’ 라는 짧은 답장을 보냈더니

따따붓따~하는 투로 한 통의 문자는 값도 같은데 어찌그리 매정하게 짧게도 보내느냐고

다음 날까지 날 씹어댔다.

몬산다, 내가 몬살아.

그야말로 갱상도 문디 가스나의 표본이다.

분위기라고는 후벼파도 없는 그런 뇨자….압력밥솥 아줌마.

아니 압력밥솥 사모님.

이 글을 보고 바로 전화가 와서 땍땍거릴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하다.

속이 시끄러울 거도 같고 말이다.

남희야, 댓글 달려면 그 이상한 언어들 마구마구 써봐라~

16 Comments

  1. 김진아

    2008년 2월 4일 at 1:06 오전

    읽어가면서…
    어느부분에선,
    둘째 짠순이 동생과 비슷한 면을 발견합니다.
    맛있다 생각되면 일인분, 싸가지고 오는것도 그렇고..
    압력밥솥은 가지고 다니지 않지만,
    동생 차 뒤 트렁크가 만물상이라는것 정도 ^^;;;

    ㅎㅎㅎ 이러다, 저도 그분께 혼나는것 아닌지..
    살림 야무지게 하고, 마음껏 자신의 모습을 표현할수 있다는것,
    아무나 하는것 아니라고 보아요..

    대단한 분, 그보다 더 대단한 리사님 ^^   

  2. Lisa♡

    2008년 2월 4일 at 1:10 오전

    진아님.

    와………….빠르다.
    그녀한테 야단 절대 안맞아요.
    착하거든요.
    핀잔을 줘도 그냥 맞응수만하고는 뒤끝이 없는
    여자예요.
    성격좋은 편이거든요.
    구수하고 정도 많은 전형적인 경상도 여자예요.
    시끄러운 여자들이 거의 다 착해요.   

  3. 서영

    2008년 2월 4일 at 1:19 오전

    리사님의 대단하신 표현력 ….아침부터 웃음으로 시작합니다.
    굳 아이디어 ….작은 압력솥하나 준비해야겠네요ㅎㅎㅎ   

  4. Lisa♡

    2008년 2월 4일 at 1:51 오전

    ^^* 서영님.
    아침에 심심해서 바로 써봤어요.
    어젯밤 영화 한 편 보느라 잠을 늦게
    자서인지 눈에 막이 하나 씌워진 것이
    좀 거슬리지만 그래도 하도 웃겨서
    기억날 때 쓰자 싶었지요.
    재밌어서 웃음이 나면 만족입니다.
    후후..내일도 맑음이겠지요?   

  5. 푸른갈매기

    2008년 2월 4일 at 1:58 오전

    레퍼토리가 너무나도 다양한 리사님 화이링~~~~~~~~~
    내가 서울 안사는 것이 너무나 다행이여요……ㅋㅋ
    왜냐고?
    맨날 만나서 수다 듣고 시포질까봐…..ㅎㅎㅎㅎ   

  6. Lisa♡

    2008년 2월 4일 at 2:12 오전

    푸갈님.

    맞아요.
    진짜 맞아요.
    서울사시면 자기랑 안논다고
    삐질께 뻐언합니다.
    근데 나도….ㅋㅋ
    같이 성당까지 다녀야 하잖아요.   

  7. 김남희

    2008년 2월 4일 at 2:22 오전

    호호, 내 애기 적어줘서 고마워.
    난 틀린건 틀렷다고 꼭 정정 해야되지만 맞는건 그게 설사 나에게 불리해도 난 맞다고 해.
    난 뭐든 정확한걸 좋아해.
    그리고 버스에서에 내 수다를 받아준 희주는 내 애기가 재미있어서 지금도 내 펜이잖아.
    내 수다도 누구에게 조금은 도움주는 것도 있음에 난 만족해.
    그리고 자기 글에서 나 말랏다는것 최고 마음에 들엇어.
    난 내가 말랐다고 생각 안하고 여자 덩치치고 뼈다귀가 너무 굻다고 생각 하거든.
    그리고 음치 몸치탈출이 되어 가고 있단건 아니야.
    난 사실 올한해만 열심히 하면 될줄 알았는데 정정했어. 앞으로 5년은 더 해봐야 될것 같다고.
    하면 할수록 첩첩산중이야.
    이건 달리 말하면 내 욕심일수도 있지만 흉내만 내는건 올한해로 될진 모르지만 그걸로 만족이 안될것 같아.
    나는 단순무식한것 같은데 좀 에민하고 복잡하고…
    별명은 낭랑18세부터 귀여운 여인에, 뻐덜장작에 생파리(?)에등등…
    내 애기에 내사진이 하난 들어갔으면 더 뽀대가 났을건데…
    조금 아쉽네.
    어쨋든 내애기 자기 블로그에 올려줘서 고마워.
    자기를 몰랏음 어찌 내 애기가 활자화될수나 있겠어.
    나의 흠이라면 자기가 올려난글에 나와 있는게 다야.
    나를 다 보여주고 시작하는게 나니깐.
    더 나올 흉은 아마 없을거니 절대 걱정마.
    구정 잘보내고 또 보자~~~   

  8. Lisa♡

    2008년 2월 4일 at 2:34 오전

    ㄲㄲㄲㄲ….

    아고 배야~~~DB지려고 하네.
    남희의 정직한 성품이 여기서도,
    지나친 정직은 푼수과로 임명됨.
    내 경험상.
    구정 잘 보내라~
    으ㅡ흐흐흐..사진이야기.
    하여간 순진하기는.
    사진 올리는 거 대부분 싫어하는데 내 주위의
    몇 명은 왜케 좋아하는지..나 닮아서 말야.
    남희—-부궁하길~   

  9. 김남희

    2008년 2월 4일 at 3:07 오전

    그러고보니 빠졌네.
    난 온전한푼수는 아니고 반 푼수야.
    인정해.

    이말 할려고 다시 온건 아니고…
    자기도 엄마가 뿔낫다 보는가 본데 나도 엄청 김수현씨 펜이걸랑.
    나 김수현씨 찾아 가고 싶어.
    내 애기 시댁애기하면 장안의 화제가 될것 같아서…
    내가 아줌마로서 해 주고 싶다는애기가.이거야.
    엄마의 인생…
    애 나이따라 느껴지는게 틀린다.
    태어나 3살까지만 효도라더니,이 말이 딱 맞는것 같애.
    애가 크면 클수록 자식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옛말 하나 그런거 없다고, 품안의 자식이 딱 맞다.
    어제 내용중의 니도 자식 낳아 키워 봐라.어느날 그자식이 커다란 십자가같이 니 어깨를 짓눌를거다.
    정확한 내용인진 모르지만 어쨌든 이 대사가 내 맘에 콱 박혔어.
    나도 남 못지 않게 자식 키웠지만 이젠 자식 우위에서 내 우위하려고 해.
    다 해 줘버리고 섭섭다 하지말고 자식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내 인생도 소중하다 여기고 맨위에 있던 자식을 끓어 내리고 그기다 나 김남희를 올려 났어.
    아직 그렇게는 않됐지만 2번째는 남편을 두려 하는데 그건 아직 않되네.
    어쨌든 이기적으로 이해될수도 있겠지만 엄마와 아내라는 위치위에 여자로 그리고 김남희를 희생 안 시키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래.
    그런 내 인생을 위해 화이팅해줘.   

  10. 박산

    2008년 2월 4일 at 8:03 오전

    TV 일일연속극 한 편 징하게 본듯 합니다 !    

  11. Lisa♡

    2008년 2월 4일 at 8:07 오전

    김남희여사.

    아랐쪄….
    수다는 글로도 여전…후후
    엄마는 뿔났다는 일단 재미있는 거 같고
    장미희땜에 꼭 봐야지.
    너무 웃기는 캐릭터같구 첫째 아들부부 히트야~
    갈수록 자기랑 같은 마음이지만 난 언제나 나 위주로
    사는 편이라 남희씨랑은 조금은 다르지??
    하지만 자기도 하고픈 건 다하잖아…딸한테 너무 과하게
    먹이려고 하는 거 같긴 하더라만.
    자식은 자기짝 찾으면 우리를 엄청 서글프게 하겠지만
    어떡해..나도 그랬는 걸.
    인생사가 다 그런 걸~하는 수없지.
    시간이 가는대로 그저 고마워하면서 살자구.   

  12. Lisa♡

    2008년 2월 4일 at 8:08 오전

    박산님.

    ㅋㅋㅋ..일일연속극.
    헤헤헤.
    듣기 좋은데요?   

  13. 데레사

    2008년 2월 4일 at 9:34 오전

    친구 생겨버렸네….
    나도 음치에 몸치에 치짜가 많이 붙거든요.

    그러니 이번에 절대로 노래는 시키지 말아요. 대신 안무를 시켜줘요. ㅎㅎㅎ   

  14. Lisa♡

    2008년 2월 4일 at 2:39 오후

    데레사님.

    안무요?
    알았습니다.
    안무로 급선회하겠습니다.
    그런데 구경만해도 되실 겁니다.   

  15. 봉쥬르

    2008년 2월 5일 at 2:40 오전

    음~ 김남희 친구..

    거의 나으꽈에 속합니다.

    김남희씨 매력짱!!   

  16. Lisa♡

    2008년 2월 5일 at 2:00 오후

    봉쥬르님.

    당신의 꽈~~
    ㅋㅋㅋ….
    매력짱!!
    맞습니다.
    거침없는 순수를 향한 저항없는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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