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7일 설경의 한라

구정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등반준비를 했다.

날씨 쾌청…

한라산 백록담이 오늘 나의 목표다.

성판악으로 오르기로 결정하고 식당으로 가서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약간은 상기된 마음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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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연대기를 연상하면 딱 좋을 신화가 숨어있는 설국의 고요함.

은색 가루를 날리며 아름다운 유니콘이 나올 것 같은 숲 속.

반인반마의 켄타우로스가 조용히 지나갈 그런 초자연적인 침묵의 존재.

내가 나인가?

혹시 나는 조용히 숨어 든 난장이 도둑은 아닌지…

공주를 닮은 사슴이 핑크색의 왕관이라도 쓰고 나타날 것만 같다.

목소리라도 내면 가루로 흐뜨려 질 것만 같은 정지된 시간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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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말이 필요없는 장소다.

몇 년전에 아이들과 여행한 타트라 산맥의 아름다움에 비교해보는 나.

내가 세계의 여러 곳에서 느낀 감동의 순간들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전부 다녀보진 않았으나 한라산의 설경과 백담사에서 오세암으로 오르는 계곡을

말할 수 있다.

초자연적이라는 느낌.

무슨 말이 소용이 있을까.

감동 그 자체다.

비행기값이 아깝지 않고 설날에 무언가를 해냈다는 그 이유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아둥바둥 비행기를 예매해서 올만한 곳으로 적극 추천이다.

그 누구에게도.

완만한 경사는 초보인 나에게도 그리 무리는 아니었다.

다만 8시간 이상을 걸어야 한다는 체력이 필요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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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

다행하게도 맑은 말씨가 시야 안의 모든 것을 밝고 투명하게 만들었다.

발 아래로 펼쳐진 자연의 경관은 경이롭기까지한 신의 세계였다.

모든 등반객이 일심동체가 되어 서로 터놓게 되는 산에서 자연으로 일치를

다시 이룬다.

서로 감격에 겨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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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헥~~

도저히 그냥 지나갈 수 없는 내 인생의 한 순간이다.

영원히 기억에 길이 남을 삶의 한 페이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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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서 바라 본 백록담 오르는 길.

가파르다, 거기만…내내 완만한 경사였다가 윗 부분에서만 가파른 길.

오르면서 삶이란 등산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었다.

내 삶을 견주어 가면서 오르고 내려오다.

아이젠으로 더욱 다져지는 품질좋은 눈에서 나는 뽀드득 소리가 아주아주

내 귀에 남을 것이며 그 소리에 내 모든 스트레스를 날리다.

내려오는 길에 무척 다리가 아팠으며 허리까지 아파왔다.

정말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을 뻔 할 정도였지만 곧 다와가리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

김군은 나를 걱정하느라 가다서고 가다서는 길을 지겹게도 계속했다.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행군이었다.

백록담에 다 올라설 무렵~미국서 아들이 전화가 왔다.

"엄마….설…날…이라서….엄마, 엄마, 브라운 아이즈 노래 한 곡 뎁따 좋은데

엄마 미국오면 들려줄께~~그리고 엄마~~피아노 악보받는 사이트에 돈 좀 넣어줄래?"

난 백록담이라고 자랑스레 이야기한다.

1950미터인데 네 어미가 여기 지금 올라왔다고 담에 같이 오기로 약속한다.

손이 시려서 사랑스러운 자슥의 목소리를 고만 끊어야 했지만 너무 자랑스러웠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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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질…다리를 끌고 내려와서는 천지연 폭포 근처의 진주식당으로 고고~~

오분재기 뚝배기를…피로가 다 풀렸다.

식당순례기는 다음에 별책블로그로~~해야한다.

8시에 나도 모르게 꿈나라로 가다.

12 Comments

  1. 김진아

    2008년 2월 8일 at 12:17 오후

    나니아 연대기…켄타로스..
    우와..
    정말 한번 가보고 싶은곳이네요..

    석찬이 녀석..이번 봄캠프에 가는데..
    아고 부러워라..ㅎㅎㅎ

    고맙습니다..리사님..

    사진도,글도..너무너무 고맙습니다.
    ^^   

  2. 슈에

    2008년 2월 8일 at 1:08 오후

    너무 멋진곳에 계시네요.

    리사님..그녀는 너무 사랑스럽고 매력넘치는 여인^^

    올해도 복 많이 많이 나눠주시고 건강하세요.^^*   

  3. 오드리

    2008년 2월 8일 at 1:51 오후

    백록담까지 가다니 장하네요. 난 펄펄나는 이십대에도 가다말았는데요.
    2008년 시작이 좋았다고 감히 쓸수있겠어요.   

  4. Beacon

    2008년 2월 8일 at 2:35 오후

    태클,,,
    사실 한라산은 1950미터라지만,, 일천미터 쯤 되는 웬만한 산들보다 오르기가 쉽지요… ㅎㅎ

    설날이든 추석이든,, 대한민국 명절의 의무를 이행해야만 할 부담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그야말로 방학일건데..
    정말로 부러운 일입니다..   

  5. Lisa♡

    2008년 2월 9일 at 11:17 오전

    진아님.

    나니아연대기가 제일 많이 생각났어요.
    그 숲 속있잖아요..환상!
    그런데 석찬이 옷 얇은 거 여러 개 겹쳐서 입혀 보내세요.
    바람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알았지요?
    제주도의 바람이 제대롭디다.
    오늘도 어찌나 쌩쌩~`   

  6. Lisa♡

    2008년 2월 9일 at 11:18 오전

    슈에님.

    고맙습니다.
    멋진 곳 맞아요.
    한라산 정상을 오르는 길이 정말 환상 그 자체랍니다.
    언제 꼭 가볼 거지요?   

  7. Lisa♡

    2008년 2월 9일 at 11:20 오전

    오드리님.

    그러잖아도 2008년은 나에게 뭔가 성취할 수 있는 기쁨을 주는
    그런 해가 될 겁니다.
    요즘 긍정적인 내 사고에 더하기 하나가 바로 실행과 도전이거든요.
    과감한 도전 그리고 안될 건 아무 것도 없다는 마음을 가지기로 했지요.
    뭐든 된다, 아암 되고 말고 그런 정신으로~~고고!!   

  8. Lisa♡

    2008년 2월 9일 at 11:22 오전

    비컨님.

    1950이라고는 하지만 경사가 완만해서 초보에게도 아주 편한 등정 맞습니다.
    내가 갔던 몇 군데 산보다 훨씬 쉽더라구요.
    하지만 눈이 쌓인 살길을 무려 9시간 정도 걷는 건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남자들은 약 6시간이면 되겠더라구요.
    난 좀 무리했나봐요.
    아직도 뻐근하고 어제, 오늘 얼굴이 퉁퉁 부었답니다.   

  9. 무무

    2008년 2월 9일 at 12:12 오후

    눈 구경 잘 했습니다.^^

    눈 구경 못해서눈이 진무를 뻔!! 했거든요.
    가까운 무주라도 가볼까….했는데
    그나마도 몸살로 연휴에 꼼짝마라….^^    

  10. Lisa♡

    2008년 2월 9일 at 12:47 오후

    무무님.

    몸살은 다 나으셨는지요?
    세상에..얼마나 열심히 일하셨으면.
    눈구경이 하고 싶으셨나봐요?
    스키장의 눈과도 비교가 안되는 그런 눈이지요.
    좋은 사진많은데…ㅎㅎ   

  11. shane

    2008년 2월 10일 at 1:35 오전

    정말멋진여행을 부군과하셨군요 행복함이 눈에보입니다 그리고 생일도곧맞으신다고요 축하합니다 근데 金君 君子節 이시네요 ㅎㅎㅎ
       

  12. Lisa♡

    2008년 2월 10일 at 1:46 오전

    쉐인님.

    제 생일 어캐 아셨어요?
    신기합니다.
    내가 밝혔나????
    이 번주부터는 생일 강조주간입니다.ㅎㅎ
    별 이벤트도 없지만요.호호..
    김군, 군자절..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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