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0일 정석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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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택시를 불렀다.

뉴저지로 넘어가기 위해서다.

뉴저지의 팰리사이드 팤에 있는 교육상담컨설턴트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살면서 수없이 많은 의문에 사로 잡히며 지내지만 아이들 문제만은

나의 잘못된 선택이나 무관심으로 자칫 인생을 버릴까봐 가장 고심을 하는 부분이다.

속물적으로 애를 키우지 않았기에 많은 기회를 놓쳤고 후회를 많이 했다.

귀가 얇아서 남의 말을 듣고 그대로 믿는 기우를 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콜택시(미국서 콜택시는 첨이다)아저씨는 자기관리를 하지않는 사람으로 보였다.

말없는 우리에게 장황하게 교회에 대해 설명하며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스타일이었다.

그러고보니 택시를 타서 애들과 말을 해본 적이 없는 거 같다.

서울서 어떤 기사는 애들이 말이 없고 조용하다며 서울대학은 가겠다고 했던 적도 있다.ㅎㅎ

애들도 콜택시 기사를 바로 알아보고는나중에 하는 말이상업적으로 뭉쳐진 사람같단다.

내 보기에는 사기성이 20% 정도 들어있는 스타일이다.

믿음이라고는 도대체 안 간다.

종일 드라이브 노릇해주겠다며 첫눈에 나의 어리석음을 알아보기는 했다.

얼마 정도인지 알고있는 내게 황당한 가격을 제시해서 바로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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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넘게 미국서 시행한다는 적성검사를 해보았다.

정확성에 쫌 놀랬다.

적성검사가 아니라 점쟁이인줄 알았으니…그 서류가~

큰 놈이 과학을 언제나 만점에 수학도 잘 해서 바이오나 의대를 생각했지만

어쩐지 썩 내키지 않았는데 퍼이낸셜 분석가나 리서치나 미디어 분석이나 연구쪽으로

또는 엔지니어 분석가..뭐 그런 세심하고 내밀한 공부가 좋겠단다.

이번에 아들이 불쑥 경영학할까? 해서 깜짝 놀래긴 했는데 뭔가 땡기는 모양이다.

혼자서 파고드는 스타일인 그애는 예술성은 제로란다.

둘째는 창의적 아트쪽이고 늘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서 차디자인을 늘 꿈꾸었다.

글 잘 쓰는 것도 그대로 나왔다. 아트나 예술쪽..production designer도 적성에 맞단다.

딸은 아트인데 비지니스 아트가 맞단다.

의외로 의사도 맞고 쇼 프로덕션도 괜찮고 큐레이터도 맞단다.

뭔가 진로를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

그럴듯한 직업들을 말하면 은근히 그렇게 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건 사실이다.

딸은 인기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라는 스타일까지 나왔다.

그 인기에 놀아나다가 성취를 놓친 캐이스가 바로 나라는 거—흑흑!!

성공은 많은 것과의 단절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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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치고 근처 애지워러의 일본수퍼인 MITSUWA로 갔다.

돈가스로 점심을 먹고 녹차아이스크림과 수퍼에서 이것저것을 산 후

다시 콜을 불러 맨하탄으로 건너오는데 강 건너 화려한 맨하탄의

스카이 라인이 우리를 압도했다.

언제봐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욕망서린 로망이다.

뉴저지에 살다보면 복잡한 맨하탄이 싫어지고 한적하고 여유로운 뉴저지가

좋다는데 난 아니다, 뭘 몰라서인지 맨하탄이 좋다.

빌딩의 숲에서는 빌딩사이를 헤집고 들어오는 매몰찬 바람처럼 비수가 선

욕망이 꿈틀댄다.

성공하고픈 의지와 이 속에서 의연해지고픈 콤플렉스가 같이 작용한다.

그들만의 세상에 나도 섞이어 브루클린의 브라운 스톤에 살면서 소호에서 일하고 싶다.

월가를 종횡무진하는 허즈밴드와 아이비를 다니는 세련된 자식을 두고 싶다.

그 현실 속에서 승자가 되고프다.

속물로 자라는 아이들이 싫으면서도 마음 안에서는 최고를 희망한다.

도달이 불가능할지도 모를 계단의 제일 아래서 야망을 품고 있는 철부지엄마다.

근데 영어도 못하면서 그런 가상의 세계를 상상해보는 걸로도 잠시 부시게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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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돌아오니 4시다.

좀 쉬다가 우리는 흑인이 드라이브인 냄새나는 택시를 타고 소호로 갔다.

WOOSTER에 있는 패션 디자이너이자 경영을 하는 쏘냐를 만나러 …

얼마 전 VOGUE TEEN 에 실리고 작년에는 BAZZAR에 소개되기도 한

벤소니라는 브랜드이다.

제니퍼 로페즈를 비롯~유명연예인들이 자주 입는 뜨는 브랜드이다.

사무실은…오래되어 반들거리는 육중한 나무문에서 영화처럼 벨을 누르면 손님을 확인한 후 직접

사람이 내려온다. 낡고 오래 된 손으로 돌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간다.

높은 천장에 빙글거리며 돌아가는 각기 다른 씰팬.

투박하게 화이트톤으로 회칠한 실내에 그림같은 이집트 고양이 두 마리.

블랙의 사무실이 오픈되어 있고 하얀 럭셔리한 거울이 가운데에 위치한다.

하필이면 사진기를 잊고갔다.

핸섬한 일본인 머천다이저가 서성거리고 무게있는 흑인인 벤이 열심히 뭘 디자인하고있는

영화에나 나옴직한 복고 모던풍의 사무실.

딸은 쓰러진다..너무 마음에 든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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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는 정말 아름다움 투성이다.

모델들이 지나다니고 영화배우들도 가끔 등장하는 거리.

엄청나게 특이한 매장들로 아이디어가 번쩍이고 매력이 쫙 깔린 거리다.

우리는 그 중에도 아주 고급스러운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갔다.

애들이 이태리식이 먹고프다고 해서 큰맘먹고 갔다.

금발의 향연…일단 금발은 시선을 끈다.

저음으로 대화하며 느리게 식사하는 멋쟁이들을 슬로우 비디오처럼 내 동공은 본다.

입 안에서신선하게 녹는 밀랍처럼 보이는 아주 특별한 버터..사진을~~넘 아깝다.

저린 빨간색 올리브..처음봤다.

음식맛도 엑셀런트!

나올 땐 여성에겐 하나하나 외투룰 걸쳐주며 "Have a nice night~"

오 마이 갓–와인시킬 때 여권을 두 번이나 보여줬다.

21살 정도로 밖에 안보인단다.

우리 애들의 엄마라니까 시스터, 브라더로 보인단다.

하긴 자주 딸이 언니라고 부른다.ㅋㅋㅋ….Tip~~

식사를 하고 나오니 늦어서 가게들이 다 클로즈다.

일욜에 다시 조카랑 약속을 하고 호텔로 왔다.

차 안에서 웃음보가 터진 우리는 길을 지나쳐 버렸다.

특별한 날이었다.

일욜에는 가서 옷을 고를 예정이다.

내 사이즈가 몇 개 없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끝까지 입어 봐야지.

소호를 찍을 예정에 설레인다.

소호의 프라다매장은 갈 때마다 너무나 너무나 멋지다.

새로움이 주는 특별함을 갖고있다.

아이들은 TV를 보며 컴퓨터로 MSN중이다.

맨하탄의 밤은 자동문처럼 열리고 닫힌다.

16 Comments

  1. 박산

    2008년 2월 21일 at 4:36 오전

    글이 잔잔한 로드무비 한 장면 같아요
    아이들 엄마
    그리고
    소곤거리는 대화

    사실 뉴욕 번잡한 곳인데 말입니다    

  2. Lisa♡

    2008년 2월 21일 at 5:19 오전

    박산님.

    소곤소곤…
    괜찮은 분위기네요.
    그렇지요?
    월요일 아침에는 길가의 모든 샌드위치 가게가 분주하더라구요.
    아……….우리거 뉴욕에 있는 거구나, 싶더라구요.    

  3. 오공

    2008년 2월 21일 at 5:26 오전

    그 와인집 웨이터 성공하게써~   

  4. 김진아

    2008년 2월 21일 at 7:47 오전

    맨하탄의 밤은..리사님의 글로..열리고..닫히고 ..그래서 더욱..
    좋은것 같습니다. ^^

    다음엔 소호 이지요!
       

  5. 오드리

    2008년 2월 21일 at 10:27 오전

    조금 더 있으면 오기 싫다고 하겠어~~~푹 빠져가지고서는……….ㅎㅎ   

  6. Lisa♡

    2008년 2월 21일 at 1:32 오후

    오공님.

    그러니까..
    근데 옷입을 때 울아들보고는 네가 입으라고 하더군요.
    외모에 대한 평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날더러…가 아니고
    동양인은 다 어리게 ㅡ보는 경향이 있잖아요.
    ㅋㅋㅋ….자기보고는 아마 18살이라고 할지도~~
       

  7. Lisa♡

    2008년 2월 21일 at 1:32 오후

    진아님.

    소호는 일요일에 다시…
    그래야 옷도 좀 얻어입고…
    알고보니 가방안에 카메라가…   

  8. Lisa♡

    2008년 2월 21일 at 1:34 오후

    오드리님.

    나………안빠져요.

    아마 공포의 살인적인 지출에

    두손, 두발 다 들고 말겝니다.

    빨리 탈출하고파요.
       

  9. dolce

    2008년 2월 21일 at 1:44 오후

    ㅎㅎ 끝까지 입어봐야지….ㅋㅋ

    압권입니다….
    혹시 남자옷은 없나요??? 저도 끝까지 입어 볼텐데…. ㅋ

    조그만 이태리 음식점이 많은데 정말 어디나 다 맛있습니다.
    뉴욕 맨하탄 스프와 치즈케이크 후식으로 드시는 것 잊지마이소….

    뉴저지에서 만하탄을 보는 멋진 곳을 제가 안내해 드려야겠네요..
    암튼 시간나시면 연락하시라요…..

       

  10. Lisa♡

    2008년 2월 21일 at 1:56 오후

    돌체님.

    전화 쫌 받아요.
    호텔로 전화를 주시덩가요….   

  11. ariel

    2008년 2월 21일 at 3:38 오후

    나도 미국가면 운전 면혀증 보여달라고 그래요..@@

    하여튼 미국 사람들 웃겨요..
    팁 마니 주죠..^^
       

  12. Lisa♡

    2008년 2월 21일 at 4:43 오후

    아리엘님.

    그렇지요?
    동양인의 장점이지요.
    특히 아리앨님
    어려보입니다.
    후후…
    이제 슬슬 나가보려구요.
    호텔이 편하기는 편합니다.
    돈이 좋긴 좋아료.   

  13. 모딜리아니

    2008년 2월 22일 at 2:52 오전

    shopping하면 woodbury outlet mall을 혹시 아시나요?
    Paliside parkway를 따라서 위로위로…클로스터에서30-40분정도?
    강추! 웬만한 브랜드는 다~~있지요. 주변에 졸라서 함 가보세요.
    재수좋으면 곧잘 대박나는곳입니다.프라다~디올~
    전 주로 가을에 자주 갔었는데요..드라이브 삼아서라도..지나가는 경치가 죽입니다요.나도몰래 노래가..음~~음
    멜 답장했는디요?   

  14. Lisa♡

    2008년 2월 22일 at 3:12 오전

    모딜리아니님.

    거기는 엄청 많이 다닌 곳인데 요즘은 가봐야 별로 살 게 없어서
    안가는 편입니다.
    쇼핑은 그냥 오늘 소호에서 했구요,
    제 것은 참기로 했답니다.
    조카네 사무실에서 그냥 좀 고르려구요.
    주로 작은 사이즈가 많은데 암튼 골라야지요.
    LA에서 샘플세일한다는데 벤소니라고 하니
    어디서하는지 아시면 한 번 가보세요.
    옷이 상당히 예뻐요.
    우드버리 가는 길은 진짜 가을의 경치가 장난이 아니지요.
    ㅋㅋㅋ…..
    저는 우드버리가면 주로 쥬디스리버랑 디젤과 토즈 정도?
    요새는 면세점에서도 별로 살게 없답니다.
    이제는 슬슬 사는 걸 줄여야 할 시기인가봐요.
    이러다 지름신이 또 내리지만~
       

  15. 쳴로

    2008년 2월 28일 at 3:03 오후

    글솜씨 참 좋다!!
       

  16. Lisa♡

    2008년 2월 28일 at 9:15 오후

    첼로님.

    뭔…미안케스리~~
    ㅋㅋㅋ—–
    왔쪄…어젯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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